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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이후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과 과제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5월08일 13시15분
  • 최종수정 2024년05월08일 13시12분

작성자

  • 김형준
  • 배제대학교 인문사회대학 석좌교수(정치학),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메타정보

  • 2

본문

Ⅰ. 4·10 총선에 대한 심층 분석


1. 승패 요인 분석

 

4·10 총선에서 여당이 역대급 참패를 당했다. 국민의힘과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108석(지역구 90석·비례대표 18석)을 얻는 데 그쳤다. 반면, 야권은 200석에 육박하는 압승을 거뒀다. 더불어민주당(161석)이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14석)과 함께 175석을 차지하며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검찰 정권 타도'를 외친 조국혁신당 12석, 작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한 이준석 전 대표가 창당한 개혁신당 3석, 진보당 1석, 새로운미래 1석을 얻었다. 윤석열 정부는 야당 협조 없이는 국정과제 입법과 예산, 인사권 행사 등에서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게 됐다.

정치권에선 여당 참패의 근본 원인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의 리더십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이 왜 참패했는지는 보다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이런 분석을 통해 향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여당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고찰해 볼 수 있다. <아래 그림>은 한국 총선에서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간의 관계를 모형화한 것이다.

 

                          <한국 총선 분석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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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석 모형에 따라 여당 참패 요인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 

(1) 불리한 선거 구도로 전환

 

선거는 구도다. 지난해 12월 26일 한동훈 비대위원장 출범 이후 선거구조가 기존의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에서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로 전환되면서 국민의힘에 유리한 여론이 형성되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확인되었듯이, 국민의힘 지지도(40%)가 민주당(33%)보다 크게 앞섰다. 올해 2월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 이슈를 들고나오면서 선거 구도가 ‘윤석열 대 이재명’으로 다시 전환되면서 ‘한동훈의 시간’은 사라지고 정권심판론이 재점화되었다. 여기에 “3년은 길다”며 등장한 조국혁신당이 정권심판론을 뜨겁게 달구었다.

 

(2) 선거연합의 해체

 

지난 대선에서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갈구한 국민의 열망이 윤석열 후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문재인 정권의 좌파 포퓰리즘에 비판적인 보수와 청년 세대가 앞장서고 중도층과 합리적 진보가 동참한 최대 정치 연합이 만들어져 승리했다. 대선 승리 후 윤석열 대통령은 이준석 전 대표를 "내부 총질을 한다"고 몰아냈고, 지난 대선에서 공동정부를 만들자고 했던 안철수 의원을 "국정 운영의 훼방꾼"으로 공격했다. 지난해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하려고 했던 나경원 전 대표는 대통령실과 친윤 세력의 압박으로 중도 포기 했다. 이 모든 행위는 대선 승리를 이끈 선거연합을 스스로 해체한 것과 같다. 

집권 2년 만에 선거연합 해체로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을 찍은 2030 세대와 중도층의 이탈을 가져왔다. 결과적으로 중도-진보‘ 연합과 ’2030 세대와 4050 세대의 연대‘가 뚜렷해졌다. 이를 두고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는 “자기가 앉은 의자 다리를 스스로 톱으로 자른 격”이라고 평가했다. 여하튼 집권당의 가장 중요한 패인은 ‘선거연합의 해체’를 통해 지지 기반을 축소하는 최악의 수를 뒀다는 것에 있다.

 

(3) 이슈 프레임 선점 실패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프레임(frame)을 '특정한 언어와 연결되어 연상 되는 사고의 체계'라고 정의했다. 그는 “전략적으로 짜인 틀을 제시해 대중의 사고 틀을 먼저 규정하는 쪽이 정치적으로 승리하며, 이 제시된 틀을 반박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해당 프레임을 강화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은 '거대 야당 심판'과 '이·조 심판론'을 제기했지만 패착이었다. 오세훈 시장이 "정권 중반에 치러지는 선거에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는 것은 피했어야 하는 전략"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집권당은 야당 심판론보다 '경제살리기 프레임'을 들고 나왔어야 했다. 야당의 입법 독재와 발목잡기로 경제가 추락하고 있기 때문에 집권당이 국회에서 과반을 차지하면 경제살리기 입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민생과 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을 국민에게 호소했어야 했다. 선거에서 여당의 최대 프리미엄은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책 이슈를 선점하고 주도하는 것인데 이를 등한시한 채 야당 심판론에 치중하면서 경쟁력을 갖지 못했다.

