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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 흐름 속에서도 원화가 약세인 원인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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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5월30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5월29일 13시48분

작성자

  • 강태수
  •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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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원・달러 환율은 ‘달러 인덱스 지수’(DXY)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DXY가 오르면(=달러화 강세) 원/달러 환율도 상승했다(=원화 가치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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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Y는 선진 6개국 통화(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와 대비한 미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1973년 3월을 기준점 100으로 한다. 미 연준(Fed)이 작성, 발표한다. 6개국 통화가치가 강세면 DXY는 하락(달러화 가치 약세)하는 구조다.

 

2023년 3월 이후 미 달러화는 약세(=DXY 하락)다. 그렇다면 원화는 상대적으로 강세라야 한다. 하지만 원화가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4월 이후 원/달러 환율과 DXY 지수 간 격차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우선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 확산을 들 수 있다. 2022년 7월부터 미국 인플레이션이 급속히 안정되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022년 6월 9.1%에서 2023년 4월 4.9%로 빠르게 떨어지는 중이다. 미 연준이 2022.3월부터 기준금리는 공세적으로 인상(500bp)한 결과다. 너무 급하게 올리다 보니 스태그플레이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침체 상태인데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거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페달에서 발을 떼고 당분간 상황변화를 지켜봐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크래디트스위스은행(CS) 파산도 DXY 하락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 지역은행 사태로 미 연준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올해 금리를 2~3차례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다음으로 최근 유로화 및 파운드화 등이 강세인 점도 주목 대상이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중앙은행(BOE)은 연말까지 한두 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우세하다.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높기 때문이다. 유로존 4월 물가상승률은 전년대비 7%를 기록했다. 영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 10.1%, 4월 8.2%다. 40년래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유로화와 파운드화가 DXY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미 달러화는 약세가 된다. DXY가 하락하는 거다. 

 

국내적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 매년 4월은 외국인 배당금 역송금이 집중되는 시기다. 금년 4월 외국인 증권 배당금 유출액은 37억 달러 정도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앞으로도 「달러 약세-원화 약세」 동조화 현상이 굳어질지는 더 어려운 질문이다. 예컨대 최근 무역수지 축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탄소중립 관련 수출부대 비용 상승 등은 무역수지 흑자 지속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다. 무역수지 축소를 보완할 대안이 절실하다. 본원소득수지 개선을 돌파구로 기대한다. 본원소득수지란 내국인이 해외 투자한 채권, 주식에서 창출되는 이자, 배당 소득이다. 결국 경상수지 흑자 유지가 목표다. 

과거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무역수지의 급격한 축소를 경험했다. 일본 정부(경제산업성)는 무역수지 흑자 감소를 본원소득수지 흑자 증대로 보완한다는 정책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통상백서 2006」). 국내에서 저금리로 빌린 돈을 해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 열풍이 불었다. 경상수지구조를 확 뜯어고치는 큰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이 결과 2021년을 예로 들면 경상수지 가운데 본원소득수지(해외 이자·배당 수입) 흑자가 2조 1753억 엔에 달했다. 상품수지(무역수지) 등 다른 분야 적자를 소득수지가 모조리 메우고도 남았다.

 

최근 「달러 약세-원화 약세」 동조화가 새로운 패러다임인지 아니면 일시적 현상인지는 시간이 가면 드러날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유변동환율제도를 운용하는 국가다. 환율변동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과거로 회귀하는 퇴행적 행태다. 경상수지 흑자를 더 공고히 다지는 것, 변화무쌍한 국제 금융시장의 파고에서 우리 금융시장과 경제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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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5월30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5월29일 13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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