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완식의 생동하는 문화예술 <2> 이어령 전 장관의 한마디로 사라지고 있는 한국전통문화 > News Insight

I. 문제 제기 – 분재는 일본 전통문화라는 오해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님의 업적을 말하라고 한다면 며칠 밤을 새워도 끝나지 않을 정도로 많다. 필자 또한 한국문화발전에 큰 공을 세우신 장관님을 매우 존경한다. 그런데 이 장관님의 베스트셀러 ‘축소지향의 일본인’의 책에 ‘분재’가 소개되면서 한국의 분재는 불명예를 얻는 오해가 생겼다. 이는 전적으로 일본의 문화를 말씀하신 것으로 생각하는데 분재는 한국, 중국, 일본이 오래전부터 여가문화로 자리 잡고 있어서 일본에 대한 지적으로 국한해야 함에도 동일하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오해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 후 우리나라의 분재 문화는 급격하게 쇠퇴하였다. 

분재는 화분에 식물을 키운다는 말이다. 도자문화가 발달한 중국과 한국은 화분을 만들기 용이하여 분재를 일찍 시작하였다. 

중국은 대략 2000년전에 한국은 1500년 전에 일본은 600년 전에 시작되었다. 분재를 한다는 것은 자연을 감상하고 보살피는 마음이 중요하고 더불어 자연을 자기의 의도로 꾸미는 예술적 행위가 포함되어 예로부터 선비들의 주요 여가생활이었다. 한국의 정원을 휑한 것으로 잘못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집 내부에 자연을 끌어들이지 않고 외부의 열린공간을 모두 정원으로 받아들인다는 말이 많지만, 실상은 외부·내부 모두 감상의 대상이 되었다. 과거의 생활문화가 그려진 그림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하여 많지 남아있지 않지만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김홍도, 신윤복 등의 그림 속에도 분재와 괴석은 자주 등장한다. 현재도 정원에 거대한 괴석, 괴목, 분재를 하는 가정이 많이 있는데 이 형태가 우리 본래의 정원 형태라고 생각된다. 

괴석도. 좌로부터 정선. 최북. 강희안 

우리는 집안에 다양한 화초를 키우고 분재를 하였다는 것이 조선 세조 때 강희안(姜希顔)이 쓴 한국사 최초의 원예서. ‘양화소록’에 잘 나타나 있다. 그렇게 수 백년동안 중국, 한국, 일본은 분재를 하였으나 분재가 일본의 전통문화이고 우리가 그것을 따라 했으며 이어령 전 장관님이 ‘축소지향의 일본인(최초 출판 1982년)’에서 일본의 분재문화는 식물을 괴롭히는 일이다.(축소지향의 일본인 190~191쪽- 여기서 우리는 자연이 축소되면 될수록 그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력, 인위성의 개입이 점점 커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분재는 누가 뭐래도 자연을 전족(纏足)처럼 만든 학대이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것은 전족으로 만든 난쟁이 노예에게 아름다운 춤을 추게 하는 것과 같다…  같은 생명을 가진 자연물이라도 이런 짓을 만약 동물에게 한다면 그 잔인성에 분노를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철사로 묶이고 가위로 잘린 피맺힌 짐승들의 상처를 보고 기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테니까. 축소의 미학에서는 '성장'은 적이다. 성장한다는 것은 확대지향의 세계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나무가 분재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성장이 빠른 나무는 분재의 시민권을 잃게 된다… 그보다도 여기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분석과 분재는 그저 정원을 다시 축소한 것만이 아니라 고착적인 자연물을 가동적(可動的)인 것으로 바꾼 것이기도 하다는 것이다.)라고 한 것을 우리도 식물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으로 오해하기 딱 좋은 환경이 마련되었었다. 그 시작점은 분재의 종주국인 중국에서 시작되었다. ‘공자진(꿍띵안 龔自珍)’(1792-1841)의 ‘병매관기’라는 글에서 유래된다. ‘공자진’은 청나라 후기 저명한 사상가이며 시와 수필이 수 백편에 달하는데 청말기의 정치적 암울한 상황을 묘사한 것이 많다. 병매관기(病梅館記)는 “사람들은 매화는 굽어야 아름다우며 곧은 것은 별로 아름답지 못하다고 한다. 또 기울어진 것을 아름답다고 하면서 바른 것은 볼만한 가치도 없다고 한다. 드문드문 피어난 것은 아름답다고 하면서 빼곡하게 피어난 것은 아름답지 못하다고 한다. 매화를 사랑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자기 취향대로 만들기 위해 억지로 바른 것을 비틀고 잘라서 곁가지를 내고, 빼곡하게 피어난 것을 솎아내며, 어린 가지를 곧게 자라지 못하도록 하여 생기를 없앤다.”​ 그는 그래서 절강의 매화가 모두 병신이 되었다고 한탄했다. 그는 매화의 성장을 속박하는 끈을 풀어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병매관’이라는 집을 짓고 300그루의 매화를 심었다. 병매관의 매화는 자유롭게 자랐다. 이 글을 모택동이 좋아하여 중국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있다. 

