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국가에서의 쿠데타 : 의미 및 영향 본문듣기 준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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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쿠데타 발생의 동향과 함의
민주주의 위기론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어떤 기준을 적용해도, 글로벌 차원에서 민주주의의 축소는 부인할 수 없는 현상이다. 현 민주주의 위기를 논함에 있어서, 선진 민주국가에서 두드러지는 정치적 양극화, 약화된 정당정치, 제한된 시민사회의 기능, 그리고 선출된 지도자의 퇴행적 행보는 주요 저해 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민주주의 위기는 비민주주의 국가들의 권위주의로의 전환과 확산으로 인해 심화되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의 브이 뎀(V-dem) 연구소가 2023년 발간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권위주의적 전환 (autocratizing)을 경험하고 있는 국가에 거주하는 인구 비율은 2010년 6%에서 2020년 34%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2022년 기준, 42개국에서 권위주의로 체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글로벌 남반구를 중심으로 재확산 되는 쿠데타의 발생은 현 민주주의 위기를 진단함에 있어서 중요한 시사점을 지닌다.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쿠데타와 군사통치의 확산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다. 지난 60년 동안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50건 이상의 내전이 발생하며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초래했다. 동기간, 1950년대 이후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서 200건 이상의 쿠데타 시도가 이루어졌으며, 90년대 잠시 주춤하던 쿠데타 발생은 다시 재확산되고 있다. 지난 한 해, 부르키나 파소, 수단, 말리, 기니가 쿠데타를 경험했다. 2017년 이후로만 보더라도 17건에 달하는 쿠데타가 발생했다. 올해 7월, 니제르에서 대통령 경호실 압두라하마네치아니 장군 주도의 쿠데타로 인해 모하메드 바줌 정권이 전복되었고 군사 정권이 들어섰다. 지난 8월 말, 가봉에서는 세 번째 연임에 성공한 알리 봉고 온 딤바 정권의 장기 집권을 막기 위한 명분으로, 브리스 올리귀 은구마 장군을 필두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였다.
쿠데타의 발생은 역내 민주화(democrati zation)의 이니셔티브와 제도적 구축 노력을 저해 함으로써 폭력적인 군사 지배의 확산과 고착을 초래한다. 또한, 헌법에 기초한 정부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추가적인 폭력 갈등을 유발함으로써 정치 불확실성을 심화시킨다. 나아가, 한 국가에서 발생한 쿠데타는 지역적 차원의 확산(domino-effect)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본 논고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하는 쿠데타의 내·외부적 기저요인과 촉발요인을 살펴본다. 나아가, 아프리카에서 확산되는 쿠데타가 글로벌 남반구의 민주주의에 시사하는 함의와 국제사회와 한국의 대응 방안을 간략하게 논의한다.
쿠데타 발생의 배경
현대적 용어로써 쿠데타(Coup’s detat)는 17세기 프랑스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지만, 폭력적인 방법을 통한 비헌법적인 통치권력의 획득 또는 교체를 의미한다는 측면에서 쿠데타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궤를 함께해왔으며,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리노이 대학의 클라 인센터(Cline Center)에 따르면, 제 2차 세계대전 종식 이후로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약 1,000회 가까운 쿠데타 시도가 이루어졌다. 쿠데타는 왜 계속해서 일어나는가? 특정 지역이 왜 쿠데타 발생에 취약한가? 쿠데타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취약 국가에서 발생하는 쿠데타의 구조적 환경과 요인은 몇 가지 관점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먼저, 쿠데타의 발생은 정치 체제와 민주주의 성숙도와 관련되어 있다. 역사적 관점에서 보자 면, 냉전 종식 이후로 쿠데타 발생 빈도는 감소하는 추세에 놓여 있었다. 민주주의가 확산되면서, 비헌법적 정권 교체 시도의 기회비용을 증가시켰고 쿠데타의 동기를 감소시켰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민주주의 국가는 민주적 선거를 통한 주기적인 권력의 전환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는 역으로 민주주의 성숙도가 낮은 권위주의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비헌법적인 정권 교체 시도에 더 취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별히, 국가 취약성이 높은 권위주의 국가에서 쿠데타의 발생은 두드러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쿠데타의 재확산은 많은 지역에서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일찍이, 토마스 그린(1990)은 군사적 패배, 경제 위기, 정부의 폭력, 개혁 및 정치 변화, 엘리트의 분열 등을 혁명 운동의 심화요인으로 꼽았다. 다시 말해, 경제적 불안정성과 더불어 제도화되지 못한 민주주의와 훼손된 법치, 집중된 권력, 만연한 불평등과 만성화된 사회적 분열은 쿠데타 발생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민주주의의 제도적 결함과 연관되어 두드러지는 현상은 선출된 권위주의의 확산이다. 많은 아 프리카 국가들이 표면적으로 선거를 통해 정부의 지도자가 선출된다. 하지만, 정치적 불안정은 지속되며 쿠데타 역시 재확산 되고 있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만연한 부정 선거와 헌법 수정을 통한 임기 연장 및 장기 집권 시도에 기인한다. 선출된 권위주의의 고착화는 법치의 본질과 민주주의 제도의 목적과 기능을 훼손하며, 정치적 불안정과 사회 불만을 폭증시킨다.1)
