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완식의 생동하는 문화예술 <25> 한글을 통한 ‘한류인’ 탄생시키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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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인에게 알려진 나라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불편한 일도 있었다. 그러던 한국이 최근엔 가장 핫한 나라가 되었고 한류문화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나라가 코리아 프리미엄의 나라가 되고 있다. 그 과정과 앞으로의 방향을 생각해보자.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을 알게 된 사람들이 많아졌다. 월드컵에서 4강이라는 신화를 쓴 것도 외국인들에게는 큰 이슈였지만 특히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전국을 뒤덮은 붉은 악마들의 응원 모습이었다. 이 모습은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고 SNS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 한국의 문화가 세계에 소통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이후 한류 드라마와 싸이의 인기 등 크고 작은 문화 이슈가 한국에 대한 관심을 끌게 했다. 그러던 차에 전 세계인을 집안에 묶어두는 코로나 팬데믹이 강타하게 되면서 한류콘텐츠들은 유튜브와 OTT, SNS 등을 타고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한국의 콘텐츠는 인간미를 중심에 두는 경우가 많아서 외국인들의 시각에서 보면 매우 따스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스토리의 힘 위에 주인공들이 사랑의 감정을 듬뿍 담아 말하는 ‘자기야’ ‘오빠’라는 단어는 외국인의 마음도 설레게 한다고 한다. 한국 콘텐츠를 계속 듣고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저런 감정을 표현하는 한국어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외국인들의 이런 반응은 우리말과 한글이 가진 강점 때문으로 보인다.
한글의 강점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 나절이 되기 전에 이를 이해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 만에 배울 수 있게 된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적힌 이와 같은 문장에서도 알 수 있듯이 훈민정음은 배우기 쉬운 글자이다. 접근이 쉽고 이해하기가 쉽다는 장점뿐만이 아니라 한글은 소리 문자이기 때문에 자연의 소리를 가장 비슷하게 문자화시킬 수 있다. 바람소리처럼 미묘한 소리, 빗소리 등의 담아내기 어려운 소리도 쉽게 표현하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이나 감정 또한 절묘하게 묘사할 수 있다. 우리는 색을 말할 때도 ‘노랗다’ ‘누르스름하다’ ‘노리끼리하다’ ‘누렇다’ 등등 자기가 느낀 감정을 미묘하게 차이 낼 수 있다.
한글은 한류콘텐츠를 만드는 토대이면서 한류콘텐츠의 감정의 폭을 풍성하게 넓히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한국이 만들어낸 콘텐츠는 소재의 강렬함보다 연기자의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력의 미묘함으로 재미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이 해외 콘테츠들과 차별화를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어를 알면 알수록 한류콘텐츠를 즐기는 사람의 감동 폭은 넓어진다. 한국에 취업을 하거나 한국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도 최근에는 한류콘텐츠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이유로 한글 교육을 받으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한글을 교육하는 공식 기관인 세종학당의 예를 들면 2007년 몽골 울란바토르에 최초 세종학당 개설 당시, 전 세계 3개국 13개소였으나 현재 세종학당의 수는 총 88개국 256개소로 매년 증가하고 있고 23년 수강생은 총 21만 6226명이며, 입학대기자는 1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한글의 보급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업체들이 제품에 한글을 새긴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글이 적힌 상품은 ‘코카콜라’ ‘나이키’ ‘구찌’ ‘샤넬’ 등에서 계속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 판매하려는 것이 아니라 ‘한국=힙(Hip)’이라는 등식을 활용하여 글로벌 사회에서 제품의 매력을 더욱 증폭시키기 위한 요소로 사용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에서도 한글을 패키지에 넣어서 매력을 발산시키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 기업의 제품에 한글이 들어가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이미 인기를 얻은 콘텐츠의 대사를 녹여 넣어 한글과 함께 제품의 ‘힙’한 매력을 발산해야겠다.
외국인들이 보는 한국은 환상 자체라고 한다. 한국은 세계대전 이후 극빈국에서 자력으로 경제대국이 된 유일한 나라이며 콘텐츠에 비친 서울의 풍경은 미래도시의 단면을 보는 것으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문화가 발달 되어있는 유럽의 경우도 대부분의 도시가 300~400년 된 건물들이 즐비하고 도시의 규모도 서울과는 비교도 안 되게 작으며 첨단 시설 보다는 전통적인 시설들을 유지하는 것으로 인해 서울의 모습은 SF영화를 보는 것 같은 환상감이 온다고 한다. 거기에 더불어 엄청난 연출효과를 준 K-POP의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순간 미래세계와 같은 서울에 가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난다고 한다. 이런 동기화 이후에 한국에 대한 관심은 한국을 알기 위한 각종 콘텐츠를 찾아보게 되는데 유튜브 등의 콘텐츠에서 자주 등장하는 한국의 설명엔 극도로 깨끗한 화장실과 친절한 한국인, 밤 거리에서도 안전한 한국을 알게 되며 한국에 대한 관심이 동경과 애정으로 발전한다고 한다.
이런 ‘한국 관심과 애정의 발전 과정’은 ‘한국 프미미엄’을 더욱 올리는 방법으로 활용해야 한다. 세종학당과 같은 국가의 공식 교육기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민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왜? 한국어를 배우려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 생각해야 한다.
외국인이 한국에 관심을 갖고 한류를 소비하며 한글을 안다는 것은 문화영토를 더욱 넓히는 일이므로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런 코리안 위드 BTS ©빅히트에듀>
외국인이 관심을 처음 두게 된 한류콘텐츠의 힘을 빌려야 한다.
BTS는 한류 팬들의 관심에 부응하는 입장으로 ‘Learn Korean with BTS’라는 교재를 개발하였다. 이는 매우 좋은 사례이고 미국 미들베리칼리지, 베트남 탕롱대, 베트남 하노이국립외대, 프랑스 에덱비즈니스스쿨, 파리고등사범대, 이집트 아인샴스대 등에서 BTS의 한국어 교육을 하고 있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영어를 배우기 위해 ‘섹스 앤 더 시티’를 수십 번 봤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팬의 입장에서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말을 따라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이미 성공한 드라마, 영화 등의 콘텐츠 내의 대사나 상황을 활용한 한글 교재 개발은 이미 형성된 수천만의 팬들을 진정한 ‘한류인’으로 만드는 것이 될 수 있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 등의 연령대에 대한 콘텐츠를 활용한 한글 교재, 축구의 엄청난 팬을 확보하고 있는 박지성 교재, 골프의 박세리 한글 교재 등등 장르나 전문 분야를 활용한 한글 교육은 조금만 생각하면 재미있게 한글을 배울 수 있는 교재를 수십 종 만들 수 있다.
한국인이 아닌 ‘한류인’을 확대 형성시키는 일은 이 시대의 사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군이래 언제 우리나라가 이렇게 전 세계인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았는가를 생각해보면 온몸이 달아오른다. 한국인이 아니지만 한국 문화에 애정을 갖고 있고 한글로 소통이 가능한 외국인이 늘어난다는 것은 세계 문화 지형을 확대 재편하는 일이 된다. 그 완성은 그들이 한글까지 이해하는 것이다.
한글 교육의 보급을 통해 진정한 ‘한류인’을 더욱 많이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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