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동력 강화’ 정책에 혁신이 안 보인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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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도 경제정책에서 정부의 정책 입안 노력이 많이 모아졌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혁신동력 강화’가 아닐까 싶다. 2020년 한해의 계획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산업과 기술 분야에서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정책들이 총망라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먼저, 맨 앞에 내세운 DNA라고 명명한 데이터, 네트워크, 그리고 인공지능 등과 Post-반도체로서 유망하다고 생각되어 온 바이오, 미래차, 시스템반도체 등의 이른바 ‘신산업’이라고 불릴만한 모든 산업들에 그동안 논의되어 왔던 거의 모든 정책 노력들이 경주될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그리고 기존 주력산업들 중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그 대응책으로 내놓았던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정책의 심화와 아울러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이들 산업들의 산업재편을 위한 길도 모색되고 있다. 여기에 과거에도 몇 차례 중합대책을 내놓았지만 그다지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서비스 산업의 혁신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기까지의 정부 정책을 읽으면 과거 산업연구원에서 미래의 산업발전 비전을 짜낼 때 나왔던 메뉴들이 총동원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차이라면 정부가 정책 수단을 직접 다루기 때문인지 상당히 많은 정책수단들이 모색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계획에 정부의 정책 입안 노력이 총결집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렇게 지금까지 논의되어 온 모든 정책이 총망라되었으므로, 그 반면에 정부가 어느 곳에 역점을 두는 것인지 알아보기가 힘들게 되었다. ‘올코트 프레싱’은 듣기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정부가 산업과 기술 분야의 온갖 곳에 힘을 쓰는 바람에 어느 곳 하나도 뾰족하게 성공할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더 심하게 말한다면 ‘혁신동력 강화’에 정말 역점을 두는 혁신적인 요소가 안 보이는 셈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과거 산업연구원의 보고서도 이런 모습을 보인 바 있지만 그것은 그래도 10년 정도의 미래를 내다보며 정책적 노력을 경주할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지만, 이번 정부의 정책은 2020년의 정책 추진 방향이기에 더욱 이런 차별화가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일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계속 역점을 두어온 두 가지 정책이 ‘혁신정책’ 분야가 추가되었다. ‘벤처창업 선순환 생태계 강화’와 ‘혁신금융 역할 강화’가 그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워낙 많은 정책을 펼쳐놓고 이들 혁신정책 분야를 언급하는 바람에 어느 곳에 이들 혁신정책들이 중점을 두게 될지가 드러나지 않게 되어 버린 느낌을 주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종합적으로 ‘혁신동력 강화’ 정책을 평가한다면 ‘과유불급’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딘가 초점을 맞춘 부분을 드러내놓고 거기에 정부가 내세운 ‘혁신’의 역량이 모이게 하고 나머지 분야에 대해서는 민간이 꾸준히 그 분야들을 발전시켜 나갈 보조적 역할 (지원의 역할, 인프라 확충의 역할, 적절한 규율 집행자의 역할 등)에 만족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아래에서도 언급하겠지만 이 부분에서 제시된 많은 정책 계획들이 지금까지 추진해 오면서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분야도 있고, 아직 법률안들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어 정부가 정책을 펼칠 근거도 마련되지 않은 분야도 있기에 더욱 이러한 인상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DNA 분야의 추진 상황은 같은 수준에서 논하기에는 격차가 너무 크다
데이터, 네트워크, AI 등을 절묘하게 엮어서 만든 워딩에 너무 집착했을까? 이들 분야들은 바로 뒤에 부차적으로 언급한 세 분야들과는 (바이오, 미래차, 시스템 반도체) 상황이 너무나 다른데 같은 수준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같다.
우선 작년 초에 정부가 큰 역점을 두면서 추진하겠다고 한 ‘데이터 경제’ 부분은 이른바 ‘데이터 3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려 하는 정책들의 실효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인 데 비해, 우리 정부와 관련기업들이 (평창 동계올림픽 추진과 함께 다소 성급하게) 이미 발표해 놓고 추진하기 시작한 5G 네트워크 구축사업은 정부의 ‘글로벌 시장 선점’이라는 자부에도 불구하고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매우 현실적인 기술정책들이 경주되어야 하는 부분이므로 참으로 다른 차원의 문제인 셈이다.
이 두 분야의 중간쯤에 놓여 있는 인공지능 분야는 핵심적인 기반이 바로 앞에서 다루고 있는 데이터 활용이라는 점에서 ‘데이터 경제’와 같은 선상이 놓여 있는 측면이 있고, 다른 측면에서는 이미 이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기업들의 활동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지원해야 할 것인지의 문제로 귀결되는 만큼 정부가 해야 할 일의 순서도 매우 차이가 나는 셈이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AI 경쟁력 혁신에서 맨 처음 내세운 생태계 구축 부분은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기업들이 활발히 뛸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Post-반도체 분야에서는 그동안의 성과를 감안해서 차별화된 정책 추진 필요성
바이오, 미래차, 시스템 반도체 등에 대해서는 향후 우리나라가 역점을 두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할 분야라는 데는 정부, 기업, 전문가 모두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분야에 상당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정부의 의지에는 공감이 간다. 이들 3개 분야에서는 그동안 정부가 상당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온 과정이 있었던 만큼 그 정책들의 성과들을 점검하고, 성공적인 부분을 더욱 촉진하고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 나가는 시각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해 줄 것을 주문하고 싶다.
주력산업의 대책은 몇몇 핵심 분야에 초점을 맞출 필요
주력산업에 대한 대책은 역대 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을 수정/보완하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옳을 것이다. 그 중에서 몇 가지를 지적한다면 아래와 같다.
우선, 주력산업의 융복합화에 대해서는 아직도 산업 전반적으로 이해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지나치게 정책이 전문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하고 실제 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융복합화 현상이 촉진되도록 도와주는 정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음으로,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부분에서는 두 번째로 제시된 ‘수요 공급기업간 협력’이 핵심적인 요소일 것이므로 이 사업에 정책적 초점을 맞추어 실질적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성과를 내는 기업들의 숫자에 (100개의 기업 등) 너무 연연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선제적인 사업재편 부분은 꾸준히 추진되어야 할 정책이고, 특히 최근 우리 주력산업들 중에서 경쟁력 위기를 겪고 있거나 겪을 가능성이 큰 산업들이 계속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더욱 정부가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라 하겠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정책수단들이 중소기업의 사업재편에만 초점을 맞춘 점은 매우 아쉽다. 향후 위기를 겪게 될 산업들이 대기업들이 영위하는 경우, 조선산업에서 이미 겪은 바와 같이 전체 경제에 주는 충격이 더 클 가능성이 클 것이므로, 대기업들도 정책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것을 진지하게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서비스산업 대책은 결국 과거 정책의 재탕(?)
서비스산업 혁신체계를 구축할 정책으로 가장 앞에 내세운 정책은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위한 중장기 비전/전략 마련’이다. 과거에도 몇 차례 이러한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 서비스산업들에 대한 혁신체계는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고 있고,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은 유통, 개인서비스 등에 집중된 상당히 후진적인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혁신적인 서비스산업들은 바로 뒤에서 언급하고 있는 ‘규제혁파’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핵심과제인데, 바로 이 부분이 어렵다는 점은 최근 대두되고 있는 대부분의 신산업과 관련한 규제들이 기존 서비스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기존 산업 종사자들을 설득하고 이들 종사자들의 잠재적인 피해를 경감하는 조치들을 강구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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