 

(4) 비관적인 민생 경제 전망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Economy, Stupid!!)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제적 쟁점이 유권자의 투표 선택에 현저한 영향을 미친다.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의 경제 성적표를 보면 초라하다. 경제 성장률은 2022년 4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이어 작년 1·2분기에도 0%대 저성장을 이어가면서 연간 성장률이 25년 만에 일본에 뒤졌다. 또 저성장과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이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줄어들었다. 

정부가 자신의 주머니를 두텁게 해주면 지지하고 그렇지 않으면 응징한다. 이른바 ‘포켓 밸류(pocket value) 투표의 관점에서 보면 여당이 불리할 수 밖에 없었다. 국민들의 향후 경기와 살림살이에 대한 전망도 비관적이었다. 한국갤럽이 3월 3주(19~21일) 조사에서 향후 1년간 우리나라 경기 전망을 물은 결과, '나빠질 것'(48%)이라는 전망이 '좋아질 것'(19%)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향후 1년간 살림살이에 대해서도 '나빠질 것'(29%)이 좋아질 것(19%)보다 10%p 높게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 내내 '정권심판론'이 '정권안정론'보다 훨씬 높았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제시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참패 요인이다. 실제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 으로  '물가 등 민생 현안'(30%)을 1순위로 꼽았다. 그 다음으로 정부 여당 심판(20%)이 차지했다. 선거에서 '구도, 연대, 이슈, 경제'를 총괄하는 것이 전략이다. 그런데 최선은 다했지만 정치 경험이 부족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미숙한 선거 전략과 윤석열 대통령의 오만과 내로남불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혐오가 결합되어 국민의힘은 참패를 당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2년 동안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인 '공정과 상식, 자유와 연대'의 파괴가 젊은 세대와 중산층의 ’윤석열 응징 투표‘로 연결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총선 참패의 책임을 묻는다면 '윤칠한삼'(윤석열 70%, 한동훈 30%)이 될 수 있다.

 

2. 4·10 총선의 세 가지 정치적 함의


(1) ‘극단적 이중 권력’의 시대 도래

 

집권 2년도 안 된 여당이 중간 평가 성격의 총선에서 '개헌 저지선 붕괴'라는 최악의 결과는 면했지만 이렇게 굴욕적인 참패를 당한 적은 없었다. 1996년 총선에서 집권당인 신한국당은 과반 확보에 실패했지만 제1당(139석)을 차지했다. 2000년 총선에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115석)은 제2당이 되었지만 야당인 한나라당과의 의석 차이는 18석에 불과했다. 2016년 총선에서도 새누리당(122석)은 제2당으로 패배했지만 민주당과의 차이는 단 한 석이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선거 다음 날 기자회견을 통해 "민심은 언제나 옳다.국민의 선택을 받기에 부족했던 우리 당을 대표해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더불어 "국민의 뜻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저부터 깊이 반성한다"며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기록적인 압승으로 한 국가 안에서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이 국가 통치권을 두고 극렬한 싸움을 벌이는 ‘극단적 이중 권력’의 시대가 도래했다.

 

(2) ‘초 분점정부’(Super Divided Government)‘ 도래

 

윤석열 대통령의 행정 권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법 권력이 무한 대치하는 ‘초분점 정부’가 도래했다. 정부 여당의 모든 정책을 거부하는 거야(巨野)의 비토크라시(Vetocracy· 파당정치)로 윤석열 정부는 식물 정권으로 전락할 위기에 봉착했다. 야권은 국회에서 180석 이상을 차지했기 때문에 국회 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야권은 패스트트랙을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어 모든 법률안을 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해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게 됐다. 프랑스 같으면 대통령이 의회 다수당 출신의 인사를 총리로 기용하는 ‘동거 정부’가 등장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이는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새로운 통치 모형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3) 보수 정당의 비주류 전락

 

