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상충, 공직자 그리고 법조 본문듣기
작성시간
관련링크
본문
저축은행 사태로 감독기관의 공무원이었던 자가 피감독기관에서 사경제주체로서 활동하면서 이해상충가능성을 무시하면 국민경제에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우리는 공직자윤리법(“공윤법”) 개정으로 그 대상과 취업금지기간을 확대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이해상충에 대한 전반적 무감각과 경제적 이익 앞에서 무너져버린 공직자로서의 국가와 사회에 대한 봉사와 전문직업인들의 전문지식에 대한 자긍심 상실은 계속적으로 세월호 사태, 방위산업 비리, 전직 판검사에 대한 실형선고, 공직후보자 청문회에서의 논란거리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으로 적지 않은 법률가들은 법치주의에 대하여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으며 따라서 새로운 행정부는 단순히 과거에 대한 보복 차원의 특정사건 재조사에 그치지 말고 이해상충의 해결과 같이 대한민국의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하여 필요한 근본적 요건에 관한 개혁도 고민하여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이해상충이란 무엇인가?
이해상충에 대한 논의는 인간관계를 이해관계로 보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반드시 인간관계를 서로에 대한 예절이며 인연이라고 보는 시각과 상반되는 것은 아니며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욕심에 대한 지극히 현실적인 관찰을 전제로 한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공무원으로서 공익의 실현을 위하여 정책결정이나 행정행위를 발동하는 권한을 가진 자가 퇴직하여 또는 퇴직을 염두에 두고 그러한 행위의 상대방 이익을 대리한다면 그러한 가능성 자체가 올바른 정책결정에 부당한 영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퇴직한 이후의 경제적 복지를 확보하고 싶어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직자로서 청빈한 생활을 하여왔던 자라면 더더욱 그러한 바람이 클 것이다. 또한 법원공무원인 판사가 아무리 공정하게 법과 형평에 따라서 판단을 하여야 한다지만 자신의 채권채무나 토지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에서 과연 그럴 수 있을지 분쟁의 상대방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공직자가 아닌 자에게도 개인의 상이한 자격으로 인하여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기업의 지배주주이자 이사인 자가 동 기업의 이사회에서의 회사와 자신 또는 자신이 지배주주인 다른 회사간 거래에 관한 논의와 관련하여 이에 참석하거나 동 사안에 대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그가 자신의 이익을 위할지, 아니면 기업의 이익을 위할지 의문이며 다른 이사회 구성원들이 독립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또한 기업의 사외이사인 자가 당해 기업의 법적인 문제점에 관하여 자신이 소속된 로펌에 자문을 의뢰하는 결정을 하게 되면 이사회는 그 의견서의 객관성이나 중립성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해상충이 문제되는 상황은 지극히 다양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의 발생 자체를 무조건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개별적인 위험상황에 따라서 다른 해결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가장 위험이 경미한 경우 이해상충으로 인하여 손해를 볼 수 있는 자가 그러한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사전에 동의함으로써 이해상충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이해상충의 위험이 심각하고 중대한 경우 또는 국민의 직업에 대한 신뢰도와 관련되는 경우 상대방의 동의가 아닌 법규나 동업자단체의 자율적 규제로서 통제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법규의 내용은 일정한 기간동안 거래의 금지일수도 있고 또는 사전의 공개와 권한행사의 유보일 수도 있다. 이해상충의 여러 가지 해결방안을 살펴 본다.
