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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가게의 사장님은 코가 높다. 가게에서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관한 자부심이 무척 강하다. 손님들은 그런 가게 앞에서 10분이나 20분가량 줄서는 것을 기꺼이 감내한다. 1996년 무렵에 미국 보스턴에 처음 출장을 갔다. 일을 마치고 유명한 랍스터(바다가재) 식당에 전화를 했더니 예약을 받지 않고 직접 와야 한단다. 기분이 약간 상했다. 손님이 그렇게 많은가?

 

가게 문 앞에는 대기 번호와 이름, 손님 숫자를 적어 놓은 종이가 놓여 있었고, 내 이름 앞에도 10명 정도의 대기자들이 있었다. 얼마나 걸려요? 30분가량 걸립니다. 할 수 없이 근처 거리를 30분가량 배회하고 와서 식사를 했다. 가격은 어마어마하게 비쌌지만 크램차우더와 굴, 랍스터 모두 만족스러웠다.

 

예약을 받지 않아도, 손님을 기다리게 해도 잘 되는 이유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성북동 누룽지 백숙집도 예약을 받지 않고 10분 이상 기다려야 하지만, 가성비 좋고 남녀노소 누구나 만족스럽게 식사하고 다시 찾는 곳이다. 명동성당 앞 명동고로케도 그렇고, 무교동 북어국도 그렇고, 조금 불편하지만 맛으로 승부하는 곳들이 제법 있다.

 

  오래된 가게의 사장님은 코가 예민하다. 고객의 변덕스러운 요구를 잘 파악하고 빠르게 대응한다. 그래서 그 가게는 오래간다. 1951년부터 전주 최고의 빵집이었던 풍년제과는 생강전병이 맛있었고, 소보루빵도 히트였지만, 요즘은 수제 초코파이로 사랑받고 있다. 시대마다 히트상품이 달라졌다. 'Since 1945'의 군산 이성당 빵집도 쌀로 많든 단팥빵과 야채빵을 새롭게 만들어 사랑받고 있다. 이처럼 오래된 가게의 사장님들은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끊임없이 노력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오래된 가게의 사장님은 코가 이쁘다. 지난 금요일 국회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장에 ‘더본코리아’의 백종원 대표가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내가 앉은 자리에서 손으로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그는 자영업에 너무 쉽게 진입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제도나 환경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자신도 해외에 100여개의 가맹점을 갖고 있는데, 해외에서는 음식점 하나 여는데 1년가량 걸린다고 했다.

 

반면 한국은 그에 비하면 너무 쉽게 진입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영세한 골목상권과 번화한 밥집골목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호소했다. 번화한 거리의 밥집골목은 권리금만 2억 원이 넘으며, 자신의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주로 그런 밥집골목에 있다고 했다. 20여년 음식점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있는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사명감을 강조했고,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힘들지 않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코는 높고 예민하고 잘 생겼다. 하지만 그도 실패를 경험했고, 그 실패를 딛고 성공했으며, 성공하기 이전에 밑바닥에서 실력을 다졌다.
 
  일본에서 ‘이자카야의 신’이라 불리는 우노 다카시는 “실력 있는 가게라면 어떤 시대에 오픈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우노 다카시, <장사의 신>, 2012, 쌤앤파커스). 그의 성공 비결은 “한번 온 손님을 반드시 다시 오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려면 고객을 다시 오게 만들 수 있는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고객을 위한 가치를 창출해서 고객을 만족시키고 한번 온 고객을 다시 오게 만드는 실력이란 어떤 것이고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실력 있는 사업가라면 변화하는 사업 환경과 트렌드를 분석하고, 자신만의 차별화된 경쟁우위를 활용하여,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창출하고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만의 고유하고 차별화된 비즈니스모델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비즈니스모델이란 “어떻게 가치를 포착하고 창조하고 전파하는지 그 방법을 논리적으로 설명한 것”이다(오스터왈더&피그뉴어, ‘비즈니스모델의 탄생’, 2011). 이 책에서는 비즈니스모델을 구성하는 9가지 요소(고객 세그먼트, 가치 제안, 채널, 고객 관계, 수익원, 핵심 자원, 핵심 활동, 핵심 파트너십, 비용구조)를 활용하여, 독창적인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내고 계속해서 혁신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실력은 책과 공부를 통해 단숨에 갖춰지지 않는다. 여러 번의 실전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화되고 침전되는 것이다. 오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국밥집 사장님의 높고 예민하고 ‘이쁜’ 코는 고된 땀방울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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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0-16 17: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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