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자산: 토큰 증권과 저작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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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토큰 증권(Security Token)을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의 증권을 디지털화(Digitalization)한 것이라 정의하였다. 금융위원회는 2022년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2023년 토큰 증권의 발행과 유통체계를 정비하였다. 2024년에는 토큰 증권과 관련된 입법이 예상되어, 올해가 국내의 토큰 증권의 발행과 유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본고에서는 토큰 증권의 정의와 해외 토큰 증권의 발행 및 유통 사례를 살펴보고, 토큰 증권에 따라 성공이 예상되는 새로운 형태의 투자상품인 저작권 투자에 대해 살펴보겠다.
토큰 증권
토큰은 기존에 존재하는 이더리움 등의 블록체인 위에서 설계된 가상 자산을 의미한다. 한동안 매우 유행하였던 NFT(Non-fungible tokens)도 토큰의 일종이다. 토큰 증권은 토큰 중에서 증권의 형태를 띠는 것을 말하는데, 미국에서는 증권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이용한다. 하위 테스트는 ①금전투자 ②공동사업 ③투자자에 따른 수익 기대 ④제3자의 노력에 대한 수익 발생이라는 네 가지 요건으로 구성된다. 어떠한 계약이나 상품이 이 네 가지 요건을 만족하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를 증권으로 판단하고, 증권법상의 규제를 적용한다. 이와 유사하게 우리나라는 자본시장법상의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을 토큰 증권으로 보고, 이러한 토큰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상의 규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기존의 증권은 중앙화된 시스템 아래에서 발행되고 관리된다. 증권의 발행과 유통에 예탁기관과 거래소 같은 중앙화된 시스템이 개입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발행과 유통 시간에 제약이 발생하고, 그에 수반되는 비용도 많이 든다. 이와 달리 토큰 증권의 발행(Security Token Offering)은 블록체인상에서 이루어지고, 권리의 관리 또한 분산원장을 통해 이루어진다. 분산원장을 통해 제3기관의 개입이 없이도 거래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다. 또한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을 통해 자동화된 매매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거래 비용 또한 크게 낮출 수 있다.
토큰 증권 시장 현황과 전망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추산한 2022년 기준 전 세계 토큰 증권 시장은 3천억 달러 규모이다. 이 컨설팅 회사는 토큰 증권 시장이 2030년에 전 세계 GDP의 10% 수준인 16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노무라 증권이 토큰 증권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설립한 블록체인 인프라 개발사 Boostry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일본의 토큰 증권 시장 규모는 970억 엔 규모로 2022년 대비 5.8배 성장을 보였다. 이처럼 세계 토큰 증권 시장의 규모는 토큰 증권에 대한 법제 및 규율 정비와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토큰 증권 시장 역시 법제화 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며, 2023년 발간된 하나금융연구소의 보고서는 국내 토큰 증권 시장이 2030년 367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토큰화된 자산군의 분포를 보면 부동산이 8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본의 경우도 부동산이 85%로 기존에 유동화가 어려웠던 자산의 유동화에 토큰 증권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의 경우 기존에도 리츠(REITS)의 형태로 유동화 및 투자가 이루어져 왔는데, 토큰 증권의 도입으로 중소규모의 부동산 신탁 자산의 유동화 시장이 활성화된 것으로 보인다. 토큰 증권은 부동산, 채권 등 기존 자산의 유동화뿐 아니라 IPO와 유사한 신규 사업 자금 조달 목적으로도 발행될 수 있다. 미국의 토큰 증권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INX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INX는 SEC의 규제하에 발행된 첫 증권 토큰으로, INX는 순영업 흐름의 40%를 분배받을 수 있는 권리를 STO를 통해 발행하였고, 8,5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였다.
저작권 투자
미국의 토큰 증권이 새로운 사업의 자금조달에서 시작된 것과 달리, 우리나라의 토큰 증권은 현실자산(Real world asset)에 대한 조각 투자를 중심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사, 소유, 핀블(이상 부동산 조각 투자), 뮤직카우(저작권 조각 투자) 등이 토큰 증권 사업을 준비 중이고, 금융위원회도 이와 같은 비정형 자산에 근거한 소액 투자를 고려한 제도를 설계하였다. 이 중에서도 본고는 음악 저작권 투자를 소개하고자 한다. 부동산은 전통적인 투자 자산으로 고려되어 온 반면 음악 저작권 투자는 비교적 최근에 투자 자산으로 고려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새로운 자산, 특히 무형자산의 증권화라는 점에서 토큰 증권을 통해 투자 가능자산의 범위를 확장한다는 의의가 있다.
