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대 지표로 분석한 2016년 국회의원 선거 예측

정당 지지율 보면 여당이 유리… 대선주자 지지율로는 야당 우위

대통령 지지율이 '정권 심판론' 영향 결정… 40%대 유지 여부 주목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칼럼]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초반 80%를 넘는 지지율 고공행진을 펼쳤다. 문민정부의 기치를 내걸고 하나회 척결과 역사 바로 세우기 등 상징적인 여러 개혁들이 이루어졌다. 임기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전격적인 금융실명제 실시로 정책적 효과를 맛보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임기 후반 김 전 대통령은 10%대 지지율로 곤두박질치며 역대 최악의 국정 상황으로 평가받는 'IMF(국제통화기금) 경제 위기’에 내몰렸다.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외환 위기에 빠진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김 전 대통령이 동분서주했지만 미봉책에 그쳤다.

1996년 총선 직후 노동법 정국 등을 대비하며 ‘의원 빼가기’로 과반 의석을 가까스로 만들어냈지만 국민들이 평가한 총선 성적표는 적잖은 부담이 되었다. 96년 크리스마스 노동법 국면을 앞두고 통합민주당, 자유민주연합, 무소속 의원 등을 대거 영입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비판적인 시선은 매우 따가웠다. 1994년과 1995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로 96년 정치 상황이 좋지 못했음에도 신한국당이 총 299석 중 139석으로 1당을 확보한 결과는 나름 선전한 것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게다가 97년 대선 직전에는 이기택 전 총재가 이끄는 민주당과의 합당으로 160석이 넘는 거대 정당인 한나라당으로 출범했다.

그러나 92년 총선 이후 과반 정당으로 발전했던 집권여당이 96년 총선에서 받아든 성적표는 당시 신한국당으로서는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이 되었다. 특히 ‘의원 빼가기’ 논란은 김종필 전 총재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협력하는 도화선이 되었다. 김 전 총재는 사실상 두 번의 선거에서 가장 결정적인 ‘킹 메이커’ 역할을 한 셈이다. 국회의원 선거는 그래서 너무 중요하다. 2016년 총선에서 누가 의회 권력을 쥐느냐에 따라 박근혜정부 후반기의 명암이 엇갈린다. 그리고 총선에서 승리해야 차기 대선에서도 훨씬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아직 180일 정도 남아 있지만 역대 총선을 예측할 수 있는 몇 가지 지표를 통해 내년 총선 결과를 미리 전망해본다. 전망이고 예측이므로 앞으로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선거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이 전망과 예측을 통해 남아 있는 6개월 동안 어떤 전략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내년 정국과 2017년 대통령의 자리는 달라질 것이다. 정당 지지율, 대통령 지지율,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등이 선거를 전망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정당 지지율로 전망해보는 내년 4·13 총선 결과

우선 3대 지표 중 가장 중요한 정당 지지율로 전망하는 내년 4·13 국회의원 총선 결과이다. 소선거구제와 지역주의가 작동하는 한국 선거에서 정당 지지율은 매우 중요하다. 지역적으로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에서조차 정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취약해진 경우 당선자의 정당 깃발이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7.30 재보궐 선거에서 전남 순천·곡성에서는 대이변이 발생했다. 새누리당 소속의 이정현 의원 당선이었다. 이 의원의 높은 인지도와 낙후된 지역에 정부 예산 확보를 끌어내겠다는 공약 등도 한몫했겠지만 더 큰 이유는 지난 대선 이후 현저히 취약해진 호남권에서의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이었다. 해당 시점의 정당 지지율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총선에서의 정당 투표(비례후보 투표) 비율을 따져보면 그 차이는 보다 선명해진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2004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정당 득표율에서 열린우리당은 38.3%였고 한나라당은 35.8%였다. 정당 지지율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하게 되는 대목이다. 열린우리당은 사실상 지지율에서 앞서며 제1당이 되었고 과반 정당(152석)이 되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정당 득표율이 더 높은 점은 박빙 지역에서 당선자 수를 늘리는 데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한나라당의 경우도 천막당사로까지 내몰리고 탄핵 국면이라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121석으로 선전한 건 지지율의 영향이 크다.

