통일을 누가 지지하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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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해방 직후 분단된 한국에서 통일은 국민적 ‘염원’이다. 한때 정부는 그것을 구성원에게 ‘우리의 소원’으로 가르쳤다. 유럽의 민족국가 형성과정에서 보듯 민족통일은 어느 나라나 엘리트의 프로젝트였다. 많은 연구는 민족국가가 ‘위로부터의 형성’이라는 점을 기록했다. 그것은 일상의 바쁜 생활을 꾸리는 일반 대중에게 그토록 중요한 사업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역대 어느 정부도 민족통일을 강조하지 않던 적은 없었다. 한반도에서 살던 사람들은 오랜 동안 같은 말, 조상을 갖고 살아왔으며 위로부터의 형성에 따른 공동체 의식을 품고 있었다.
그렇다면 일반 대중은 통일에 대해 얼마나 ‘염원’하고 있는가? 한국종합사회조사(KGSS)는 2003년부터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설문을 개시한 후 2004,2005년 제외하곤 2021년까지 지속적으로 조사해오고 있다. 2022년 5월 2021년 조사자료가 공개되었다.
이 조사는 일관성을 갖는 점에서 한국인의 통일의식을 시계열적으로 이해하는데 귀중하다.
<그림 1>은 통일 필요성, 공동체 자긍심, 그리고 북한에 대한 인식 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제시한다. 통일의식은 공동체의 확대를 지향하는 가치이며 공동체에 대한 자긍심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그렇다면 일반 대중은 통일에 대해 얼마나 ‘염원’하고 있는가? 통일의 필요성과 관련, 인구학적 요인이나 이념적 요인으로 인한 차이가 최대 10% 이하인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을 어떻게 보는냐의 관점은 통일의 필요성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림1>에서 보듯 통일필요성에 대한 대중의 태도는 큰 변화가 없으나 2021년 조사에서 많이 낮아졌다. 2021년 이전까지 통일을 “매우 필요하다” 또는 “다소 필요하다“는 응답은 평균 66.8%였었으나 2021년 53.2%로 13% 포인트 하락했다. 통일연구원 2021 통일의식조사에 의하면 2021년 통일필요성 응답은 58.7%이며 전년 대비 6% 하락했다 (KINU 통일의식조사 2021). 이는 통일필요성에 대해 조사한 가장 최근의 여론이다.
자긍심은 별 변화가 없이 꾸준한 반면 북한에 대한 인식은 변화의 폭이 제법 크다. 모든 지표의 변화를 추동하는 것은 대중의식의 변화이다. 통일 필요성에 대해 과반 이상이 공감하나 누구나 긍정하지는 않는다. 필요성의 강도도 다르다. 강력히 찬성하는 사람도 있으나 다소 공감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통일의 필요성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개인의 통일에 대한 인식은 모든 태도와 마찬가지로 인구학적 특징과 정치적 습성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지지하는 개인도 비슷한 특성에 기초한다. 특히 통일문제처럼 정부의 이념과 정치적 의지와 밀접히 관련되는데 정책은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된다. 정부와 이념을 같이 하는 개인은 정부가 강력한 통일정책을 지향할 경우 통일의 필요성에 공감할 가능성이 많다. 사회심리학에 의하면 개인의 정체성은 단일하지 않고 복합적이다. 진보적 청년이 있는 반면 보수적인 청년도 있다. 학자나 미디어에 따르면 한국인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정체성은 지역과 세대이다. 다른 선진민주주의에서 일반적으로 계급이나 직업, 또는 인종 등과 관련된 정체성이 중요하다.
<그림 2>에서 보듯 지역이나 세대를 막론하고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과반 이상이 동의한다. 그림의 왼쪽은 2003-2021년 기간을 대상으로 거주지역 정체성이 통일필요성에 대한 예측한 결과이다. 보다시피 개인의 통일필요성에 대한 태도는 거주지역에 따라 커다란 편차가 존재한다. 호남지역 거주자는 71%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지역별로 가장 높다. 통일필요성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태도는 영남지역에서 나타난다(63%). 나머지 지역은 영호남 중간에 위치한다.
