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잠재성장률(상)-어디까지 떨어질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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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3.1% 성장하는 반짝 호황을 누렸던 한국경제가 이후 줄곧 내리막길이다. 지난해 성장률이 2.7%로 3% 밑으로 낮아지더니 올해는 2% 초중반의 성장률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중론이다. 문제는 향후에도 중장기적으로 성장률이 다시 3%대를 회복하기보다는 점차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추세인 데다, 투자가 활력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성장세 하락을 피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노동, 자본 투입량의 증가세 둔화를 대신해야 할 생산성 증가도 점차 둔화되는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장세가 계속 낮아진다면 이제 선진국 초입에 들어선 국내경제가 더 이상 소득과 생활 수준을 높여가며 선진국 내에서 지위를 높여갈 수가 없게 된다. 늘어가는 재정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세원 확보가 점차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된다.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과 관련한 논의를 (상), (하)로 나누어 살펴본다. (상)편에서는 이제까지 한국경제의 성장률 하락 추세와 그 요인은 무엇인지, 앞으로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얼마나 가파르게 하락할 수 있는지 분석한다. (하)편에서는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을 조금이라도 늦추거나 막을 방안은 없는지 모색해 본다.
노동, 자본, 생산성의 성장 기여도 동시에 낮아지면서 한국경제 성장률 하락 추세
지난 1970년대 연평균 10.5%라는 두 자리수의 경이로운 성장률을 보였던 한국경제는 80년대 8.8%, 90년대 7.1%로 성장률이 차츰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고성장세가 유지됐다. 97년 외환위기와 카드사태를 겪은 후인 2000년대에는 연평균 4.7%로 성장률 하락 폭이 커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2019년 시기에는 연평균 성장률이 3.3%로 낮아졌다.
성장회계를 이용하여 노동, 자본의 생산요소 투입과 총요소생산성 향상이 성장에 기여한 정도를 추정해 보면, 90년대까지는 노동과 자본의 양적 투입에 의한 성장 기여도가 생산성 증가로 인한 성장 기여도보다 높았다. 2000년대에는 노동, 자본의 양적 투입과 생산성 증가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에 기여했다. 2010년대에는 생산성 증가의 성장 기여도가 노동, 자본의 양적 투입보다 높아졌다. 노동과 자본투입 및 생산성 모두 점차 증가세가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으나, 상대적으로 생산성 증가 둔화세가 느리게 진행될 결과이다. 생산성 증가의 기여도가 70년대의 2.4%p에서 2010년대에 1.7%p로 낮아진 것에 비해 같은 시기 동안 노동 투입의 기여도는 2.2%p에서 0.4%p로, 자본 투입의 기여도는 5.9%p에서 1.2%p로 급락했다. <글 말미 주1 참조>
노동 투입의 경우 90년대에 증가세가 가파르게 떨어졌는데, 이 시기에 생산가능인구의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노동시간의 감소세가 빨랐던 때문이다. 노동시간의 감소는 80년대 후반의 노동운동과 함께 소득수준의 향상에 따라 여가 수요가 늘어난 데 이유가 있다. 노동 투입의 증가세 급락에 뒤이어 자본투입의 증가세는 2000년대에 급락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이 차입에 의한 과잉투자를 자제하기 시작한 때문으로 추정된다.
