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19) 참나무 6형제 2편 본문듣기
작성시간
관련링크
본문
지난주에 참나무 6형제의 구분에 집중해서 글을 써서 실제로 이 나무들에 대한 이야기는 제대로 다루지 못한 느낌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그 2편을 마련해서 이들 6형제에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고자 합니다. 먼저 전체 참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한 후에 6형제 별로 언급하고자 합니다. (실제로는 굴참, 상수리, 떡갈에 조금 집중된 느낌이 있기는 합니다만...)
도토리는 구황식물로서 조선 왕조실록 등의 역사 기록에서 항상 언급되고 있고, 이 도토리를 따로 보관해서 흉년에 대비해야 한다고 올라온 상소문도 많이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나무백과’를 쓴 임경빈 선생에 의하면 우리 옛말에 ‘도토리나무는 들판을 내다보고 열매를 맺는다.’라는 격언이 있었다고 하는데 흉년이면 열매를 더 맺는다고 하는 참나무들의 구황식물 역할에 대한 찬미의 의미가 담긴 셈입니다. 참나무에 대해 글을 쓴 임경빈, 박상진 선생 두 분 모두 바람을 이용해서 수정하는 참나무가 가뭄이 들 때 (즉, 해가 많이 날 때) 열매를 더 많이 맺는 경향이 있는 점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상수리와 굴참의 열매가 가지의 끝 즉, 잎의 앞부분에 드러나지 않고 가지 중간에 맺히는 특성을 보인다고 언급했는데, 실은 이 나무들도 꽃은 가지 끝의 잎 앞면에 피지만 특이하게도 수정되고 나서 1년이 지난 뒤에 열매化가 진행되는데 그 사이에 가지가 더 앞으로 벋어나간 바람에 열매가 가지 중간에 맺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참나무는 그 목재도 대단히 유용하게 쓰이는데, 목재의 성질이 단단하면서 질기고 또 쉽게 썩지 않으므로 각종 가구재, 선박재, 농기구, 건축재, 숯 제조 등의 목적에 두루 쓰이고 있습니다. 과거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집중적으로 형성될 때 집집마다 오크 가구를 마련하는 열풍이 불었었는데 바로 참나무 원목을 수입해서 만든 가구들이었습니다.
필자가 산이나 공원 같은 현장에서 나무 강의를 한 경험에 의하면, 참나무 6형제 중에서 굴참나무의 식별방법은 곧바로 받아들여지는데, 그것은 크게 자란 굴참나무의 경우 두께가 1cm 이상으로 형성되는 코르크 조직 덕분입니다. 이와 같은 나무의 코르크 조직은 방수 방음 방열 등의 기능과 특유의 탄력성 때문에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는데, 가장 유명한 쓰임새는 역시 와인 병의 마개일 것입니다. 코르크가 가진 특성 즉, 공기는 통하게 하고 습기는 막아주는 특수한 성질 덕분에, 와인을 오크통에서 1차 숙성한 후에 와인 병으로 옮겨 부은 이후에도 더 그윽한 향의 오래된 와인으로 2차 숙성시킬 때, 이 코르크 마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와인의 마개로 쓰이는 코르크는 코르크참나무로 불리는 참나무에서 채집되는데 포르투갈, 스페인 등에서 집중적으로 재배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굴참나무에서 채집되는 코르크는 유럽의 코르크보다 더 무겁고 탄력성이 조금 떨어져서 질이 낮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 특유의 탄력성을 활용해서 과거에는 총포류의 폭발 충격을 완화하는 스프링 같은 역할을 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그래서 굴참나무는 일제 강점기에 대대적인 코르크 채집의 대상이 되어 시련을 겪었다고 합니다. (임경빈 선생에 의하면 일본에서 벌어진 유럽산 코르크참나무나 굴참나무를 재배하려는 노력은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합니다. 또 코르크의 성질만 본다면 황벽나무에서 나온 것이 더 좋지만 굴참나무만큼 번성하지 못해서 대량으로 채집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다행인 것은 이렇게 코르크를 채집하고 난 후에 굴참나무는 8-9년에 걸쳐 다시 두꺼운 코르크층을 원상회복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상수리나무
‘궁궐의 우리나무’라는 책을 쓴 박상진 선생에 의하면, 선조가 임진왜란 당시의 피난길에 먹었던 도토리묵의 맛에 매료되어 환궁한 뒤에도 종종 수라상에 도토리묵이 올랐다고 하는데 그래서 ‘상수라’로 불렸다가 상수리로 정착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경복궁 안에도 잘 자란 상수리나무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상수리나무는 참나무들 중에서 가장 곧고 크게 자라는 특성을 가진 나무인데 어쩌면 이런 모습 때문에 궁궐에도 들어갈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굴참나무와 같이 두꺼운 코르크 조직을 형성하지 않기에 사람들의 손도 타지 않고 자신의 힘찬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경향을 가집니다.
