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채무상한 적용 잠정 유예에 ‘원칙적’ 합의, 여야 모두에 불씨는 남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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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 정부의 채무 상한 인상 여부를 놓고 민주당 소속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Kevin McCarthy) 하원의장을 중심으로 한 공화당 측이 국채 디폴트 시한을 며칠 앞두고 벼랑 끝 협상을 벌인 끝에 채무 상한 적용을 향후 2년 간 유예하는 방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매카시 하원의장이 현지시간 27일, 바이든 대통령과 전화 협상을 마치고 밝힌 것으로 만일 동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일단 미 사상 초유의 사태가 될 수 있었던 국채 “상환 불능’ 위기는 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랜 동안 교착 상태였던 채무 상한 협상의 막판 담판에서 양측이 고통 분담을 찾아 합의에 도달하기는 했으나, 내용적으로는 양보를 둘러싸고 각 당 내부에 논란이 불거질 불씨를 안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과연 의회 표결 과정이 정부 금고가 바닥나는 시점인 ‘6월 초’ 이전에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합의안에 따른 입법안은 의회 양원의 논의와 함께 31일 하원에서 표결에 붙여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협상 과정은 이미 글로벌 금융 시장 및 미국 외교 관계에 상당한 혼란을 불러오고 있고, 미국의 국가 통치 기능에 상당한 의문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형 신용등급회사 Fitch사는 24일, 미국 신용등급을 종전의 AAA 등급을 유지하면서도 감시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했다. 아래에, 지난 주말에 이뤄진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하원의장 간의 ‘잠정적’ 합의 내용과 이와 관련한 향후 전망 등을 미국 내외 미디어들의 분석 보도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한다.
■ “바이든 대통령 · 매카시 하원의장, 채무상한 적용 유예에 합의”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매카시 하원의장이 연방 정부 채무의 법정 상한 인상(사실은 잠정적인 적용 유예)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은 지난 토요일 양측이 전화 협상에서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진다. CNN 방송은 양측은, 하원은 공화당이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를 장악하고 있는 각 진영에서 자신들의 동료들을 상대로 합의 사항을 설득해야 하는 ‘지난한 과제(tall task)’가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하원의장 간의 합의 내용은 옐런(Janet Yellen) 재무장관이 연방 정부가 더 이상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소진하는 날짜로 제시한 6월 5일 이전에 법안으로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만일, 의회가 ‘X-Date’로 알려진 이날 이전에 성공적으로 가결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해 법률로 정식 성립되면 백악관 및 하원 공화당은 미국은 물론 전세계 경제의 전례 없는 위기를 피하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경기후퇴 및 수백만명 일자리 상실을 가져올 수 있었던 파멸적인 디폴트를 회피할 수 있어서 전 미국인들에 낭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합의는 민주당의 핵심적 우선 정책 과제와 기본 입법 노선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합의는 상호 타협을 이룬 것이고,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지난 몇 주일 동안의 협상 끝에 원칙적으로(‘in principle’) 합의를 이뤘다. 아직도 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으나, 이번 합의는 원칙적인 것이고 국민들에 가치가 있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하원 공화당 지도부는 합의 직후 소속 의원들에게 협상 상황을 브리핑했고, 각 의원들은 밤새 동 합의문을 검토하고 이 내용이 잠정 합의 내용과 제대로 일치하는지 여부를 판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 브리핑 과정에서 일부 극단적인 보수 성향의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즉각적인 불평을 들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핵심 합의 내용; 채무상한 적용 2년 유예, 非국방 예산 동결 억제”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하원의장이 ‘원칙적으로’ 합의한 핵심 내용은, 향후 2년 간 채무 상한 적용을 유예하는 대신에 2024 회계연도 비국방비(non-defense) 예산을 현 회계연도 수준으로 동결하고, 2025 회계연도에는 1%만 인상하는 것이 골자다. 또한, 백악관은 하원 공화당 측에 식품 쿠폰(food stamps) 수혜자들에 근로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을 양보한 것이다. 현행 근로 요건(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 대상 연령 상한 49세를 단계적으로 54세로 상향하고, 2030년에는 퇴역 군인 및 무주택자(homeless) 등을 제외하고 철폐하는 것에 합의했다.
