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플랫폼 패러다임과 사회적 인프라 담론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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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 배달, 마트, 교통, 부동산, 모바일, 소셜미디어, 앱 스토어, 검색엔진, OTT서비스까지 일상의 모든 부분에서 플랫폼이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려워졌다. 이렇게 플랫폼이 공공 혹은 공익 서비스로서 사회적 영향력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사회적 인프라로서 플랫폼(platform as infrastructure)을 선순환적 혁신 생태계로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카카오와 네이버의 ID가 디지털 신분증 혹은 백신접종 확인증 등으로 기능했음을 경험했고 쿠팡과 마켓컬리와 같은 온라인배달 플랫폼은 비대면 상황에서 필수 불가결한 공익 서비스로서의 역할이 상당했다는 것을 이미 확인한 바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이 글은 플랫폼이 사회적 인프라로서 기능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먼저 사회적 인프라로서의 플랫폼은 무엇보다 안전성, 공평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사회적 요구와 기준은 국내외 플랫폼 모두에게 적용되어야 형평성과 독점 방지가 가능할 것이다.
I. 플랫폼 패러다임의 심화
디지털 혁명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우리 사회에서 덜 똑똑한 것들은 사라지고 있다.금융이 대표적인데 은행 점포 수가 2017년 312개 감소한 이후 2020년 304개, 2021년136개가 추가로 사라졌고 심지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최근 6개월 간 약 6,000대가 사라졌다. 인터넷 뱅킹 이용률이 74%, 창구 이용률이 3.9%인 상황에서 은행 점포는 풍전등화인 상황이 이러한 트랜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라질 운명에 직면하기는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자율주행과 전기차로 전환되는 자동차산업에서 기존 내연기관 부품기업 1,669곳 중 30%(약 500곳)는 문 닫을 위기에 처해있다고 한다.1)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이 변혁을 촉발하는 핵심이다.
데이터의 기하급수적인 축적은 이 변화를 가속화 하고 있는 핵심동력이다. 기원전 3,000년부터 5000여년간 인류가 생산한 데이터보다 지난 20여 년간 생산된 데이터가 약 2,500배 많다는 점은 데이터 축적이 얼마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앞으로 300억 개가 넘는 디바이스가 상호 연결되면, 2025년 즈음에 전 세계 데이터는현재의 약 50제타바이트(zetta byte)를 넘어 163제타바이트에 달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이렇게 세상이 디지털에 의해 재편되면서 주목받는 비즈니스 모델이 바로 플랫폼이다.
2021년 UNCTAD 디지털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100대 글로벌 플랫폼 기업 가운데 미국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 등 41개 기업이 67%의 기업가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시아는 텐센트, 알리바바, 삼성전자, 쿠팡, 카카오, 네이버 등 45개기업이 29%의 기업가치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은 SAP 등 12개 기업이 3%의 기업가치를, 아프리카는 프로수스 등 2개 사가 2%의기업가치를 차지한다. 전통 경제에서도 선진국과 후발국 간의 격차가 컸는데, 플랫폼경제에서의 격차는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이러한 격차를 유지하거나 혹은 극복하고자독일(인더스트리 4.0), 프랑스(인두스트리 뒤 푸트르), 유럽연합(가이아X), 중국(중국제조2025), 일본(이노베이션 25) 등 국가별로 사활을 걸고 대응하는 상황이다.2)
흥미로운 사실은 기존의 대립이 선진국 대 후발국이었다면, 플랫폼 경제에서는 플랫폼소유국과 플랫폼이 없는 국가, 혹은 글로벌 플랫폼 보유국과 덜 강한 플랫폼 보유국 간에대립하는 양상도 전개된다는 것이다. 강한 플랫폼 국가인 미국이 덜 강한 중국에 대한견제로서 중국 플랫폼인 틱톡과 위챗을 상무부 제재 리스트에 올리기도 했었다. 유럽은이렇다 할 역내 플랫폼이 없어서 유럽 일반개인정보보호법(General Data ProtectionRegulation, GDPR)과 같은 장치로 데이터의 역내 주권을 확보하려 하고 있으며, 미국플랫폼의 독점을 견제하고자 최근에는 디지털서비스법, 디지털시장법을 유럽 의회에서통과시키기도 했다.
