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부활의 필요성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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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당 국민의힘에서 다시 제기된 사법시험 부활 주장
최근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인 김기현 의원이 사법시험 부활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 시절 사법시험 부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로스쿨 등록금이 지나치게 비싸기 때문에 사법시험을 부활함으로써 경제적 약자의 법조계 진입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2. 로스쿨의 고액의 등록금과 경제적 약자의 진입 유인 제한
(1) 정의당 배진교 의원실에 따르면 2022년 전국 25개 로스쿨의 연평균 등록금은 1,425만원이었다. 이는 우리나라 근로자 월평균 임금의 3.9개월치에 해당된다. 가장 비싼 곳은 고려대학교 로스쿨로 2022년 등록금이 무려 1,950만원이었다.
(2) 2014년 천도정·황인태 교수가 발표한 논문 ‘법조인 선발제도별 법조계 진입 유인 실증분석’에 따르면 로스쿨로 단일화할 경우 전 국민의 70%가 경제적 이유로 법조계 진입을 포기하게 된다. 천도정·황인태 교수는 2014년 당시 시행되던 사법시험 및 변호사시험의 예상비용 뿐만 아니라 응시횟수에 제한을 둔 사법시험, 그리고 변호사 예비시험의 예상비용도 분석하여 이를 소득분위별 국민소득과 비교했는데, 그 결과는 아래 표와 같다.(천도정·황인태 위 논문 제88쪽)
(3) 천도정·황인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변호사 시험의 경우 사법시험 뿐만 아니라 변호사 예비시험과 비교해서도 가장 많은 수험비용이 소요됨에 따라 소득 9~10분위(8분위 중 일부 국민 포함)만이 법조계 진입유인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 이하의 소득분위 국민들은 직역선택 단계에서 대체로 법조계 진입을 포기하게 되고, 법조계 진입을 강행하더라도 기회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경제적 측면에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진입한 이후에는 자신의 선택에 대하여 후회를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법조계 진입에 관심을 가지던 국민도 이를 포기하고 다른 직역으로 진로를 돌리게 되고, 그 비율은 무려 70% 정도(소득 1분위~7분위, 8분위 일부 포함)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었다.(천도정·황인태 위 논문 제89쪽)
(4) 위 연구에서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수험생이 로스쿨의 장학금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고 “가정”했다는 점이다. 천도정·황인태 교수는 위 논문 32쪽 각주 2 및 68~69쪽에서 장학금 제도의 존재가 법조계 진입 유인을 강화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다만 이에 대한 연구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일단 수험생이 장학금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을 “가정”하여 연구를 진행하였을 뿐이다. 즉 장학금 지급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변호사시험의 경우 예상소요비용은 더 증가할 수도 있겠지만, 이에 대한 연구와 자료가 부족하므로 이 같은 장학금 지급의 불확실성은 연구에서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5) 그러나 실증자료가 없더라도 ① 처음부터 로스쿨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와 ② 로스쿨 입학 후 장학금 지급이 중단되어 로스쿨을 포기하는 경우의 비용을 비교하면, ②의 경우 ①의 경우와 동일하게 변호사 자격을 얻지 못하지만 ②의 경우에는 로스쿨을 다닐 동안의 비용이 추가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장학금을 받아야만 로스쿨을 다닐 수 있는 사람은 장학금 지급이 불확실한 경우 아예 로스쿨 진학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로스쿨은 장학금 지급과 무관하게 고액의 등록금을 설정한 것 그 자체로 경제적 약자에게 ‘위축적 ’효과‘를 야기하는 것이다.
3. 재정적자로 인한 장학금 지급의 한계
(1) 로스쿨에서는 장학금을 충분히 주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 약자가 진학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장학금을 확실히 줄 것 같으면 애당초 장학금만큼 등록금을 낮추면 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장학금을 확실히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정적자 때문에 앞으로 로스쿨에서 장학금을 늘리거나 등록금을 인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1개 로스쿨 현황 자료에 따르면, 각 로스쿨의 지난 5년간(2017~2021) 재정 적자는 평균 74억여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총액은 1,561억여 원으로 집계됐다.