<바이든 · 매카시 채무상한 협상 합의 주요 내용>
▷ 채무 상한 적용 ‘유예(suspension)’; 재무부에, 2025년 1월 의회 승인으로 채무 상한이 인상되기 전까지, 제한없이 차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그 동안은 채무 상한 적용을 유예. 바이든 대통령 및 민주당이 내년 재선을 앞두고 또 다시 채무 상한 인상 투쟁을 벌일 필요가 없어진 점에서 이득을 챙긴 것
▷ 재량적 지출 억제; 재량적 지출(discretionary spending) 예산에 상한을 설정, 단, 의무적 지출 항목인 건강보험(Medicaid) 및 사회보장(Social Security) 지출은 대상에서 제외. 이번 합의에 따라 2024 회계연도의 총 재량적 지출 예산 상한은 8860억달러, 비국방비 재량적 지출은 7040억달러, 2025 회계연도 상한은 각각 8950억달러, 7110억달러로 제한. 국방비 예산은 바이든 정권의 요구대로 내년에 3.3% 인상에 합의, 공화당 매파들의 국방비 대폭 증액 요구에 미흡
▷ 식품 쿠폰(food stamps) 수혜자 근로 요건 강화; SNAP(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 수혜자들에게 근로 조건 요구 연령 상한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궁극적으로 현행 49세에서 54세로 인상. 현금 지원과 관련한 근로 요건도 강화. 퇴역 군인 및 무주택자(homeless) 등 취약 계층에는 적용 배제. 이번에 강화되는 근로 요건은 2030년에 의회 승인 없이 철폐할 것에도 합의
이 밖에도, 국가환경정책법(National Environment Policy Act)에 대한 미세한 수정, 국세청(IRS) 예산 증액 억제, Mountain Valley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예산도 합의
■ “바이든 · 매카시, 자당 의원들 설득 나서, 강경파들의 반대 분출”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매카시 하원의장은 자신들은 의회에서 이번 합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충분한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들은 이미 각 당의 영향력 있는 온건 실용 성향의 동료 의원들로부터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민주당 진영에서는 백악관 각료들을 중심으로 월요일 아침까지 이미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60명 이상과 통화하고 이번 합의안에 찬성할 것을 설득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하원의장은 다가오는 정부 디폴트 사태를 피하기 위해 자신들이 ‘원칙적으로’ 합의한 내용대로 의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자기 진영의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에 나서고 있으나, 환경 보호주의자들 및 대폭적인 국방력 증강을 요구하는 매파 성향의 보수 강경파들은 서로 협상에서 상대방에 너무 많이 양보했다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우선, 합의 내용에 대한 해석도 진영에 따라 엇갈린다. 양측은 채무 상한을 2년 간 유예하는 대신에 지출 예산 규모를 삭감한다는 데 합의했으나, 백악관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이번 합의에 따라 지출이 삭감되는 규모는 향후 10년 동안 1조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에 반해, 공화당 측은 지출 삭감 규모가 그의 두 배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상당한 해석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 공화 양당 온건 세력은 대체로 이번 합의를 지지하는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민주당의 하원의 핵심 그룹인 ‘새로운 민주연합(NDC)’ 지도부는 경제적인 붕락을 막을 것이고, 핵심적인 정책 프로그램이 감축되는 것을 막았다고 평가하며 합의를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내 진보 성향의 리더인 제프리스(Hakim Jeffries) 원내총무는 월요일 중반까지 어떤 지지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저명한 환경 단체인 Sierra Club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West Virginia를 관통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지원 예산에 합의한 것을 두고 극렬하게 반대했다. 그리할바(Raul Grijalva) 하원 자연보호위원장은 “이번 Mountain Valley Pipeline 건설 지원으로 기후 오염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었고, 이로 인해 이미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을 더욱 악화시키지 않을 수 없을 것” 이라며 강력 비난했다.
