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경제 시대, 합성생물학에 묻고 답을 얻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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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생물학의 개념과 중요성
“What I cannot create, I do not understand”라는 말이 있다. 이는 미국 물리학자 리처 드 파인만(1918~1988)이 남긴 말로, 합성생물학을 일반인들에게 설명할 때 관련 연구자들이 많이 인용하는 문장이다. 그렇다면 합성생물학은 무엇인가. 사실 국가적으로 통용되는 합성생물학의 정의는 없다. 미국1)에서는 합성생물학에 공학 원리를 적용하고 체계적인 설계 도구를 사용하여 특정 기능 출력(예: 바이오연료 생산 등)을 위해 유전적 수준에서 세포시스템을 재프로그래밍하는 것을 말하며, 일명 공학생물학(Engineering Biology)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국2)은 미국보다 좀 더 세부적이다. 합성생물학은 자연계에서 존재하지 않는 생물학적 구성요소나 시스템을 만들거나 설계 또는 재설계하기 위해 생물학에 공학 원리를 적용하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한다. 특히 효소, 유전자 회로와 세포 등 생물학적 기반의 설계와 제작, 현존하는 자연적인 생물학적 시스템의 재설계, 무세포 시스템 등의 예시를 열거하고 있다. 생물다양성협약3)에서는 유전물질, 살아있는 유기체 및 생물학적 시스템의 이해, 설계, 재설계, 제조 및/또는 수정을 촉진하고 가속화하기 위한 과학, 기술 및 공학을 결합하는 현대 생명공학의 추가 개발 및 새로운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유전자 편집, 바이오데이터 분석기술 등 최첨단 바이오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합성생물학은 계속 진화하고 발전하는 학문이다. 기술 발전 흐름에 따라 정의는 조금씩 변화하고 그 차이는 존재하나, 일반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설계-반복-개선 등 공학원리가 도입된 생명공학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공학의 원리가 도입된 합성생물학은 그간의 생명공학 연구개발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준다. 생명 현상의 복잡성으로 인한 낮은 재현성, 극도의 다양성으로 인한 예측효율 저하, 실험방법의 복잡성으로 인한 표준화의 어려움 등 기존 생명공학 연구의 한계를 인공지능, 로봇기술 등 4차 산업혁명의 대표기술을 통해 극복 가능하다. 유전자 편집 등으로 기존 생명체의 기능을 단순하게 변경하여 사용하였다면, 이제는 유전자 및 구성요소의 설 계·제작·조립으로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고 그 중심에 합성생물학이 있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세계 각국 이 합성생물학을 주목하고 있다.
미중기술패권 경쟁 가운데 합성생물학은 경제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큰 과학기술로 분류되었으며, 기술의 자급자족 등 기술력 증강과 국제적 영향력을 위한 혁신과 발전이 동시 강조되는 분야이다. 식품, 농업, 의약, 에너지 등 다양한 바이오산업을 혁신시킬 수 있는 분야로 빠르게 성장 중이며, 대표적인 기업 Ginkgo Bioworks는 합성생물학이 언젠가는 ‘거의 모든 물리적 재화(virtually any physical good)’를 생산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4)
국가 간 주요 전략 및 경쟁력 비교
합성생물학에 관련하여 미국의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다. 물론 패권국으로서 신흥기술에 대해 선도적인 투자와 성과 확산은 미국이 주도권을 확실히 잡고 혁신을 리드하려는 수순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세밀하고 촘촘하게 합성생물학 육성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선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의 제정(2022. 8)이다. 사실 법률명에서는 합성생물학 육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세부 규정을 보면 미국의 정책 방향이 보인다. 제4장에서 ‘바이오경제 연구개발(Bioeconomy Research and Development)5)’이라는 별도의 장을 만들어 법적 근거를 확보하였다. 공학생물학에 대한 연방 정부 차원의 이니셔티브 계획과 국립과학재단, 상무부, 국방부 등 부처 간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블랙박스와 같은 합성생물학에 대한 불확실성을 고려하여 윤리적·법적·환경적·안전 등 사회 과학 측면에서의 연구개발 투자도 명시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행정명령(National Biotechnology and Biomanufacturing Initiative, 2022. 9)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 분야 혁신기술과 관련된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 (Innovate here, produce here)는 강력한 메시지가 들어가 있다. 특히 미국은 바이오제조를 설명하면서 미생물을 프로그래밍해서 플라스틱, 연료, 재료, 의약품 등을 만드는 공정이라 하며, 합성생물학의 혁신과 성공이 결국 미국의 바이오경제 실현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은 2012년에 세계 최초로 합성생물학의 전략적 육성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였다.6) 특히 ① 합성생물학 리더십위원회 설치(SynBio Leadership Council), ② 연구센터 네트워크 구축 ③ 커뮤니티 운영, ④ 정부의 과감한 투자, ⑤ 주도적인 국제협력 참여와 같은 다섯 가지 권장 사항을 제안하고 있다. 이어서 2016년에는 합성생물학의 연구 및 상업화의 확장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전략(UK Synthetic Biology Strategic Plan)을 수립하기도 하였다.
