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경기둔화를 예상한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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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등 주요 기관들은 올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경제가 내년에는 더 높은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 특히 채권시장은 앞으로 경기가 둔화될 것을 시사하고 있다. 필자는 25년 정도 금융시장을 지켜보면서 시장은 참으로 현명하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깨달았다.
<그림> 장단기 금리차이가 경제성장률에 2분기 선행
금융시장은 경제성장률 둔화 예상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경제가 4.0% 성장해 지난해(3.0%)보다 높아지고, 2015년 경제성장률은 4.2%로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시장금리는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서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국고채(10년) 수익률이 3.4%(3년은 2.9%)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이는 한국은행이 예상하는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보다 낮다.
금융시장에서 관찰되는 명목금리는 실질금리와 물가 상승률의 합으로 정의된다. 여기서 실질금리의 대용변수로 실질소비 증가율이 사용된다. 또한 장기적으로 소비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비슷하기 때문에 실질 경제성장률을 실질금리로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 우리 금융시장에서 시장금리가 한국은행이 예상하는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물가가 하락한 것도 아니다. 올해 5월까지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에 비해 1.3% 상승했다. 금융시장에 참가하는 하는 투자자들이 앞으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10년 사이에도 그 해의 국고채(10년) 수익률이 실질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경우가 4번(2004, 2006~7, 2010년)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 해에 경제성장률이 모든 경우에 낮아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2007년 5.5%였던 경제성장률이 2008년에는 2.8%로 낮아졌고, 2010년과 2011년에도 경제성장률이 각각 6.5%에서 3.7%로 떨어졌다. 현재 국고채 수익률 3.4%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오히려 떨어질 것을 시사고 있다. (이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세월호’ 사건 등 소비 위축 요인을 지적하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장단기 금리차이가 경기에 선행
금융시장은 장단기 금리차이를 통해 앞으로의 경기를 미리 알려준다. 아래 그림은 장단기 금리차이와 실질 경제성장률 추이이다. 여기서 장단기 금리차이는 국고채(3년) 수익률과 CD(91일물) 수익률 차로 사용하였다. 우선 두 변수 사이에 관계가 어느 정도이고 또 선후행성이 있는지를 보기 위해 시차상관계수를 구해 보았다. 이에 따르면 장단기 금리차이가 경제성장률에 2분기 선행했고, 상관계수도 0.61로 상당히 높았다. 그랜저 테스트로 인과관계 검증을 해보아도 장단기 금리차이가 경제성장률에 일방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 <표> 참조)
한편 장단기 금리차이는 통계청에서 작성하는 경기선행지수에도 들어간다. 두 변수 사이에 상관관계를 구해보면 2개월 전의 장단기 금리차이와 당월의 선행지수 사이에 상관계수가 0.5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장단기 금리차이가 선행지수순환변동치에도 2개월 선행한다는 의미이다. 최근 장단기 금리차이가 축소되고 경기정점에 5~8개월 앞서가는 선행지수순환변동치도 올해 2월부터는 감소세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올해 하반기부터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금 잉여상태로 금리 하락
물론 금융시장에서 자금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시장금리가 일시적으로 경제성장률보다 낮아졌을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한국경제에 여러 가지 구조적 변화가 있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국내총투자율보다 저축률이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국민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투자는 자금 수요이고 저축은 자금 공급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투자가 저축보다 많아 자금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고, 그래서 자금 부족으로 고금리가 지속되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투자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저축률이 투자율을 넘어섰다. 자금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 구조적으로 저금리 경제로 바뀐 것이다.
여기다가 한국의 은행이 채권을 사고, 중국의 4조 달러에 가까운 외환 보유액 중 일부가 한국 채권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돈이 들어오면 은행은 그 돈으로 기업이나 가계에 대출을 해주거나 주식과 채권을 포함한 유가 증권에 투자한다. 일부 대기업 중심으로 기업이 많은 이익을 내고 있으나, 투자는 상대적으로 줄이고 있다. 높은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가계도 은행 돈을 계속 빌려 쓸 형편이 아니다. 은행은 대출이 줄어든 만큼 상대적으로 유가증권 투자를 늘릴 것이다. 보수적인 은행이 주식보다는 안정성이 높은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금융회사들의 채권투자 비중이 2011년 25.8%에서 2013년에는 27.5%로 높아졌다.
한편 중국 투자자금이 한국 채권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중국은 2014년 3월 말 현재 3조 9,500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그 돈 일부가 한국의 국채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올해 4월 현재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채권은 13조 860억 원으로 최근 4년 사이에 2배 이상 늘었다. 외국인이 차지하는 한국의 국채 중 중국 비중이 13.6%로 아직 미국(19.5%)보다 낮지만, 5년 이내에 미국 비중을 넘어설 가능성 높다. 2003년부터 중국이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한국의 실물 경제에 큰 영향을 주었지만, 앞으로는 금융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하반기 이후 경제정책 방향 재점검 필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자금의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여 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은 펀더멘털을 반영할 만큼 충분히 현명하다. 채권시장이 시사하는 것처럼 올해 하반기부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조만한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한국은행도 앞으로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서 경제전망을 다시 할 것이다. 금융시장이 현명하다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그림> 장단기 금리차이가 경제성장률에 2분기 선행
<표> 그랜저 인과관계 검증: 장단기 금리차이가 경제성장률을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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