그림 2 : 지역,세대 및 통일 필요성
통일에 대해 세대별로도 차이가 있는가? <그림 2>의 오른쪽은 통일필요성에 대한 세대별 태도이다. 세대 차이는 집단적 기억과 관련된다. 나이가 많은 세대는 젊은 세대에 비해 실향민도 있을 뿐 아니라 간접적으로 북한에 대한 정보에 익숙하며 따라서 통일에 대해 우호적일 가능성이 많다. 18-29세 집단은 통일필요성에 대해 가장 덜 공감한다. 이들 중 58%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편 통일필요성에 가장 많이 찬성하는 세대는 60세 이상 집단이다. 이들이 통일을 지지할 가능성은 70.4%이며 이는 호남지역과 비슷하다.
<그림 3>은 통일필요성의 예측변수들을 시각화한 것이다. <그림 3>의 수직은 통일의 필요성에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요인들이다. 수평 축은 계수의 크기를 표시하는데 0은 효과나 상관성이 없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대북인식 변수는 0에서 오른 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데 이는 북한을 협의나 지원의 대상으로 볼수록 통일필요성에 아주 동의한다는 뜻이다. 요인별로 보면 다음과 같이 해석된다. 계수가 0에서 벗어난 요인은 나이, 대북인식, 학력, 이념, 거주지역, 및 지지정당이다. 세대요인은 0에 걸쳐 있어 통일필요성에 대한 효과는 불확실하다.
첫째 나이는 0에서 가장 먼 거리에 있으며 효과는 가장 크다. 예들어 모든 조건이 같은 29세와 63세의 개인이 통일필요성에 찬성할 가능성은 각각 56.9%, 73.2%이며 그 차이는 36.3% 포인트이다.
둘째, 대북인식은 통일의 필요성과 가장 긍정적 관계에 있다. 북한을 협력이나 지원의 대상으로 보는 개인은 통일이 필요하다고 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을 적대적 대상으로 보는 사람이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은 55.4%인데 비해 지원대상으로 보는 사람이 통일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은 76.0%이다. 그 차이는 20.4% 포이트이다. 이는 <그림 4>에서 잘 나타난다.
셋째, 40-49세 집단을 기준으로 하면 세대는 통일의 필요성에 차별을 보이지 않는다. 다시 말해 통일필요성을 지지하는 특정 세대는 없다. 학력과 여성 요인의 영향은 비슷하며 약 9% 포인트 차이가 발생한다. 남성과 여성이 통일필요성을 지지할 가능성은 각각 69.2%, 61.5%이다. 저학력과 고학력자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은 각각 61.9%, 70.6%이다. 이념도 비슷하다 극좌성향과 극우 성향의 개인이 통일의 필요성을 지지할 가능성은 각각 69.5%, 60.0%이고 그 차이는 약 9.5% 포인트이다.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 대북인식과 일반적 차이를 보이는 이념이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할 가능성을 시각화하면 <그림 4>와 같다. 인구학적 요인이나 이념적 요인으로 인한 차이가 최대 10% 이하인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을 어떻게 보는냐의 관점은 통일의 필요성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거주지역이나 정당지지의 영향은 크지 않다. 예를 들어 더불어민주당 계열의 정당을 지지하는 개인과 지지하지 않는 개인이 통일이 필요하다는데 찬성할 가능성은 각각 66.7%, 64.3%로서 차이는 2.4[2.33+2.47]% 포인트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다른 조건이 같다면 정치적 견해의 차이가 통일필요성에 대한 태도를 예측할 수 없다.
본 연구는 2003-2021년 15회 조사에 기초하여 통일필요성에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분석한 결과 통일과 관련 다음의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한다.
첫째, 2021년 일반대중의 통일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약화되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그 원인에 대해 분석이 필요하다.
둘째 대중의 대북인식은 통일필요성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따라서 정부가 통일을 지향하는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대중이 대북인식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가 통일에 대한 의지가 강력하다면 대중으로 하여금 북한을 경계나 적대의 대상으로부터 협력이나 지원의 대상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심할 필요가 있다.
셋째, 통일의 필요성은 정치적 견해를 초월하여 모두가 공감하는 이슈이다. 일반대중은 지지정당이 다르더라도 통일필요성에는 공감한다.
넷째, 나이가 젊은 층은 나이가 많은 이에 비해, 여성은 남성에 비해 통일필요성에 찬성하지않는 부분이 더 많아 약 10% 포인트 차이가 있다. 청년과 여성이 왜 통일필요성에 공감하지 않는 원인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끝>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2022-7월호 제37호] (2022.7.1.)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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