저작권은 저작권법에 의해 인정된 무형의 저작물에 대해 창작자가 갖는 권리로, 창작자(저작권자)에게 일신 전속되는 ‘저작인격권’과 양도가 가능한 ‘저작재산권’으로 구성된다. 저작권을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들은 창작자가 양도한 저작재산권에서 창출되는 현금흐름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설계된다. 저작물의 창작에는 창작자 이외의 다른 사람들과의 협업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권리가 ‘저작인접권(Neighboring right)’이다. 음악의 경우 가수와 연주자, 음반 제작사 등이 저작인접권을 갖게 된다. 저작인접권 또한 인격권과 재산권으로 구성되는데, 저작인접권의 재산권 또한 금융상품의 기초자산으로 이용된다.
저작권은 무형의 자산에 대한 권리로, 미술품 등 유형의 자산에 대한 소유권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미술품의 경우 유형 자산으로써 영속적인 소유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그에 기반한 사용료와 가격 등의 현금흐름이 영구적으로 창출될 수 있다. 이에 반해, 저작권은 창작자 사후 70년까지, 저작인접권은 저작물이 공표된 시점부터 70년 동안만 보호되기 때문에 유한한 기간 동안 현금흐름이 창출된다. 현금흐름은 유한하지만, 저작물 창작 및 유통 직후 즉각적인 현금흐름이 창출된다는 점에서 투자자산으로써의 매력을 갖는다.
음악 저작권 투자 시장의 성장
음악 저작권을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은 1997년 보위 본드(Bowie Bond)의 발행으로 시작되었다. 미국의 인기가수인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는 자신이 발표한 노래 약 300곡이 수록된 25개 음반에서 발생하는 저작권을 기초로 5,500만 달러의 채권을 발행하였다. 이후, 1998년에는 미국 레코드 레이블인 모타운 레코드(Motown Record)가, 1999년에는 가수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과 가수 아이슬리 브라더스(Isley Brothers)가 저작권을 담보로 한 채권을 발행하였다. 저작권을 기반으로 한 채권의 발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축되었으나 최근 음반 산업이 스트리밍 위주로 재편되면서 다시금 부활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스트리밍 서비스의 수입은 전 세계 음반 산업의 유통 수입의 67.3%를 차지한다1). 스트리밍을 통한 음원의 유통은 음원 유통시장의 성장을 견인하였을 뿐 아니라2), 유통 과정이 투명해 저작권료의 징수를 용이하게 한다. 이뿐만 아니라 모든 음악의 사용이 데이터로 기록되기 때문에, 각각의 저작물에 대한 가치평가 기술이 크게 발달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CD, Vinyl 등 기존의 저장장치를 통한 음원의 유통이 주류이던 시절에는 저작권료 수입은 음반 발매 직후 급감하였는데, 스트리밍을 통한 음원의 유통은 저작권료의 발생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3). 시장의 성장, 가치평가 기술의 발달, 꾸준한 현금흐름은 저작권료를 기초자산으로 한 금융상품의 개발과 유통에 기반이 되었다.
세계 음악 저작권 투자 규모는 2015년 2억 달러에서 2021년 120억 달러로 급성장했다([그림 3] 참고). 특히 저작권자로부터 저작권을 최초로 인수하거나, 저작권 회사에 투자하는 시장 이외에 기존에 인수된 저작권을 거래하는 2차 시장의 규모도 2019년 4억 달러 규모에서 2021년 53억 달러 규모로 13배 이상 증가했다. 저작권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회사로는 영국의 Hipgnosis Song Fund(이하 HSF)가 있다. HSF는 저작권을 인수하여 음악 카탈로그(Catalog)를 만들고, 카탈로그 단위의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해당 저작권의 가치를 높인다. HSF는 2018년 7월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었으며, 2024년 기준 4만여 곡의 저작권을 보유 중이다. 국내에서는 비욘드뮤직이 비슷한 형태의 사업모델을 갖고 있는데, 2022년 기준 국내외 2만 7천 곡의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2년 12월 말 기준 매출액 150억 원, 영업이익 52억 원을 기록하였다4).