바야흐로 이제는 플랫폼의 시대이다. 플랫폼 경쟁은 순수한 기업 간의 경쟁이거나 똘똘한 제품과 서비스 차원의 경쟁을 넘어간다.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생태계 간의 경쟁을 촉발하고 플랫폼의 혁신을 통해 축적되는 데이터는 주권과 안보의 이슈로까지 확장된다. 만에 하나 플랫폼에 장애가 생기면 우리의 일상이 멈추는 사태도 발생한다. 2014년 과천 SDS데이터센터 화재, 2018년 KT 서울 아현지사 화재, 2022년 10월 SK데이터센터화재와 카카오톡 먹통 사태와 같이 이미 사회의 대다수가 사용하는 인프라에서 문제가 발생해서 일상의 불편과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고 국가 안보의 이슈라며 대책 마련에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우리는 지금 디지털 플랫폼이 창출하는 새로운 혁신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II. 디지털 혁신과 플랫폼의 작동원리
디지털 혁신에 대해 가장 보편적으로 소개된 것이 디지털 기술과 시장 특성에 기반한 혁신론일 것이다. OECD에 의하면 디지털 기술은 비체화성, 보완성, 누적성 그리고 짧은기술 주기를 혁신의 특성으로 정의했는데,3) 일례로 인공지능의 경우, 소프트웨어의 범주에 속하지만 인간의 사고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론에 특히 강점이 있고, 중요 성질별로그룹화하는 일반성(Generalization), 최적해(Optimal Solution)는 아니지만 최적해와 근접한 결과를 단시간에 제공하는 휴리스틱 탐색(Heuristic)과 같은 혁신에 강점이 있다.
한편 디지털 플랫폼은 이러한 혁신 특성을 나타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모델과전략의 총체로서 이종 산업과 영역 간에 비즈니스의 경계 파괴(Boundry Blurring),양면시장(Two-Sided Market)과 승자독식구조(Winner Takes All) 등으로 시장에서의 위상을 표출한다. 디지털 비즈니스에서 종종 목격되는 특성으로 참여자 증가는 해당 플랫폼의 매력도 증가로이어지고, 다시 참여자 증가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며,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과영향력이 더욱 굳건해지면서 기존 사용자의 잠김(Lock-In)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초기에 사용자를 임계점(Critical Mass)까지 확보하는것이 지상과제이자 경쟁의 성패를 좌우한다. 일본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인라쿠텐(Rakuten)은 이러한 선순환 구조의 형성으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출발했지만신용카드, 증권, 은행 등 금융·핀테크와 함께 여행 산업에까지 진출하며 업종을 넘는 경계파괴형 혁신을 창출한 사례이다.
다만 플랫폼 비즈니스가 워낙 독점성이 강하다 보니 정부의 정책과 규제, 기술적 혹은 시장적 파트너, 사용자 그룹과 타 플랫폼과의 협업 등 다양한 사회적 주체들과의 상호작용에따른 전략적 대응 혹은 성장의 구조적 제약도 받게 된다.
아마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10년간의 제로 수익전략을 구사하며 전자상거래에서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진출하고 있지만, 미국 연방정부 기관인 연방거래위원회 (FTC) 리나칸 위원장이 자신의 논문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에서 지적했듯이 아마존은 더는 전통적 독점론에서 주장하는 “소비자에 대한 약탈적 가격”4)을통해 독점적 지위를 누리지 않으며, 소비자를 제외한 거의 모든 시장 참여자에게 부담을 안겨주며 오로지 성장을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연방거래위원회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에 대한 독점 여부를 조사 중에 있다.