대한민국 보수 정당은 2016년 20대(새누리당), 2020년 21대(미래통합당), 2024년 22대(국민의힘) 등 3연속으로 총선에서 패했다. 이제 대한민국 정치의 주류는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 정당이다. 이번 총선에서 범야권이 192석을 획득한 것이 이를 상징한다. 특히 정치의 중심이 되는 수도권 총선에서 보수 정당은 궤멸적인 패배를 연속으로 당했다. 보수 정당은 수도권에서 2016년 총선 28.7%(35석), 2020년 총선 13.2%(16석), 2024년안 당명이 계속 바뀐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당명으로 세 번 연속 승리했다. 오랫동안 한국 정치의 기본 지형은 ‘보수정당(주류) 대 반(反)보수정당(비주류)’ 구도였다. 그런데, 최근 세 번의 총선을 통해 보수 정당이 비주류로 전락하면서 ‘민주당 대 반민주당’ 시대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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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윤석열 정부 국정 운영의 방향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겠다"고 강조했다. 취임사 맨 끝에서는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재차 강조했다. 집권 2년을 맞이한 시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은 도전받고 있다. 심지어 총선에선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4월 1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4·10 총선 결과에 대한 입장과 향후 국정 쇄신 방향에 대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난 2년 동안, 국민만 바라보며 국익을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다”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는 모자랐다.”고 밝혔다.윤 대통령은 "부동산, 주식, 수출 등 경제 정책에 대해서도 방향은 옳았으나 국민이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며 보완해야 될 부분이 많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메시지는 반성과 성찰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다른 면에선 ‘정부가 무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무능 선언'과도 같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은 옳은 것인가? 여론은 부정적이다. 5월1주(4월29일-5월1일) 전국지표조사(NES)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성에 대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29%, '잘 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60%로 나타났다. 7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부정 평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에 전임 문재인 정부와는 달리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복원, 법치주의 확립을 최고의 국정 기조로 삼았다. 국정 운영의 내용과 구성 체계를 놓고서도 대대적인 ‘거버넌스 시프트’(governance shift)를 추진했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4개 원칙은 ‘공정과 상식’ ‘자유와 연대’ ‘규제 개혁(이권 카르텔 척결), 동맹 강화’로 집약된다. 그런데 집권 2년 동안 이런 구상과 원칙은 변질되어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치고 ‘윤석열다움’을 잃어버리면서 지지율 하락으로 연결되었다. 이런 변화의 가장 큰 요인은 국정 운영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인지구조(cognitive structure)에서 비롯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2년 동안 보여준 국정 운영의 행태를 통해 대통령의 인식 체계를 분석해 보면 몇 가지 특징적인 면이 추론된다.

첫째, 성공에 대한 확신이다. 윤 대통령은 정치 입문 9개월 만에 정권을 차지했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최종 승리할 수 있다는 신념이 강한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본인은 항상 옳고 모든 것을 자신의 판단대로 처리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렇다 보니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소통하면서 지혜를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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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정치에 대한 불신이다. 기존 정치인에 대해서도 존중하기보다는 무시하고 혐오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따라서, 정치로 풀어야 할 것을 정치로 풀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 이후 집권 2년 만에 처음으로 야당 대표와 단독 회동을 했다. 그 이유는 대통령이 범죄 혐의자와 만나면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정치와 수사는 다른 것이다. 대통령은 언제든지 야당 대표와 만나 대화하고 국정을 논의할 수 있어야 협치가 가능하다. 

 

셋째, 방향만 옳으면 방식은 다소 투박하고 서툴러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윤 대통령 국정 운영 방향 자체에 동감하는 국민은 많다. 한미 동맹 강화와 한일 관계 개선, 노동·교육·의료 개혁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가야 할 길이다. 그러나 방향과 방식이 조화를 이뤄내야 기대하는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방향과 방식의 부조화 는 결국 정책 실패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진보 성향의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도 존재했다. 어찌 보면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숙명적 한계인지 모른다. 

 

넷째, 전임 대통령들이 못하는 것을 자신만이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강한 것 같다. 2022년 12월 정부는 화물연대본부 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노조와 타협은 없다는 자세를 고수했다. 윤 대통령은 직접 업무개시명령 추가 발동을 거론하며 노조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노조에 강경한 자세를 보이면서 당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반등했다. 다만 대통령의 원칙 대응 주문에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나 고용노동부가 협상에 나설 카드가 마땅치 않았다. 의대 증원에 대한 이슈도 비슷했다. 윤 대통령이 의대 2,000명 증원이라는 타협 없는 강경 기조를 제시하자 주무부처인 교육부와 복지부가 나서지 못하고 있다. 

 

다섯째, 집권당은 정부의 통치 수단이라는 믿음이다. 친윤계 핵심 장제원 의원은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이는 윤 대통령의 생각을 대신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되어 여론조사를 없애고, ‘100% 당원투표’로 당대표를 뽑도록 경선 룰을 바꾸었다. 당시 유승민 전 의원은 “당을 100% 장악해 1년밖에 안 남은 총선에서 윤석열의 사람을 심기 위한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언제 이렇게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비슷하게 찍소리도 못하는 정당이 됐느냐. 정말 한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윤심을 등에 업은 김기현 대표 체제가 출범했고, 국민의힘은 ‘친윤 영남당’으로 전환됐다. 이후 청와대의 집권당에 대한 수직 통치는 일상화됐다. 