공직자 이해상충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 1: 동의
대부분의 이해상충상화에 대하여 법은 아무런 규율을 하고 있지 아니하거나 이행당사자간 동의로서 이해상충으로 인한 위험을 처리하고 있다. 행정부 공무원의 공익실현을 위한 추상적 의무로서 공무원의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판단을 기대하는 경우도 이에 속한다. 국회의원의 경우 일정한 법률안을 제정하여 자신의 이익을 도모할 위험이 있지만 이 역시 특별한 규율이 없다. 공직자의 이해상충에 대하여 아무런 규율이 없다면 이는 우리사회가 이에 동의한 상황이라고 판단된다. 또한 사적인 법률관계를 둘러싼 이해상충의 경우도 원칙적으로 사전적 동의로서 해결이 가능한데, 예를 들면 전술한 회사와 이해관계인간 거래는 이사회에서의 사전적 승인으로서 가능하다. 이사회 승인은 사전적이어야 하며 또한 이해상충을 둘러싼 모든 사실관계가 개시되어야 함을 전제로 함은 물론이다. 따라서 포괄적 사전승인은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어느 경우에 동의로서 충분한지는 사회적 판단의 문제로서 사회적 판단이 사후적으로 잘못된 것이 드러나면 법을 개정하여야 할 것이다. 금감원의 간부가 금융감독의 대상인 금융회사의 감사로 가는 것에 대한 공윤법상 규율부재가 저축은행 사태의 원인 중 하나라는 판단 하에 공윤법의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법개정이 이루어진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세월호의 경우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선급협회의 임원으로 가는 것이나 금융위나 금감원의 간부가 금융유관협회의 임원으로 가는 것이 감독의 해이를 가져온다면, 군인의 경우 퇴직후 방위산업체에의 근무에 대한 규율의 강화가 방산비리를 막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면, 공윤법의 적용범위를 더욱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공직자 이해상충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 2: 사전공개와 업무제한
사법부 공무원인 법관이나 법원직원의 경우에 관하여는 소송법상 제척, 기피, 회피제도가 있다. 일정한 개인적 이해관계 때문에 공정한 판단을 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경우 당사자가 기피신청을 할 수 있고 반대로 판사가 자발적으로 판단을 피할 수도 있다. 최근 우리 사법부는 보다 광범위한 재판부의 재배당으로 논란의 소지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FBI가 러시아의 미국대선개입 및 트럼프캠프의 러시아 접촉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법무부 장관 Sessions가 조사대상에 오르자 법무부 장관이 FBI의 공정한 수사를 위하여 동 수사건에 대하여 자신을 회피(recuse)한 것도 유사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소송법상 규정 이외에 공무원일반에 적용되는 제도로서 공윤법상 취급제한업무와 소위 김영란법상 이해상충에 관한 조항 이외에는 아직 업무제한이 보다 보편적이고 구체적인 제도로서 확립되어 있지는 않은 듯하다. 김영란법상의 이해상충조항은 원칙의 선언으로 아무런 구체적 내용이 없으니 이를 보다 구체화하여야 하며 공윤법이 취급업무제한조항 적용범위가 취업제한대상자와 동일하나 취업업무제한조항의 적용대상은 취업제한대상자의 적용범위와는 조금 다른 차원의 문제로서 훨씬 광범위하게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법부를 포함하여 직업공무원 제도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중간관리자나 장차관급 나아가 청와대 비서관으로 민간인을 채용하는 사례가 많지 않으나 점차 그 사례가 늘어가고 있고 또한 퇴직공무원이 다시 공직자로 발탁되는 사례도 늘어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공윤법상 이해상충조항에 대한 보다 심각한 논의가 필요하다. 원칙적으로 민간인이 공무원이 되기 전에 취급하였던 사안 내지 업무에 대하여는 공직자로서 의사결정에 관여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다. 이에 대하여 현재 아무런 법적인 규제가 없고 고위직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서 gossip으로 지나 가는 듯하나 앞으로 보다 체계적인 법적 규율체계를 세워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직자 이해상충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 3: 취업금지
해당 공직자의 지위가 올라갈수록 그 취급업무의 범위가 넓어지고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에 단순히 특정관련업무에 대한 취급제한으로는 효과적인 이해상충상황의 저지에 불충분한 경우 일정한 직급 이상의 공직자에게 일률적으로 일정기한동안 일률적으로 취업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윤법상 취업제한 규정이 그것이다. 퇴임전 취급업무를 정하는 기간, 유관업무의 범위, 취급제한기간의 적정성, 그리고 적용범위인 고위공무원 모두 우리 사회의 판단이나 전반적으로는 지나치게 제한적인 규율이라고 판단된다. 적용대상인 공직자를 보다 확대하고 그 대신 그 기간동안 정부에서 대규모 연구기관을 운영하여 공직자로서의 봉사경험에 기초하여 차후 정책에의 반영자료를 준비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법률가의 이해상충
법률가는 소위 법조인보다는 보다 광범위한 의미를 가지지만 논의의 편의상 통상 법조의 세 바퀴라고 하는 판검사와 변호사에 국한하여 보건대, 판검사가 변호사의 주요공급원인 까닭에 판검사로서의 업무와 변호사로서의 업무간 연결과 관련하여 이해상충이나 나아가 윤리적 문제가 다른 직종에 비하여 광범위하게 발생할 수 있고 이러한 문제는 법률가의 업무성격상 더더욱 예민하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변호사들이 모여서 소위 대형로펌을 이루면서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서의 윤리, 집단내 변호사아닌 자들의 역할의 문제가 제기된다.
우선 이러한 법률가의 이해상충 및 윤리적 문제를 변호사들의 문제라고 판단, 사법부와 검찰에서는 일체 외면한다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또한 변호사를 필요로 하는 자들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고 도외시하는 것 역시 법률서비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사리에 맞지 않는 판단이다. 법률서비스는 의료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고객이 변호사에 상당히 의존하기 때문에 모든 문제를 고객의 판단에만 따르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법부와 검찰은 변호사의 주요공급자로서 퇴직하는 판검사들을 상대로 이해상충 및 법조윤리에 관하여 사전교육을 시키고 사후적으로 모니터하며 위반하는 자는 징계하여야 할 것이다.
