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이유진의 문화유적 기행(7) - 고대의 미소, 그 신비함 본문듣기
작성시간
관련링크
본문
<작가 노트>
문화유적 답사는 늘 어느 정도 사전조사 준비를 하고 출발한다. 가는 길에 그 준비만큼 기대와 상상을 하게 되고 실재 유적·유물 앞에 서는 순간 언제나 기대와 상상 이상의 감동을 받는다. 박물관은 많은 문화유물을 한곳에 모아놓아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곳이라서 높은 만족감을 주는 곳이다. 어느 박물관이든 그곳의 핵심이 되는 대표적인 유물이 있게 마련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삼국시대를 대표하는 국보 금동반가사유상 두 점이 그것중 하나이다. 잘 알려진 작품이라 가는 길 내내 마음이 부풀어 있었기에 곧장 사유의 방으로 직행했다.
(이하 사진공통사항 - 촬영일자: 2022.9.3 촬영장소: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제목: 사유의 방>
사유의 방은 입구부터 어두웠다. 조금은 길고 어두운 복도는 마주하게 될 대상을 더욱 더 신비하게 만들었다. 박물관 전시실은 왜 이리 어두울까? 그 이유는 문화재 유물의 보존을 위한 것이다. 박물관 조명은 나름대로의 기준을 만들어 놓고 관람객의 관람과 유물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전시용 조명은 전체 조명과 부분 조명으로 나눌 수 있다. 부분 조명은 문화재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유의 방’의 금동반가사유상은 ‘달리 시스템’을 사용하여 조명 빛의 양, 시간 등을 고려하여 조도를 조정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유물의 전시 기간을 정한다.
<제목: 탑형보관 반가사유상 塔形寶冠 半跏思惟像>
<제목: 삼산관 반가사유상 三山冠 半跏思惟像>
불상 양식으로 보면 반가사유상은 고대 인도에서 시작되어서 중국을 거쳐 고구려·백제에 6세기에 들어왔다. 중국에서도 이정도 크기의 훌륭한 금동상 작품은 아직 발견된 것이 없다. 학계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반가사유상으로 꼽는다.
오른쪽 다리를 왼쪽 무릎위에 발목 부분을 걸치게 올려놓았고 오른손 손가락을 오른쪽 뺨에 대고 턱을 괴는 듯이 고요히 앉아 명상하는 자세의 이러한 불상 양식은 출가전 속세의 왕자 신분이었던 석가가 번뇌와 사색에 잠겨있는 모습을 연상하여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제목: 고대의 미소>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 최순우는 “반가사유상이 지닌 아름다움의 특색은 사색하는 부처님으로서의 깊고 맑은 정신적인 아름다움이 인체 사실寫實의 원숙한 조각 솜씨와 오묘한 해화(서로 잘 어울림)를 이루어주는 데에 있다.”고 했다.
반가사유상의 신비함은 그 미소에 있다. 웃음인지 엄숙함인지 순간 보아서는 알 듯 모를 듯하다. 그래서 그 표정을 오래동안 지긋이 보게된다. 그러다보면 또 슬픈 표정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 신비함에는 눈만 아니라 입가의 흐르는 미소가 어울려져 도저히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거룩함이 느껴진다. 이러한 미소를 미학적으로 ‘고졸古拙의 미소 archaic smile’라고 부른다. 이 신묘한 미소에 한동안 집중하여 시선을 모으다 보면 나도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진다. 염화미소拈華微笑(‘꽃을 집어 들고 웃음을 띠다’란 뜻. 말이 아닌 마음으로 전傳하는 일을 이름. 불교에서 이심전심以心傳心의 뜻)의 순간이다.
무비판적으로 남의 것만을 좋게 보는 풍조는 전통과 문화의 민족인 우리에게는 어울리지도 않고 부당한 일이다. 고대의 우리 선조들은 외국에서 받아들인 것을 통달했다. 그리고 그것을 모방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것으로 재창출하여 민족양식으로 변형시켜 나갔다. 그리하여 외국 것을 딛고 넘어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반가사유상을 만들어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은 바로 이럴 때 가능한 것이다. 세계화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하는지를 우리 선조들이 반가사유상을 통해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 명절에 가까운 박물관을 방문해 한국의 미를 사색하며 '배움'과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이유진 작가는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이 세상의 역사유적들을 자기성찰과 성장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문화유산의 가치를 사색하는 작가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