예로, 1999년 재임한 니제르의 마마두 탄자 전 대통령은 2009년 3선 집권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였지만, 2010년 군사 쿠데타에 의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기니의 알파 콩테 전 대통령 역시, 헌법 개정을 통해 장기 집권을 시도했지만, 연이은 반정부 시위와 군사 쿠데타에 직면해 2021년 축출당했다
낮은 수준의 민주적 시민사회 또한 쿠데타 발생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 실제로, 아프리카를 비롯 중남미와 아시아 등 소위 글로벌 남반구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쿠데타는 시민사회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구조적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특정 정파적 이익에 초점을 둔 국정 운영과 시 민사회의 견제로부터 자유로운 권한 남용은 사회분열과 혼란을 가중시키고, 군부의 쿠데타를 통한 정치적 개입을 정당화한다. 아울러, 높은 수준의 계급 불평등도 쿠데타 발생과 관련이 높다.
재확산 되는 쿠데타와 관련해 특별히 주목할 점은 과거의 쿠데타 경험이 향후 쿠데타 발생을 유도하는 경향성이다. 실제로,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반복적인 쿠데타를 경험했다. 예로,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은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 지속적인 정치적 불안정 상태에 머물러 왔으며, 1965년, 1979년, 1981년, 2001년, 2002년, 2003년의 일련의 쿠데타를 통해 다수의 폭력적인 정권 교체를 경험하였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많은 국가에서 쿠데타는 지난 반세기에 걸쳐 정권 교체의 일반적인 수단이 되었다. 쿠데타-함정(coup trap)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와 관련해, 간과할 수 없는 요인 중 하나는 민족 간 갈등이다. 식민시기 외부로부터 인위적으로 확정된 국경과 민족 간 권력 불균형은 뿌리 깊은 정치 갈등의 원인이 되어 왔다. 하지만, 국가 내 다원적 이익 충돌에 대한 제도적 중재와 정책적 타협 능력 부재로 인해 집권 정부의 정당성과 지속성은 필연적으로 한계에 직면해왔고, 반정부 진영으로부터 쿠데타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만성적인 쿠데타 취약성은 역외 세력의 개입과 무관하지 않다. 독립 이후에도 사하라 이남 국가들은 자생적인 경제·국방 능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국정의 전 영역에 걸쳐 해외 정부와 민간 지원에 크게 의존해왔다. 이는, 강대국들의 전략적 이익에 의해 역내 정치 및 경제 불안정성이 크게 심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자국에 우호적 정부 수립을 유도하기 위한 강대국 들의 자금 조달과 정치, 군사적 지원은 쿠데타 발생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쳐왔으며, 상당수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여전히 신식민주의에서 벗어 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 차원의 영향력뿐 아니라, 아프리카 전역에서 반복되는 무력 분쟁과 내전, 게릴라 전투, 그리고 쿠데타에는 해외 민간기업의 용병 개입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 민주적 감독 밖에서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무장 단체의 위협은 아프리카 역내 국가들의 정규군의 대응능력을 초월한다. 따라서, 다수의 아프리카 정부들은 군사 훈련, 병참 지원, 전투 수행에 관한 민간 용병과의 공조의 빈도와 의존도를 높여왔다. 지난 2020년 8월 말리의 이브라임 부바 카르 케이타 대통령을 사임으로 이끈 쿠데타의 배후를 두고, 러시아 바그너 그룹을 포함 해외 민간 용병 연류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다. 리비아, 모잠비크, 수단,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생한 다양한 형태의 무력 분쟁과 쿠데타에서 해외 민간 용병의 개입 사례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국가 방위에 대한 자주권을 해외 민간 기관에 위탁한 대가로, 국내 정치의 외세 개입 정도와 범위는 상대적으로 심화되었다. 이는 개별 국가 뿐아니라 지역 안정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초법적 임무 수행, 인권 유린 그리고 비대해 진 권한 행사는 역내 국가들의 법치를 저해할 여지가 크다. 민주적 통치 기반의 약화와 맞물려 가열되는 외세의 다차원적인 관여와 지배력 확대는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 요소를 증대시키고 있다.
