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U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 세계의 모든 것을 바꿔 놓을 것”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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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양측은 지금 수많은 희생자를 내면서 격렬한 전투를 벌이는 가운데, 터키 이스탄불에서 정전(停戰) 협상을 가졌다. 양국 모두와 친밀한 관계이자 NATO 회원국인 터키 에르도안(Recep T. Erdogan) 대통령의 중재로 이루어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두 달 째로 접어들었으나, 전투는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터키 국영 방송은 푸틴(Putin) 대통령이 중재 역할을 하는 에르도안(Erdogan)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에서 ‘정전(停戰)’ 희망을 피력했다고 보도했다.
양국 대표들은 29일, 4시간에 걸친 대면 협상을 가졌고, 회담 후 러시아 대표단장은 ‘건설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에 반해, 러시아 정부 측에서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고 반응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젤랜스키(Zelensky) 대통령도 ‘러시아를 믿을 수 없다’고 피력하는 등, 반응이 교차하고 있다. 아직 협상 결과에 대한 예단은 금물이나,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도 전쟁 계속을 피하려는 의도만은 선명해지고 있어 향후 정전 협상의 귀추에 커다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지 EIU는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단지 유럽 지역을 넘어서 전 세계의 국제 질서 전반에 심대한 변화를 몰고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아래에, 무자비한 포격과 전투를 계속하면서도 확전(擴戰)이냐? 화전(和戰)이냐?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글로벌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전하는 해외 보도 내용을 정리한다.
■ “터키 중재 협상 직후의 ‘희망적’ 평가 일변, 시계(視界)는 ‘불투명’”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에 따르면 이스탄불 정전 협상 시작에 앞서, 젤랜스키(Zelensky) 대통령은 ‘외교적 해결 방안을 열어놓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번 정전 협상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중립화 등을 합의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견해를 시사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지난 2월 말 처음 대면 협상을 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그 후 몇 차례 온라인 협상을 거듭해 왔다.
우크라이나 젤랜스키(Zelensky) 대통령은 서방국들에 무기 공급을 요청하며 우크라이나군 및 국민들의 전투 의지를 고양시키고 있다. 젤랜스키(Zelensky) 대통령은 러시아 미디어와 가진 인터뷰에서, 잠재적 평화 협정에는 주변국들에 의한 안전 보장을 조건으로, NATO 가입을 실질적으로 단념하고 우크라이나 중립화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어떤 합의안도 러시아군이 모두 철수한 뒤 실시할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고 천명했다.
한편, 터키 아나톨리아 통신에 따르면, 터키 에르도안(Erdogan) 대통령 주재로 성사된 종전 협상이 이스탄불에서 열렸고, 이 회동에서 우크라이나 측은 터키 등 11개국이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증하는 ‘새로운 구도’를 제안했다. 이날 회의장에 나타난 에르도안(Erdogan) 터키 대통령은 “전쟁을 계속하는 건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 당신들은 지금 역사적인 책무를 지고 있고, 이 회담의 성과에 기반해서 다음 단계로 양국 정상회담을 중개할 수 있게 될 것” 이라며 독려했다.
블룸버그 통신 등 많은 해외 미디어들은 이날 협상이 정전(停戰) 실현을 위해 모종의 희망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동 통신은 러시아 국영 타스(Tass) 통신을 인용, 러시아 대표단은 협상의 ‘신속한 진전(quick progress)’을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는 푸틴 대통령이 군비를 재충전하고 병력을 재구성하기 위해 시간을 벌려는 것이라는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고, 이전의 협상 시도들이 러시아가 해방시키려는 동부 돈바스(Donbas) 지역 문제로 번번히 결렬된 것을 지적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측은 최소한, 파괴된 도시 지역에 갇혀 있거나, 전쟁을 피해 생활 터전을 떠난 국민들의 인권 문제 해결을 내걸고 있다. 이에 더해, 러시아가 점령 중인 도네츠크(Donetsk) 및 루한스크(Luhansk) 문제,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름(Crimea)반도 문제,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포기 및 중립국 지위 선언 문제 등이 산적해 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보상 문제도 과제다.
