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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의 사람을 위한 기술 이야기 <1> SNS와 청소년 정신 건강 : 보이지 않는 위협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9월25일 17시15분
  • 최종수정 2024년09월25일 21시09분

작성자

  • 최윤정
  •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메타정보

  • 2

본문

어느 시대나 기술 혁신으로 인한 사회적, 심리적 저항은 있어왔다. 계산기, 수기, 제한적 프로그램으로 재무재표를 맞춰가던 1980년대 초반에 등장한 로터스와 엑셀은 인간의 지적 능력이 퇴행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일부 우직한 회계사들은 지적 능력 보존을 위해 퇴근 후 수기 계산을 더 하곤 했다는 이야기가 설화처럼 전해진다 . 기술 혁신이 인간의 잠재력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현재를 본다면 그들은 연필을 내려놓고 발뻗고 잘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기술은 본질적으로 중립적이고, 그 가치는 언제나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손에서 결정된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순수 과학의 진보가 인간의 목적에 따라 얼마나 파괴적인 무기로 구체화될 수 있는 지를 보여주었다. 다행히도 우리는 경험과 매체에서 얻은 인사이트로 AI의 발전과 이로 인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으며, 기술과 정책 측면에서 많은 담론이 오고 가고 있다.

다만, 우리의 담론은 기술 혁신이 인간의 지적 도전, 경제 사회 구조의 변화 등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심리적 기저를 동시에 건드리고 있음은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SNS와 같은 온라인 관계 네트워크가 뇌의 형성 과정에 있는 아동청소년기에 어떤 심리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SNS는 청소년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세계적인 사회심리학자인 뉴욕대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의 최근 저서 ‘불안 세대(The Anxious Generation)’에서 스마트폰과 SNS가 아이들의 뇌를 망가뜨리고 있으며, 이는 어른들의 직무 유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1). 원래 저자는 SNS가 미국의 민주주의에 어떤 손상을 입히는가를 연구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다가 청소년들의 정신 질환 발생률을 다른 자료 수집에서 심각한 문제 의식을 느꼈다고 한다. 조너선 하이트 교수를 충격에 빠뜨린 데이터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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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높은 수준의 불안을 보고한 연령 집단별 비율 및 10-14세 미국 청소년의 자상률 (출처: 불안세대, 미국 전국약물사용건강조사, 미국 전국약물사용건강조사)

 

저자는 2010년부터 2015년 사이에 10대 청소년들의 불안, 우울증, 자해, 자살 등 부정적 정신건강 지표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음에 주목했다. 2010년 초반에, 어쩌면 2000년 후반에 청소년의 삶에 뭔가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파악했고, 그 주요 원인 중 하나를 SNS로 지목했다. 2010~2015년에 미국의 청소년들에게는 ‘스마트 기반의 아동기’가 탄생했으며 물리적 놀이 기반의 아동기가 종말을 고한 시기라고 표현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기의 사회생활이 질보다 양으로 압도되는 디지털 세계로 옮겨가면서 주변 사람들과 온전히 함께 있는 능력을 잃어가기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SNS가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 사례로 SNS에서 퍼진 거식증 응원 릴레이가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찬성을 뜻하는 ‘프로(Pro)’와 ‘거식증(Anorexia)’를 합친 ‘프로아나(Pro-anorexia)’가 유행처럼 번졌는데, 여기서 ‘프로아나(Pro-anorexia)’는 거식증을 치료해야 하는 질병이 아닌 살을 뺄 수 있는 반가운 증상으로 여기는 현상이다. 이는 특히 시각적 사회 비교에 취약한 10대 여자아이들을 중심으로 #anabuddy, #프로아나, #개말라, #물단식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퍼져나갔으며, 먹고 토하는 날을 서로 공유하며 응원하는 기이한 형태의 공감대를 만들어나가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모 방송사에서 배우가 물만 먹는 극단의 다이어트로 단시간에 살을 빼는 내용이 방영되자 바로 그 다음날에 SNS에서 ‘#물단식’ 태그가 1000여개 이상 생성되었다는 보도가 있기도 했다.

