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안 되는 일곱 가지 이유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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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압박이 심상치가 않다. 대통령정책실장, 경제부총리가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한 데 이어 국민의힘도 한은 관계자를 참석시킨 민생관련 대책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강력하게 주문했다. 정부는 물론 여당과 KDI가 앞장서서 압력을 넣는 느낌이다.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논거는 최근 내수부진이 고금리 때문이라는 인식이다. 최근 KDI는 장기적 내수 부진의 주원인이 고금리의 장기화라고 지적했고, 최상목 부총리도 소상공인 내수 부진 원인을 고금리로 꼽았다.
<1> 최근 내수부진, 소비부진이 기준금리가 높은 때문인가 ?
내수가 부진한 것은 확실하다. 4.1% 포인트이던 2021년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2.7%와 1.4%로 떨어졌고 2024년 상반기에는 1%대 역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내수 중에서도 특히 민간소비가 침체해 있다. 2021년과 2022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각각 3.7%와 4.3%였는데 2023년에는 1.7%로 떨어졌고 2024년 상반기에는 0.9%로 추락했다.
문제는 소비부진이 기준금리가 낮은 때문인가의 여부다. 주지하다시피 기준금리가 0.5%에서 3.5%로 오른 것은 대부분 2022년에 일어났다. 2022년에만 1.00%에서 3.25%로 2.25% 포인트 상승했다. 시장금리(KORIBOR 3개월물 금리)도 2021년 12월 1.36%에서 2022년 12월 4.03%로 오른 뒤 그 후 지금까지 오히려 소폭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소비는 2022년에 4.3% 상승했다. 금리가 0.5%로 기록적으로 낮았던 2021년 실질민간소비 증가율 3.7%보다도 더 높았다. 고정자본증가율도 기준금리가 1.75%에서 3.5%로 올랐던 2022년 1분기와 2023년 2분기 사이 오히려 상승했다. 2023년 1월 이후 기준금리가 상승을 멈춘 채 3.5%로 고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민간소비와 고정자본형성이 추락하는 것도 기준금리와 소비 및 고정자본형성 사이의 관계가 생각만큼 분명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다시 말해 기준금리를 낮추더라도 내수와 민간소비가 살아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 기준금리를 내리면 내수경기가 더 침체 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기준금리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증가나 경제성장에 미친 효과는 별로 뚜렷하지가 않다. 특히 2003년 이후에는 기준금리가 인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즉각효과 (impact effect) 및 1분기 직후 성장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예컨대 2003년 Q2-Q3의 0.5%P 인하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은 당기에 오히려 2.2%P 하락했고 1분기 뒤에도 인하 전 성장률 수준을 회복되지 못했다. 2004년 Q3-Q4의 0.5%P 인하나 2008년 Q4와 2009년 Q1의 3.0%P 인하, 그리고 이명박 정부인 2012년 Q3과 Q4의 0.5%P 인하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다섯 번에 걸친 박근혜 정부의 대대적인 기준금리 인하도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예금 잔액이 대출 잔액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크고 기준금리 인하 시 예금금리 인하폭이 대출금리 인하폭보다 두 배 가까이 큰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대출자의 금리부담을 줄이는 효과보다 예금자의 이자수입을 네 배만큼 크게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내수를 위축시킬 것이 뻔한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어 내수를 살리자는얘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3> 불안한 원화 환율이 더 불안해 질 것이다.
2020년 12월 달러당 1100원에 불과하던 원화환율은 1380원대까지 올라왔다. 3년 반 사이에 25%나 올랐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기준금리가 오르고 팬데믹 불안이 상존한데다가 2022년 하반기 이후의 수출부진과 성장부진이 이어진 때문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2% 가까이 낮다는 것이 원화약세의 가장 큰 요인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4> 내국인에 의한 자본 해외유출이 불안해질 수 있다.
2023년 금융수지에서 총 324억 달러가 순유출되었는데 그 중 직접투자에서의 순유출이 194억 달러이고 기타투자에서 96억 달러, 증권투자에서 74.5억 달러가 순유출되었다. 금년 들어서도 1-5월 동안 금융수지에서 217억 달러가 순유출되었는데 직접투자 부문에서 순유출이 142.7억 달러, 증권부문에서의 순유출은 107.7억 달러였다. 내국인의 대외증권 투자는 350.5억 달러,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가 242.7억 달러여서 내국인의 해외직접접투자와 대외증권투자가 금융부문 자본유출의 주역임을 알 수 있다.
<5>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금년 들어 서울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실거래 아파트매매가격은 2024년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 연속 전기대비로 올라 이 기간 중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각각 서울 5%와 수도권 3% 내외 오른 것으로 추산된다. 전세가격도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전세가격이 급등세를 주도하고 있다.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가격은 7개월 동안 약 4% 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단독과 연립주택 가격은 서울, 수도권이나 지방 막론하고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내리고 있고 특히 지방 아파트 가격은 최근까지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작년 말부터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뭘까?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공급이 갑자기 줄어들지는 않았다. 공급요인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내려가서도 아니다. 기준금리는 2023년 2월부터 지금까지 18개월 동안 3.5%에 동결되어왔다. 문제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다. 신규취급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2023년 11월 말 5.04%에서 2024년 5월 말 4.49%로 0.5% 포인트 떨어졌고 특히 주택담보대출금리도 같은 기간 동안 4.48%에서 3.91%로 약 0.5% 포인트 낮아졌다. 5% 포인트, 즉 10% 정도 금리가 낮아지면서 아파트 구매수요를 촉발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낮추어 시장금리 인하를 촉진시킨다면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폭등할 염려가 있다.
<6>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할 수 있다.
최근 가계부채가 다시 급등하고 있다. 2021년 말 1262조 원으로 정점을 찍고 뚜렷이 하강하던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은 2023년 중반 이후 다시 반등하다가 최근 들어서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7> 부실기업의 근본적인 구조조정과 혁신이 상당히 지연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나쁜 가운데 지나치게 낮은 저금리 상태가 지속되면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근본적인 개혁혁신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손쉬운 차입을 통해 연명해 나가게 될 것이며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1997년 위기를 발생시킨 것과 같이 기업의 부채비율을 심각하게 상승시킬 것이다. 결정은 한국은행의 몫이지만 그 결과는 국민들이 떠안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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