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국의 문화전망대 <3> 노벨문학상 수상 계기로 ‘예술 한류’를 확산시키자 <상> 메세나 제도 개선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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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맞은 ‘예술 한류’의 기회
한강 작가가 지난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브 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이는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오징어게임’ ‘나의 아저씨’ 등 우리 문화콘텐츠들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데 이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우리 언어와 문화예술 전반의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화콘텐츠의 기초를 이루는 문학이 높게 평가 받음으로써, 이제 한류가 대중문화를 넘어 우리 문화예술 전반으로 넓고 깊게 확산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 문화와 예술이 세계인들에게 널리 받아 들여지는 ‘예술 한류’의 기회가 온 것이다.
사실 문학, 미술, 음악 등 기초예술(순수예술)은 영화나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의 대본(스토리텔링), 무대장치, 연출, 연기 등에 상상력과 창의성을 제공해왔다. 기초예술이 이같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두면 자본주의 시장 내에서 존립하기 어려운 시장실패적 특성을 갖고 있다. 국가나 기업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그중에서도 국가 지원금은 불확실하고 일시적이며 충분하지 않아 기업의 투자나 후원이 중요하다. 예술 한류의 꽃을 피우기 위해선 우선 예술의 나무에 물과 자양분을 충분히 공급해 뿌리와 줄기를 튼튼히 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문화예술 수준이 높은 미국 프랑스 등에서 메세나의 역할이 큰 데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메세나법 제정 이후 10년…정체된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
10년 전인 2014년 ‘문화예술 후원 활성화법’(일명 메세나법)이 제정된 이후 문화예술 후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조금씩 개선되고 체계가 잡혀갔다. 그러나, 최근 통계를 보면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모처럼 마련된 예술 한류의 기회를 살려 나가기 위해선 정체된 메세나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후원으로 우리 예술의 허약체질을 건강체질로 바꿔놓아야 하는 것이다.
한국메세나협회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기에 급감한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금은 지난해에 예년 수준을 회복했으나 10년간 연평균 상승률은 1.84%에 머물렀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2020-2021년을 제외하면 2019년(2,081억원)- 2022년(2,073억원)- 2023년(2,088억원)은 거의 정체상태이다.
기업의 예술 후원에 대한 세액공제
정체상태의 기업 메세나 활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조치로 기본적이면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역시 금전이나 현물 기부에 대한 강력한 세제 혜택이다. 손금산입방식에 따라 과세표준금액을 낮춰 법인세를 경감하는 기존 방법으로는 기업의 문화예술 기부 참여동기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지난 11월 27일 열린 ‘기업메세나의 확산기반 조성방안’ 세미나에서 한미회계법인 김성규 부회장은 발표를 통해 기업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 방안으로 세액공제를 제안하면서 “이를 통해 기업의 메세나 참여를 높이고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재원 조성과 활동 폭을 넓힐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의 메세나법을 참고해 공제대상 한도액을 설정하고 공제율 구간을 차등 설정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중견 기업까지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술후원매개단체 제도 개선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금에 대한 세액공제와 함께 메세나 확산을 위한 또 하나의 방안은 후원매개단체 제도 개선이다. 다른 분야에 비해 열악한 문화예술 분야의 기부문화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부금의 공급자(잠재적 후원자)와 수요자(예술인이나 예술단체) 사이의 소통이 원활해지도록 양측을 이어주는 매개단체의 설립 지원과 확대가 중요하다. 기업과 예술단체 사이에는 사용하는 말이 다르고 사고방식이 달라 자칫 오해와 갈등을 낳을 소지가 크므로 둘 사이를 ‘통역’을 해주는 매개단체의 역할이 긴요한 것이다. 후원 매개단체 예비인증 단계를 두어 문화예술 후원 관련 업무실적이 없는 경우라도 소속 인력이나 활동 계획만으로 심의 후 지원해 후원 매개단체의 풀을 두텁게 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문화업무추진비(구 문화접대비) 제도개선
아울러 기업의 문화업무추진비(구 문화접대비) 제도개선을 통해 기업의 문화예술 수요를 늘릴 필요가 있다. 기업이 거래처에 제공할 목적으로 각종 티켓이나 미술품, 출판물 등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는 문화업무추진비는 제도 취지가 다르므로 일반업무추진비와 분리해 전액 손금으로 인정함으로써 기업이 문화업무추진비를 지출할 강력한 유인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한미회계법인 김재중 연구원은 같은 ‘기업메세나의 확산기반 조성방안’ 세미나에서 “이럴 경우 기업들이 추가로 지출할 문화업무추진비는 평균 10.3%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 5년간 (2016~2020년) 기업의 문화업무추진비 평균 신고금액(97억원) 대비 10.3%의 추가지출과 물가상승률(2.6%)을 감안할 경우 2025년 신고액은 110억원 규모로 예상돼 문화업무추진비가 13억원 늘어난다는 게 그의 연구 결론이다. 이때 정부의 세수 감소는 6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기업 제품의 품격 높일 예술 한류
이상과 같은 메세나 제도의 개선은 예술 한류의 꽃을 피우는 역할을 하며, 그 열매와 향기는 많은 국민과 기업에게 돌아갈 것이다. 특히,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우리 기업의 제품이 예술 한류의 영향으로 그 품격이 업그레이드되는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기업과 예술이 상호 발전하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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