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탄소규제 동향과 대응 방향: 온실가스 배출량을 중심으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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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에서 ‘화석연료로부터 의 전환’ 등의 내용을 담은 UAE 컨센선스가 채택되었다. 1992년 리우에서 기후변화협약이 합의 된 이후 역사상 최초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이 합의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문구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개별 국가의 노력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전 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e)’ 문서의 일부분이며, ‘파리협정 당사국들이 질서와 정의, 형평을 고려한 방법으로 에너지 시스템에서 화석연료로부터 전환하기 위해 노력한다1)’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결정은 개별 국가가 주기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점점 더 강화해 나가고 감축 노력을 국제적으로 점검받는 과정을 통해 이행되는 구조이다.
기후변화협약과 파리협정에 따라 모든 당사국은 5년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국가결정기여(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를 제출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도 내년까지 2035년 감축 목표를 국제연합(UN)에 제출하여야 한다. 이때 후퇴금지원칙(No backsliding)에 따라 2035년 감축 목표는 2030년 감축 목표인 ‘2018년 배출량 대비 40퍼센트 감축’보다 감축률을 높여야만 한다. 또한 당사국은 2년마다 제출한 감축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정책별 감축 효과와 상세한 배출량 통계를 포함하여 격년투명성보고서(Biennial Transparency Report)를 작성하여 UN에 제출하여야 한다.
이 외에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공급망 실사뿐 아니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US SEC) 와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상장된 기업에 대한 ESG 공시 등 국제 사회에서 기업과 제품에 대한 배출량 제출 의무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온실가스 배출량과 관련한 국제동향을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방법
그렇다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어떻게 산정할까? 기후변화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과학협의체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어떤 물질이 온실가스인지, 어떻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해야 하는지 지침을 마련해 왔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모든 국가들은 이 지침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고 있다.
지침은 가장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뿐만 아니라 메탄과 아산화질소, 그리고 F가스로 지칭되는 수소불화탄소(HFCs)와 육불화황(SF6), 과불화탄소(PFCs)와 삼불화질소(NF3) 등의 화석연료 사용, 산업 분야 제품 생산 공정 및 생산된 제품 사용 과정, 축산이나 폐기물, 토지 이용 등으로 인한 배출량 산정 방법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으며, 새로운 정보가 축적됨에 따라 더 상세한 수준 의 배출량을 산정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개정되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는 1996년 지침2)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해 왔으나, 파리협정에 따라 올해부터는 2006년 지침3)에 따라 배출량을 산정하여 UN에 제출할 계획이다. 미국, 일본 등과 동일한 지침을 활용하여 배출량을 산정함으로써 국가별 배출량의 비교 분석 및 정확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모두 합하면 구할 수 있으나, 많은 국가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는 데 기술과 역량이 부족하기도 하고, 최종 산정까지 최소 2년에서 4년까지 소요된다. 따라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연료연소를 중심으로 한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유럽의 공동연구센터(JRC)의 모델링을 중심으로 한 배출량을 이용하여 전 세계 배출량을 추정하는 경우가 많다. IEA의 경우 연료연소 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기 때문에 메탄 같은 다른 온실가스를 포함하고 농업 및 폐기물 분야 등을 고려한 배출량까지 산정하는 JRC보다 20~30% 가량 낮게 산정된다. IEA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378억 톤4) 이었으나, JRC 기준으로는 500억 톤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스코프 1, 2, 3, 4)
그렇다면 기업 단위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어떻게 산정할까? 우리나라의 경우 730여 개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참여하고 있으며 매년 3월까지 전년도 배출량을 산정 및 검증받아 결과를 제출한다. 제출 대상은 해당 기업의 사업장에서 화석연료 사용과 산업 공정에서 직접 발생하는 스코프 1과 전력 사용 등으로 발생하는 간접 배출량인 스코프 2 배출량이다. 스코프 1은 IPCC 지침에 따른 산정 방법을 통해 명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 스코프 2는 보통 해당 사업장에서 사용한 전력의 양에 국가 전력 배출계수를 곱하여 산정한다.
