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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이 나아가야 할 7가지 새로운 길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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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6월06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6월06일 17시00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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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은 산업발전을 빼고는 논의가 불가능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발전은 산업이 이끌어 온 셈이다. 그런 한국의 주력산업들이 최근 몇 년간 위기에 봉착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작년 내내 매달 수출이 크게 감소하는 추세를 이어가면서 이제 어느 누구도 한국산업의 막강한 경쟁력에 대해 과거와 같은 신뢰감을 가지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그 이전까지는 몇몇 매우 어려운 산업들이 있었지만 그 어려움을 상쇄할 만한 다른 산업들이 호조를 보여 주었기에 그 불안감이 완화될 수 있었던 데 비해, 이번에는 그렇게 호조를 보여 왔던 산업 중에서 반도체마저도 그 수출실적이 크게 떨어지고 그 다음 몫을 해 왔던 자동차산업도 세계시장의 부진에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력산업의 부진 현상은 가까운 장래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걱정된다. 즉,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이 재작년 중반 이후 거의 줄곧 마이너스 증가 실적을 보이고 있는데 그만큼 우리 산업이 미래를 대비하는 데 소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경쟁력 위기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우리 주력산업들의 상대적인 경쟁력은 아직도 괜찮은 편이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그것은 UN의 Comtrade 데이터에 의하면 2017년 우리나라 총수출이 세계 전체 수출의 3.3%를 차지하는 데 비해, 주요 주력산업들인 조선, 반도체, 자동차, 통신기기, 철강, 석유제품 등은 각각 27.2%, 9.1%, 5.4%, 5.2%, 6.3%, 5.2%라는 상당히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지금까지 우리 주력산업들은 상당한 실력을 쌓아왔고 그것을 어렵게나마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지금 이런 우리나라 주력산업들의 경쟁력이 미래에 얼마나 지속 가능할 것인지일 것이다. 특히 투자 규모로나 국내외에서 양성한 고급인력의 규모로나 막대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 중국의 빠른 추격을 감안하면 더욱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우려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것은 거의 모든 주력산업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들도 국내에서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해외생산에 초점 맞추어 가고 있는 현상일 것이다. 해외생산에 주력하기 시작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과연 진정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산업의 미래를 걱정하고 미래의 산업정책을 생각하는 사람들로서는 더 이상 기존 주력산업들의 수출구조, 세계시장 점유율에만 주목해서는 우리 산업의 미래를 확보하기가 곤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다행히 우리 산업구조는 빠르게 고도화되어 가는 상황이라 판단된다. 즉, 우리 수출구조는 완제품 수출구조에서 이미 중간재 수출구조로 빠르게 변모해 왔다.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2018년 우리나라 수출상품 구조를 보면, 중간재가 전체의 72%를 차지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일본산업이 그런 모습을 보여 왔듯이, 어쩌면 이런 상황으로 상당기간 산업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판단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것도 다소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과 달리 우리 중간재 수출이 주로 해외로 진출한 우리나라 완제품 기업들에게 공급하는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점에 주목하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 중간재의 최대 수출처인 중국도 중간재의 수출의존도가 높은 현상에 주목하며, “중국제조2025” 등을 통해 부품소재의 실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중간재 수출에 의존해서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맞아 한국산업은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어떤 길을 모색해야 할까? 거기에 대한 답을 모색해 보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여기서 제시되고 있는 7가지 길은 지금 어려움에 처한 주력산업들의 문제점들을 단기에 해결해 줄 처방전이 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향후 우리 산업들이 찾아가야 할 새로운 발전 방향으로서의 지침이 될 것이 분명하다.

 

1. 국가적 아젠다를 해결하라.

 

이제 우리 정부나 우리 국민들이 우리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산업의 경쟁력 제고라는 관점보다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산업이라는 관점으로 바뀌고 있다고 판단된다.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가 전체적으로 나아가 국민들이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미 약해진 지 오래이다. 오히려 국가나 국민들이 지금까지 산업을 위해 해 준 일을 생각해 본다면, 이제는 산업들이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경제발전 혹은 산업발전의 초기를 제외하면, 그 이후 ‘산업발전’ 자체가 국정의 최고 아젠다로 올라간 일이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산업발전’이라는 과제가 국정의 최고 아젠다로 올라가려면, 다가오는 사회적 문제들을 산업발전을 통해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이런 모습은 이제 세계적인 기업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유니레버는 주력제품들인 세제 때문에 쌓아온 환경파괴자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최근 동남아 개도국의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서 44개국에서 ‘가장 선호하는’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산업계가 기여해야 할 국가적 아젠다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미세먼지를 비롯한 환경오염 문제는 물론이고 생활안전 제고, 고령화사회 문제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나아가 세계적으로 시각을 넓혀보면 저개발 문제, 자연재해에 대한 대처 등의 문제에도 우리 산업들이 기여하는 길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 국민의 사랑을 획득하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장들은 자신들의 가정에 대한 스스로의 역할을 돌아볼 때 ‘돈 버는 기계’에 머물고 있다는 자괴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한 관계가 우리나라 주력산업들과 일반 국민들 사이에도 투영될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나 우리 산업들은 세계에 물건을 팔아 돈을 벌어오는 역할을 잘 해 왔고, 특히 우리 경제가 (즉, 우리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 위기 때마다 (외환위기, 세계 금융위기 등) 역시 우리 산업들은 수출을 늘리면서 그런 위기의 탈출구를 마련해 주는 데 성공해 왔다. 그렇지만 다시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나면 그런 산업들의 역할은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고, 산업들이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에만 관심이 가게 된다. 더욱이 경쟁력 위기를 맞은 산업들이 국가적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리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경험을 생각해 볼 때 이제는 우리 산업들도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산업’으로 변신하는 것을 심각하게 모색할 때가 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국민 경제에 대한 기여를 생각해 보면 삼성전자의 가치가 훨씬 높겠지만, 젊은이들이 점점 더 애플의 스마트폰을 더 사랑하게 되는 이유를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3. 생태계 형성에 기여하라.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주력산업들은 주변에 비교적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키워오면서 발전해 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렇지만 세계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면서 점점 더 생태계에 대한 기여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내투자보다는 해외투자를 우선하고 있고, 자신들과 함께 커온 협력기업들이 성장하는 것을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산업들은 자신들과 함께 일할 능력 있는 협력기업들을 선정한 뒤 이들과의 배타적인 ‘폐쇄된 산업생태계’를 형성해 온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에 비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은 자신들이 쌓아온 경영, 기술적 자산들을 개방하여 스타트업을 비롯한 다른 기업들이 이들을 활용하여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열린 산업생태계’를 형성하여 더 많은 기업들과 협업하면서 비즈니스를 키워나가고 있다. 그냥 중국시장의 크기만 활용한 것으로 생각해 온 알리바바의 비즈니스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동안 외면되어 왔던 수많은 중국 중소제조업들을 중국 국내 수요업체는 물론 해외의 수요업체들에게 연결시켜 주는 플랫폼을 만들어 성공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즉, 중국 중소제조업의 3重苦였던 수요업체에 대한 정보 확보난, 자신들의 제품을 수요업체에 배송할 유통난, 납품과 결재 사이의 자금난 등을 해결해 준 것이다.