병매관기의 글의 파급력은 문화혁명을 거치면서 중국 정원의 풍경을 바꿔 놓았다. 중국에서는 더는 전통 정원을 가꾸기 위한 노력하지 않았고 특히 분재는 거의 사라지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중국의 분재 문화가 쇠퇴하고 있었고 한국은 식생활에 온 신경을 쓰고 있던 개발도상국의 상태여서 분재의 명맥만 이어져 오고 있었으나 일본은 1964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분재(영어로는 bonsai)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기점이 되었으며 1980년대는 경제호황을 누리면서 일본 국민의 60% 이상이 분재를 하게 되었다. 이 시점에 우리나라에서도 전통 분재 문화가 발전하려는 시점이라 볼 수 있다. 경제적 여건이 되면서 분재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찰라 1982년부터 이어령 전 장관님의 글이 동시에 퍼지면서 오해가 생겨나게 되었다. 경제적 여건이 개선 된 우리나라도 분재문화가 다시 부활하려고 하였으나 여러차례 일본 문화의 이해를 위한 ‘축소지향의 일본인’이 언론을 타고나서 분재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인 상황으로 전개되었다. 그럼 분재는 진정 식물을 괴롭히고 전족을 채우는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예전 우리나라 선비들은 식물을 키우는 것에 대하여 돌보고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돌보고 아끼는 것이 무엇이냐면 식물이 야생에서 자라는 것보다 분재로 가꾸게 되면 그 수명이 몇 배가 길어지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이 돌봄이라는 것이 며칠만 관심을 끊어도 식물이 죽게 되므로 항상 마음을 써야 하고 사계가 변하는 동안 자연히 꽃피고 잎이나며 열매가 생기는 변화와 함께 자신이 돌보고 가꾸려는 의지의 방향이 어우러지는가를 따져야한다. 따라서 이 식물을 감상하고 돌보는 것은 선비가 세상과 주변인을 돌보는 덕성을 기르기 위한 정신의 실천이었다. 조선초 금속활자 글자체의 주인공이기도 한 삼절 강의안의 ‘양화소록’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다. “대개 화훼를 재배할 때에는 그저 심지(心志)를 확충하고 덕성(德性)을 함양하고자 할 것이다. 운치와 절조가 없는 것은 굳이 완상할 필요조차 없다. 울타리나 담장 곁에 되는 대로 심어두고 가까이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가까이 하는 것은 열사와 비루한 사내가 한 방에 섞여 있는 것과 같아 품격이 바로 손상된다.” 즉, 식물을 키우는 것은 정신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전통 분재는 일본처럼 철사로 옭아매어 세밀한 디자인을 하는 듯한 외형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분재를 부정적인 문화로 볼 이유가 하나도 없다. 분재는 오래된 전통문화이며 우리의 덕성을 기르고 사회를 아름답게하는 방법이 될 수 있으므로 다시 부활시켜야한다. 중국의 경우도 잊었던 분재문화를 부활시켰다. 

중국이 분재를 부활시킨 동기는 전)인민일보 총편집장 ‘판징이’가 1995년 제주에 있는 ‘생각하는 정원’을 방문하고 나서 분재의 아름다움을 극찬한 글을 썼는데 이를 읽은 장쩌민 국가주석과 후진타오 부주석이 잇달아 방문하여 분재에 대한 생각을 바꿔 놓았다. 분재를 현대 중국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한가정 한 자녀 갖기로 인해 현대 중국사회가 절제심이 없으며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할 줄 모르는 사회분위기를 개선하려는 의도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분재는 자유방임이 아니라 체계적인 관리와 자발적인 통제로 완성되는 과정이 사람의 사회적 성장과 동일시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분재에 관심을 두고 부활을 외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통제력을 잃은 사람들이 흉기를 휘두르거나 묻지마 범죄를 일삼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를 치안력으로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덕성을 키우는 문화의 힘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이다.

본 칼럼은 문화예술분야에서 나타나는 문제의 지적과 해결 방안을 함께 제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어 나름의 해법을 제시해 보려 한다. 

조선의 선비들은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할 때는 치열하게 하고 쉴 때는 ‘와유(누워서 한가롭게 여행을 한다)’를 행했는데 그때 하는 것이 정원에 있는 괴석과 분재를 바라보며 삼림에 은거하지 않고도 집안에서 한가로운 여행을 하며 쉬는 것이다. 우리는 늘 매순간 치열하게 경쟁을 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쉼이 없으면 문제가 생긴다. 집안에서도 와유를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 이를 알리기 위해서는 범 국가적인 캠페인이 필요한데 일본의 예처럼 정원과 분재로 국가브랜드를 강화한 것, 관광 상품(교토의 수많은 정원)으로 발전시킨 것은 매우 긍정적인 방법이다. 우리나라도 정신수양과 관광상품의 개발 두가지를 동시에 획득할 방안을 제시해 본다. 

