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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열차 -촛불 vs 대통령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12월07일 11시34분
  • 최종수정 2016년12월07일 11시45분

작성자

  • 유연채
  • 前 KBS정치부장,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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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탄핵열차가 달린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국회와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고 하야하는 시간표를 향해 열차는 달린다. 탄핵열차의 엔진은 촛불이다. 민심이다. 그래서 2004년 노무현 탄핵과는 다르다. 당시는 노무현을 탄핵한 국회를 촛불이 다음 총선을 통해 역(逆)탄핵했고 헌재도 최종적으로 기각판정을 내렸다.이번 탄핵열차는 국회에서 헌재까지 촛불민심을 끝까지 안고 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인원 6백만 명의 염원을 담아 대통령 즉각 하야를 요구하는 불길이 뜨겁게 타올랐고 결국 민심은 질서 있는 사임 쪽으로 버티던 박근혜대통령을 탄핵열차로 끌어올렸다. 참으로 지난한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대통령은 버티고 촛불은 대통령의 시간을 뺏으려고 전쟁을 치렀다. 촛불의 온도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지향점도 담지 못하는 정치 때문에 갈 길 바쁜 대한민국의 시간은 더욱더 지체됐다. 촛불은 대통령과 정치권의 오만과 오류를 계속 수정하면서 정국을 선도해 왔다. 시민혁명이었다. 분노로 태우고 자부심으로 승화시킨 명예혁명이었다. 최순실게이트로 추락한 대한민국의 국격을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복원시켰다. 대통령은 이 민심과 맞서며 마지막까지 명예로운 퇴진을 움켜쥐려고 안간힘을 썼다.

 

대통령은 왜 탄핵의 심판대에 섰나? 헌법을 위반하고 그를 뽑아주고 주권을 위임한 국민들의 신의를 배반했기 때문이다. 최순실의 공범, 최순실게이트의 몸통으로 현직 대통령 최초로 검찰에 입건된 이유다. 주범이라는데 종범처럼 최순실의 해결사 노릇도 마다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최순실과 그 일당, 딸과 언니 조카들까지 불러들여 권력과 돈의 유희를 벌이는 <플레이그라운드><시크릿가든>으로 만들어 줬다. 국민들은 경제실정으로 가계부채가 산처럼 쌓이는데 최순실의 사금고는 문화융성이란 가짜상품을 판 돈으로 꽉꽉 채워졌다. 검찰에 의해 이 같은 국정농단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은 그림자 정권의 실체를 알게 됐고, 분노했고, 광장으로 촛불을 들고 나왔다.

 

대통령은 짐짓 놀란 모습으로 국민 앞에 섰다. 다시 대국민담화다.

잠깐 씩 울먹이는 음성으로 사과를 하며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며 격한 감정도 토로했다. 그러면서 검찰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특검도 받겠다 약속했다. 그러나 이 사과와 다짐은 불과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거짓이 됐다. 검찰이 최순실 공범으로 수사결과를 발표하자 검찰수사는 사상누각이고 인격살인이라며 수사를 받지 않겠다고 말을 뒤집었다. 이 논란들을 법적으로 매듭지어 달라며 차라리 대통령을 탄핵하라 했다.당시는 탄핵을 자신이 이길 수 있다는 승부수로 봤지만 대국민담화이후 더 뜨거워진 촛불은 새누리당 비주류 뿐아니라 상당수의 친박까지를 탄핵열차에 동승시켰다.

 