그러나, 회담 이후 양국 분위기가 일변해서, 지극히 유동적인 상황으로 되돌아 왔다. 러시아 측은 터키 중재의 이스탄불 협상이 별로 성과가 없는 것이라며 의미를 두지 않고 공세를 지속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측도 러시아를 믿을 수 없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양국은 비대면 협상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 WP ‘러시아, Donbas 지역 장악에 초점, 한반도式 분단에 관심”
한편, 워싱턴 포스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이미 두 달 째로 접어든 현재의 전투 상황은 러시아군이 초기 점령지에서 물러서는 경우도 나타나는 등 불리한 상황에 몰리고 있고,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주요 도시 지역을 탈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 내부에는 전쟁에 지친 러시아 병사들이 지휘관들에 하극상을 벌어는 등, 사기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WP는 미 국방성 정보를 인용,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역을 장악하려던 당초 전략을 바꾸어, 2014년부터 친(親)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우크라이나군과 전투를 벌이면서 장악해 오고 있는 돈바스(Donbas) 지역을 지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일은, 러시아는 천연가스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유럽 각국으로 보내는 가스 공급을, 아직도 자신들이 포격을 퍼붓고 있는 우크라이나 지역을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한편, 영국 가디언(The Guardian)지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푸틴 대통령이 키이우(Kyiv) 장악 및 정권 교체에 실패하면, 우크라이나를 한반도를 북과 남으로 분할했던 방식으로 나누는 소위 우크라이나의 “Korea Scenario”를 획책할 지 모른다고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러시아가 지난 주, 전쟁의 초점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맞추겠다고 시사한 것을 두고, 우크라이나를 점령지와 非점령지를 나누어 점령지에 완전한 독립 국가에 대체해서 ‘준(準)국가(quasi-state)’를 세우려고 시도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푸틴의 전략 변경은 우크라이나에 북 · 남 한을 만들려는 것이고, 러시아가 종전 협상에서 이 문제를 협상 무기로 삼을 것을 우려한다.
■ BBC “우크라 전쟁 종식 5개 시나리오; 종전돼도 분쟁 지속될 것”
한편, 영국 공영 BBC 방송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떤 형태로 결착될지는 아무도 자신있게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국제 정치 전문가들 및 군사 전략가들이 상정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5 가지 시나리오를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첫째; 단기전으로 끝나는 경우;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나, 러시아가 군사적 공세를 강화하고, 국가 인프라망(網)을 파괴하기 위해 사이버 공격도 감행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강력 저항에도 불구하고 수도 기이우(Kyiv)가 함락되고, 러시아가 지원하는 괴뢰 정권이 들어서고, 젤랜스키(Zelensky) 대통령은 국내 피신 혹은 해외로 탈출해서 망명 정부를 구성할 것이다. 러시아는 일부 통치군을 제외하고 철수, 우크라이나는 벨라루스처럼 러시아 맹방의 일원으로 편입될 것이다.
둘째; 전쟁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 러시아군 보급이 부실해지고 병사들의 사기도 저하되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는 1990년대 체첸(Chechnya) 사태와 유사한 상황 전개이다. 러시아군이 일단 일부 지역을 점령해도, 서방측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수년 간 지속되는 동안, 혹시 러시아에 새 정권이 들어서면 군대를 철수하고 종결될 것이다.