디지털 플랫폼은 플랫폼 참여자들에게 핵심 자원들을 제공하는 플랫폼 소유자(PlatformOwner), 제품 혹은 서비스(Complements)를 플랫폼 생태계에 공급하는 ‘제3의 참여기업(The Third-Party Firms)’ 혹은 보완적 참여자(Complementors), 수요자측면에서의 ‘사용자(End-Users)’ 혹은 ‘고객(Customers)’으로 구성된다.5)
이 중 특히 보완적 참여자의 경우,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자원과 인프라 구조를 활용해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효익을 획득하는 참여자이다. 앱 스토어의 앱 개발사, 배달 대행플랫폼과 같은 서비스 플랫폼에서 배달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달 업체들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 주요 행위자 간의 상호작용은 플랫폼 소유자의 운영 역량에 따라 영향을 받는데,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플랫폼 운영자가 참여자 혁신을 유발 (Affordance)하도록 지원하는 역량, 둘째, 보완적 참여자가 새로운 혁신을 창출하는 역량(Generativity), 셋째,참여자가 플랫폼 생태계를 더욱 풍부하게 보완하는 서비스 모듈(Super-Modularity),넷째, 플랫폼 생태계가 범위와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 and Scope)를 달성해 가는 부분이다.
먼저 플랫폼 운영자가 참여자 혁신을 유발(Affordance)하도록 지원하는 역량6)이란 기존유사 기술에 비해, 참여하는 제3의 혁신 주체가 질적으로 더 쉽게 또는 가능하게 혁신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역량과 전략이다.7) 전통적 산업에서는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주체이자 지식과 정보의 소유자였으나 디지털 플랫폼의 혁신 생태계에서는 다양한 보완자,즉 제3자에 의한 혁신 유발과 혁신의 생성이 중요하다.
이는 유연성(Generating Flexibility),8) 매치메이킹(Match-Making),9) 확장범위(Extending Reach),10) 거래관리(Managing Transactions),11) 신뢰(Trust Building),12) 집단성 장려(Facilitating Collectivity)13) 등으로 분류되는 전략이 자역량이다.14)
2010년 4,700명에서 2015년 1,700만 명으로 이용자 규모를 353배로 폭발적으로성장시킨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인데, 이용자 증가에 대응하는 비용, 즉 한계비용이 제로이며,숙박시설도 추가로 건설해야 할 필요가 없다. 다만 에어비앤비는 숙소를 제공하는집주인에게 숙소의 이용자를 매칭해 주고, 데이터 등 디지털 자산에 대해 플랫폼 소유자가독점하지 않도록 하고, 플랫폼에 참가하는 보완자와 사용자 간에 가치교환이 활발하게발생하도록 거래관리의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 된 것이다. 그리고 우버가 제공하는 운전자의 위치, 최종 목적지, 운전자 혹은 승객의 평점 등 또한 이러한 혁신의 유발성에 해당 될 것이다.
혁신의 유발에 대한 성과는 매출액 혹은 수익 규모와 같은 직접적 경영성과 이외에도사용자 기반의 규모와 범위, 아이디어의 상업화 정도, Open API, SDK Kit와 같이 혁신적상호작용을 촉발시키는 산출물의 규모와 속도 등 다양하게 측정될 수 있다.15) 기존의 산업생태계가 기업이라는 혁신 주체를 중심으로 선형적인 가치사슬을 상정하고 있다면, 디지털플랫폼에 의해서 복잡한 네트워크 형태의 가치사슬로 전환되며,16) 보완자와 사용자들이플랫폼 생태계로부터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창출 방식, 혁신에 대한 탐색의 노하우 등을 제공받으면서 창업과 상업화의 성공 경로를 다양화, 효율화시키고 있다(아래 그림 참조).17)
한편 플랫폼 참여자가 더 높은 수준의 혁신을 창출하는 역량이 바로 혁신의 생성성(Generativity)이다. 다양한 작업에 필요한 기술의 활용 능력, 다양한 작업에 대한 적응성, 숙달 용이성 및 접근성의 함수, 다시 말해 대규모의 다양한 대중을 주도해서 혁신적 변화를 일으키는 능력이다. 이러한 능력은 아래와 같은 다섯 가지 특징을 기반으로 발현된다(Zittrain, 2006).