향후 노동 투입은 감소세 이어가면서 마이너스 성장기여도 지속할 것
앞으로 성장세의 추가 하락이 예상되는 것은 노동과 자본투입, 생산성 증가세 둔화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과거 성장률 추이를 설명하는 성장회계방법을 미래 기간에 대해서도 적용하여 잠재성장률을 추정해 보았다. <글 말미 주2 참조>
우선 노동 투입의 경우 성장기여도가 지난 2017년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 이어 향후에도 마이너스 기여도를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체 취업자수는 2030년까지는 증가세가 유지되겠지만, 노동시간이 줄어들면서 전체 노동 투입은 감소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취업자수의 경우 2010년대 연평균 1.3%씩 증가하던 것에서 2020년대에는 연평균 0.3%로 증가세가 뚝 떨어질 전망이다. 취업자 증가세가 향후 급격히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은 경제활동의 주축인 25~64세의 생산가능인구가 이미 2017년부터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이와 함께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은 65세 이상의 노령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5~64세의 고용률이 지난 5년간의 추세대로 높아진다면 2018년의 66.6%에서 2030년에는 71.7%까지 높아질 수 있다. 그렇더라도 해당 연령대의 인구 감소로 인해 15~64세의 취업자수는 올해부터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그 마나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65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이 2018년의 31.3%에서 2030년 34.4%로 높아질 경우 노령층의 취업자수 증가가 생산가능인구 연령대의 취업자수 감소를 능가할 전망이다.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 연령대와 65세 이상 노령층의 고용률이 계속 높아진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고용률이 낮은 노령층 인구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는 추세여서 전체 고용률은 2018년의 60.7%에서 2030년 60.3%로 소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5세 이상 인구의 연평균 증가세가 2010~2019년의 +1.0%에서 2020~2029년 +0.3%로 낮아질 전망이어서 전체 고용률이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면 전체 취업자수 증가세는 빠르게 둔화될 수밖에 없다. <글 말미 주3 참조>
근로시간은 90년대 이후 진행되고 있는 감소세가 향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00년 이후의 추세대로라면 2020~2029년 기간 동안에 연평균 -0.7%씩 근로시간 감소가 예상된다. 근로시간은 그 동안 꾸준히 낮아졌지만 여전히 OECD국가 내에서 가장 높은 국가에 속한다. 2017년 기준으로 월평균 근로시간은 167.8시간(5인 이상 사업장)으로 OECD 국가의 145.5시간보다 훨씬 높다. 2030년까지 OECD 평균수준으로 근로시간이 감소한다면 근로시간 감소 폭은 연평균 -1.1%로 높아질 수 있다.
취업자수와 근로시간의 변화를 고려한 노동투입의 성장 기여도는 2010~2019년 +0.4%p에서 2020~2029년에는 –0.3%p로 반전될 전망이다. 근로시간이 2030년까지 OECD 평균수준으로 수렴하는 경우에는 2020~2029년 노동투입 기여도가 -0.5%p로 마이너스 폭이 더 커질 것이다. 2030년 이후에는 노동투입의 마이너스 성장 기여도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것과 함께 2032년부터 15세 이상 인구가 감소세로 전환될 전망이어서 2030년대에는 취업자수 자체가 감소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2020년대 잠재성장율 2% 가까운 수준으로 하락 예상
자본투입 역시 노동투입보다는 덜 하더라도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성장기여도가 줄어들 전망이다. 2000년대 이후 투자 증가율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감가상각을 제외한 투자의 누적치인 자본스톡 역시 증가세가 급속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이어지던 자본스톡 증가세 둔화는 2015~2017년 민간 투자가 회복되면서 반전되었다. 그러나 지난해 설비 및 건설 투자가 마이너스 증가세를 보이면서 자본스톡 증가세는 다시 낮아지는 추세로 복귀했다.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장기 추세대로 자본스톡 증가세가 둔화된다면, 2020~2029년 기간 중 자본스톡의 성장기여도는 +1.0%p로 2010~2019년의 +1.2%p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총요소생산성 증가는 90년대 이후의 완만한 하락 추세가 유지된다면 2010~2019년의 +1.7%p에서 2020~2029년 중 +1.5%p로 소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요인 별 성장기여도를 모두 종합하여 보면, 2010~2019년 연평균 3.3%씩 성장했던 우리경제는 내년부터 10년 동안인 2020~2029년 기간 중에 연평균 잠재성장률이 2% 전후한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2000년대 이후의 노동시간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20~2029년 기간 중 연평균 잠재성장률은 2.2%(또는 근로시간이 2030년까지 OECD 평균으로 하락 시 1.9%)로 예상된다. 5년 단위로 보면, 2020~2014년에는 잠재성장률이 2.3%(또는 2.1%)로 떨어지고 2025~2029년에는 다시 2.0%(또는 1.8%)로 낮아질 전망이다. 이러한 추세가 크게 바뀌지 않는다면 2030년대 잠재성장률은 연평균 1%대 초중반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본고에서 추정된 잠재성장률은 최근 KDI나 한국경제연구원 등에서 추정한 수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KDI는 총요소생산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향후 총요소생산성 추이에 따라 2020년대 잠재성장률이 2%대 초반 또는 1%대 후반까지 떨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본고와 여타 기관들의 추정치를 감안할 때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다음 10년간은 2% 전후한 수준의 저성장세가 불가피해지고 있는 것이다.
