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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의 사이버보안 이야기 <8> 스마트빌딩의 두 얼굴: 편리함 뒤에 숨은 보안 위협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9월23일 17시10분

작성자

  • 이준호
  • 시그넷파트너스(주)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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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스마트빌딩의 두 얼굴

 

우리의 빌딩을 누군가 들여다보고 있다

수많은 첩보영화를 보면 뒤에서 현장요원을 지원하는 사람이 항상 등장한다. 바로 해커다. 범죄를 저지르는 측에서도 해커의 도움을 받고 이를 막는 측에서도 해커의 도움을 받는다. 해커의 실력에 의해 공격이 성공하기도 하고 방어에 성공하기도 한다. 꼭 해커끼리 싸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테러범을 소탕하기 위해서 특수부대를 투입할 때, 아군 측 해커는 카메라를 조작하고 보안경보를 해제하기도 하고, 각 사무실의 문을 개방하기도 한다. 건물 내부를 손바닥 보듯 모니터링하며 필요한 경우 건물시스템을 제어한다.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너무도 익숙하게 이러한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는 상식선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먼저 건물의 내부 설비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내부설비가 네트워크에 연결이 되어 있어야만 가능하다. 원격에서 스마트폰으로 집에 보일러를 제어할 수 있다는 말은 내가 아닌 다른 자에 의해서도 접근이 가능하단 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양면성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IoT, 빅데이터, AI 등의 기술은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건축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스마트 빌딩'이라는 개념은 이제 더 이상 미래의 청사진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적 기술의 도입은 새로운 형태의 보안 위협을 동반한다.

스마트 빌딩은 건물의 안전, 보안, 에너지 관리 등을 자동화하고 최적화하기 위해 첨단 기술을 적용한 건축물을 말한다. 이는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 에너지 효율성 증대, 유지보수 비용 절감, 사용자 경험 향상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한다. 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 빌딩 시장 규모는 2023년 969억 6천만 달러(약 130.8조원)로 평가되었으며, 2024년 1,174억 2천만 달러(158.5조)에서 2032년까지 5,680억 2천만 달러(767.2조)로 연평균 성장률(CAGR) 21.8%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과 스마트빌딩 산업의 성장 이면에는 사이버 보안이라는 새로운 도전 과제가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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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빌딩의 취약점과 보안 위협


스마트 빌딩의 주요 구성 요소들은 각각 고유한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빌딩 자동화 시스템(BAS)은 건물 전체를 제어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지만, 이 시스템이 해킹되면 건물 전체의 통제권을 잃을 수 있다.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의 경우, 에너지 사용 데이터가 유출되거나 조작되면 막대한 비용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시스템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 지점의 취약점이 전체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해커들은 빌딩의 BAS를 장악하여 엘리베이터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HVAC 시스템을 조작해 실내 온도를 40도까지 상승시킬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접근 제어 시스템을 해제하여 무단 침입을 가능케 했고, 조명 시스템을 제어하여 작업 환경을 방해하는 건 너무도 쉬운 일이다.

이러한 스마트빌딩 시스템에 대한 해킹의 심각성은 단순히 물리적 불편함에 그치지 않는다. 스마트빌딩에 근무하는 입주기업은 업무 마비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입주 기업들의 데이터 유출로 인한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스마트 빌딩의 보안이 단순히 건물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핵심 자산과 직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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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빌딩 보안의 기술적 과제


스마트빌딩에 대한 외부 사이버위협으로부터 보호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술적 과제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1. 레거시 시스템과의 호환성: 기존 시스템과 새로운 IoT 기기 간의 보안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 레거시 시스템의 보안 업그레이드와 함께, 새로운 기기와의 안전한 통합 프로토콜 개발이 필요하다.

  2. 엔드포인트 보안: 수많은 IoT 기기에 대한 개별적 보안 대책이 필요하다. 각 기기별 펌웨어 업데이트, 강력한 인증 메커니즘 도입, 그리고 기기 레벨에서의 암호화 적용 등이 포함된다.

  3. 네트워크 분리: 중요 시스템과 일반 시스템 간의 네트워크 분리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VLAN(Virtual LAN) 기술을 활용한 네트워크 세그먼테이션이나, 더 나아가 물리적 네트워크 분리까지 고려할 수 있다.

  4. 실시간 모니터링: AI 기반의 이상 징후 감지 및 대응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정상적인 네트워크 트래픽 패턴을 학습하고, 이상 징후를 즉각 탐지하여 자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5. 강력한 암호화: 모든 데이터 전송 및 저장 과정에서 강력한 암호화를 적용해야 한다. 최신 암호화 표준을 적용하고, 정기적인 암호키 갱신 등의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기술적 해결책과 더불어, 정기적인 보안 감사와 취약점 평가, 그리고 지속적인 직원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AI를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및 자동 대응 시스템은 인간의 한계를 보완하고, 24/7 빈틈없는 보안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물리적 보안과 사이버 보안의 융합

 

스마트빌딩에 대한 해킹의 또다른 특징은 물리적 보안과 사이버 보안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별개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이 두 분야가 이제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물리적 출입 통제 시스템이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다면, 이는 곧 사이버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통합 보안 운영 센터(SOC) 구축, 보안 인력의 교차 훈련, 보안 정책의 통합 등이 그 방안이 될 수 있다. 특히 통합 위험 평가와 사고 대응 계획의 수립은 필수적이다. 물리적 위협과 사이버 위협을 동시에 고려한 종합적인 위험 평가를 바탕으로, 두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결론: 기술발전의 양면성을 대비하는 균형 잡힌 시각


스마트빌딩은 우리에게 전례 없는 편의성과 효율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보안 위협을 야기한다. 우리는 이 양면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혁신과 보안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스마트빌딩의 미래는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러한 보안 과제를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단순히 최신 기술을 도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에 걸맞은 보안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기술적 해결책뿐만 아니라 관리적, 물리적 보안 요소를 모두 아우르는 총체적 접근을 필요로 한다.

더불어, 스마트빌딩 보안은 건물 소유주나 관리자만의 책임이 아니다. 입주 기업, 사용자, 그리고 정부와 관련 산업 모두가 협력하여 대응해야 할 과제이다. 보안 의식 제고를 위한 교육, 관련 법규 및 표준의 제정, 그리고 지속적인 연구 개발 투자가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스마트빌딩이라는 혁신의 물결 속에 서 있다. 이 혁신이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이면에 숨은 보안 위협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안전하고 효율적인 스마트빌딩 시대를 맞이할 수 있는 길이며, 나아가 스마트시티, 더 나아가 스마트 사회로 나아가는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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