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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희망 정년은 65세 실제는 50세 ‘OUT’

  • 노승욱 기자
  • 입력 : 2015.01.02 16:51:18
기대보다 15년 먼저 직장서 나와 ‘소득 절벽’ 우려

“노인은 70세부터”…현행 법령 65세와 인식 차이


“적어도 65세까진 일하고 싶은데 실제로는 50대 초반이면 옷 벗더라.”

희망 정년과 체감 정년 나이에 대한 설문 결과다. 원하는 것보다 10년 이상 먼저 일을 그만둬야 한다는 얘기다. 고령화사회의 현실과 국민 여론의 기대치 사이에 괴리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2016년에야 60세로 늘어나는 법정 정년(현재 55세)도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매경이코노미는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과 손잡고 전국 20~5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고령화사회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현실과 기대 사이 괴리가 드러난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고령화사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가장 필요한 고령화 대책은

노인 일자리 1순위, 연금도 중요

현재 노인 기준 나이로 통용되는 65세에 대해선 더 연장하길 바라는 의견이 많다. 노인은 70세부터라는 응답이 53.1%로 절반이 넘었다. 75세(9.1%), 80세(6.3%)부터라는 비율도 꽤 된다. 65세부터라는 응답은 23.7%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수령, 지하철 무임승차 등 각종 법령에서 65세 이상부터 노인 대우가 시작되는 현실과는 사뭇 다르다.

이는 희망하는 정년 나이에 대한 설문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65세가 될 때까지는 계속 일하고 싶다는 응답이 82.2%로 압도적이다. 65세(36.2%)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지만 70세(32.1%)라는 답변도 그에 못지않다. 60세에 은퇴하고 싶다는 응답은 12.5%에 그쳤다. 반면 실제 체감 정년은 50~55세라는 응답이 38.9%로 가장 많았다. 60세 이상이란 응답은 17.8%에 불과했다. 70대가 돼서야 비로소 노인이라 생각하고 일도 그 언저리까지 하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고령화 정책에 대한 만족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인구 고령화에 대한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못하고 있다’고 답한 이가 70.5%에 달한다.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4%에 그쳤다.

그렇다면 정부가 시급하게 개선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역시 노인 일자리 마련이 가장 간절했다. ‘국가 차원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고령화 대책’으로 ‘노인 고용’을 꼽은 이가 36.4%다. 노인 연금(33.7%)이란 응답도 만만찮았다. 노후 대비를 위해 꼭 필요한 노인 일자리와 연금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미다.

눈에 띄는 점은 이상의 질문에서 50대 이상 남성의 응답률이 특히 높았다는 것. ‘70세부터 노인’ ‘희망 정년 70세’ ‘노인 연금이 가장 필요하다’는 응답이 각각 65.4%, 37.7%, 49.2%로, 응답자 전체 평균인 53.1%, 32.1%, 33.7%보다 5.6~15.5%포인트 더 높았다. 일터에서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의 갈급함이 느껴진다.

최근 고령화 대책으로 논의되는 임금피크제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인 의견이다. ‘정년이 연장된다면 임금피크제를 수용하겠는가’라는 질문에 63.4%가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임금피크제를 시행할 경우 삭감되는 급여 수준에 대해선 눈높이가 다소 높았다. ‘임금피크제 시행 시 기존 임금 대비 적당한 급여 수준’을 묻는 질문에 70% 이상이라는 응답이 약 90%에 육박했다. 현재 은행권에선 임금피크제 시행 후 기존 임금 대비 50~70%를 주는 곳이 적잖아 향후 임금피크제가 사회 전반에 확대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노사갈등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노후자금 얼마나 필요?

인당 월 150만원 이상 있어야

개인 차원에서의 고령화 대비 상태는 더 심각하다.

일단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 규모부터 적다. ‘1000만원 미만’이라고 답한 이가 42%다. ‘500만원 미만’이란 응답도 30.4%나 된다. 암, 신경 질환 등 의료비가 많이 드는 질병에라도 걸리면 빈곤층으로 쉽게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응답자들도 ‘노후 생활에 있어 가장 염려하는 것’으로 ‘부족한 자산(74.9%)’을 꼽는다.

모아둔 자산이 적으면 저금이라도 열심히 해야 할 텐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노후를 위해 저축을 한 달에 얼마나 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전혀 못 하고 있다’는 답변이 36.6%로 1위다. 30만원 미만(27.1%)이라 답한 이도 꽤 된다. 노후를 위한 최후의 보루인 연금도 구멍이 숭숭 뚫린 모양새다. ‘현재 노후를 위해 납부하고 있는 연금’을 묻는 질문에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연금 3종 세트’를 모두 납부하고 있다고 한 경우는 16.9%에 불과했다. ‘국민연금 1개만(36.3%)’ 붓고 있거나 ‘아무 연금도 없다(22.1%)’는 응답도 절반이 넘었다. 이대로라면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 현실이 다음 세대에서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노후 대비가 이처럼 부족한 이유로는 단연 ‘자녀 교육(37.7%)’과 ‘내집마련(25.7%)’이 꼽힌다. 가계 소득의 상당 부분이 사교육과 부동산에 흘러들어 가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황이 여의치 않은데도 노후 생활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는 상당히 높다. 은퇴 후 필요한 한 달 생활비로 ‘200만원 이상’을 꼽은 이가 36.1%나 된다. 150만원 이상(30.5%)이란 응답도 만만찮다. 100만원 이상(16.7%)과 250만원 이상(15%)은 비슷하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의 가입자 현황 통계를 보면 2013년 8월 기준 1인당 월평균 국민연금 수령액은 31만7000원에 불과하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가입률이 저조한 상황이어서 국민들이 원하는 안락한 노후를 즐길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고령화사회 국민 인식 조사’는 리서치 전문업체 엠브레인의 조사프로그램 ‘서베이 24’를 이용해 전국 20~50대 남녀 1000명(남자 511명, 여자 489명)을 대상으로 2014년 12월 16~17일간 이뤄졌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89호(2015.01.01~01.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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