II. 대안 – 관광 프로그램이 부족한 청와대와 청남대를 한국정원으로 재구성하여 국제적인 관광 상품으로 개발한다.

한국 정원은 특이하게도 실내를 포함한다. 실내를 포함한다는 것은 방 안에도 수석과 분재가 있기 때문이다. 조선 세종, 문종, 세조까지 의관을 지냈던 전순의(산가요록, 식료찬요, 침구택일편집)는 세계최초로 온실을 개발하였다. 세계최초의 온실이 있던 나라여서 겨울에도 야채를 키울 수 있었고 분재를 키움에 탁월하였다. 따라서 실외의 정원에 국한하지 않고 실내의 화분과 수석으로 만들어진 정원, 실외의 고정 된 정원, 담을 넘어 자연에 들어가는 정자까지를 하나의 정원 개념으로 삼아 삶 속에서 자연과 하나 됨을 실천하였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정원에는 화분을 이동하며 연출하는 자연이 있었던 것이다. 마당이 휑한 것은 무대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정신과 방법을 청와대와 청남대에 재구성한다면 국민의 정신문화도 제고하고 분재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으므로 국제적 관광자원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중국과 일본에서는 한국적 분재에 관한 관심이 매우 높다. 

II-1. 고급화 전략 : 청와대와 청남대는 넓은 정원을 이미 확보하고 있으므로 조경수의 재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 

 1. 한국 분재 철학 교육 프로그램 신설 : 분재는 ‘나무를 예쁘게 가꾸었다.’의 외형에 국한하지 않는다. 분재를 하는 사람의 덕성을 키움에 무게 중심이 있으므로 청와대와 청남대에 분재교육프로그램을 만든다면 기존 대통령의 집무실과 별장이라는 신비한 공간을 관람하는 것을 넘어선 한국적 정신문화를 이해하는 특별한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

 2. 분재 전시회 : 국내 분재에 관한 이미지가 손상되면서 분재원은 매년 그 수가 줄어들고 있으나 아직도 오래되고 품격있는 분재는 다행이 많이 있다. 이 분재들을 실내외에 배치하여 관람하게 하는데 일정 면적을 분재원에 제공하여 본인의 분재 중 일부는 상시 전시하고 일부는 교환하는 형식으로 전시회를 진행한다. 전시회에서 수상한 분재원은 일정 기간 분재를 판매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주어 상부상조하는 환경을 만든다. 

 3. 청남대 ‘와유’ 프로그램 신설 : 청남대는 상당히 큰 여유 공간이 많으므로 옛 선비들이 즐겼던 ‘와유’를 재구성 된 한국 정원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한다.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경복궁에 한복 체험하는 것처럼 한복으로 환복하고 선비의 입장이 되어 정원 내의 괴석, 분재 등을 감상하며 지친 삶에 여유를 즐기는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이때 옛 선비의 돌봄 정신을 배우고 체험한다.

 4. 중국어, 일본어 제공 : 프로그램 시작 단계부터 중국과 일본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외국어 지원을 한다.

III. 맺음말

한국의 전통 분재는 매우 소중한 전통문화이다. 날로 각박해지는 현대인의 마음에 쉼도 되고 남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씨를 모든 이가 향유할 수 있게도 한다. 우리 내부에서는 ‘묻지마 범죄’와 ‘흉기난동사건’으로 해외에서는 ‘전쟁과 인종 갈등’으로 마음은 더욱 흉흉해지고 있다. 이런 정신적 황폐해짐에 해소법으로 ‘K-정신문화한류’가 보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정신문화의 확산은 국내적으로는 밝은 사회 분위기를 만들며 국제적으로는 국가의 이미지를 좋게 하는 효과가 형성될 수 있다. 국가 이미지는 외교에서도 경제활동에서도 큰 역할을 하는바 사랑과 평화가 넘치는 국가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국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소중한 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킴에 있어 시점이 중요하다. 그 시점의 절박함은 전통 분재의 권위자들이 연로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고 해외 주요 인사가 한 번씩은 방문한 제주 ‘생각하는 정원’의 성범영 원장님도 1939년 생으로 80이 훌쩍 넘었다. 인간문화재와도 같은 이런 분들이 거동할 수 있을 때 한국전통 정원과 분재의 부활을 꿈꿔야 한다. 중국의 분재가 부활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분재를 통한 정신문화의 부활을 이룩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국가적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본다.

<참고 : 그림과 사진 속에는 선조들이 분재, 괴석을 즐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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