9f9224a96d2dd16b0358c07e943c3f03_1726807<그림 2> 거식증을 응원하고 공감하는 ‘프로아나’ 게시물들 (출처: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

 

이러한 현상의 심각성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발표한 데이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5년(2018~2022) 국내 거식증 환자 9894명 중 10대 여성 청소년이 1874명(18.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2018년 대비 97.5% 수준의 급격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2). 전문가들은 이러한 여성 청소년을 중심으로 한 거식증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완벽하게 마른 몸을 전시하는 SNS의 영향을 지적하고 있다. 여성 청소년들은 시각적 비교와 또래 관계에서 오는 만족도를 보다 추구하는 경향이 있고 사회적으로 규정된 완벽주의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 이들에게 SNS는 타인이 가진 불가능한 수준의 높은 기준(예. 40kg 초반의 몸무게)을 중심으로 또래와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최적의 구조를 제공한다.

 

SNS 회사들은 아이들의 심리를 어떻게 이용하고자 하는가?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SNS의 부작용이 과연 사용자의 문제로만 귀결될 수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메타는 꾸준히 청소년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여러 보호조치를 도입했다고 홍보해왔다. 구체적으로는 청소년 안전을 담당하는 전담팀이 있으며, 나이에 맞는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피드를 조정하는 알고리듬을 쓰고 있다는 내용 등을 공개한 바 있다.

 9f9224a96d2dd16b0358c07e943c3f03_1726807 <그림 3> 청소년 보호를 위한 Meta 정책(출처: Meta 홈페이지)

 

그렇다면 회사들이 제공하는 안전망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통제력이 떨어져서, 어른들이 아이들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해서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용자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던 것일까?

메타에서 Product Manager로 근무했던 프랜시스 하우겐(Frances Haugen)은 2022년에 ‘Facebook Paper’라는 내부 문건을 폭로했다. 여기에는 메타가 혐오 발언과 허위 정보를 제도로 제어하지 못했고, 인스타그램이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파악하고도 적당한 대응을 하지 않고 오히려 수익 개선에 주요 부분으로 인식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3) 4).

 

ad9657fa7824d484a8e59edce2b0c855_1727266<그림 4> Social Comparison Sweet Spot (출처: Frances Haugen이 폭로한 Meta 내부 문건)

 

(그림 4)는 메타가 파악한 ‘Social Comparison Sweet Spot’으로서 사회적 비교를 통한 사용자 참여자 극대화의 싸이클이다. 외모적으로 완벽한 모습을 보이도록 꾸민 사진을 올리면서 외모를 상품화한 것을 본 사용자( ‘Highlight Reel Norm’ )는 자신이 뒤떨어졌거나 부족하다는 압박을 받게 된다(‘Pressure to look perfect’). 그래서 더더욱 많은 게시물을 소비하고 비교하면서 시간을 소비하게 되고(‘Feeding the spiral’), 또 다시 과하게 완벽을 추구하는 게시물을 더 소비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5).

메타는 이런 설계가 섭식장애, 신체 이형 장애, 신체 불만족, 우울증, 외로움 등의 정신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으며(그림5-1), 특히 사용 여성 청소년들 1/3에게 외모에 대해 왜곡된 기준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그림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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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f9224a96d2dd16b0358c07e943c3f03_1726807<그림 5-1,상>,<그림 5-2,하> 메타가 SNS의 부작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내부 문건 (출처: Frances Haugen이 폭로한 Meta 내부 문건)

 

이러한 폭로 이후 미국에서는 SNS에 대한 고소가 이어지고 있다. 2022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회사 메타는 일리노이, 텍사스, 플로리다 등 미국 8개 주에서 청소년 이용자와 부모에게 소송을 당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SNS에 과다 노출되면서 섭식 장애와 불면 증상이 생겼고 극단적 선택 시도 또는 실행으로 이어졌다”며 메타가 프로그램 설계 결함, 경고 불이행, 사기, 방관 등의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2023년에는 미국 41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유해한 기능을 고의로 설계하고 배포했다. 가장 취약한 소비자인 청소년과 어린이를 착취하고 조종하는 방식을 은폐해왔다’는 이유로 메타를 고소했다.