 

 윤 대통령의 독특한 인식 체계는 많은 장점과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으로 국정 운영의 방향이 크게 흔들렸다. 이렇다 보니 한국갤럽 조사 결과, 취임 2달 만에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는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높은 데드크로스가 발생했고, 그 이후 지지도가 30%대에 고착화되면서 이런 추세는 단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향후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의 핵심은 국정 기조를 흔들림 없이 지키고, 지난 대선때 형성된 중도·보수 동맹의 선거연합을 복원하며, 시장주의·법치주의·동맹강화·실용주의의 통치 철학을 더욱 공고히 하고, 사회적 약자와의 동행을 기반으로 하는 ‘따뜻한 보수’의 길을 가야 할 것이다.

 

Ⅲ. 국정 운영의 과제

 

1. 윤석열 대통령 인식의 대전환

 

<아래 그림>은 정책 결정 과정을 설명하는 다중 인과적 모델이다. 신념과 동기와 같은 정책결정자 개인의 특성은 상황 정의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의사 결정 스타일을 통해 의사 결정 구조와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도자의 의사결정 스타일은 곧 정치적 스타일로서 그가 선호하는 의사결정 단위, 새로운 정보에 대한 개방성, 정보처리방식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정책결정자 개인의 특성은 선호를 형성하면서 정책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책에서 정부가 취하는 전략과 정책이 수립되고 수행되는 스타일에 영향을 미친다. 위에서 언급한 윤 대통령 인식 체계의 대전환이 없으면 향후 국정 운영은 전혀 변화되지 않을 것이다.

 

    <그림> 정책 결정 과정을 설명하는 다중 인과적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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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치에 기반을 둔 리더십 발휘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 해리 크레이머(Harry Kraemer) 교수(2011)는 경영에서 가치 기반의 리더십을 강조한다.1) 그에 따르면, 가치를 기반에 두는 리더는 자신의 개인적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헌신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자신과 교류하는 사람들이 자신과 조직의 가치에 부합하는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영향을 준다. 크레이머 교수는 리더가 가치를 존중하는 선택을 하도록 안내하는 가치기반 리더십의 4대 원칙으로 자기성찰, 균형, 진정한 자신감, 진정한 겸손을 제시했다. 그는 이 원칙들은 상호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서로를 지탱하고, 이런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 가치를 기반에 두는 리더십의 탄탄한 토대가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의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에 기반하고 위에 제시한 원칙들을 지켜나갈 때 ‘통치 스타일’과 ‘일하는 방식'에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3. 새로운 국정 비전 제시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미국 국민과 언론, 학계에서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는 장관에게 대부분의 권한을 위임했지만 당시 ‘악의 축’이라 불렀던 구(舊) 소련을 군비 경쟁을 통해 붕괴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 체제’(Missile Defense System) 구축,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감세 정책’(Tax-Cut),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의 노동자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노동의 유연화’ 등의 세 가지 과제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접 챙겼다. 윤 대통령도 레이건 대통령을 벤치마킹해서 국민이 기억할 만한, 그리하여 희망을 갖고 따라갈 만한 비전을 새롭게 제시해야 한다. 가령, ▲규제 혁신 ▲노동의 유연성 ▲법치 확립 ▲새로운 산업 정책 추진 ▲안보 강화를 최고의 대통령 과제로 선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공정과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등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 목표가 정책과의 시너지를 통해 생명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4.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 정책 성과 제시

 

한국 정치에서 집권 3년차 증후군의 특징은 권력형 게이트가 터지고, 집권층 내에서의 내부 분열로 당·청간 불협화음이 나타난다. 인사· 정책 실패로 민심이 이반되고 공직 기강 해이가 심해지며 개혁의 속도는 더뎌지고 개혁 피로감이 쌓인다. 이로 인한 대통령 지지도 하락과 선거 참패라는 공통의 과정을 밟았다. 

 