쿠데타 발생의 지역적 및 세계적 영향과 시사점
아프리카에서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쿠데타는 글로벌 남반구, 특별히 최근 패권 경쟁의 요충지 가 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증대된 인도·태평양지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서 거론되었듯이, 쿠데타는 민주주의의 성숙도가 무르익지 않은 지역에서 발생 가능성이 큰 경향이 나타난다. 또한, 폭력을 동반한 쿠데타의 발생은 국가뿐 아니라 지역적 차원의 안보 불안정을 악화시키고, 역내 민주주의 구축과 확산을 저해한다.
아시아 지역은 위 표에서 보듯이 쿠데타의 발생에 취약한 정치적 환경을 지니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폐쇄적 권위주의 정부가 41%, 선출된 권위주의 정부가 48%를 차지하고 있다. Systemic Peace의 State Failure Problem Set: Internal Wars and Failures of Governance의 데이터에 따르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싱가폴 등 지역은 1955년 이후로 2018년 사이 16회의 비헌법적 정권 교체를 경험했다. 1970년대 이후 주춤했지만, 동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쿠데타도 20회를 상회한다. 상대 적으로 최근 발행한 2021년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와 2014년 태국의 쿠데타는 지역의 비헌법적 정권 교체의 재확산이라는 차원에서 우려스럽다.
쿠데타의 발생이 국가와 지역에 미치는 파급력은 다차원적이다. 국가와 지역 전체의 경제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높임으로써, 투자 축소와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민주체제의 퇴행을 가속시키고, 후속적 폭력 사태의 발발을 야기할 수 있다.2) 또한, 앞서 살펴 보았듯이 취약 국가에서 발생하는 쿠데타는 외세의 개입을 유도한다. 이는, 현재 심화되는 패권 경쟁을 지역 차원으로 흡수하는 결과를 초래해, 지역의 안보 불확 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론
결과론적으로 모든 쿠데타가 해로운 것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쿠데타를 통해 도입된 민주적 가치와 제도가 독재 정권의 종식과 민주화에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쿠데타는 초기에 내세운 명분과 달리 대체로 폭력적 억압을 동반하고, 또 다른 권위주의 정권의 출현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프리카에서 쿠데타의 재확산은 내생적인 요인과 더불어 지정학적 경쟁 속에서 가열되는 외부의 개입과도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 이를 교훈 삼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심화되는 진영 간 패권 경쟁이 역내의 정치 불안정과 연계되어 안보 복잡성을 심화시키고 민주적 환경 조성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2024년, 한국은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한국은 역내 민주주의 중견국으로서 민주적 거버넌스 수호에 대한 의지와 역량을 국제사회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 가치 수호에 대한 의지가 자칫 진영 간 대립의 도구로 활용된다는 오인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세심하고 진정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비헌법적이고 폭력적인 정권 교체 시도로 인한 지역 불안정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은 역내 취약 국가에 민주적 통치의 규범과 법치 환경 조성, 평화적 정권 이양, 역량 강화, 그리고 기본권 보호를 위한 인도적 지원과 다차원적인 협력을 국제사회와 지속해 나가면서, 민주주의 중견국으로서 규범적 역할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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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헌법의 개정을 통한 장기집권의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예로,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 적도기니 대통령 44년, 카메룬의 폴 비야 대통령 41년, 드니 사수 응게소 대통령 콩고공화국 39년,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 37년 등 장기 독재가 유지되고 있다.
2) Powell과 Thyne(2011)의 연구는 1978년 아프가니스탄, 1960년 네팔, 1975년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쿠데타를 예로 들어 내전과의 연관성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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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2023년 10월호 (통권 367호)]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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