휴대폰과 SNS를 제한하고자 하는 움직임


이러한 분위기는 단지 사후 처방인 SNS 운영사 고소에 그치지 않고 일부 지역에서 교내 휴대폰 소지를 금지시키는 법안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뉴질랜드는 2024년 2학기부터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호주, 영국 역시 공립학교를 중심으로 장애가 있거나 특정 교육을 위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휴대폰 소지를 금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버지니아 주, 오렌지카운티 주, LA 등에서 학생들의 휴대폰 소지를 이미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시행하고 있으며 많은 전문가들이 이를 전국으로 확대함과 동시에 SNS 플랫폼 사용 제한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사립학교를 중심으로 휴대폰 없이 생활하는 실험들을 진행하면서 공동체 의식 고양, 개인 정신 건강에 긍정적 효과등의 작은 성공을 거두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그림6).

 9f9224a96d2dd16b0358c07e943c3f03_1726807<그림 6> 매사추세츠주의 기숙학교 벅스틴 아카데미의 휴대폰 사용 금지 실험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현재의 SNS는 기본적으로 아이들의 발달하는 뇌를 고려해서 설계된 사회적 네트워크라기 보다는 철저한 심리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더 많은 게시물을 노출하고 광고 수익을 거두기 위해 전략적으로 설계된 거대한 광고 플랫폼에 가깝다. 우리는 효율적인 정보 전달을 위해 수초를 만들고 최적화된 뉴런을 구성하기에 바쁜 아이들의 뇌를 왜곡된 이미지가 폭포처럼 쏟아지는 SNS앞에 방임하고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청소년기에 충분히 안정적인 뇌를 구성한 이후에 SNS 계정을 개설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담배와 술이 청소년기에 제한되는 이유는 신체적 성장기에 유해한 성분이 포함되어 있고, 청소년기에 접할 경우 보다 강한 중독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SNS가 청소년기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유해성을 인지했다면, 이제는 SNS 가입에도 담배, 술처럼 연령 제한을 두고 학교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등의 사회적 조치가 필요하다. 이는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우리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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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 불안세대(The Anxious Generation). 웅진지식하우스, 2024

2)“먹토·씹뱉하는 사이 10~20대 속병 든다” 헬스경향, 28 April. 2021, https://www.k-health.com/news/articleView.html?idxno=53488

3)“The Facebook whistleblower says its algorithms are dangerous. Here’s why.” MIT Technology Review, 5 Oct. 2021, https://www.technologyreview.kr/facebook-algorithms/ 

4) “The Facebook Whistleblower, Frances Haugen, Says She Wants to Fix the Company, Not Harm It” The Wallstreet Journal, 3 Oct. 2021, https://www.wsj.com/articles/facebook-whistleblower-frances-haugen-says-she-wants-to-fix-the-company-not-harm-it-11633304122

5)Marquez-Garrett, Laura, et al. "Complaint for Personal Injuries: Spence v. Meta Platforms, Inc." United States District Court, Northern District of California, 2022. www.socialmediavictims.org/wp-content/uploads/2022/06/Spence-Complaint-6_6_2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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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최윤정은?> 

 Computer Vision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하여, ETRI에서 2002 월드컵 3D 중계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3D 비전 기술 연구에 매진하였다. 그러나 기술 개발의 최전선에서 소비자와 시장의 외면을 경험하며, 기술뿐만 아니라 시장과 정책을 아우르는 통찰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기술 정책과 기술 경영 분야로 커리어를 확장해왔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서 방송정책을 담당하였고, 현재는 15년 넘게 SK경영경제연구소에서 기술 혁신이 경영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경영 전략 및 솔루션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수석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전파공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전기전자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KAIST 경영과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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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9월25일 17시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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