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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사러 갔다 망건 산 기술금융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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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11월25일 19시57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8시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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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사러 갔다 망건 산 기술금융

 

 옛 속담에 “갓 사러 갔다 망건 산다”라는 말이 있다.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양적확대에만 치중한 기술금융을 일컫는 말일 듯하다.  

 2015년 9월 기준 기술신용대출 실적은 약 8만 3천건, 51.5조원으로, 불과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다. 이러한 양적 성장을 자평하며 금융위는 기술금융의 정착화와 질적 성장을 위한 개선안을 내놓았다. 다소 늦었더라도 이제야 갓을 사는구나...라는 기대를 했었다.  

 주요 개선안 내용 중에 기술신용대출 현장의 불편 및 불만을 해소한다는 취지로, 초기기업(업력 7년 이내, 매출액 100억 이하)에 대해서는 7일 이내 기술력평가를 완료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한 평가 접수 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현장실사 실시를 위해 현장실사 매뉴얼도 제공하였다. 그 매뉴얼을 보면 90분 안에 모든 현장실사를 끝마치게 되어 있다. 이 90분 동안에도 대부분의 실사는 회의실에서 이루어지고, 현장 확인에 소요되는 시간은 단 20분이다. 여전히 망건만 사는 듯하다.

 

 기술금융이란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여 미래 성장가능성은 크지만, 현재의 신용도가 낮아 자금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자는 창조경제의 핵심 정책금융이다. 기술금융의 인프라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히 기술금융을 행하다 보니 기술신용평기관의 한정된 기술평가 인력(나이스 32명, 한국기업데이터 112명, 기술보증기금 154명)이 평가해야 하는 평가서의 양은 상당하다. 지난 6월부터 올 6월까지의 분석결과 평가사 1인당 할당된 TCB 평가량은 나이스 448건, 한국기업데이커 313건, 기보 52건이다. 나이스와 한국기업데이터의 경우 1인당 하루 1건 이상의 TCB를 작성한 셈이다. 

 

 정교한 기술력 평가에 의해 기업의 기술신용도를 측정해야만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술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고, 은행의 대출 부실률 또한 최소화 할 수 있다. TCB 평가 항목의 문제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기술력 평가인력조차 부족한 현 상황에서 금융위는 또다시 실적 늘리기에만 급급하여 이러한 부실 TCB 평가를 더욱 촉발하는 시간제한 지침까지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제대로된 기술의 우위성 및 혁신성 평가에는 고도의 분석기술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기술시장의 현황, 경쟁, 법과 규제에 대한 분석 또한 필수적이다. 이러한 분석은 서류에 의해서만 평가될 수 없고 현장 검증 및 사후관리가 필수 불가결하다. 초기기업의 경우 불확실성이 더 크고 기술력 및 기업의 평가 또한 더 어렵다. 제대로 된 평가에 시간이 더 걸려야 하는건 당연하다. 

 

 “갓쓴다고 선비되는건 아니다”라는 속담이 있다. TCB 평가서가 있다고 해서 기술금융은 아니라는 말이다. 제대로 된 기술력평가를 위한 인프라 확립지원책에 정책의 초점이 맞추어 지고, 이러한 인프라 하에서 제대로 된 기술력 평가에 의해 기술금융이 행해 졌을 때, 기술기업의 성공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리고 그 몇몇 성공사례가 시장에 의해 인지되었을 때, 기술금융 시장은 자연히 성장할 것이다. 기술금융을 굳이 은행대출에만 의존할 필요도 없다. 기술기업 지분에 대한 직·간접 투자를 통한 기술기업 지원, 우수기술을 소유한 기업의 부실채권 인수 및 투자를 통한 지원책 등이 기술금융의 활성화 및 장기적 성장에 크게 기여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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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8시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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