첫째, 활용성(Leverage)이다. 플랫폼을 사용하여 행위자의 성과를 향상시키는 기술능력을 의미한다. 일례로 기존 종이 지도에 비해 디지털 지도가 제공되면 교통상황, 길 찾기 등 더 많은 파생적 혁신이 창출된다는 것이다.
둘째, 융통성(Adaptability) 혹은 개작 가능성이다. 종이가 본래 글 쓰는 용도로 사용되지만, 물건을 포장하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플랫폼은 기술의 다양한 추가적 용도를 발견하고 활용하도록 한다.
셋째, 숙달의 용이성(Easy to Mastery)이다.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경계자원 또는 서비스들이 사용자로 하여금 쉽게 사용되어야 혁신 창출에 유리하다. 유튜브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다양한 크리에이터가 쉽게 동영상을 편집하고 업로드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다.이제 경쟁은 유튜브가 제공하는 동영상의 품질보다 유튜브가 제공하는 툴의 이용 편의성에 의해 좌우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넷째, 접근성(Accessibility)의 보장이 중요하다. 기술과 지식에 대한 접근성은 초기 사용에 대한 장벽 또는 일반 사용자가 얼마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지를 의미한다. 일례로종이비행기를 만들기는 쉽지만 비행기를 조종하는 것은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보다도 접근의 난이도가 높아서 일반 대중에 의한 혁신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전파 가능성(Transferability)이다. 기술 사용자 간에 기술의 변화가 쉽게 이전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예를 들어 기터브 플랫폼에서 공유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가상용 소프트웨어 제품보다 공유하고 이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 혁신 창출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비대면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된 측면이 있고, 그간 공공이 담당하던 국민건강, 주거, 의료, 안전, 교통, 노동, 교육 등 분야에서 플랫폼 운영자의 혁신 유발성(Affordance), 참여자의 혁신생성성(Generativity), 그리고서비스 모듈성(Super-Modularity)의 특성을 가지는 디지털 플랫폼의 작동원리가 더 깊숙이 우리 사회에 안착하게 되고, 많은 참여자로 하여금 더 풍부한 서비스를 창출하도록기능하게 되면서 플랫폼의 사회적 인프라 이슈가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III. 플랫폼의 사회적 인프라 담론에 대하여
공룡 플랫폼이 된 카카오, 네이버, 쿠팡뿐만 아니라 플랫폼은 온라인 쇼핑, 배달, 마트,교통, 부동산, 모바일, 소셜미디어, 앱 스토어, 검색엔진, OTT서비스까지 일상의 모든 부분에서 생겨나고 있고, 이제 플랫폼이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려워졌다. 이렇게 플랫폼이 공공 혹은 공익 서비스로서 사회적 영향력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사회적 인프라로서 플랫폼(platform as infrastructure)을 선순환적 혁신 생태계로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카카오와 네이버의 ID가 디지털 신분증 혹은 백신접종확인증 등으로 기능했음을 경험했고 쿠팡과 마켓컬리와 같은 온라인배달 플랫폼은 비대면 상황에서 필수 불가결한 공익 서비스로서의 역할이 상당했다는 것을 이미 확인한 바 있다.한편, 최근 온라인 배송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산업의 활성화로 기존의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이 주로 진출해 있던 오프라인 매장의 몰락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네이버는 ‘프로젝트 꽃’이라는 사업으로 5년 만에 국내 소상공인들과 160만 창작자 커뮤니티를 확보하고 45만 개의 스마트스토어를 확보하면서 국내 소상공인들의 새로운 온라인 비즈니스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상품으로 구성해 독립 스토어를 운영할 수 있도록‘스마트스토어’를 지원 받는다. 게다가 네이버의 플랫폼은 사업 전략 수립에 도움을 주는 데이터 분석 툴인 ‘비즈어드바이저’ 결제와 회원 가입부터 배송 추적, 포인트 적립까지 총체적인 주문 관리를 지원하는 ‘페이 시스템’, AI 기반의 고객만족 대응 도구인 ‘챗봇’,코로나19의 한계를 극복해 낸 ‘라이브커머스’ 등을 제공하면서 참여자들의 혁신 유발을 극대화하고 있다. 