그래서 그런지 임경빈 선생은 이 참나무를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영국의 시인 테니슨경이 쓴 ‘참나무 (The Oak)’라는 시가 이 상수리나무와 같은 참나무를 노래한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테니슨경은 특히 겨울에 잎을 다 떨어뜨린 후에 그 힘찬 가지를 드러낸 모습을 찬양했는데, 필자도 겨울에 힘차게 뻗은 모습을 드러내는 상수리나무 가지들에 대해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수리나무의 잎이 이른 봄에도 그리고 가을에 물든 후에도 약간 노란색을 띄는 특성을 잘 잡아낸 시인의 예리한 시선이 놀랍기도 합니다. 함께 등산하는 도중에 이러한 필자의 느낌을 설명하자 바로 테니슨경의 이 시를 언급한 서강대 경영학과 노부호 교수님의 특별한 시 사랑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The Oak by Lord Alfred Tennyson
Live thy Life,
Young and old,
Like yon oak,
Bright in spring,
Living gold;
Summer-rich
Then; and then
Autumn-changed
Soberer-hued
Gold again.
All his leaves
Fall’n at length,
Look, he stands,
Trunk and bough
Naked strength.
(한글 번역본)
젊거나 늙거나
저기 저 참나무같이
네 삶을 살아라.
봄에는 싱싱한
황금빛으로 빛나며
여름에는 무성하지만
그리고, 그러고 나서
가을이 오면
더욱 더 맑은
황금빛이 되고
마침내 나뭇잎
모두 떨어지면
보라, 줄기와 가지로
나목 되어 선
저 발가벗은 '힘'을.
떡갈나무
떡갈나무는 참나무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나무이기도 합니다. 필자는 공원 등에서 자라는 다른 참나무들에 떡갈나무라는 이름표를 잘못 붙여놓은 경우를 종종 발견하곤 합니다. 뿐만 아니라 서양의 시나 소설을 번역할 때에도 대개 특별한 참나무 종류를 언급하지 않으면 참나무보다는 떡갈나무라는 이름이 사용되는 수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나무를 대상으로 한 시나 노래가 의외로 많은데,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에 나오는 갈잎나무가 바로 이 나무의 이명이라 하고, ‘떡갈나무 숲속에 졸졸졸 흐르는’이라고 시작하는 ‘아무도 모르라고’라는 가곡도 유명합니다. 그러나 이름은 이렇게 참나무를 대표하는 역할을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나라 산에서 가장 드물게 발견되는 나무가 바로 떡갈나무이기도 합니다.
최근 육지의 끝이라는 해남의 땅끝점 공원을 내려갔을 때 떡갈나무가 수많이 발견된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 나무가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과거 이 잎을 쪄서 말린 후 여기에 떡을 싸서 일본에 수출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일본인들이 이렇게 떡갈나무에 싼 떡을 특별히 좋아해서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한중일 3국 모두에 이런 풍습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이름이 떡갈나무가 되었다고 하는 설명도 있습니다.
졸참나무
잎과 열매 모두 참나무들 중에서 가장 작아서 이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나무가 자라는 정도까지 ‘卒’은 아니어서 매우 크게 자란 멋진 졸참나무를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필자가 최근 해남 대흥사를 찾았을 때 입구 주차장의 공원에서 가장 눈에 띄게 크게 자란 나무가 바로 졸참나무였습니다. 묘하게 일본에서도 잘 자라는 참나무 두 종류가 바로 이 졸참나무와 떡갈나무였고 일본 황실 공원 등에서도 멋지게 자란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필자는 도토리묵 중에서 씨알은 잘지만 길쭉한 모양을 가진 이 졸참나무 도토리로 만든 묵의 맛이 가장 좋다고 하는 글을 읽은 바 있습니다.
갈참나무
박상진 선생은 이 나무가 가을 늦게까지 잎을 유지하고 있는 바람에 ‘가을참나무’라고 불리다가 갈참나무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갈참나무는 참나무들 중에서 잎도 열매도 늦게 키워가는 특성을 보이는 나무입니다. 필자는 갈참나무의 줄기가 상대적으로 가늘고 가지런하게 갈라지는 특성을 보여서 가장 정돈된 모습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참나무의 다른 특성이나 얽힌 이야기에 대해서 설명하는 글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동작이 늦으면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은 사람이나 나무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신갈나무
이 나무의 이름이 잎을 신발 아래에 깔았다고 신갈이라고 붙여졌다고 하는 주장이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신갈나무의 ‘신’자는 이 나무가 이른 봄 가장 먼저 잎을 내어놓고 도토리 열매도 가장 빨리 달기 시작하는 특성을 살려서 ‘새롭다’는 의미로 붙여진 것이라는 주장에 필자는 더 동감하는 편입니다. 이런 성질 덕분에 신갈나무는 번식력이 강해서 우리나라 야산, 즉 우리 주변의 가까운 산에서 가장 자주 발견할 수 있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ifsPOST>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