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가치 평가기관’ 지정의 의미와 과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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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한 데이터 유통 생태계 구축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McKinsey Global Institute)에 의하면, 2021년 전 세계 인구는 1인당 1초마다 평균 3.5MB 가량의 데이터를 생성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리고 2025년이 되면 개인이 생성하는 데이터 양은 두 배 이상 증가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3조 달러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예측된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남편의 낡은 시계줄을 바꿔주기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서 판 아내의 이야기를 담은 오 핸리의 단편 소설과 달리, 이제는 자신이 생성한 데이터를 팔아 가족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장만하는 장면을 기대해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지만, 생성된 데이터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수집된 데이터가 가공되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일련의 유통 경로가 형성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는 체계적인 데이터 유통 생태계가 구축되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화된 시장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의 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양질의 데이터에 대한 기업의 수요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데이터의 거래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
데이터 거래 경험이 있는 사용자들은 가장 큰 걸림돌로 데이터의 불합리한 가격 산정을 지적한다. 초기 산업사회의 시장도 유사한 현상을 경험했다. 산업혁명 이후 효율적인 대량생산체제를 기반으로 공급이 확대되었지만, 상품의 표준화된 가격이 형성되지 못해 시장이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다. 미국에서조차 19세기까지 개인이 발행한 화폐가 지역 별로 통용되고 있었으며, 제품의 가격은 거래가 이루어질 때마다 흥정에 의해서 결정되었다. 20세기에 접어들어 정부가 발행한 화폐를 기반으로 단일화된 표준 통화와 정가 상법에 기반을 둔 표준화된 가격이 형성되고 대량유통체제의 걸림돌을 제거되면서 비로소 대량생산체제에 기반을 둔 대중 소비는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견인하게 된다.
데이터의 유통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출발점을 데이터의 가치 평가를 위한 틀을 마련하는 데서 찾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은 바람직해 보인다.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에 따라 「데이터 가치평가기관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을 마련하고 데이터 가치의 평가 기법과 가치평가기관 지정 및 운영 절차 등을 제시하였으며, 공모를 통해 기술보증기금, 나이스디앤비, 신용보증기금,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 4개 법인을 데이터가치평가기관으로 지정하였다. 가치평가기관 지정을 통해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한 데이터 가치 측정이 가능해짐에 따라, 경제성 있는 데이터를 보유‧관리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 및 금융 지원이 활발해지고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의 개발 및 확산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들
하지만 여전히 데이터의 가치 평가를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데이터 가치평가기관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은 데이터 가치의 평가 기법으로 시장접근법, 수익접근법, 원가접근법 등 3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데이터 거래와 유사한 사례를 참고하여 상대적 가치를 산정하는 시장접근법은 유사한 사례가 시장에 존재하지 않을 경우 적용이 불가능하며, 데이터 활용으로 발생할 미래의 경제적 효익을 현재의 가치로 환산하는 수익접근법은 주관적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많아 평가의 신뢰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대상 데이터를 생산하고 구입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을 추정해서 가치를 책정하는 원가접근법은 해당 데이터의 경제적 효익을 고려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데이터가치평가기관들은 대상 데이터의 특성과 시장의 상황적 요인을 고려해 적절한 기법으로 데이터의 가치를 평가해야 하는 또 다른 숙제를 떠안게 됐다.
또한 평가된 데이터의 가치를 기업의 자산으로 인정하기 위한 관련 법 제도의 개정도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데이터가 가치 평가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데이터의 가치 평가 결과가 재무제표에 자산으로 계상되기 위해서는 ‘무형자산 기업회계기준’에서 규정하는 무형자산에 해당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무형자산 기업회계기준’ 상 데이터 자산은 무형자산의 유형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데이터산업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데이터 자산은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고, 식별 가능하며,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무형자산의 3가지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여전히 데이터 유통 생태계 조성을 위해 넘어야 할 산들이 많지만, 데이터 가치 평가기관 선정으로 첫발을 내디딘 정부의 노력이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동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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