네이버가 제공하는 소상공인의 창업과 성장의 인프라를 사회적 상생인프라로서 인정할 수 있다면, 법인세 감면, R&D지원 등 정책적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장려하는 파격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경험에 의하면 플랫폼이 독점화 될수록 플랫폼-소비자, 플랫폼-플랫폼, 플랫폼 전통 산업 사이에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미 덩치를 키운 플랫폼은 소비자와 플랫폼 이용자를 종속시켜 이용료, 수수료를 인상해도 손을 쓸 수 없게 된다는 것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일례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12~15%를 넘는 수수료, 데이터 독점,배달 라이더에 대한 처우, 소비자 비용부담 등이 사회문제로 두드러지면서 2020년 3월 군산시의 ‘배달의명수’라는 공공 배달앱을 시작으로 20여 개의 공공 배달앱이 전국지자체에서 우후죽순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은 자칫 민간과 공공의 대결 구도가 설정된다는측면에서 썩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18)
민관이 경쟁하기보다 보완적 관계를 형성한 사례가 소액송금 플랫폼인 토스의 주민센터서비스이다. 정부의 API 공개로 자사의 플랫폼에서 주민등록등본 등 총 61종의 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고, 통신비와 아파트 관리비 등 생활요금도 결제가 가능하다. 정부24의 서비스를 기반으로 운영되지만, 공공 서비스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직관적 UX·UI 구현으로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의 만족도가 높아 디지털 격차 해소에긍정적이라는 평이 있다.
한편 민간 플랫폼의 사회적 인프라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이 안전성과 보안성이다. 일종의 국가기간통신망의 위상을 보이는 플랫폼 서비스 불통의 영향력은 이번 10월 16일 SK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를 통해 전 국민이 엄청난 불편을 체감한 상황이고 대통령까지 국가 기간 시설의 준하는 기능을 수행하기에 안보와 직결되는사안이라고까지 했다.
사실 갑작스런 서비스 장애로 불편을 체감하며 놀랐지만, 200만명 가량 빠져나가 국민 플랫폼의 위상이 흔들릴 줄 알았던 카카오톡이 다음날 곧바로 원래 이용자 규모를 회복했다는 뉴스에 플랫폼의 사회적 위상이 생각보다 탄탄해서 또 한번 놀랐다. 디지 털플랫폼의 멈춤과 그 파장이 시사하는 바는 민간기업의 비즈니스 모델로 운영되지만 이미 사회적 인프라로서 기능한다면 정부의 개입이 어떠한 형태로도 요구될 것이다.
이왕 개입할 바에는 안전성, 공평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이 참에 데이터센터를방송통신시설처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고, 서버 이중화 의무를 부과하며, 유사시에 대체할 서비스 마련과 일상의 불편과 국가 안보의 위협이 발생하지 않도록 플랫폼 인프라법과 같은 제도 기반을 만들자는 논의가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백지화되었던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일명 온플법)이 재부상하고 디지털위기관리대응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될 듯하다.
사회적 인프라로서 은행도 민간기업이지만 금융감독원의 관리를 받고 있으며, 통신사도 복수로 지정하는 이유가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기 때문이며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 진입장벽이 되어 자연독점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디지털 플랫폼도 공공재로 볼 수 있는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으며, 초기 투자비가 높아 독점의 경향이 강하다는 측면에서통신인프라와 유사하다는 논리이다. 자칫 토종 디지털 플랫폼에 온갖 책임과 의무, 규제의 덫이 씌워질 태세이다.
우리 사회가 플랫폼 기반으로 전환되면서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할 논의라지만, 법, 제도적 장치가 국내 토종 플랫폼에게만 적용되고 글로벌 플랫폼은 예외가 된다면, 안보 이슈에 대한 해결도 안되고 또 다른 기울어진 운동장 규제가 되지는 않을까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서비스 장애가 카카오톡이 아니고 유튜브였다면 과연 어땠을까?