한편, 공화당 진영에서는, 대표적인 온건 세력의 리더로 알려지고 있는 롬니(Mitt Romney)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자신은 이번 합의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이번 합의로 정부 디폴트를 막았고, 이어지는 금융 붕괴 사태도 방지하게 됐다” 고 언급했다. 그리고, 정부 지출 삭감도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공화당 내에는 주로 국방 강화를 주장하는 보수 성향 의원들로부터 반대하는 견해가 속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안보 매파인 그레이엄(Lindsey Graham) 상원의원은 Fox News 방송에 출연해서 “국방 예산 3.3% 증액은 현재 인플레이션율이 연 5%에 달하는 상황에서 충분치 못한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산 증액율이 인플레이션율에 못 미치면 군비를 완전히 갖추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대선 예비 후보인 디샌티스(Ron DeSantis) 플로리다 주자사도 역시 Fox News 방송에 출연해서 “미국은 지금도 파탄을 향해 가라앉고 있다”고 말하고, 이번 합의는 대규모 지출을 통제하는 데 실패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라이벌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전부터 타협하지 말고 디폴트 리스크를 감수할 것을 촉구해 왔으나, 이번 합의가 발표된 이후에는 이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언급이 없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 합의 내용의 입법을 추진하는 지지자들은,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X-Date인 6월 5일 이전에 이번 합의가 의회 상하 양원의 표결에서 다수의 지지표를 획득해서 가결되고, 이어서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해 정식 법률로 성립되기까지는 이제 겨우 1 주일 남짓 만을 남겨놓고 있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지난 일요일 대다수 공화당 의원들은 찬성 투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이번 합의가 지출 예산 통제와 관련해서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으나 ‘전환기적’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 “바이든 · 매카시 모두가 승리자, 합의안 의회 통과 입법에 자신감”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번에 채무 상한 협상에 ‘원칙적으로’ 합의함으로써 혁혁한 정치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타협으로 두 진영의 지도자들이 정치적 성과를 거두었고, 특히 매카시 하원의장은 그간 공화당 내에서 명성과 입지가 다소 불안정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합의로 상당한 ‘정치적 기반(political boost)’을 추가로 획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합의의 가장 큰 성과로는, 의회가 입법 활동을 통해 일단 재앙적 국가 디폴트 사태를 피하게 됐고, 행정부의 지출 예산에 상한(cap)을 씌우는 정책적 변화를 가져왔고, 무엇보다도, 정부 예산 지원을 받는 수혜자들에 근로 조건을 강화하는 틀을 신규로 도입함으로써 향후 중대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카시 하원의장 자신도 공화당을 대표해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정치적 인증을 얻었다. 따라서, 향후 공화당 하원 내에서 기대 이상의 역할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도, 2024년 대선을 감안하면, 단순히 정부 디폴트를 회피했다는 것을 넘어서 올 가을 전개될 새로운 예산 협상에서 엄청난 양보를 강요 당하면서 다시 한번 채무 상한 인상 문제에 부딪쳐야 하는 정치적 부담을 덜게 됐다는 평가다. 이에 더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탁월한 협상가라는 정평을 받고 있는 이미지를 더욱 강화한 것이다. 이는 의회 민주당 지도부가 자신들을 대신해서 공화당 측과 직접 협상을 주도하도록 맡겨 준 것에서도 알 수가 있다. 극렬층의 민주당 인사들도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하기보다 공화당 측을 비난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이번 합의 성공을 염두에 두고,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능력을 재확인하고,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지원 등을 포함한 백악관 정책에 대한 지지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치 전문가 집단을 포함해서 국내외의 다양한 지도자 및 이해 관계자들 간에도 바이든 대통령의 난관을 돌파하는 능력과 수완에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런 제반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합의가 의회를 통과하고 디폴트는 회피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일요일, 백악관에서 매카시 하원의장과 90분 간에 걸친 전화 협의를 끝내고 난 뒤에 기자들에게 “이번 합의는 초당파적 타협의 산물이고 이로 인해 가장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도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쟁취할 수 없는 것” 이라고 말하고, 이것이 정치 책임의 요체라고 말했다. 그는 의회 양원은 이번 합의를 통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 “이번 합의는 가뜩이나 둔화되고 있는 미 경제에 또 하나의 제동”