우선 가장 좁은 의미의 이해상충을 막기 위하여는 판검사가 취급하던 사건은 변호사로서 수임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다. 이는 현재 변호사법상 수임제한으로 제한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판검사가 일정한 직급 이상에 오르면 특정사건보다는 법원행정과 전반적인 사건전반을 관할할진대 이들에 대하여는 변호사법상 수임제한이 실질적으로 별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리하여 판검사가 일정 직급 이상 오르면 변호사로서의 개업을 영원히 금지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현재 공윤법상의 취업제한을 더 확대하거나 법원공무원법의 개정으로서 가능할 것이다. 최근 점차 현실적 필요에 따라서 이러한 경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하다.
로펌과 이해상충
로펌이 소송이 아닌 외국기업에 대한 상담과 자문을 위하여 생겨나면서 점차 그 크기나 업무범위가 확대되었고 이제는 재벌기업의 순위와 유사하게 언론에서 무슨 기준인지 모르지만 순위를 매기고 있다. 대법원이 판례에서 밝혔듯이 변호사는 상법상 상인이 아니라 법의 집행과 개정을 통한 정의실현의 중개자이지만 현실적인 경제적 요구 내지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따라서 마치 기업과 마찬가지로 고객수와 매출액의 증가로 계속 커져야만 하는 존재이유를 가지고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러한 욕심과 전문직업인으로서 그리고 정의실현의 중개자로서 지켜야 할 법규 내지 윤리간의 적절한 균형점이다.
변호사수나 매출액부문에서 그리고 변호사의 자질면에서 앞서 나가는 로펌들이 일응의 행동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후발 주자들이 따르는 것이 통상적인 사회기준의 설정과정이라면 우리나라의 일부 대형로펌들의 행태는 몹시 실망스럽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변호사협회의 기능이 약하고 소송이 아닌 자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미흡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현재의 상황은 개선의 여지가 많아 보인다. 현실인즉, 이해상충에 가장 덜 민감한 대형로펌은 기존 고객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개별적 동의를 받지만 그 이외의 모든 경우는 포괄적 사전동의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매도인과 매수인을 동시에 대리하고 경매시 복수의 입찰자를 대리하는가 하면 여기에서 한걸음 나아가 전직 공직자나 기업임원을 고문으로 채용하고 이들을 상장기업의 사외이사로 보내어 로펌의 법률서비스 품질에 의한 경쟁보다는 로펌의 수평적 매출증가에만 진력하는 경향이 있다. 더욱 문제는 Grasham’s law가 작동, 점차 모든 로펌이 이러한 추세에 따르면서 국민들은 변호사를 전문지식에 기초한 직업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집단이라기보다는 공권력에 대한 접근을 제공하는 브로커 내지 경제적 이익만을 추궁하는 상인에 가까운 존재로 이해하게 됨으로써 우리 사회가 목표로 하는 법치주의의 기저가 흔들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개선방안
모든 문제를 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자는 가장 어리석은 법률가이다. 그러나 사회가 전문직업인들의 판단을 존중하여 전문직업인들의 자율적 규제에 맡겨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기준을 설정하지 못하였다면 사회가 공권력을 통하여 개입하는 수밖에 없다. 변호사법을 개정하여 소송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상황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에 관하여 보다 자세한 규율을 정하여야 할 것이다. 법이 모든 것을 정할 수는 없으니 변호사협회도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판단을 통하여 지침을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한 걸음 나아가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단순히 이름만으로 판단하거나 추세에 몰려다니지 말고 서비스의 품질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는 변호사협회뿐만 아니라 법원과 검찰에서 법의 집행을 위한 권위만을 고집하지 말고 어떻게 국민들에게 법을 가르칠지에 대한 보다 많은 고민도 필요하다. 법학전문대학원을 통한 법률가 양성제도를 도입하여 새로운 교육방법이 도입된 지 벌써 십년이 거의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법률가는 물론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판결문을 보려면 사건번호를 알아야만 하는 상황은 아직도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개선되지 않고 있으니 무엇을 더 기대하랴.
검찰개혁, 사법개혁과 같은 메가이슈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비교적 작은 이슈인 이해상충에서부터 생각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것도 좋을 것같다. 퇴직자가 공직으로부터 퇴직후 고액의 자문료를 받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왜 이들에게 고액의 자문료를 지급하려는 자가 이렇게 많은지 그 원인을 찾아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