셋째; 유럽 전역으로 확전(擴戰)되는 경우; 푸틴 대통령이 서방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군사 장비를 보급하는 것이 침략 행위라고 선언하고 보복을 시도하는 경우이다. 푸틴 대통령은 오판에 의해 옛 소련 지역을 회복하기 위해, 지금은 NATO 회원국인 발틱(Baltic) 국가들에 군대를 보낼 수도 있다. 이는 대단히 위험한 시나리오로, NATO 전 회원국들이 개입해서 러시아와 대결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넷째; 외교적 해법으로 전쟁이 종식되는 경우; 러·우 양국은 몇 차례 협상에서 아직 괄목할 만한 진전은 없으나, 푸틴 대통령이 협상 진행에 동의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외교적으로 전쟁을 종식시킬 의향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외교 전문가들은, 푸틴이 서방측으로부터 경제 및 금융 제재를 해제받고 최소한의 체면이라도 살리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를 잘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섯째; 푸틴이 권좌에서 축출되는 경우; 푸틴 대통령이 침공을 개시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정권 교체를 시도했던 것처럼, 러시아의 푸틴 정권의 교체 가능성도 존재한다. 푸틴이 지금 재앙적인 전쟁을 강행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러시아의 군사, 정치, 경제 엘리트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데다가 서방측의 경제 제재로 러시아 경제는 급격히 피폐해지고 있다. 서방측은, 푸틴 정권이 보다 온건 정권으로 교체되면 경제적 제재를 완화하고 외교 관계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시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시나리오는 당장 가능한 것은 아니나, 푸틴 주변에서 이득을 보아온 인사들이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BBC 방송은 이런 가상적 시나리오들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몇 가지가 복합되어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본다. 아울러, 이번 분쟁이 종료된 뒤에, 세계는 이전 상황에서 크게 변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러시아와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가 전혀 달라질 것이고, 특히, 유럽 국가들의 안보 구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고, 국제 룰에 기반한 질서도 크게 변화할 것이다. 따라서, 어떤 경우가 됐던, 양국이 군사적 충돌을 끝낸다 해도 유럽 지역에서 분쟁이 쉽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 EIU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 모든 것’을 변화시킬 것” 전망
한편, 영국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국별 정보 부문인 EIU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정학적 질서 재편에 ‘결정적 순간(defining moment)’을 맞이하고 있다고 평했다. 즉,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지 또 다른 지역 분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와 서방 관계의 파열(破裂)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유럽은 물론, 전 세계 국제 질서에 심각한 반향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IU가 사안별로 전망한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① 유럽 지역의 새로운 분단을 초래; 러시아의 의도는 우크라이나의 NATO 및 EU 가입을 저지하고,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을 점령, 완충 지대를 만들어 러시아와 서부를 분단시키고, 베를린 장벽 와해 이후 유럽 질서에 새로운 구분을 형성할 것
② 냉전 이후 형성된 국제 질서의 종식; 냉전 이후 전반기의 질서는 미국 일극(一極) 중심이었고 러시아가 정치적, 경제적으로 필적할 수 없었던 동안에 중국은 탁월하게 부활했음. 이번 침공은 미국의 세계 경찰이라는 역할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고, 이에 따라 향후 전세계는 보다 불안정해지고 위험해질 것으로 전망됨
③ 러시아와 중국 간 전략적 동맹 관계 심화; 정치적, 경제적, 금융적으로 국제적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러시아는 최근 ‘무한한 우의’ 관계를 다졌던 중국과의 동반자적 관계를 더욱 강화하려고 노력할 것. 러시아는 2012년부터 ‘중추적 동진(pivot eastwards)’ 노선을 추구하기 시작. 러시아는 에너지, 정보, 군사, 외교 등, 각 방면에서 도움을 제공하는 동시에, 중국으로부터 금융, 기술 등을 제공받음
④ 세계가 적대적, 경쟁적 두 진영으로 양분; 지난 수년 간 중국과 서방국들은 산업 기술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해 왔고, Covid-19 사태로 이런 추세는 가속되었음. 지역주의가 강해진 반면, 세계화는 퇴조(退潮)해 왔음. 이런 환경에서, 러시아의 결정적인 일탈 행위는 경쟁적인 양국 진영으로 급속히 분열되도록 촉진하고 있음. 시대가 흐를수록 양 진영 간 균형을 이루는 것이 어렵게 될 것
⑤ 유럽 안보가 새로운 초점, 미국의 아시아 중시 노선에 영향; 미국은 유럽 동부 지역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어,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발흥(勃興)이라는 과제에 대항하는 능력을 저해할 것임. 미국은 쇠망해 가는 러시아를 봉쇄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커져가는 중국의 위력을 억지하는 데도 에너지를 사용해야 할 것임. 이러한 상황은 미국의 보호에 많이 의존해 왔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대항하는 연대를 구축하려고 더욱 의욕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의 일본, 한국, 대만 등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뉴스가 될 것
