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보급률의 허와 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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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주택정책
정부가 투기를 억제하고 서민 주거안정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과 주택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형성되어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주택시장 불안 요인과 해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또한, 주택 투기수요와 공급부족, 주택 공급과 관련된 문제는 서로 전혀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그래서 어느 정부든 주택 문제 만큼은 고심을 한다.
지난 정부는 주택가격이 오르는 것이 공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다주택자들의 투기에 의해 가격이 오르고 공급이 부족하다고 인식해서 출범 초기부터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 중심으로 주택시장을 재편하려 했다. 공급을 확대해도 다주택자들이 투기를 하면 별 효과가 없으므로 투기수요를 잡아 주택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규모의 주택이 공급되지 못하여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주택가격이 오르는 것은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주택을 원하는 시기에 공급하지 못하면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오른다.
물론 유동성 자금이 풍부하거나 저금리인 경우 수요가 증가하여 역시 주택가격이 오른다. 그래서 정부는 공급을 충분히 하거나 수요를 분산 시키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만 시장이 안정된다. 그런데 이전 정부는 주택보급률이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수요자가 원하는 형태의 주택을 공급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시장은 왜곡되고 가격은 오른다. 수요는 신규수요든 재고수요든 항상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공급의 기준이 되는 주택 공급률은 과연 올바른가? 믿어도 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주택보급률 어떻게 산정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보자.
주택보급률의 산출
주택공급을 얘기할 때 대표적 통계는 주택보급률이다. 주택보급율은 주택수를 가구수로 나누고 100을 곱해서 산출한 값으로 주택재고가 거주가구수에 비해 많은가 적은가를 판단하기 위한 지표다. 현재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2.2%다. 전국 가구 수는 21,448,500가구이며, 주택수는 21,917.200호로 가구수보다 주택수가 약 468.700가구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집이 충분하다는 말이다. 서울의 경우 가구 수는 4,046.800가구이며, 주택수는 3,811.900호로 가구수보다 주택수가 약 234,900가구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지난 2017년 당시 정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국의 가구 수는 20,168,000가구이며 주택수는 17,123,000호로 발표했다. 가구수보다 주택수가 약 3,045,000호가 부족하게 나타났으며 서울의 경우 전체 3,949,000가구에 주택수는 2,867,000호로 1,082,000호가 모자라는 것으로 발표했었다. 그런데도 정부에서는 주택이 부족하지 않다고 했었다. 물론 현재 통계청 사이트에는 2017년 기준 전국 가구 수가 19,673.900가구이며 주택수는 20,313.400호로 가구수보다 주택수가 약 639,500호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서울의 경우 가구 수는 3,813.300가구이며, 주택수는 3,671.500호로 가구수보다 주택수가 약 141,800호 정도만 모자라는 것으로 되어있다. 어느 통계가 맞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 그냥 헷갈릴 뿐이다.
이후 정부는 주택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3기 신도시를 개발하여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진실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주택보급률의 함정
주택보급률은 주택수를 가구수로 나누고 100을 곱해서 산출한다고 했다. 그런데 가구수와 세대수는 다른 개념이다. 가구는 반드시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1인 이상이 모여 취사, 취침 등 생계를 같이하는 생활 단위를 말한다. 그러나 세대는 동일한 주소 또는 거소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으로 정의할 수 있다. 만약 100가구가 있고 주택 수가 100채면 주택보급률은 100%가 된다. 2021년 우리나라 전국 주택보급률은 102.2%다. 이는 전국적으로 주택이 2.2%만큼 더 많은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가구수 보다 세대수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택보급률 100%라는 함정에 빠지면 안된다. 주택보급률은 전국 또는 특정지역에 있어서 주택재고가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가구들의 수와 비교하여 얼마나 부족한지 또는 여유가 있는지를 총괄적으로 보여주는 양적지표이다. 또한 주택재고의 절대 부족문제가 심각하던 우리나라는 주택재고 확대라는 주택정책 목표 달성도를 위해 지표로 활용하려고 지난 1994년 주택공급률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하였다.
가구수와 주택수 산정의 오류
통계도 시차가 있고,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꼭 믿을 필요는 없다. 그래서 주택보급률은 실제 주택재고가 충분한 지를 보여주는 데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주택수요의 대리변수인 가구수가 현실보다 적게 측정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택을 필요로 하는 가구수는 일반가구수(혈연가구, 비혈연 5인 이하 가구, 1인가구 등)를 기준으로 집계하는데 여기에는 외국인 가구와 집단가구(집단시설 가구 : 기숙사, 고아원, 양로원, 모자원, 특수병원 등의 사회시설 내에서 생활하는 가구, 비혈연 6인 이상 가구)가 제외된다. 주택보급률에서 사용하는 가구수는 일정기간 주거안정을 누려야 하는 가구를 중심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7년 이미 국내 거주 외국인 약 200만명(가구로는 약 50만 가구)을 넘었는데 주택보급률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불법체류 외국인과 적법하게 1~2개월 체류하는 외국인 모두 통계에서 빠진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들도 주택은 필요하고 임대 뿐만 아니라 매입도 한다.