사회적 인프라로서의 플랫폼 담론이 필요하지만, 국내기업에게만 적용되는 규제는 의미가 퇴색되어 정부 개입의 모드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해야 할 것이다. 국내 플랫폼은 수백억원의 계약을 통해 콘텐츠를 유통하는 반면, 유튜브는 계약 없이도 일반 이용자들이 올리는 방송사 콘텐츠를 불법 유통하고 있으며,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은 콘텐츠도 무료로 제공하며 수익을 창출한다. 망사용료로 네이버, 카카오가 수백억씩 내고, KBS, MBC, SBS 등 지상파도 매년 각각 100억원을 훌쩍 넘는 방송통신발전발기금을 내고 있지만, 국내 트래픽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구글(27.1%)과 넷플릭스(7.2%)는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되었듯이 구글 코리아는 매출 자체를 파악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해외 플랫폼은 문제가 터져도 해결이 쉽지 않다. n번방이 개설된 텔레그램에 대해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조사하기 위해서는 해외기관과의 국제공조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카록 먹통에 불편이 발생했지만, 전화와 문자가 가능했고, 라인과 텔레그램, 메타의 SNS, 택시 호출앱 우티 등이 우리 일상의 지탱 플랫폼이 되었었다.
앞서 언급한 정부24와 토즈의 협업, 네이버와 소상공인의 인프라인 꽃 플랫폼은 디지털플랫폼의 사회적 인프라 담론에서 정부의 개입과 규제보다 참여와 포용의 혁신적 선순환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는 점을 우리 사회에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참여자의 혁신을 유도하고 생성하는 것이 디지털 플랫폼의 기본적인 작동원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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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경제(2022.8.26.), “전기차 전환 못 따라가는 부품社…2030년까지 500곳 사라질 수도”
2) 한국경제(2022.9.12.), ““中은 이미 한국을 따돌렸다”…DX 세계대전에 한국은 뭐하나”
3) 이를 좀 더 상술하자면, 소프트웨어는 코드가 알고리즘으로 내재되어 있으나 그 구조를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렵기에 정보은닉에 유리한 비가시성(Invisibility)과 무형성(Intangible)이 있으며, 개발과정이 비정규적이며비규칙적이라는 측면에서 복잡성(Complexity), 필요에 따라 수정이 가능한 변경성(Changeability)과 사용자의 요구와 환경변화에 적절하게 변형이 가능한 순응성(Comformity), 한계비용이 제로로 수렴한다는 측면에서복제성(Duplicability) 그리고 제조와 조립이 아닌 개발로서 생산된다는 측면에서 개발성(Developed)의 특성들을혁신의 특성으로 정리할 수 있다.
4) 『반독점 패러독스』의 저자인 로버트 보크는 독점기업을 우세한 시장지위를 이용해 경쟁을 억압하는 기업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했으며, 기업이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가격을 부당하게 인상할 때 독점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는데, ‘지배적인 영향력을 가진 기업이라도 가격을 인상하지 않으면 독점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독점에 대한 미국 대법원 판결의 기초가 됐다.