(2) 각 로스쿨들은 이 같은 재정적자를 국고지원금으로 메꾸고 있다. 정부는 해마다 로스쿨에 국가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2022년에는 66억 원이 지원되었고, 2023년에는 75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문화일보 2022. 12. 7.자 “로스쿨 국가장학금 7일부터 신청”)
(3) 그리고 로스쿨의 이 같은 재정 적자 문제는 장학금 지급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이는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로스쿨 진학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위축적 효과’를 야기한다.
4. 미국의 경우 – 비인가 로스쿨 졸업생에게도 변호사시험 응시자격 허용
(1) 로스쿨의 모국인 미국에서는 인가 로스쿨 외에 비인가 로스쿨 졸업생에게도 일정한 요건 아래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학부를 졸업한 뒤 미국변호사협회(ABA)가 인가한 로스쿨에 입학하여 3년간 법학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여 변호사 자격을 부여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미국도 뉴욕 주, 캘리포니아 주 등에서는 비인가 로스쿨 졸업생에게도 일정한 요건 아래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로스쿨 인가를 받지 못한 대학의 법학부 졸업생에게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로스쿨을 나오지 않아도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주는 것이다.
(2)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 전체적으로 비인가 로스쿨 졸업생에게도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허용하는 주는 총 38개 주로서 인가 로스쿨 졸업생에게만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허용하는 주(18개주)보다 훨씬 많다.(2013. 12. 24. 국회의원 박영선 주최 “변호사 예비시험제도 어떻게 할 것인가” 공청회 자료집 제48~49쪽)
5. 사법시험 부활의 필요성
(1) 로스쿨을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 약자의 법조계 진입 보장을 위해 사법시험과 로스쿨을 병행함으로써 로스쿨의 단점을 보완하자는 것이다. 로스쿨의 고액의 등록금은, 천도정·황인태 교수의 위 연구 결과처럼 국민의 상당수가 경제적 이유로 로스쿨 진입을 포기하게 만들고, 이는 경제적 약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
(2) 헌법재판소도 2019. 9. 29. 선고 2012헌마1002 사건에서 사법시험 폐지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하면서도 4인의 위헌 의견을 남겼다. 특히 조용호 재판관은 "사시 폐지는 단순히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층 간 불신과 반목을 심화시키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등 공익도 중대하게 침해하므로 법익 균형성도 상실했다"며 "법원조직법과 검찰청법에 의하면 변호사 자격이 없는 사람은 판사나 검사로 임용될 수 없으므로 로스쿨에 진학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은 변호사 자격을 얻을 수 없고 그 결과 자신의 능력이나 적성과 무관하게 판사, 검사로 임용될 수 있는 기회 또한 상실하게 되므로 공무담임권도 침해받는다"는 의견을 냈다.
(3) 사시폐지의 주된 논거 중 하나는 고시낭인의 폐해였다. 그러나 고시낭인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합격자 수의 문제이지 사법시험과는 무관하다. 현행 로스쿨 제도 하에서는 변호사시험에 5회 불합격 하면 응시 자격이 박탈된다. 사법시험도 현재의 로스쿨처럼 응시 횟수를 제한하고 대신 합격자 숫자를 늘리면 고시낭인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4) 한국의 로스쿨처럼 법조인 양성을 로스쿨이 독점하는 나라는 그 예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교육부가 등록금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로스쿨의 등록금을 규제하고 장학금 지급을 강제하다 보니, 로스쿨은 재정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교육의 수준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학생은 학생대로 불만이며, 학교는 학교대로 불만인 상황이 되었다. 차라리 사법시험을 부활시켜 경제적 약자의 진입을 보장하고, 로스쿨에 대한 등록금 규제는 풀어주어 로스쿨이 자율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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