주택 재고를 대리하는 주택 수 집계도 오류 가능성이 있다. 보급률의 주택 수는 한 가구가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인 거처(shelter) 단위로 집계한다. 예를 들어 다섯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1동의 다가구주택(건축법상 단독주택)의 경우 소유자 기준으로는 1채이지만 거처 단위로는 5호(5채가 됨)가 된다. 그런데 다가구나 원룸의 방을 불법으로 나누어 여러 개의 쪽방을 만들더라도 적정주택(decent home)으로 간주 된다. 이런 주택들은 중장기적인 주택으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더라도 주택수에 포함된다는 말이다. 또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어 이들이 이용 중인 원룸도 주택수 산정에 포함되지만 당장 사용 불가능한 입주권, 분양권도 주택 수 산정에 포함된다. 또한 오피스텔의 경우는 시가표준액 1억원 이상이면서 주택으로 사용하면 주택 수 산정에 포함된다. 보급률의 주택수가 실제 거주 가능한 주택 수보다 과다하게 잡힐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1000인당 주택수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주택재고 수준을 판단하는 지표는 1,000인당 주택수다. 이 지표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의 주택재고가 충분한 수준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통계청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1,000인당 주택수는 423.6호였으며 서울은 402.4호였다. 그런데 2022년 5월 23일 한국은행 조사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인구 1000명당 주택 숫자를 뜻하는 주택 재고는 우리나라가 418.2채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비교 자료가 있는 34개국 중 27위였다고 한다.
OECD의 평균 주택 재고(462채)보다 크게 낮다. 프랑스 590채, 독일 509채, 일본 494채, 미국 425채 등이었다. 2021년 주택수인 423.6호로도 주택공급이 모자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연구팀은 가구당 주택 숫자로 파악하는 주택보급률보다 주택 재고가 실제로 집이 충분한지, 모자라는지 파악하기에 더 적합하다고 했다. 최근 1~2인 가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와 많은 노후주택에 따른 새집 수요를 감안하면 주택 재고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2020년 기준으로 103.6%였으며, 이를 근거로 문재인 정부는 집은 충분하다며 주택 구입 수요를 억누르는 데 치중하다 역풍을 맞은 것이다. 2021년 기준 주택보급률은 오히려 102.2%로 낮아졌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주택보급률 산정 과정에는 너와 내가 없으며, 국내인과 외국인의 구분이 없다. 누구나 주택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다. 또한 주택은 하나인데 가구로 주택수를 모두 산정하여 포함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위한 주택은 분명 필요하다. 그렇다고 1인 가구가 사는 원룸은 평생 거주개념의 주택은 아니다. 따라서 이는 구분되어야 하며, 이제는 선진국답게 현실적으로 맞는 주택보급률이 산정되어야 한다.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의 크기와 형태로 주택보급률 산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물론 주택공급도 중요하지만 주택수가 충분하다 하여도 주택이 점점 고급화, 기능화하고 있어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주택의 질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수치상으로 주택보급이 충분해 보일 수 있지만 질이 떨어지는 주택이 많으면 결국, 2022년 서울의 집중호우 등 수해로 피해를 입은 반지하방 사고가 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안전하고 넓고 쾌적한 곳으로 이주하려는 실수요는 언제든지 늘어나기 때문이다.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물리적으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최저주거기준미달 주택에 거주하는 가구를 줄여야 한다. 수요자가 원하는 면적과 방수 등이 충족하지 못하면 이는 주거기준미달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양질의 주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주택공급이 필요하며 주택재고에 사는 사람 중 비좁거나 낡아서 충분한 기능을 못해 재고(stock)로서 가치가 낮은 경우 이들은 새로운 주택 구입을 원할 수 있어 주택은 있어도 주택이 아닌 것이 되어 주택재고 통계가 과대 평가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므로 주택의 질적 수준도 주택보급율에 영향을 미친다. 주택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이며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꾸준한 공급이 필요하며 수요가 몰리면 수요를 분산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서울과 경기도에는 가용택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계획도 세워 인구 분산 정책을 써야 한다. 수도권의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하는 정책도 필요하지만 지방의 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리지 않도록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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