세 차례의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들이 듣고 싶었던 것은 선의와 공익을 위해 모든 일을 했다는 대통령의 강변이 아니라 진실한 고백이었다. 국민들은 아직도 세월호 7시간의 고백도 듣지 못하고 있다. 대신 대리처방, 태반주사, 보안손님 등의 실체가 드러나 웃음거리가 된 청와대를 안쓰럽게 지켜볼 뿐이다. 대통령의 고백이 없으니 이제 진실의 규명은 특검과 탄핵심판에 맡길 수밖에 없다. 국민의 동의를 얻어 달리는 탄핵열차지만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국회가 의결정족수를 채워 탄핵소추 가결이라는 1차 관문을 넘는다 해도 곳곳에 지뢰처럼 위험한 길목들이 버티고 있다. 내년 초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하는 불안한 상황변화까지 탄핵심판의 종착역으로 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피말리는 계가(計家)승부가 될 것이다. 대통령에게 남은 최후의 카드는 특검과 헌재 심판과정에서의 법리 싸움이다. 나는 대통령으로서 헌법을 위반하지 않았고, 국민의 신의를 배신하지도 않았다, 나는 무죄다를 총력으로 입증하려 할 것이다. 대통령은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불러 탄핵수용입장을 밝히면서 탄핵심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로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고 전했다. 탄핵의 벼랑 끝에 몰리면서도 무죄의 확신을 안고 최장 180일의 시간동안 헌법상의 대통령직을 유지하며 끝까지 버틴다는 의지를 내 보인 것이다. 야권에서 벌써부터 제기하는 탄핵가결 후 즉시 하야라는 주장을 일축하고 장기전 태세를 갖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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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전쟁은 이제 제2라운드로 들어섰다. 대통령과 시간싸움을 벌여온 촛불의 진로는 어디를 향할 것인가? 우선은 탄핵소추 가결과 함께 대통령의 즉시 하야를 요구할 것이고 헌재 심판에 촛불민심을 담으라는 장거리 행진도 계속될 것이다. 문제는 이제부터 탄핵열차와 함께 달릴 대선열차다. 대선열차의 엔진은 촛불이 아니다. 욕망이다. 대선시간표가 앞당겨지면서 가장 큰 권력, 대권으로 가는 불길은 더 뜨거워졌다. 대선열차가 민심을 안고 달리는가를 촛불은 주시할 것이다. 집권당은 이미 붕괴의 수순을 밟고 있으니 촛불은 특히 야권을 향할 것이다. 야당이 과연 대안세력이고 수권의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들여다 볼 것이다. 야권은 촛불의 힘에 편승해 반사이득을 얻었을 뿐인데 온전히 국민의 신임을 차지한양 집안싸움을 벌이고 헛발질을 일삼았다. 

 

조기대선이 불가피해졌다. 이번대선의 핵심은 시간 싸움이다. 시간에 쫒기는 선명성 경쟁으로 인한 포퓰리즘 선거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지율에서 가장 앞선 문재인후보가 가장 유리할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래서 문재인의 시간 그리고 비(非)문재인,반(反)문재인의 시간이 충돌하는 양상이 될 것이다. 탄핵소추가 가결되면 즉시 대통령이 하야해야한다는 문재인의 주장은 촛불민심을 차용해 보수 쪽 후보로 유력시되는 반기문의 시간을 뺏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개헌론을 고리로 제3지대를 만들려는 반 문재인연대도 이 시간싸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다. 

 

이제부터의 싸움이 오로지 대권을 향한 이전투구의 시간이 된다면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다. 경제는 침몰직전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선장이 없다. 경제부총리가 둘이다. 탄핵소추 이후의 로드맵도 없다. 황교안총리 대행체제로 그대로 가겠다는 것인지, 국회가 총리를 뽑아 거국내각으로 가겠다는 것인지 일정표가 없다. 정치권이 국민들의 불안감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촛불은 대통령을 죽이라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살려내라는 외침이었다. 대통령이 헌재의 심판을 기다리는 동안 정치권과 대권주자들 또한 촛불의 심판대상에 편입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나라의 운명을 가를 시간과 마주하고 있다. 탄핵심판대에 서야할 대통령이 우선 역사의 시간 앞에 서야한다. 대통령은 국민이 주인 되고 더 좋은 세상으로 가려는 대한민국의 시간을 더 이상 뺏을 수는 없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통일과 국민의 자유과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며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2013년 2월25일 제18대 대통령 취임선서를 기억하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차기 권력을 꿈꾸는 대선주자들도 대한민국의 시간과 마주해야 한다. 촛불이 그토록 갈망한 대한민국의 개조, 새로운 리더십의 탄생이 가능한가를 묻는 시간이다. 국민들은 이 엄중한 역사의 십자가를 지고 갈 리더를 기다린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대림(待臨)시기다. 속죄와 회개를 통해 순결함을 유지하고 성탄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희망이 정지된 듯한 오늘의 시간 속에 구세군 자선남비의 종소리가 울리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 거리에서 사라진 캐롤도 듣고 싶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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