⑥ 글로벌 군비(軍備) 경쟁을 촉발; 구 소련 붕괴는 데탕트 시대를 불러와, 글로벌 군사비 지출은 감소했음.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이 핵 전력을 증강하고 있고,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다른 나라들도 핵 전력 강화에 나서고 있음. 아직 중국이나 러시아의 군사비 지출이 미국에 훨씬 못 미치고 있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서로 맞대응하는 방식으로 무기 확산 경쟁을 가속시킬 것으로 전망
⑦ 유럽 안보에 독일의 역할 증대; 독일은 주요 정책을 전환해서 군사비 지출을 GDP의 2% 이상 수준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됨. 독일은 종전에 러시아에 대해 온순하게 대응했던 것에서 보다 강경한 자세로 변환할 것으로 보임. 이미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돌아섰고, 상징적으로, 종전에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적극 추진했던 ‘Nord Stream II’ 러시아 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을 포기했음. 우크라이나 전쟁은 독일로 하여금 2차 세계 대전 전범국이라는 멍에를 벗게 해서, 자연스럽게 유럽 대륙 안보 구도 정립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임
⑧ 새로운 국제 질서 속에 유럽의 위상 재설정 압박; 유럽 각국이 유럽 대륙에서 벌어지는 사안들에 미국이나 러시아와 무관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유도할 것임. NATO에는 여전히 미국 영향력이 강하나, 점차 독일 및 프랑스가 주도하는 ‘유럽 파워’로 변모해 갈 것임. 한편,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유럽 각국은 유례없는 단결을 보여 줬음에도 불구하고, 개별국들의 이익이 우선하게 됨에 따라 일찌감치 굳은 단합에 이상 조짐이 나타나는 것도 사실임
⑨ 글로벌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 과제들이 부상; 세계가 독재 vs 민주 진영으로 양분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임. 푸틴 대통령의 정권욕이 러시아를 더욱 독재 체제로 몰아갔고, 이와 유사하게, 중국에서도 시 주석 통치 하에서 더욱 독재적 사회로 변모해 오고 있음. 중국과 러시아의 ‘反서방 독재 체제’ 동맹 관계는 향후 수 세대에 걸쳐서 민주화를 위한 투쟁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줄 것임
⑩ 기존의 각 지역 분쟁 사태가 가열; 세계 각 지역의 민족통일주의, 보복주의 세력들, 중국(vs 대만), 터키(vs 동부 지중해) 등 사태가 지금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의 귀추를 주시할 것이다. 이들 세력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나서 지역 안정을 해치는 공격 행위로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임
한편, 이와 유사하게, 미국의 초당파적 정치 포럼인 ‘윌슨 센터(Wilson Center)’도 이달 초 발표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논설에서, 푸틴(Putin)이 촉발한 전쟁으로 유럽 지역은 물론이고 전세계의 국가 안보 질서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 논설은, 푸틴은 기본적으로 러시아가 21세기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다른 한 축으로 인정받으려는 야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제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정작 대부분 구 소련 위성국가들의 지지마저 얻지 못했고,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스스로 묘혈(墓穴)을 판 격이 됐다고 분석했다.
동 기관은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지금 대단히 조급해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전쟁이 지속될수록, 그리고, 경제, 금융 제재의 타격이 본격화하면서 정치 엘리트, 재벌들은 푸틴의 리더십에 의문을 키우고 있고, 지상군 파병이 어려워지면서 전쟁 경비 조달도 어려워지고 있다. 결국, 러시아는 지금 전략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고, 푸틴은 체면을 살릴 방법도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 “세계 경제, 우크라 전쟁으로 큰 타격, 성장률 0.5% 하락할 것”
러시아가 촉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전쟁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단지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앞으로 수십년 동안 글로벌 교역은 물론,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도 반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서방측의 경제 금융 제재가 장기화함에 따라 러시아는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은 물론이고, 전투 상태가 장기화함으로써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은 커지고 있다. 원유, 천연가스, 밀, 니켈 등 가격이 급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거에 커지고 있다. 서방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융 긴축을 서둘러 결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증시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유럽, 중국 등 대국 경제에는 그다지 큰 타격을 줄 것은 아니나, 신흥국들은 원자재 및 식량 가격 상승도 겹쳐서 미국의 금리인상 등 영향이 보다 현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DRI)