4.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라.

 

중국은 한국 산업을 벤치마킹하며 산업을 키워왔다고 인정되고 있다. 비록 지금은 한국에서 더 배울 것이 없다는 배짱을 부리면서 미래 중국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중국 제조 2025’ 과정에서는 오히려 독일, 일본과의 협력 관계를 더욱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산업을 가장 중요한 모방과 협력 대상으로 삼아왔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산업구조를 수출구조를 통해 돌아보면 2000년대 이후 이른바 주력 12대 산업들이 전체 수출의 80% 전후를 차지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돌려서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산업들이 중국을 앞서고 있는 동안 좋은 배움의 대상이 되어 왔고 거의 따라잡았다고 생각하는 이제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셈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 산업들은 기술적으로는 조금씩 발전해 왔는지는 모르지만 크게 변하지 않는 구조를 20년간 유지해 온 셈이다. 즉 중국에게는 우리나라 산업들이 ‘움직이지 않는 타겟’ 구실을 해 온 셈이다. 애플과 같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은 그 주창자들이 항상 ‘다르게 생각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우리 산업들도 계속 변신하려는 노력을 거듭해야 한다. 이러한 산업의 변신 노력의 길을 열어주는 정부의 지원도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5. 함께 일할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라. 나아가 ‘적과의 동침’에도 나서라.

 

우리나라 산업들은 이른바 ‘독불장군’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모든 기업들이 각각 자신들만의 기술개발, 경영, 마케팅 등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끊임없이 새로운 협력 파트너를 찾는 노력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특히 이른바 같은 산업 내의 라이벌 혹은 적과의 협력은 거의 생각하지 않는 경향을 보여 왔다. 그렇지만 새로운 산업들을 열어가는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들은 이른바 ‘적과의 동침’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플랫폼 라이벌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자동차 공유기업으로 각각 창업했던 ‘콰이디다처’와 ‘디디다처’를 통합하여 더 큰 ‘디디콰이디’로 통합하였고, 일본에서는 라이벌 라인과 야후재팬의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작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2차전지 전문가 일본의 요시노 교수는 항상 삼성과 LG의 기술진보를 배우려 한국을 방문해 왔다고 발언한 바 있다.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적과의 동침’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6. 이종간 결합에서 새로움을 찾아라.

 

우리 속담에 ‘한 우물을 파야 성공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 정부도 우리 산업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잘 하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른바 ‘업종 전문화’를 강조해 왔고, 기업집단들의 다각화 혹은 다변화 노력은 이른바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지탄을 받아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세계의 신산업들은 산업 영역을 넘나드는 이른바 ‘이업종간 융합’을 통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이 정설이 되고 있다. 

 

기실 애플은 미래의 새로운 전자기기의 개발과 디자인 그리고 거기에 아이튠즈에서 시작된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을 뿐, 그들이 공급하는 모든 기기에 한국의 반도체와 LCD 패널 등의 전자 부품들을 탑재하고 독일, 일본 등의 핵심 소재들을 이용하는 한편 제조 부분은 대만과 중국의 경쟁력을 활용하는 등 거의 국제연합군을 형성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산업들은 기존 제조업만이 아니라 서비스, IT 분야 사이의 이업종간 융합을 통해서 태어나기 시작하고 있다.

 

7. 데이터에 주목하라.

 

4차 산업혁명이 강조되면서 우리 정부나 기업 모두 AI, 빅데이터 등의 새로운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한정되지 않고 이 분야에서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실리콘 밸리 IT 자이언트들은 물론이고 중국의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이며 다소 뒤져있다고 알려져 있는 유럽이 유럽 전체 차원은 물론 개별 국가 차원에서도 데이터의 활용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데이터 경제’ 형성을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히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작년 연말에 ‘데이터 3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 부분에서 앞서가는 선진 각국들보다는 수준이 뒤처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산업들도 국민들을 설득해 가면서 데이터 경제가 가져올 새로운 기회를 넓히는 데 노력할 필요가 있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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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6월06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6월03일 15시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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