스코프 1과 스코프 2는 해당 기업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인 반면, 스코프 3은 기업의 업스트림(up\-stream)과 다운스트림(downstream)에서의 배출량을 포함한다. 기업의 가치사슬에서 원자재와 같이 구매한 제품에서의 배출량을 업스트림이라 하고, 기업이 생산한 제품이 유통, 소비, 폐기되면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다운스트림 배출량이라 한다. 애플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납품 기업을 대상으로 일정 이하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요구하는 것은 애플의 입장에서는 업스트림 배출량을 줄이는 데 필요한 것이며, 제품의 포장을 가볍게 하거나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하는 등의 노력은 다운스트림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스코프 3 배출량은 제품의 생산·소비·폐기의 전 과정을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가 필요하다. 다만, 스코프 3 배출량은 기업이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영역의 배출량이면서 국제적으로 산정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통상 세계자원연구소(WRI)의 온실가스 회계처리 및 보고 기준(GHG 프로 토콜)이나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의 표준프 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자율적으로 산정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글로벌기업 3,423개의 스코프 3 배출량을 합하면 1,341억 톤이나 되는데 이는 스코프 1, 2를 합한 양의 12.4배이며 전 세계 배출량의 약 2.5배에 해당하는 양으로5), 업스트림이나 다운스트림의 배출량이 중복 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최근에는 회피된 배출량(avoided emission)이라고 하는 스코프 4도 논의되고 있다. 스코프 4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한 결과로 감소되는 배출량을 의미하는데, 예를 들어 에 너지효율이 높은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나 화상회의를 통해 자동차 이용을 줄임으로써 감축한 양을 의미한다. 기업 지속가능성보고서 등에 종종 언급되고 있으나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아직 더 필요해 보인다.
탄소집약도(Carbon Intensity)
EU CBAM이 2026년 전면 시행을 앞두며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개념이 제품의 탄소집약도이다. 통상 탄소집약도는 국가 차원의 감축 목표 수립 시 개도국의 목표로 많이 논의되었다. 국가 감축 목표 수립 시 절대량 기준으로 감축 목표를 수립하는 선진국에 반해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배출이 상당 기간 지속되는 개도국의 경우 GDP 단 위 대비 온실가스 배출 정도를 나타내는 국가 차원의 탄소집약도를 점진적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설정해 왔다.
최근의 탄소집약도 논의는 거래되는 상품 또는 재화를 기준으로 한다. 이는 CBAM이 어떤 상품이 EU 역내로 수입될 때 제품 단위에서 배출된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고, 해당 탄소 배출량에 대해 지불된 탄소가격을 계산한 후 EU 국가의 제품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에 대해 지불된 탄소가격(탄소세) 과의 차이만큼 상계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품별 탄소 배출량(embedded car\-bon)을 다르게 표현하면 탄소집약도이며, 탄소집약도가 높은 제품이 더 많은 탄소가격 또는 국경 조정세를 부과받게 되는 구조이다. EU CBAM의 대상 품목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석유화학제품, 수소, 전기이며, 특히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자세한 이행규칙을 우선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제품별 탄소 배출량을 산정하는 방법이 국제적으로 합의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EU CBAM에서 제시하고 있는 방법 또한 상대 국가들과 협의하여 만들어지거나 국제적으로 확립된 기준이 아니어서 제도가 발전됨에 따라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제품별 탄소 배출량을 제품 생산 공정의 직접 배출(스코프 1)과 간접 배출(스코프 2),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물질인 전구물질 배출량(upstream 스코프 3)을 포함하고 있으나, 스코프 3은 지정된 경우에 한정하도록 하고 있어 대상 제품별로 달리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표 1> 탄소집약도 지표의 주요 사용 사례 6)
지난해 출범한 OECD의 탄소감축포럼(IFC-MA)에서는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정책에 대한 모델 링을 통해 감축잠재량의 상호비교와 함께 제품별 탄소집약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였다.