최근 글로벌 교역 전문 매거진 ‘Global Trade’는 최근 논설에서 비극적인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자, 수많은 인명 피해에 더해, 새로운 글로벌 지정학적 구도 형성과 함께 각국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안겨줄 것을 우려했다. 분명한 패배자 러시아 경제는 물론이고, 친(親 서방 민주적 성향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으로써, 다른 서방 국가들에게도 잠재적으로 2차 충격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매거진은 구체적으로, ① 에너지 안전 보장 및 재생 에너지를 러시아 등에 의존해 온 미국 및 유럽은 對 러시아 경제 제재 등으로 타격을 감수하고 있음, ② 글로벌 군비 지출 증가 측면에서, 유럽국들을 중심으로 국가 안보 지출이 급증할 것은 분명하고, 러시아에 이어 중국 등 악행 국가들에 대응하는 방어 수단 증강에 치중할 것, ③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는 전세계 밀 수출의 30%를 차지하고 있고, 옥수수 등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식량 가격 급등이 우려됨, ④ 사이버 안전 및 정보 복지 위험; 최근 수년간 러시아 및 중국은 미국 및 유럽 국가들과 사이버 공간에서 ‘그림자 전쟁’을 벌여왔고,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각국의 기업, 정부 기구 등의 사이버 안보 비용 지출이 급증할 것, 등을 예시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산하 EIU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① 금융 제재, ② 상품 가격 상승 및 ③ 공급망 타격 등의 3 가지 주요 경로를 통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및 경제 성장에 심대한 타격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우려되는 물가상승 압력에 대해서, 금년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무려 6%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글로벌 경제성장률도 종전의 3.9%에서 0.5% 하락한 3.4%로 전망했다. 특히, 유럽 전체로는 종전의 3.9%에서 2.0%로 급격하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EIU는 서방측의 대(對) 러시아 금융 제재로 러시아중앙은행(CBR)은 6,43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 및 비상용 ‘국부 펀드’ 접근이 차단되고 있고, 일부 은행들의 국제 거래도 두절됐다고 전하고 있다. 다음으로, 원유, 천연가스, 금속 원자재, 농산품 등 가격이 급등, 인플레이션이 급등하고 있고, 마지막으로, 강력한 경제 제재 부과로 글로벌 육상 운송 경로의 차단, 항공 연결 네트워크 통제, 우크라이나 중심의 해상 운송 취소 등, 3 가지 경로를 통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 “푸틴, 전쟁을 계속할 수도 없고, 패배를 감내할 수도 없는 상황”
지금까지 미국 및 동맹국들은 러시아에 대한 치명적 제재를 가하는 굳건한 대오를 구축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에 군사 장비, 무기 공급 등에서도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강력한 결속을 보여왔다. 그러나, 푸틴(Putin) 대통령의 러시아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는 상당한 균열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프랑스, 독일은 NATO 동맹이 러시아와 직접 대결하는 것을 피하려면 다른 대안이 없다는 자세이나, 영국 및 중앙 유럽국들은 여전히 푸틴(Putin)이 신뢰할 수 없게 행동했고 ‘평화 협정’ 협상에도 진실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정전 협상에서 지속가능한 협정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이상의 어려운 문제들에 대한 협의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는 사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길 수 없으나, 패배하는 것을 감내할 수도 없다(Putin can’t win the war in Ukraine, But he can’t afford to lose it)’는 설명으로 현재 푸틴 대통령이 처한 난감한 상황을 묘사했다. 일본 Nikkei는 최근 푸틴 대통령이 연설하는 음성을 분석한 결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긴장도가 40%나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심리적으로 상당히 위축되어 의기 소침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또한, 많은 해외 미디어들은 푸틴 대통령이, 전황이 불리하다는 보고를 하다가는 크게 질책을 받을 것을 두려워한 참모들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대해 잘못된 보고를 받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한편, 日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예상외로 길어지자 전쟁 경비 조달 문제가 푸틴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 제재로 재정이 핍박해지고 있어 전투기 보수(補修) 및 미사일 공급도 지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동 신문은 영국 조사기관 등의 발표를 인용, 러시아의 전비(戰費)가 전쟁 초기에 하루 70억 달러, 5일째 이후는 200억~250억 달러로 급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러시아의 연간 세입 예산이 25조 루블(110루블/1달러 적용 시, 2,270억 달러 상당)임을 감안하면 도저히 정부 예산으로는 감당할 길이 없는 전비 지출 규모가 되는 것이다. 러시아의 한 조사기관의 추산으로도 러시아군이 지난 26일 발사한 미사일 52발의 총 소요 금액은 3억4,0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푸틴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군이 고가의 첨단형 미사일 8발을 발사한 것에 대해 노발대발했다는 전언도 나온다. 한 전직 NATO 고위 관리는 “푸틴 대통령은 국민들 지지가 떨어지기 전에 (전쟁을 치를) 돈이 떨어질 것이다” 며 비아냥하기도 했다.