이번 채무 상한 관련 합의는 정부 재정 지출에 상한(cap)을 씌우는 것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번 합의에서 구체적으로 얼마나 삭감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발표는 없다. 가령, 향후 10년 간 2조달러 삭감을 상정하면 매년 2000억달러 지출 삭감이 된다. 이는 미국 경제의 연간 명목 GDP의 0.8%에 상당하는 규모가 된다. 그러면, 이번 합의가 정치적 타협의 성공이라는 점은 차치하고, 최근 이어지는 기록적 금리 인상, 은행 파탄에 따른 신용 위축 등 시장 상황이 악화되고 경기 둔화가 현재화하고 있는가 하면 ‘경기 침체(recession)’ 우려마저 거론되고 있는 미국 경제에 또 하나의 제동(brake)을 거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미 경제 성장에서 정부 재정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증가해 왔다. 예를 들어, 2022년 Q3 실질 GDP 성장률 3.2% 중에 0.2%, 2022년 Q4 동 2.6% 중에 0.4%, 2023년 Q1 동 1.3% 중에 0.5%를 차지하고 있다 (BEA & Bloomberg). 이를 감안하면, 가뜩이나 주거용 건축 경기 부진을 포함하여 미 경제 성장이 역풍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합의에서 정부 지출을 감축 내지 상한을 씌우는 데 합의한 것은 적어도 경기 추세를 약화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Bloomberg Survey가 2 주일 전에 시장 이코노미스트 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도, 조사 대상자의 65%가 향후 1년 내에 침체(recession)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JP Morgan Chase & Co., 페롤리(Michael Feroli) 미국 경제 담당 주임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 시기에 재정 승수(乘數)는 더욱 커지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만일 미국 경제가 하향 추세에 접어들게 되면 재정 지출 감소는 GDP 및 고용에 더욱 큰 타격을 줄 것” 이라고 전망한다. Bloomberg Economics도 이번 합의에 따른 정부 지출 삭감으로 미 경제에 주는 고용 타격이 57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미국 내외에서는 만일 의회 여 · 야당이, 상정되는 X-Date까지 채무 상환과 관련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디폴트에 빠지면 미국 경제는 곧바로 경기 침체로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공통된 인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이런 최악의 상황은 면한다고 해도, 이번 합의가 재정 지출의 대폭(?) 삭감을 포함하고 있어, 이에 따른 경기 둔화 효과를 감수하는 것을 피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 “연준, 금리정책 결정에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인이 추가된 것”
한편, 연준의 금융 정책위원들도 이번 정부 지출 감축 합의를 자신들의 경제 성장 전망 및 금리 전망에 고려해야 할 새로운 요인으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의 선물(先物) 거래자들은 지난 주 후반만 해도 연준이 6월 14일 FOMC에서 현행 금리 수준 유지 및 7월 FOMC에서 마지막으로 25bp 인상 예상을 반영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지출 상한이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오는 10월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면 GDP 전망에 우려가 중첩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알려진다.
연준 정책위원들은 6월 FOMC를 앞두고 이번 합의가 자금 시장 동향 및 유동성 사정 등을 포함해 경제에 미칠 충격도 감안할 것은 물론이다. 재무부의 재정 자금 잔액은 이미 지난 1월에 채무 상한인 31.4조달러에 도달했고, 그 이후로는 지출 항목을 조정하며 수지를 맞춰오고 있는 등, 재정 자금 여유가 바닥이 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합의가 입법으로 성립되고 채무 상한이 유예되면 재무부는 임시 변통해 오던 지출 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해 국채 발행을 대폭 늘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시장에서 유동성이 대거 흡수될 것이 분명하다.
다른 측면에서, 연준이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이례적 고인플레이션과 혼신의 투쟁을 벌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합의에서 정부가 재정 지출 억제를 강제 당하게 된 것은 물가 안정 회복을 위해 금융 정책만으로 고군분투해 온 연준에는 정책 부담을 덜게 됐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이렇게 연준의 금융정책 부담을 재정정책이 분담하게 됐다는 점에서 올바른 정책 믹스가 설정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한편, 연준 자체로도 종전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 월 950억달러 규모의 보유 채권 포트폴리오 감축을 통해 유동성을 흡수하는 절차를 이어갈 것이어서, 시장은 향후 몇 개월 간은 자금 동향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이번 합의에 따른 재정 긴축이 연방 채무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IMF도 지난 주 미국은 정부 채무 증가를 막기 위해 의욕적으로 정부 예산 규모를 감축할 것을 촉구했다. 한 전문가(Evercore ISI의 Marcus)는 ‘이번 합의의 핵심 내용으로 향후 2년 간 정부 지출에 상한을 씌운 것을 주시해야 될 것이라고 권고했다.
결국, 이번 합의는 세출 삭감에 따른 경제 둔화 우려가 높아질 것이라고 해도, 재정정책과 금융정책 간의 소망스러운 정책 조합으로 움직여갈 좋은 계기가 마련됐다는 소망스러운 측면도 있는 것이다. 과도한 금융 긴축만으로 급등하는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것은 금융시장에 급격한 조정을 불러와 금융 불안을 촉발할 우려도 상존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은 이번 합의에 따른 입법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6월 초로 알려진 잠재적 X-Date를 무사하게 지나가게 되면, 그 이후에 이번 합의의 정책적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양상에 크게 주목하게 될 것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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