IFCMA는 2024년 말까지 탄소집약도 지표의 계산 방법, 탄소 배출 데이터 수집·검증·공유와 관련한 이슈를 담은 탄소집약도 작업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올해 2월 먼저 탄소집약도와 관련한 이슈들을 정리한 스코핑노트를 공식 OECD보고서로 발간7)하였다. 보고서에서는 탄소집약도가 배출량이 많고 국제교역이 큰 산업의 탄소 누출(Carbon Leakage)을 막고 저탄소 제품으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OECD보고서는 먼저 사업장별 탄소집약도를 계산하기 위해 사업장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에 따른 에너지 및 공정상의 배출량을 산정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또한 개도국이나 배출량을 제출하지 않는 국가의 사업장별 배출량을 확인하기 위해 서 위성이나 측정 기반의 새로운 방법을 사용하는 방법도 제시한다.
제품별 탄소집약도 산정과 관련해서는 산정의 범위 및 경계(scope and boundaries)와 관련한 쟁점들을 소개한다. 특히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통해 개발되고 있는 탄소집약도 산정 방법들로 인해 기업의 보고 부담뿐 아니라 가치사슬의 분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우선 스코프 3을 산정하는 경우 전 과정 평가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지 귀속성 산정방법(attributional) 과 시계열 산정방법(consequential)의 장단점을 비교한다. 다운스트림인 유통·사용·폐기 과정까지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불구하고 이 경우 가정이 지나치게 사용될 수밖에 없어 EU CBAM 및 국내 탄소가격 책정 시 통상 요람에서 문까지 (cradle to gate), 즉 업스트림 스코프 3, 스코프 1, 스코프 2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또한 탄소집약도의 범위와 관련하여 시간 및 기능 범위 또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전기 투입량의 탄소집약도는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기상 조건과 시설의 사용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가뭄으로 수력발전이 제한된 해의 전기투입 탄소집약도는 평년보다 높을 것이다. 또한 신고 단위당 탄소 배출량이 높더라도 내구성이 높아 수명 주기가 긴 제품의 경우 기능 범위의 탄소집약도를 고려하여 재료집약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IFCMA에는 환경부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한국환경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이 참여하 고 있으며,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 하여 올해 논의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향후 대응 방향
COP28에서 합의된 결정 사항에 대한 개별 국가의 이행 상황은 2024년부터 2년마다 제출하는 격년 투명성 보고서와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하는 모니터링을 통해 점검될 예정이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환경부 소속기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국가 단위, 지역 단위로 산정하는 인벤토리 업무를 수행함과 동시에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을 기술적으로 지원하고 격년 투명성 보고서 작성, 개도국 인벤토리 교육 등 국제협력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올해는 새로운 산정 지침(2006년 지침)에 따른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을 비롯하여 그간의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담은 격년투명성보고서를 제출하고,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초안을 수립하는 중요한 해이다. 파리협정은 당사국이 자국 여건을 고려해서 감축 목표를 스스로 규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주기적인 목표 상향과 온실가스 배출량 및 감축량 산정을 통해 이행을 관리한다. 이와 동시에 눈앞으로 성큼 다가온 EU CBAM의 시행을 비롯한 탄소규제의 무역장벽화는 국가와 기업 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가속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탄탄한 데이터와 과학적 모델링을 기반으로 한 2035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수립과 이에 따른 부문별 감축 수단의 이행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과학적 온실가스 목표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은 결국 우리나라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탄소집약도를 낮추는 효과로 작용하게 되어 국제적 탄소규제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KI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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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ransitioning away from fossil fuels in energy systems, in a just, orderly and equitable manner, accelerating action in this critical decade, so as to achieve net zero by 2050 in keeping with the science.
2), 3) IPCC(1996), (2006) Revised 1996(2006) IPCC Guidelines for National Greenhouse Gas Inventories,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In\-ternational Energy Agency, Japan.
4) IEA(2024. 3), CO2 emissions in 2023.
5) 한국위원회(2023),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the Carbon Disclo\-sure Project
6), 7) IFCMA Secretariat(2024. 2), Towards more accurate, timely, and granular product-level carbon intensity metrics: A scoping note.
<ifsPOST>
※ 이 글은 산업연구원(KIET)이 발간한 [월간 KIET 산업경제 3월호] '정책과 이슈'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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