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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동의 문화시평 <2> 뮤지엄과 국가경쟁력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2월22일 13시45분

작성자

  • 김찬동
  • 전시기획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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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관람객으로 붐비는 루브르미술관은 최근 하루 관람객을 3만 명으로 제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적의 관객 서비스와 직원들의 근무여건을 위한 조치라 하는데,관람객의 70%가 관광객인 루브르는 무척이나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국의 문화 홍보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공기처럼 그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는 곳이 바로 뮤지엄이 아닌가 싶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문화를 유지 보존하고 새로운 미래의 문화적 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뮤지엄 조성과 운영에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루브르나, 뉴욕의 MoMA 등 유수한 뮤지엄들은 물론이고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이나 아부다비의 루브르 등과 같이 유명브랜드의 해외 뮤지엄 유치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문화경제학의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가 웅변하듯 전통적인 가치를 넘어 뮤지엄의 도시재생과 문화산업적 가치에 눈을 돌린 이유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가의 뮤지엄 제도 운영 수준은 국가문화역량의 척도가 된다. 뮤지엄은 한 나라의 유·무형적 문화역량이 집산되는 제도의 정점이며 중핵이기 때문이다. 뮤지엄은 도서관이나 아카이브(기록보존소)와 함께 국가의 역사·​문화적 소산들의 보고이며 가치생산과 평생학습의 사회적 플랫폼이다. 서구 선진국들의 경우 영국의 아트카운슬 등 전문기관이 2000년대 초부터 GSO’s(The Generic Social Outcomes)와 같은 뮤지엄의 문화적,사회적 가치 평가 기법을 개발하여 단순한 심정적 당위성을 넘어서는 실제적 가치를 증명하고, 재정투입 등 다양하고 면밀한 정책 반영과 전략개발을 꾀하고 있다. 그 보이지 않는 실제적 가치가 국가의 경쟁력을 확대하는 핵심 요소가 되는 것이다. 

 

 한국은 경쟁력을 가진 문화선진국인가? 반만년의 찬란한 문화.역사와 전국에 1만 개가 넘는 뮤지엄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근자의 K-컬쳐에 대한 국제적 관심 증대와 성과를 들어 선진국이라 할 수 있을까? 흔쾌히 동의하기 쉽지 않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수준을 자랑하지만 문화적 경쟁력은 여전히 미흡하다. 유행에 민감한 상업적 대중문화가 아닌 전통문화나 기초예술 등 문화적 저변을 묵직하게 흐르는 본질적 영역들은 여전히 가치와 진가를 드러내는 데 부족한 실정인데 뮤지엄이 담아내고 있는 컨텐츠가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다. 

 

 뮤지엄 컨텐츠는 소장품과 이를 통한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이다. 이것은 우수한 소장품을 기반으로 가치를 재생산하며, 전시기획을 통해 새로운 문화적 담론을 조성하고, 교육을 통해  소통케 함으로써 뮤지엄의 지속가능성을 제공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건립하며 정부는 ‘세계 4대 미술관’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었다. 미술관은 건물의 규모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진 데 무지한 호언장담이었다. 루브르에 관객이 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모나리자>급의 명작들을 향유하기 위함이며, 사고와 정서를 일깨우는 멋진 전시 담론을 체험하기 위해서이다. 

 

 하나 밖에 없는 우리의 국립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 콘텐츠는 무엇일까? 일본 기업가들이 앞다투어 미술관에 기증하던 고호의 <해바라기> 같은 세계적 명작이 얼마나 있나?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여 두고두고 기억될만한 훌륭한 기획전을 얼마나 선보이고 있는가? 지방 분권 시대의 지역 공립뮤지엄의 운영 수준은 또 얼마나 열악한가? 우수한 콘텐츠 생산을 위해서는 전문성과 재정의 확충이 시급한 건 상식이다. 하지만 뮤지엄의 경제 유발효과나 사회적 가치 생산성, 국가경쟁력 제고 성과 등을 조사하고 평가하는 연구를 통해 필요재정의 규모나 전문성의 수준을 판단하고 이를 기초로 제도 정비를 병행하는 것이 더 시급한지도 모르겠다.  

 

 뮤지엄 1 만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제 양적 개념보다 질적 개념과 본질적 개념에 천착함으로써 뮤지엄에 대한 문화적 기본가치와 문화산업적 가치에 대한 국민적 인식 강화가 필요하다. 아울러 뮤지엄의 사회통합과 문화복지적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도 필요하다. 우리의 경제 수준에 걸맞은 뮤지엄 제도와 문화를 재정립하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 조성을 위한 투자와 전문성을 확충하여 문화적 경쟁력을 한층 높일 때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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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2월22일 13시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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