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반독점 규제와 중국의 전략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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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7일, 중국의 ‘국가시장관리총국’이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대한 국무원 반독점위원회 지침(이하 지침)’을 시행하였다. 지침은 기존의 반독점법으로는 적용이 어려웠던 인터넷 사업과 디지털경제의 특성을 반영하는 독과점 정의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독과점 형성과 담합 등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보완했다고 한다. 시장관리총국은 플랫폼 기업의 독점행위를 막고,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증진하며, 데이터나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근절할 것이라고 지침의 원칙과 방향을 설명하였다. 세부적으로는 담합, 차별, 봉쇄, 덤핑 등 일반적 불공정 행위 이외에도 인터넷플랫폼을 감안한 다양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이는 작년 초에 지난 2008년 제정된 반독점법을 보완하며, ‘기존 전통산업 외에 인터넷 산업에 대한 반독점법’적용을 추가하겠다고 발표한데 따른 후속작업이다.
지침 공개에 앞서 시장감독관리총국을 비롯한 인터넷 규제기관들이,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 등 인터넷기업 관계자들을 초치해 '인터넷경제 질서 행정지도'를 하기 위한 관련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서는 인터넷사업의 독점화, 시장 지배력 남용 행위, 특히 핀테크분야의 독식 등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에 대해서는 이미 반독점법 위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러한 인터넷 반독점 정책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공식입장은 일부 인터넷 기업들, 특히 알리바바와 텐센트에 의해 양분독점화 되어가는 인터넷 시장에서 공정경쟁을 확보하고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내수소비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는 중국 당국이 장기적으로 자국 인터넷시장의 공정한 경쟁 구도를 형성해 경쟁을 활성화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규제를 내놓는 것이라고 해석되고 있다.
반면에, 커지고 있는 중국 내의 플랫폼 기업을 관리하고 중국공산당의 정책에 순응시키려는 법적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도 평가되고 있다. 시진핑의 경제정책은 국진민퇴(國進民退)를 표방하는 사회주의 시장의 건설로 알려져 있다. 국진민퇴란 경제에서 국유부문(정부)의 비중 확대가 민간부문의 비중 축소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국가 기업을 진흥하고 민간기업을 관리한다는 것인 만큼 강력한 정부의 행정수단를 요구하여 왔다.
핀테크 분야에서 높은 시장 장악력을 보이며 금융산업 자체를 위협하는 인터넷 경제부문에 대하여도 관리감독의 고삐를 죄고 있다. 이런 추세와 병행하여 강력한 법적인 장치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그룹 핀테크 회사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가 상장 이틀을 앞두고 돌연 불발된 것과,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기업들을 불러모아 회담이라는 형식을 빌어 제재해 온 것은 중국상부로부터의 보다 강한 규제의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인터넷과 디지털 경제에서 세계적인 헤게모니를 추구하는 중국의 세계적 전략측면을 감안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미국과 서방에 대항하여 중국식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맞대응을 해왔다. 미국에 의해 건설된 인터넷은 세계를 포괄하는 열려있는 네트워크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부정하고 중국의 주권에 의해 규율되는 공간으로서의 인터넷을 주장하여 왔다. 중국 정부에 의해 울타리가 쳐져 있는 폐쇄적인 인터넷을 구축하고, 중국기업에게만 서비스제공이 허용되어 있고, 중국서비스만 이용해야하는 실정이다. 중국은 국가에 의해 강력히 통제되어 있는 이러한 중국식 인터넷 체제를 세계화 하고 싶어 하고 이를 추구하고 있다.
최근 플랫폼 산업은 세계적으로 전환기를 맞고 있으며 반독점법에 근거해 새롭게 규제환경이 강화되는 추세에 있다. 유럽에서 시작된 플랫폼 반독점 규제는 미국에서도 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구글과 페이스북이 반독점법에 의해 제소되어있다. 인터넷 기업의 분리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민주당의 바이든 정부가 시작하면서 이 정책을 좀 더 강화하기 위해 반독점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활발히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대응해 중국은 미국의 인터넷 반독점 모델이 세계적인 질서로 자리 잡으려는 차제에 중국적인 법제도를 완수하여 중국식 모델로 제시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 미국과 서방에 의해 제시된 규제를 따라가기보다 독자적인 방식을 제시하고 세계에 또 하나의 옵션을 제시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2020초 반독점법의 개정이 발표된 이후 불과 1년 만에 인터넷 분야의 반독점법 제도가 수립되어 시행된 것만 보더라도 이러한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중국인민은행 판궁성(潘功勝) 부행장은 ‘중국 규제당국이 반독점 문제에서 외국 당국과 연대를 확대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는 미디어의 보도도 이 같은 의도를 짐작케 한다.
또 한편, 최근 틱톡을 제재하려는 미국의 중국 인터넷 사업에 대한 규제강화에 상응하는 대응을 모색한 것으로도 판단된다.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의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 유독 중국에서는 서비스를 못하고 있다. 중국의 국가 안보 정책에 따라 강력한 정부 컨트롤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가입자정보를 요구하고 자국의 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하지 못하게 한다.
미국기업들은 이용자들의 정보를 요구하고 데이터의 흐름을 통제하는 중국정부의 정책에 발맞추기에는 기업문화가 맞질 않는다. 그런데 최근 미국은 중국에 대한 맞대응 보복성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도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중국 인터넷 기업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화웨이의 통신망 장비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틱톡의 움짤에 의해 미국의 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국방부 보고서를 낸바 있다.
현재 중국이 '인터넷 만리장성'을 쌓아 자국 인터넷기업을 보호하며 외국계 기업 진입을 막고는 있지만, 향후 시장환경이 변화하고 인터넷기업 반독점법이 새로운 국제 질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 단계를 대비한 법제도가 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다. 실제로 2008년부터 시행된 중국 반독점법의 경우 조사의 칼날이 주로 외국계 기업으로 향하면서 '경제 국수주의' 수단으로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2018년 7월 중국 경쟁당국은 역외적용 조항을 이유로 미국 퀄컴(Qualcomm)과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NXP 간 인수합병을 승인하지 않았다. 2013년에는 우리나라 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가격담합을 이유로 중국으로부터 과징금 부과조치를 당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의 중국 내 시장 지배력 확대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반독점법을 활용해 왔다.
우리나라의 네이버 카카오 등의 서비스는 중국내에서는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제되어 왔다. 더욱이 외국 기업의 입장에서 중국의 인터넷 규제와 법 집행은 명확하지 않은 규정과 인위적 해석으로 대응이 어려웠던 부분이 많다. 이번 인터넷기업 반독점법이 시행되면서 중국정부의 숨겨져 있는 의도에 따른 칼날이 외국서비스를 강력히 제재하고 자국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으로 이용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인터넷기업은 중국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지 못해 왔기 때문에 더 이상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향후 세계적 반독점 규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정착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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