저작권 2차 유통시장 규모의 성장은, 저작권 거래 플랫폼 시장의 성장과 함께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Royalty Exchange는 저작권을 카탈로그 단위로 구성하여 판매한다. Royalty Exchange에 따르면 2024년까지 1억 7천만 달러 이상의 거래가 이루어졌으며, 평균 수익률은 13.3%이다. 국내에서는 뮤직카우가 저작권을 인수 후 수익증권을 시장에 발행하는 저작권 옥션과 저작권 수익증권 거래를 중개하는 형태로 저작권 조각 투자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2022년 2월 누적 회원 수 100만 명, 누적 거래액 3천399억 원을 달성했다. 뮤직카우는 2022년 3월 금융위원회가 뮤직카우의 상품을 투자계약증권으로 판단하면서 사업이 중단될 위기를 맞이하였으나, 투자자 보호조치가 마련되고,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되면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다. 2023년 말 기준 매출액 134억 원 영업이익은 –238억 원을 기록 중이다5).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에게 저작권 투자 시장의 성장은 곧 자금 조달 비용 감소를 의미한다. 기존의 저작권자들은 음악 발매 후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여 저작권을 양도함으로써, 저작권자는 빠른 시일 내에 저작권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회수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의 저작권을 담보로 한 대출의 경우 저작권자의 신용도가 대출 규모 및 이자율 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신용도가 낮은 창작자들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존재했다. 이와 달리 저작권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저작물의 가치가 저작권자의 신용과 별도로 평가되기 때문에 신용도가 낮은 창작자에게는 큰 금액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특히 국내 음악 저작권 투자 시장은 앞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1월 개정된 자산유동화법은 지식재산권을 유동화 대상 자산으로 명시하였다. 이에 따라 지식재산권의 일종인 저작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자산유동화가 용이해졌다.
음악 저작권 투자와 토큰 증권
저작권은 다른 지식재산권에 비해 현금흐름 창출이 용이하다. 특허와 같은 지식재산권의 경우 해당 특허를 이용한 상품이 개발되고 판매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저작권의 경우 저작물이 최종재로써 유통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현금흐름 창출이 가능하다. 여타 지식재산권에 대한 투자에 비해 빠른 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것은 저작권 투자의 장점이다. 또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가 늘고, 불법 음원의 유통이 줄면서 징수되는 저작권료의 규모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케이팝(K-pop)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 음악에 대한 저작권료 징수 총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내 저작권 신탁 단체6)가 징수하는 음악 저작권료는 2013년 1,323억 원에서 2022년 4,188억 원으로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해외 저작권 투자 역사를 살펴보면 사모펀드와 기관투자자 중심의 저작권 투자가 대부분이었다. 저작권 투자를 위한 구조화 및 권리 관리에는 비용이 발생하는 반면 개별 권리의 자산가치는 적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에 조각 투자가 개념이 들어오면서 저작권 투자가 공모시장에서 투자 대상으로 고려되기 시작하였다. 개인, 소규모 투자자도 저작권을 투자 자산으로 고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토큰 증권의 도입은 이러한 저작권 공모시장을 확대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큰 증권의 도입으로 저작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증권의 발행 및 거래 비용이 감소하고, 장외시장에서의 토큰 증권 거래가 활성화되면 저작권 투자 시장의 활성화는 물론 저작권의 유동성이 제고 효과로 기초자산의 가치도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
단, 토큰 증권의 초기단계에서는 시장참여자의 부족으로 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분리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이 지켜지기 어려워 투자자 보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저작권 조각 투자의 경우 현재 소수의 사업자가 발행과 유통을 모두 담당하고 있어 사업자와 투자자 간 이해 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전통적 증권 시장 수준의 과도한 규제를 적용한다면 토큰 증권 시장의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 토큰 증권을 통한 금융시장의 혁신을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사전 규제보다는 시장의 성장과 성숙에 맞는 적절한 사후 규제가 효과적일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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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고는 자본시장연구원에서 발간한 「자본시장포커스」 2024년 11호 중 ‘저작권 투자의 성장과 위험 요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1) IFPI, 2024, 「Global music report」
2) 음원 유통시장은 9년 연속 성장하였으며, 2023년에도 10.2%P의 성장률을 보였다.(IFPI(2024))
3) Miller, L., 2022. 「How streaming has impacted the value of music, Musonomics」
4) 비욘드뮤직, 「2022년 감사보고서」
5) 뮤직카우, 「2022년 감사보고서」
6)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 참고문헌
금융위원회(2023.2.6.), 「토큰 증권(Security Token)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 - 자본시장법 규율 내에서 STO를 허용하겠습니다
김갑래(2021), 「미국의 증권토큰발행(STO)에 관한 고찰」
정수민(2024), 「저작권 투자시장의 성장과 위험 요소」
키움증권 리서치센터(2024), 「STO 빌드업」
한아름(2023), 「국내 증권토큰발행(STO) 현황 및 시사점」
하나금융연구소(2023), 「토큰 증권 시대의 개막」
Boston Consulting Group(2022), 「Relevance of on-chain asset tokenization in ‘crypto winter’」
Boostry Co.(2024), 「Japan Security Token (RWA: Real World Asset) Market Report(FY2023)」
한아름(2023), 「국내 증권토큰발행(STO) 현황 및 시사점」
하나금융연구소(2023), 「토큰 증권 시대의 개막」
Boston Consulting Group(2022), 「Relevance of on-chain asset tokenization in ‘crypto winter’」
Boostry Co.(2024), 「Japan Security Token (RWA: Real World Asset) Market Report(FY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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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발간한 [SW중심사회 9월호](2024.9.14.) ‘FOCUS’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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