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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그리고 자본시장의 함정.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12월05일 17시24분
  • 최종수정 2016년12월05일 17시24분

작성자

  • 김광두
  •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GFIN 이사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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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삼성그룹은 자본시장의 구조적 취약점들을 최대한 활용할 최고의 우수한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는 듯하다

이 인재들은 사회적 규범이나 국가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화합에 우선하는 공익보다는 성공보수에 따른 개인적 부귀영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잘 훈련된 냉혈 엘리트 전문가들로 평가된다.

 

#에버랜드를 위해서 뛰어라.

 

1996년.20년 전이다. 주당 85000원으로 평가[검찰]된 에버랜드의 전환사채가 7700원으로 발행됐다. 당시 전환사채를 보유하고 있었던 삼성전자, 제일모직, 중앙일보 등에겐 매우 좋은 기회였다. 정상적이고 합리적이라면. 그런데 이 조직들은 모두 주주에게 주어지는 전환사채의 인수권을 포기했다. 왜?   이재용 남매를 에버랜드 최대주주로 만들기 위해.

 

2010년. 6년 전이다.삼성생명 주식이 상장되었다. 보험사의 상장차익을 주주와 보험계약자가 공유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그러나 주주가 모두 갖도록 결정되었다. 2009년 2.3조원이었던 에버랜드의 자기자본은 이러한 결정으로 2010년에 4.3조원으로 급증했다. 

 

이러한 화려한 성과들은 2011년의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투자, 2013년의 제일모직 패션사업부 인수에 이어  2014년에 에버랜드의 회사 명칭을 제일모직으로 바꾸면서 1단계의 정점을 찍는다.

 

이 모든 과정에서 에버랜드를 위해서, 관련됐던 다른 회사와 주주들은 모두 피해를 감수했다. 이런 일련의 상황 전개를 보면 한국 자본시장의 자화상이 일그러져 보인다.

 

#이 재용을 위해서 더 뛰어라.

 

삼성그룹 재무전략가들의 눈부신 활약은  2015년 5월 26일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이사회 결의에서 더욱 빛을 발휘한다. 이 시점에 제일모직 1주와 [구]삼성물산 0.35주의 교환비가 확정되었다. 모두를 놀라게 한, 그러나 이 재용일가를 매우 즐겁게 한 교환비였다.

 

이재용의 삼성그룹 지배권 확보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해야하는데 , 2016년 5월의 합병   현재 구]삼성물산의 이재용·이건희·이부진·이서현의 지분율은 모두 합해도 1.4%에 불과했다. 같은 시점에 이들이 보유한 제일모직 지분은 그동안의 지속적 작전의 성공으로 42.2%였는데.

 

이런 상태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1대1로 합병된다면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이재용일가의 지분율은 20%정도일 것으로 평가되었다. 실제로 두 회사 간의 합병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2015년 3월 말 기준으로 두 회사의 내재가치를 평가하고 관련 여러 사항들을 고려한 두 회사 간의 합병비율은 '1대1'수준이었다.{홍 순탁 회계사,[구]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의 문제점, 재벌지배구조의 문제 진단과 개선을 위한 입법 토론회, 국회, 2016,12,1}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지분율 20%는 이재용의 삼성그룹 지배권 확보에 미흡했다. 이 지분율이 더 높은 수준으로 상향 조정되어야만 했다. 그런데 내재가치라는 기준으로는 도저히 상향 조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삼성의 재무엘리트들은 합병 기준으로 내재가치를 택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주식가격을 활용하기로 했다. 그것이 더 쉽다고 판단되었던 때문이다. 제일모직 주가는 올리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면 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보통 사람들로선 택할 수 없는 방법이다. 이것은 주가조작에 해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된 것인지 2015년 상반기에 제일모직주가는 상승세를 삼성물산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우주의 기운이 이재용 일가에게 뻗힌 탓이었을까? 눈에 안 보이는  어떤 작전은 없었을까?

 

결과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1대 0.35였다.

 

#국민연금공단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두 회사의 합병기준일인 2015년 6월11일 현재 국민연금공단은 [구]삼성물산의 11.2%와 제일모직의 4.8%를 각각 지분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국민연금공단의 입장은 이재용 일가와 반대가 된다. 보유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삼성물산의 주가가 높을수록 좋은 것이다. 따라서 국민연금공단은 삼성물산 주식가격을 올리려는 노력을 했어야 자연스럽다.

 

그런데 2015년 3월 26일부터 합병비율이 산정되는 합병이사회 결의일 전일[5월25일]까지 지속적으로 [구]삼성물산주식을 매각해서 삼성물산의 주가하락에 기여했다. 이 기간중에 매각한 약 300만주는 [구]삼성물산의 평균거래량을 감안하면 큰 물량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국민연금공단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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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연금가입자들에게 손해를 입히고, 이재용 일가를 도와주는 일을 하다니. 이런 선택에 더하여 합병 주총에서 국민연금공단은 캐스팅보트의 막강한 힘을 이재용일가를 위하여 사용했다. 주어진 교환비율에 의한 두 회사의 합병에 찬성한 것이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애국심? 궁하지만 가능한 답이긴 하다. 엘리엇이란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을 막아줬다는 의미에서. 그러나 삼성물산 주식을 중요한 의미가 있는 시기에 지속적으로 매도하여 주가의 하락을 유도한 것은 무엇 때문이었다고 답할 것인가? 그 당시엔 삼성물산의 주가전망이 나빴다고?

 

# 한국의 자본시장, 공정성 회복해야.

 

우리사회는 지금 최순실게이트로  시민혁명을 경험하고 있다. 이 혼돈의 시기가 오히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좋은 기회가 되려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공정성’이 불식되고, 모든 질서가 공정하게 재정립되어야한다.

 

우리는 경제민주화를 논할 때 주로 실물부분을 중심으로 불공정거래와 재벌지배주주의 사익편취 등에 분개해왔다. 그러나 자본시장의 질서를 보면 실물시장보다 더한 불공정성이 횡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실물부문보다 훨씬 교묘하고 전문적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대규모의 편법과 변칙의 가능성이 도처에 있다.

 

자본시장의 공정한 질서 확립을 위해, 제일모직과 [구]삼성물산의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선택한 행로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1대 1"에서 "1대 0.35"로 귀착되어가는 과정에 대한 '복기(復碁)‘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더 나은 대안을 위해 현재 기존질서에 분노하고, 기득권 중심의 이 부패한 불공정질서를 파괴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파괴 이후에도 공정한 질서체계가 기존 질서를 대체하지 못하여 또 다른 모습의 최 순실 게이트가 발생한다면 우리에겐 더 깊은 절망만 남을 것이다. 창조적 파괴를 위한 대안마련에 고민해야할 시점이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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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12월05일 17시24분
  • 검색어 태그 #이 재용 #국민연금공단 #삼성물산 #제일모직 #최순실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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