일본 역시 합성생물학에 대한 중장기 전략으로 ‘포스트 제4차 산업혁명(ポスト第4次産業革命)’ 을 발표하였다. 무엇보다 로봇과 IoT, IT·AI 기술간의 조합이 지금의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지만, 유전자변형생물세포와 IT·AI 기술 간의 결합은 포스트 4차 산업혁명을 이끈다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 합성생물학에 대한 국가간 경쟁력 자료도 발표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합성생물학에 관하여 중국이 미국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합성생물학에서 세계 최고 10개 기관 중 9개를 보유하고 있고, 영향력 있는 논문에서 도 52.42%를 차지하여 16.75%에 그친 미국(2위)보다 3.13배가 높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7) 다만 논문지표와 달리 관련 기업 수는 미국과 유럽, 일본 순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대응 노력과 계획안
국내 합성생물학 기술수준은 최고기술 보유국(미국, 100%)에 대비하여 75% 수준으로, 유럽 (90%)과 일본(80%)에 비해 낮고 중국(75%)과 비슷한 수준에서 선도국가를 추격 중이다.8) 특히 새로운 유전체 설계나 제작기술 수준은 미흡하다. 다만 전통적 방식의 미생물 개량 및 대량생산 기술 분야는 세계 선도그룹에 속한다. 또한 유능한 BT·IT 인적 자원과 ICT·제조역량 등 강점 분야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독자적 기술 확보와 산업 활용을 위한 잠재력은 충분하다.
이에 우리 정부도 인공 생명시스템을 설계·제작·활용하는 합성생물학이 미래 경제·사회·안보 등 전방위적으로 파급될 수 있는 전략기술임을 인지하여 다양한 육성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첫 번째로 제15차 혁신 성장 빅3(BIG3) 추진회의에서 ‘바이오파운드리’를 중심으로 하는 합성생물학 생태계 조성방안이 보고(2021. 10)되었다.9) 주요 내용으로는 합성생물학 핵심기술의 선제적 확보, 정부 주도의 공공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합성생물학 기반 바이오 제조혁신 조기 성과 창출, 합성생물학 발전 생태계 조성을 중점 추진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국내 합성생물학 분야의 산·학·연 역량결집과 민간 중심의 생태계 마련을 위한 ‘한국 합성생물학 발전협의회’(2022. 7)도 출범되었다.10) 특히 기술패권 경쟁에서 선제적·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이정표 역할을 해줄 ‘국가 합성생물 학 이니셔티브’가 발표(2022. 11)되었다.11) 이니셔티브에는 합성생물학을 구현해 줄 수 있는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예타사업(2024~2028년, 총 3,000억 원 규모)’을 추진하며, 합성생물학 육성을 위한 ‘신규법률 제정’ 계획도 담겨 있다.
우리가 ‘같이’ 생각해야 할 쟁점안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은 합성생물학을 중요한 신흥기술(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ies) 로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자국 내 합성생물학의 역량을 강화하여 공급망 회복력을 위한 효율적인 제조 능력을 확립하고, 신종 전염병이나 생물테러와 같은 생물학적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또한 기후변화, 식량 안보, 에너지 독립, 지속가능한 환경생태계 등 거대한 사회문제 해결과 함께 바이오경제 구현 시 그 시작점을 합성생물학의 혁신과 확장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합성생물학을 첨단바이오에 포함시켜 ‘12대 국가전략기술’을 발표(2022. 10) 하였으며12), 미래 산업과 안보 관점에서 반드시 확보해야 할 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집중적으로 육성·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민간-전문가-시민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공동의 혁신가치를 생산하고, 적극적인 공유와 상호작용을 통해 공공의 혜택을 최대화하고 잠재적 위험을 항상 경계하는 사회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가 같이 생각해 봐야 할 세 가지 쟁점을 제시한다.