기록적인 총선 참패로 윤석열 정부의 집권 3년 차 통치환경은 역대 최악이다. 윤 대통령이 역대 정권이 겪었던 ‘집권 3년차 증후군’에서 벗어나기가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 집권 3년 차에 국민이 체감할 만한 성과가 없다면 레임덕이나 국정 혼란이 우려된다. 민생 경제와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경제 정책, 이른바 ‘윤 노믹스’가  절실하다. 윤석열 정부 5년간의 장·단기 경제정책 밑그림이 작년 6월 16일 발표됐다. 한마디로 경제 운용의 주축을 정부주도에서 민간·시장주도로 바꾸고, 규제도 대폭 없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복합 위기에 맞서 우리 경제의 체질을 확 바꿔야 한다”며 민간 주도 성장과 규제 개혁의 두 축으로 위기 돌파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30일 글로벌 창업대국이 되기 위한 정부 합동 스타트업 코리아 비전 및 추진전략을 토론하고, 민·관 합동으로 벤처·스타트업 성장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청와대 영빈관에서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회의에 참석했다. 여기서 윤 대통령은 “민간이 투자를 주도해 스스로 생태계를 키우고, 정부는 민간 모펀드에 대한 일정한 출자와 세제지원을 확대해야한다”며 “딥테크와 같은 전략 분야는 대기업 금융권 등과 함께 2조원 규모의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를 결성해서 정부가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언급한 NBS조사에서 현재의 물가 수준에 대해 91%가 ‘부담이 된다'('매우 부담이 된다' 45% + '부담이 되는 편이다' 46%)고 응답했다. 향후 1년 이내 취업 시장 상황이 ‘좋아질 것이다(11%)보다 ‘어려워질 것이다(49%)이라는 응답이 4배 이상 많았다. 정부는 윤 노믹스와 같은 새로운 민생 경제 정책을 통해 국민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지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과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5. 소통과 협치 강화

 

총선 패배 후 윤 대통령이 새로운 정치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고 민생을 살리려고 한다면 집권 2년 동안 추진했던 핵심 과제와 행동에 대해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 지 냉정하게 성찰해야 할 것이다. 윤 정부는 핵심적인 국정 과제로 노동·연금·교육·규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서라도 개혁 과제에 성과를 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총 8번의 영수 회담을 가졌다. 김대중(DJ) 정부 집권 2년 직후 실시된 2000년 4월 총선에서 패배하자 나흘 만에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DJ는 “총선 민의는 어느 쪽도 승자로 만들지 않고 여야가 협력해 정치를 안정시키라는 준엄한 명령”이라며 “앞으로 협력관계, 남북관계 등 중요한 국사를 협의하기 위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가까운 시일 안에 여야 영수회담을 갖기로 제안한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영수 회담을 제안했다는 것이 파격이고 감동이었다. 특히 2000년 6월 의약 분업 시행안 보완 시기를 놓고 여야 정치권의 논란이 벌어졌을 때 이회창 총재의 요청으로 김대중 대통령과 긴급 영수 회담이 이뤄졌다. 두 정상은 회담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약사법을 개정하기로 합의해 의료계의 파업 사태를 진정시켰다. 

 

윤 대통령의 향후 최대 과제는 국정운영 방식의 전환을 통한 소통과 포용의 리더십을 펼치는 것이다. 국민과의 소통, 야당과의 소통, 언론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 받는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집무 시간 70%를 야당 인사와 만나 협조를 구했고, 오바마 전대통령은 한 달에 1.7회씩 언론과의 만남을 가졌다. 거대 야당과의 소통을 위해 윤 대통령과 야당 대표와의 회동 정례화를 적극 검토하고, 야당이 동의하는 ‘정무형 국무총리’를 뽑아 정책 협치의 물꼬를 터야 한다.

 

Ⅳ. 결론: 보수의 노무현은 누가 될까?

 

향후 윤석열 정부와 한국 보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아래 <표>는 역대 정권에서 집권당이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사례를 분석한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보수 세력은 세번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노태우, 김영삼, 박근혜). 모두 여대야소 상황에서 이룩한 것이다. 윤 정부는 이번 총선에서 기록적인 참패를 당했기 때문에 상황이 녹록치않다. 이런 상황에서 윤 정부는 2002년 대선을 벤치마킹해야 할지 모른다. 당시 김대중 정부의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은 2000년 4월 총선에서 제2당(115석)으로 전락했고, 2002년 지방선거와 2002년 8·8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도 완패했다. 하지만 국민참여 경선에서 노무현 돌풍을 일으키고 대선 막판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를 통해 정권재창출에 성공했다. 2002년 대선 당시 국회는 한나라당 출신 박관용 의장 체제였고, 재출마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여의도 대통령’이라고 불릴 만큼 막강한 힘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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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이회창 대세론’이 압도했다. 그러나 2000년 총선에서 승리한 야당 한나라당은 2년 후 대선에서 패배했고, 노무현 정부가 탄생했다. 이것은 현재 총선 승리에 도취된 민주당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칫 잘못하면 이재명은 이회창의 길을 걸을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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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지난 5월7일 마포 가든호텔에서 열린 양지경제연구회 5월 토론회에서 발표된 것이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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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5월08일 13시15분
  • 최종수정 2024년05월08일 13시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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