5) Hein, A., Schreieck, M., Riasanow, T., Setzke, D. S., Wiesche, M., Böhm, M., & Krcmar, H.(2020),“Digital platform ecosystems. Electronic Markets”, 30(1), pp.87-98
6) 기존 기술의 수준이나 혁신의 수준보다 더 효과적이며 영향력 있게 혁신을 유도하는 역량
7) Earl and Kimport(2011)
8) 리소스, 작업 또는 노동력을 주문형으로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액세스를 제공하는 역량
9) 참가자는 자신의 필요 또는 제공할 수 있는 것에 따라 이합집산이 가능하도록 알고리즘 또는 디지털 기술 필터링,평가 및 검색 등을 제공하며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역량
10) 참여자들이 더 많은 리소스, 더 다양한 종류의 리소스, 더 멀리 떨어진 리소스 및 이전에 액세스할 수 없거나 유휴 상태였던 리소스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량
11) 거래, 대금결제 및 보유, 보안, 기록, 물류 등을 제공하거나 처리하는 중개역량
12) 생태계 내의 참가자 간 중개 및 중재의 전 과정에서 신뢰를 구축
13) 집단성의 장려를 통해 더 큰 사회적 자본으로 성장시키는 역량
14) Sutherland, W. Jarrahi, M.H.(2018), “The Sharing Economy andDigital Platforms: A Review and Research Agenda,” International Journal ofInformation Management, Volume 43, pp.328-341
15) 최근 Gawer와 Cusumano의 연구에서는 기술기반 플랫폼과 서비스기반 플랫폼에서의 참여자 간 상호작용의 행태, 보완자들이 얻을 수 있는 효익과 플랫폼 소유자들이 지향하는 플랫폼 전략의 유형도 각각 차이를 보일 수 있음을 지적한 바가 있는데, 기술과 시장의 특성은 산업별로 상이해서 플랫폼이 속한 산업의 특성이 플랫폼의 성격 규정은 물론이며 플랫폼 참여자들 간의 상호작용 패턴에도 영향을 주기에 이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또한 디지털 플랫폼 생태계의 혁신 특성에서 혁신의 개방성(Openess)으로도 표현되는 보완자와 같은 제3자 혁신의 유발성과 생성성, 그리고 기능과 서비스의 모듈성 등과 같은 생소한 개념들은 기존의 산업과 기업의 혁신론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던 특성이라서 사례와 실증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플랫폼 소유자가 보완자 그룹 간에 전개되는 일종의 가치창출과 상호작용의 거버넌스(Governance)에 대한 이슈이기도 하다. 그리고 최근 플랫폼의 생태계가 양면시장에서 다면시장으로의 융합형 진화를 가속화하고 있어 이질성 수준이
높은 보완자와 사용자 그룹의 등장에 따른 복합적이며 중첩적 거버넌스 간의 동태적인 운영 효율성 확보도 그간 다루어지지 않은 디지털 플랫폼 생태계 차원의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16) Van Alstyne, M. W., Parker, G. G., & Choudary, S. P.(2016), “Pipelines, platforms, and the new rules of strategy”, Harvard business review, 94(4), pp.54-62
17) Davidsson, P., Recker, J., & von Briel, F.(2020), “External enablement of new venture creation: A framework”, Academy of Management Perspectives, 34(3), pp.311-332
18) 전남 강진의 ‘강진배달’, 경기도의 ‘배달특급’, 인천 서구의 ‘배달서구’, 인천 연수구의 ‘배달e음’, 서울시의 ‘제로유니온’, 대구시의 ‘대구로’, 충청북도의 ‘먹깨비’, 강원도의 ‘일단시켜’, 부산 남구의 ‘어디GO’, 전남 여수의 ‘씽씽여수’, 충북 제천의 ‘배달모아’, 전북 남원의 ‘월매요’, 부산시의 ‘동백통’ 등
<참고문헌>
Hein, A., Schreieck, M., Riasanow, T., Setzke, D. S., Wiesche, M., Böhm, M., & Krcmar,
H.(2020), “Digital platform ecosystems," Electronic Markets, 30(1), pp.87-98
Earl, J., & Kimport, K. (2011). Digitally enabled social change: Activism in the internet
age. Mit Press.
Sutherland, W. Jarrahi, M.H.(2018), “The Sharing Economy andDigital Platforms: A
Review and Research Agenda,” International Journal ofInformation Management,
Volume 43, pp.328-341
Van Alstyne, M. W., Parker, G. G., & Choudary, S. P.(2016), “Pipelines, platforms,
and the new rules of strategy”, Harvard Business Review, 94(4), pp.54-62
Davidsson, P., Recker, J., & von Briel, F.(2020), “External enablement of new
venture creation: A framework”, Academy of Management Perspectives, 34(3),
pp.311-332
한국경제(2022.8.26.), “전기차 전환 못 따라가는 부품社…2030년까지 500곳 사라질 수도”
동아일보(2022.8.24.), “우리에게 '데이터'는 어떤 의미인가”
한국경제(2022.9.12.), ““中은 이미 한국을 따돌렸다”…DX 세계대전에 한국은 뭐하나”
※ 이 글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발간하는 [이슈리포트 IS-151](2023.1.10.)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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