1. (기술혁신 측면) 합성생물학의 핵심은 필요한 생체부품을 어떻게 디자인하는 지와 제작, 연결, 제어에 달려있다. 즉 생체부품과 장치, 시스템을 설계하거나 제작하기 위해서는 이 들을 구현할 수 있는 유전체 분석, 시스템생물학, 유전체 합성 등 다양한 기술 간 연계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정부가 준비중인 합성생물학 로드맵이 중요하다.13) 주요국의 기술 개발 단계, 산업화 실현 시기, 국내 기술 역량 및 수준 등을 고려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반영되고, 국가 미래투자 방향이 설정된 핵심기술 및 산업화를 위한 전략 지도(로드맵) 마련이 시급하다.
2. (국제협력 측면) 합성생물학은 생물체를 다루기 때문에 결과물에 대해서는 사실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고 잠재적인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2000년 카르타헤나의정서 채택 당시 유전자변형생물체는 유전자 한두 개를 삽입하거나 기능을 없애는 것이었다면, 지금의 합성생물학은 개체 전체를 디자인할 수 있는 것으로 이를 GMO로 볼 것이냐에 대해서는 국가 간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에 생물다양성협약에서는 합성생물학의 잠재적 영향에 대한 탐색·검토· 평가를 위한 특별 기술 전문가 그룹을 구성하고, 해당 그룹의 작업 결과를 토대로 제16차 총회에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14) 그 결과를 수용하여 국내 법률에 적용하기에 앞서, 국내 전문가들이 해당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국제적인 의사결정 과정에서 국내 입장과 우리나라 정부정책 방향을 충분하게 전달하였으면 한다.
3. (위험관리 측면) 합성생물학은 과학과 기술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대표적인 융합 분야로서 사회경제 시스템과 산업 지형에 큰 변화를 야기할 것이다. 특히 에너지, 의약품, 식품, 화학제품 등에 대한 핵심 생산자원으로 사전설계·최적화·대량생산이 가능한 최첨단 범용기술에 대한 기술경쟁력 확보가 절실해 보인다. 무엇보다 활용과 위험성을 동시에 내포하는 이중용도(dual-use)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자국에서 이러한 혁신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금지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국가에서 이루어진다면 결국 그 리스크에 대한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즉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주의 깊게 경계하는 법이 필요하고 이는 리스크를 무시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강조하는 것이 될 것이다. 부당한 제한은 새로운 혜택의 분배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리스크 대비에 대한 보호장치를 개발하지 못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즉 혁신과 변화를 촉진해야 할 우리의 법제 와 시스템이 기술혁신과 사회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지체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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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의회조사처CRS(2020), “Synthetic/Engineering Biology: Is\-sues for Congress”, 9월 30일.
2)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national-securi\-ty-and-investment-act-guidance-on-notifiable-acquisitions/ national-security-and-investment-act-guidance-on-notifi\-able-acquisitions#biology(접속일: 2023. 4. 2).
3) Secretariat of the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2022), “SY-NTHETIC BIOLOGY”, 4월.
4) 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2021), “2021 Annual Report to Congress”, 11월.
5) 법률안을 최초로 제안할 때에는 공학생물학 연구개발법(Engineering Biology Research and Development Act of 2019)으로 규정되어 있 었다, https://www.congress.gov/bill/116th-congress/house-bill/ 4373(접속일: 2023. 3. 31).
6) https://www.gov.uk/government/groups/synthetic-biolo\-gy-leadership-council#synthetic-biology-roadmap-for-the-uk-2012(접속일: 2023. 4. 2).
7) 바이오협회ISSUE Briefing(2023). “Who Is Leading The Critical Tech nology Race”, ASPI, 3월 8일, https://www.aspi.org.au/report/criti cal-technology-tracker(접속일: 2023. 4. 2).
8) KISTEP(2021), “2020년 기술수준평가”, 4월 14일.
9) https://eiec.kdi.re.kr/policy/materialView.do?num=218861(접속 일: 2023. 4. 2).
10) https://www.msit.go.kr/bbs/view.do?sCode=user&mId=113& mPid=112&pageIndex=&bbsSeqNo=94&nttSeqNo=3181942& searchOpt=ALL&searchTxt=(접속일: 2023. 4. 2).
11) http://www.hi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 42590(접속일: 2023. 4. 2).
12) https://www.msit.go.kr/bbs/view.do?sCode=user&mId=113& mPid=112&pageIndex=&bbsSeqNo=94&nttSeqNo=3182291& searchOpt=ALL&searchTxt=(접속일: 2023. 4. 2).
13) http://www.dailypharm.com/Users/News/NewsView. html?ID=297212(접속일: 2023. 4. 2).
14) http://www.me.go.kr/home/web/board/read.do?boardMaste rId=1&boardId=1569450&menuId=10525(접속일: 2023. 4. 2).
*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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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산업연구원(KIET)이 발간한 [월간 KIET 산업연구] 4월호에 게재된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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