2008년 총선은 정반대의 경우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의 정당 득표는 37.48%로 제 1당을 되찾아옴과 동시에 과반 의석(153석)을 달성했다. 통합민주당은 정당 득표에서 25.17%밖에 얻어내지 못하면서 100석에도 미치지 않는 두 자릿수 의석(81석)에 그쳤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 결과와 상관없이 끝까지 예측불허의 박빙 승부를 펼칠수 있었던 건 민주통합당의 지지율이 새누리당과 끝까지 한치를 내다보기 힘들 정도의 각축을 벌인 데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6~8일의 한국갤럽 조사(전국1003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를 보면 새누리당은 41%, 새정치민주연합은 21%로 20%P의 지지율 격차를 보인다. 특히 가장 중요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총선 교두보인 광주·전라 지역에서의 36% 지지율은 심상치 않다. 적어도 2012년 총선 이상의 성적표를 기대한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과 한 자릿수 이내 차이로 지지율 대결을 펼쳐야 한다. 2012년 이명박정부 마지막 해 치러진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은 크게 작동하지 않았다. 대통령 지지율이 급격히 낮아지거나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쟁력이 크게 상승하지 않으면 유권자들의 마음을 전면적으로 뒤엎을 정권 심판 구도는 좀체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금 상태로 내년 총선을 맞는다면 2008년 총선 결과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이다.

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총선에 미치는 영향

총선 예측을 위한 다음 지표는 대통령 지지율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대통령 본인에게도 중요하겠지만 선거에서 여야 모두에게 영향을 끼친다. 유력 대선후보가 선거에 더 큰 영향을 미친 2012년 총선과는 달리 2011년에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의 역대 대통령 지지율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재보궐 선거가 있었던 4월과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로 저조했다. 4월 재보궐에서 야당은 강원지사와 경기도 성남·분당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했다. 연이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낙승했었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았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당시 한나라당에서 비상대책위가 꾸려지기 전이어서 ‘정권 심판론’은 효과적으로 작동되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참패했던 시점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 중반에 머물러 있었다(16개 광역단체장 중 1곳 당선-전북). 임기 후반기 ‘정권 심판’이 작동할 정도의 낮은 대통령 지지율이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총선에 어떤 영향을 줄까. 박 대통령 지지율이 내년 총선 때 40%대 중후반 정도의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정권 심판’이 작동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48%로 조사된 지난달 22~24일의 한국갤럽조사(전국1003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에서 ‘내년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 현 정부에 힘을 보태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와 '현 정부의 잘못을 심판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의견 중 어느 쪽에 더 동의하는지 물어본 결과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는 정권 심판론은 42%였고 ‘여당 후보가 많이 되어야 한다’는 정권 안정론은 36%로 나타났다. 정권 심판론이 앞서긴 하지만 압도적이지 않았다. 특히 대통령 긍정 평가자의 65%는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는 정권 안정론을 옹호하고 있다. 이를 유권자 비율로 연결하면 30%정도가 총선과 관련해 대통령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경우 인사 문제 또는 당청 갈등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다면 심각한 지지율 폭락 요인을 찾기 어렵다. 그만큼 견고한 지지층을 확보한 거의 마지막 정치인으로 분석되는 까닭이다. 선거 때 개인적인 지지율이 상승하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 속성을 볼 때 새누리당 지지율과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을 상호 교차해서 분석해볼 때 40%대의 지지율을 총선 때까지는 대체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현재로선 관측된다. 물론 치명적인 인사 문제와 공천과 관련된 예측할 수 없는 당청 갈등 문제가 집중 부각될 경우 지지율 급락을 피하긴 힘들다. 현재의 대통령 지지율을 놓고 총선을 전망하면 ‘박근혜 마케팅’은 여전히 유효한 선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의 존재가 선거에서 집권여당에게 부담이 된 1996년 총선보다는 당선에 힘을 보태준 2000년부터의 3차례 총선과 더 닮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입장에서는 선거에서 대통령의 영향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대통령에 대한 견제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96년 총선 유형이 야당에게 더 솔깃한 모델이다.