다음 (하)편에서는 잠재성장률의 하락을 늦추거나 되돌릴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주1> 성장회계 방법을 이용하여 다음과 같이 각 요인별 성장기여도를 추정한다. 생산함수는 Yt=AtLtαKt(1-α)로 일반적인 Cobb Douglas 생산함수를 상정한다. 여기서 Y는 GDP, L은 노동투입, K는 자본투입, A는 총요소생산성, t는 시간을 나타내며 α는 노동소득분배율이다. 자본소득과 노동소득 분배율의 합은 1이어서 규모의 수확 불변을 가정한 셈이다. 양변에 로그를 취하고 전기와 차감하게 되면 ∆ln(Yt) =∆ln(At) + α·∆ln(Lt) + (1-α)·∆ln(Kt)가 된다. 여기서 ∆는 전기와의 차분을 나타내는 것으로, ∆ln(Yt)의 경우 ln(Yt) - ln(Yt-1)을 의미한다. 성장률은 노동증가의 기여도와 자본증가의 기여도, 그리고 생산성 증가 기여도의 합에 의해 결정된다. 노동, 자본증가의 기여도는 각각의 증가율에 각각의 분배율을 곱하여 추정된다. 생산성 증가는 관찰되지 않는 것이어서 성장률에서 노동과 자본증가의 기여도를 차감한 나머지로 정의될 수 있다. 노동투입은 취업자수와 노동시간의 곱으로 정의하였으며 자본은 한국은행에서 추계하는 실질 순자본 고정자산을 이용했다. 노동소득분배율은 2008~2017년 기간의 연평균 61.8%를 적용했다. 즉 α = 0.618이다.)
<주2> 잠재GDP와 잠재성장률을 추정하는 방법에는 대표적으로 생산함수접근법과 시계열추세 접근법 등이 있다. 생산함수접근법은 GDP를 종속변수로 하고 노동, 자본, 생산성 등의 생산요소를 설명변수로 한 회귀식을 추정한 후 경기변동 요인을 제거한 추세 노동, 자본, 생산성 수준을 구하여 잠재GDP와 잠재성장률을 구하는 것이다. 시계열추세 접근법은 HP 필터링 등을 이용하여 GDP의 추세 부분을 구하여 이를 잠재GDP로 보는 것이다. 생산요인별 잠재GDP 변동을 설명하기 어려운 데다, 시계열의 끝부분에 대한 추정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아 최근 잠재GDP 및 잠재성장률에 관심이 있는 경우에는 활용하기에 부적절한 방법이다. 여기서 구한 잠재성장률은 생산함수 접근법과 기본적으로 동일한 것이다.
<주3> 전체 취업자수는 향후 15세 이상 인구 예상치에 경제활동 참가율 변화 추세를 적용하여 잠재적인 경제활동인구를 구한 후 자연실업률을 추정하여 이용 가능한 잠재 노동력 규모를 추정하는 방법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활동 참가율의 장기 추세와 함께 자연실업률을 추정해야 한다. 여기서는 15세 이상 인구에 장기 고용률 추세를 적용하여 잠재 노동력 규모를 추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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