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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시대 ESG의 운명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5년01월13일 17시12분
  • 최종수정 2025년01월13일 18시03분

작성자

  • 김홍균
  •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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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ESG 제도가 향후 어떻게 될 것인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트럼프 2.0’ 시대가 곧 막을 올린다. 트럼프의 재집권은 우리 경제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관세부과로 인해 수출 주도적인 우리 경제는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가장 크지만 범 세계적으로 정착되어 가는 ESG 제도가 향후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이에 못지 않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책을 살펴​보아야

트럼프 2.0 시대 정착되어 가고 있는 ESG 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가를 보려면 트럼프의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정책 공약은 Agenda 47이라는 이름으로 2023년 공개되었다. 공약집은 10대 공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놀라운 것은 ‘기후’나 ‘환경’이라는 단어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신에 공약집 내 ‘에너지 자원의 촤대 활용(unleashing)’, ‘규제 완화 및 철폐’, ‘안정∙풍부∙저렴한 에너지’ 등 경제 및 통상과 관련된 세부 공약 항목에서 기후변화 정책 방향을 포괄하고 있다. 특히 눈여겨 보아야할 부분은 경제 의제와 관련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건설하겠습니다”라는 공약이다. 이 공약에서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을 5가지 언급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안정적이고 풍부한 저비용 에너지 보장’이다(다른 4가지는 ‘규제 감소’, ‘세금 감면’, ‘공정 무역 거래 확보’, ‘혁신 촉진’임). 공약집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것은 트럼프 당선인은 곧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하고 풍부한 전력 공급이며, 인공지능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미국이 보유한 석유, 가스, 원자력 등을 비롯한 모든 에너지원을 적극 활용하고 세금을 감면함으로써 미국을 가장 저렴한 에너지와 전력 요금을 가진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최근,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와 웰스파고(Wells Fargo)를 비롯해 시티은행(Citi) 및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 등 주요 미국 금융기관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목적으로 설립된 글로벌 협약인 ‘Net Zero Banking Alliance(NZBA)’에서 연이어 탈퇴하며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웰스파고는 지난해 12월 마지막 금요일에 별다른 입장 없이 조용히 탈퇴 사실을 공개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ESG의 기본구조는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기업에 투자할 때 기업의 재무정보 뿐만 아니라 환경, 사회와 같은 비재무정보도 고려하도록 함으로써 기업들을 친환경적이고 친사회적으로 유도하도록 하는 것이다. ESG 구조에서 금융기관들의 역할이 핵심인 점을 감안한다면 미국 주요 은행들의 이러한 탈퇴는 ESG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 할 수 있다.

 

ESG 제도는 장기적으로 더욱 확산되고 강화될 것​

그렇다면 과연 트럼프 2.0 시대는 지금까지 구축되어온 ESG 제도가 와해되는 시발점이 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기란 어렵다. 설령 누군가 답을 내놓는다 해도, 이는 개인적인 판단과 바람에 근거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 이후 여러 사람들이 필자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때마다 필자는 "일시적인 변화는 있겠지만, ESG 제도는 장기적으로 더욱 확산되고 강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견해의 근거는 다음 두 가지이다(물론 이에는 필자의 바램도 포함되어 있다). 

 

첫째, ESG 제도는 이미 글로벌 차원에서 법제화되고 있다.

미국과 달리 유럽, 일본, 중국 등에서는 ESG를 정착시키고 강화하는 규정들이 빠르게 마련되고 있다. 비재무정보 공시를 의무화하는 국가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 불이익을 주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6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이 제도의 도입이 논의 중이다. 이러한 글로벌 규제 환경은 ESG 확산에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둘째, 이상기후와 그로 인한 피해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은 지구 평균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IPCC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남아 있는 탄소예산은 400~500 CO2e 기가톤에 불과하다. 현재 수준의 탄소배출량이 유지된다면 이 예산은 약 10년 내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탄소예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지구의 평균온도는 2100년까지 4℃ 이상 상승할 수 있으며, 이는 시베리아 동토층의 해빙을 가속화해 대량의 메탄가스를 방출시킬 것이다. 메탄의 가열효과는 이산화탄소의 24배 이상이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대량의 메탄 가스 방출은 지구를 인간이 거주하기 힘든 행성으로 바꿀 수 있는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과학자들의 이러한 경고는 이상기후 현상과 맞물려 대중의 공감을 얻고 있으며,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우려를 무시하고 ESG 제도에 역행하는 정책을 밀어붙일 정부가 과연 있을까? 필자는 그런 정부가 존재하기 어렵다고 본다.

경제학에서는 성장과 경기변동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경기변동은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 반면 성장은 장기적이다. 흔히 사람들은 불경기에는 마치 경제가 음의 성장을 하고 있다고 착각을 한다. 그러나 시간 지평을 장기로 확장해보면 대부분의 경제는 불경기와 호경기와 같은 경기변동을 겪으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트럼프 2.0시대에 접어 들면서 반환경적인 정책이 주를 이루고 미국 주요 금융기관들이 ESG에서 탈퇴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지만 10년 뒤에 보면 ESG 제도는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정착되어 갈 것이라 생각한다. 

 

기후변화를 막고 후손들에게 안전한 지구를 물려​주어야

ESG 제도의 강화와 확산이 단기적으로 물가를 올리고 실업을 발생시키고 기업을 옥죄는 수단이라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이 무서워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않을 경우 녹색금융협의체(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 NGFS) 추정에 따르면 2050년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물리적 위험으로 세계 GDP는 15%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미국처럼 모든 국가가 기후 변화에 반하는 정책을 한다면, 그래서 10~20년 뒤에 이러한 실수를 인지하고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노력을 한다면 그 때는 어쩌면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지불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2004년 ESG라는 용어가 등장한 후 여러 국제기구와 국가들의 혼신의 노력으로 ESG라는 제도를 통해 기후변화를 막아보자는 움직임이 범지구적으로 정착이 되어 가고 있다. 아무리 힘이 센 국가라 할지라도 힘을 이용해 자국만의 이익을 위해 이러한 움직임에 반하는 정책을 펴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장 힘이 센 국가에 단기적으로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국가에도 독이 될 수 있다. 얼마 전 한국은행 총재가 “국무위원들은 고민 좀 하고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ESG가 ‘사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제발 생각 좀 하고 얘기했으면 좋겠다. 기후변화를 막고 후손들에게 안전한 지구를 물려줄 방법이 이것 말고 다른 대안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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