내년 총선에서 차기 여야 대선후보의 영향력은?

마지막으로 살펴야할 지표는 차기 대선후보의 영향력이다. 내년에 당선되는 제 20대 국회 구성원들은 다음 대통령과 임기의 절반 이상을 함께 해야 한다. 잠룡들로서는 내년 국회의 구성 결과에 무심할 수 없다. 어떤 국회가 구성되느냐에 따라 다음 대통령 임기 초반을 운명짓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직접적으로 선거전에 뛰어들 순 없다고 하더라도 간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경우에도 본인들의 인지도와 선거 전략으로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손쉬운 선택은 ‘스타 효과’(Star Effect)를 누리는 길이다. 이미 많은 유권자들에게 잘 알려진 차기 대선후보급 인물과 자신과의 친밀감을 강조하는 방법이다. 더 빨리 더 많은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리고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전통적인 수단이다. 대통령선거를 1년 앞두고 치러지는 선거이니만큼 잠룡들과의 관계는 더욱 강조될 게 뻔하다. 여권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유력하다면 야권의 선택 범위는 넓어진다. 지역과 유권자의 성격에 따라 문재인 대표, 안철수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을 꼽을 수 있다. 2012년 총선처럼 박 대통령이 직접 선거전에 뛰어들 수 없다는 점에서 지역적인 사각지대는 더욱 커진다. 특히 야권 소속 단체장들이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서울과 강원 그리고 충청권에서 야권이 선전할 가능성은 더욱 크게 열려 있다. 전국 단위의 경쟁력에서 새누리당이 앞서고 대통령의 존재가 선거에서 부정적인 부담을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차기 대선후보를 통해 본 지역적 경쟁력은 결코 새누리당 우위가 아니다.

한국갤럽의 지난달 8~10일 실시된 여론조사(전국1011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에서 김무성 대표·김문수 전 경기지사·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여권 후보와 문재인 대표·박원순 서울시장·안철수 전 대표 등 야권 후보의 지지율을 한데 묶어 비교해보았다. 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하고는 야권 후보들의 영향력이 모든 지역에서 우위를 보였다. 특히 현직 단체장이 포진한 충청권에서의 야권 강세는 더욱 두드려졌다. 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선거 영향력이 작동하지 않는 충청권에서의 선거가 내년 총선의 전체 판도를 좌우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차기 대선후보의 여야 통합 지지율을 내년 총선에서의 여당과 야당 후보 선호 의견과 비교하면 지역적인 영향력은 더욱 뚜렷하게 나온다. 차기 대선후보의 지역적 영향력만 놓고 보면 내년 총선은 2010년 또는 2014년 지방선거와 비슷한 결과가 기대된다. 여기서 중요한 전제는 야권 후보들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지역 영향력을 보여줄 때 가능한 일이다.

내년 총선 전망을 정당 지지율, 대통령 지지율,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의 3대 지표로만 예측하긴 어렵다. 3대 지표는 정당 지지율 흐름의 현재와 미래를 총론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회의원 후보 개인들의 경쟁력 지수와 돌발 변수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만 전체적 판세를 예측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되짚어볼 때 정당 지지율과 대통령 지지율 그리고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은 참고할 만한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되어왔다. 선거의 유불리 환경을 기본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기초 근거가 되는 셈이다. 내년 총선에선 국사 교과서 문제와 통합진보당 해산 사태 이후 우리 정치권을 지배해온 이념 갈등이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와 진보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유권자 사이에서 선거 정책은 실종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념적인 대결 구도가 선명했던 2000년(한나라당133석, 새천년민주당115석)과 2012년 선거(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127석)의 재현이 될 가능성은 그래서 더욱 강해졌다. 두 선거는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 사회 이념의 골을 더 깊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내년 총선의 실제 결과는 어떻게 될까. 어떤 지표보다 더 총선 예측을 정확하게 하는 방법은 국민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바로 정당이 지금 가야 할 길이고, 가장 중요한 지표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서울대 국제대학원,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 수료-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길리서치 팀장-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이사,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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