이렇게 러시아가 처한 재정적 곤경을 배경으로, 푸틴 정권 내부에는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분명한 징조는 추바이스(Anatoly Chubais) 대통령 국제기관 및 조정 담당 특별보좌관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며 사임한 뒤 출국해버린 사건이다. 그는 구 소련 붕괴 후 옐친(Boris Yeltsin) 대통령 정권 당시 재무부장관 등을 역임하면서 시장 경제로의 이행을 추진했던 개혁파에 속하는 인사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은 아니나 침공 이후 정권을 떠나는 고위직 인사가 나타난 것이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크게 의존하는 정보기관(FSB; 구 KGB)의 복수의 간부들이 최근 정치 정세 보고와 관련해서 징벌을 받았다고 전해지는 가운데, FSB 내부에는 쿠데타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는 소식도 흘러나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 지지율은 여전히 70%대로 높은 편이나, 정권 기반이 흔들리고 있고, 일부에서는 “이제 정권이 붕괴할 지, 여부가 아니라, 언제 붕괴할지가 문제일 뿐” (러시아 역사학자 Andrey Zubov) 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러시아 경제의 장래 운명이 중국의 자세 여하에 좌우되는 형국”
NRI(노무라 종합연구소; 木內登英 연구위원)는 최근 논설에서, 과거대 러시아 경제 제재는 러시아군의 군사적 침공을 철회하게 하는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으나, 이번 경제 및 금융 제재 조치는 과거에 비해 엄격하기도 해서 러시아 경제에 이미 커다란 타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종국에는 러시아의 군사 행동을 수정하게 하거나, 푸틴 정권의 정지 기반을 뒤흔들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동 논설은, 나아가 서방국들의 경제 제재에 따라 지금 러시아가 겪고 있는 경제적 곤경은 “글로벌화된 현대 경제 구조 하에서는 한 나라 경제가 다른 나라 경제와 동떨어져서는 성립될 수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對 러시아 제재 조치가 효력을 발휘한다면 장래에 어떤 나라도 부당한 군사 행동을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억지력(抑止力)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했다.
특히, 러시아는 2014년 크름(Crimea) 반도 침공 이후 노력해 온 미 달러 의존도 탈피를 포함해서 금융 분야에서의 자립화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러시아는 국산품 대체로 수입품 의존도를 낮추고자 했던 이른바 ‘경제의 요새화(要塞化)’ 플랜도 실패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선진국 의존을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종전에 러시아에 진출해 있던 선진국들의 기술기업들이 러시아를 서둘러 떠나거나 업무를 중단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해서 러시아를 더욱 곤경에 처하게 만들고 있다.
결국, 러시아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경제적 곤경은 고도로 글로벌화된 현대 사회에서 일국 경제가 선진국들과 동떨어져서 존립할 수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가 현 군사적 침공을 수속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해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정치적 영향력을 완전히 단념하지 않는 한, 선진국들에 의한 경제 금융 제재는 지속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 경제를 지탱해 온 에너지 산업은 쇠퇴(衰退)의 길로 들어가는 한편, 첨단기술 제품 수입 및 첨단기술 도입이 중단되어 러시아 국내 산업은 성장력을 상실하게 될 것은 분명한 노릇이다.
이상의 제반 상황을 감안하면, 러시아가 현 전쟁 상황을 유지하려고 한다면, 러시아 경제는 쇠퇴의 길로 들어갈 것을 감수하거나, 아니면, 자국 경제가 동맹 관계를 가진 유일한 경제 대국 중국에 의해 석권(席卷)되는 ‘중국 일변도’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도 러시아가 선택해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자세 설정에 달려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도 서방국들과 관계를 손상시키면서까지 러시아와 손을 잡을지는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향후 중국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가 러시아의 장래를 크게 좌우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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