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투자 지원제도에 대한 소고 본문듣기
작성시간
첨부파일
관련링크
본문
<서론>
최근 각국 정부는 자국 내 기업투자 유치를 위해 다양한 지원제도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국가직접회로산업투자기금(國家集成電路產業投資基金)”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의 “CHIPS and Science Act” 제정,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한 유럽연합의 “European Chips Act” 승인 등 경쟁적으로 투자 지원정책을 도입하는 모습을 보면 총성만 들리지 않을 뿐 전쟁과 같다. 이러한 경쟁은 글로벌 경제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자국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재정 건전성 유지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기업투자에 대한 정부 개입의 근거는 경제 성장 동력의 유지와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정부의 개입은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세계적으로 경쟁이 점차 치열해짐에 따라, 정부의 지원은 단순히 국내 경제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을 넘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장악력을 강화하여 경제적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정부의 개입은 시장이 자율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외부효과의 고려와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정부 지원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촉진하고, 사회적 후생을 증진함으로써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다만, 국가의 재정은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이는 정부가 제한된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분배하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지원 대상과 방식을 신중히 선택하는 과정은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고, 더욱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는 노력이다. 이러한 결정은 단기적 성과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까지 고려해야 하며, 불필요한 분야에 자원이 쏠리는 것을 막는 데 주안점을 둔다. 이러한 자원 배분 문제는 국가의 정책 방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국민 전체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본고에서는 우리나라의 기업투자와 관련된 지원제도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2024년 현재 우리나라는 기업의 투자와 관련된 다양한 지원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들은 기업투자 촉진을 주된 목표로 하는 ‘직접적인’ 지원제도와, 비록 정책 목적이 기업투자 촉진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기업투자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간접적인’ 지원제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과거의 연구나 보고서에서는 주로 특정 제도에 집중하여 논의를 진행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포괄적인 시각에서 살펴본 경우에도 기업투자 촉진을 정책 목표로 하는 ‘직접적인’ 지원제도만을 살펴보았다. 본고에서는 선행연구에서 기업투자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판단되는 ‘간접적인’ 지원제도들도 포함하여 검토한다는 측면에서 차별점이 있다.
본고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제Ⅱ장에서는 우리나라의 기업투자 지원제도에 대해 살펴본다. 제Ⅲ장에서는 우리나라의 기업투자 지원제도에서 저자가 생각하는 쟁점사항에 대해 논의하였다. 제Ⅳ장에서는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을 논의하며 본고를 마무리한다.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둔필승총(鈍筆勝聰). 둔한 기록이 총명한 머리보다 낫다는 의미이며, 다산 정약용 선생이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남긴 말이다. 무엇인가 기록을 남기는 것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기록이 정보가 되고 의미가 있으려면 명확한 체계가 잡혀 있어야 한다. 팔만대장경이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이유도 자료의 방대한 양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세계의 대장경 가운데 체재와 내용도 중복 없이 가장 완벽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원정책들을 살펴보면 기록의 측면에서 매우 충실한 것을 알 수 있다. 한 예로, 「조세특례제한법」의 여러 지원제도는 최대한 기존의 법과 조항들을 남겨두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이는 과거의 법안 제안자의 기록을 남겨두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처럼 보여,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人死留名: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이 절로 생각난다.
다만, 이러한 기록이 의미가 있으려면 해당 법과 조항의 이해당사자들이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의 내용을 간결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해당 정책 활용 여부의 장단점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기업투자 지원정책이 명확하고 간결하게 구성되어 있다면 해당 정책을 위한 자료의 수집과 관리도 용이할 것이다. 또한, 제도의 간결화는 정책 분석의 측면에서도 특정 제도의 식별이 수월하게 할 것이다. 이는 결국 증거를 바탕으로 한 정책 설계에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제도의 간결성 제고는 앞서 쟁점사항으로 언급하였던 중복지원의 문제, 정책 대상의 중복으로 인한 정책 기대효과의 상충, 포괄적 자료 구축의 부재가 발생하게 된 제도의 복잡성과 파편화를 해소하기 위한 궁극적인 해결책이라 생각한다.
기술 발전과 시장 변화의 속도가 과거보다 훨씬 빨라졌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더욱 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기업투자 지원정책들은 복잡성으로 인하여 기업에게 더 많은 선택을 요구한다. 「조세특례제한법」 제142조와 「국가재정법」 제8조에 근거하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맡아 수행하고 있는 다양한 조세지원과 재정지원의 심층평가에서도 제도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내용의 어려움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의 활용을 포기하는 기업이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산업과 경제를 고려해 다양한 정책을 고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해당사자들의 의사결정에 소비되는 비용 및 시간에 대한 부담을 적어도 지원정책에서만큼은 줄여줘야 하지 않을까? 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글을 마친다.
<ifsPOST>
※ 이 자료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KIPF)이 발간한 [재정포럼 2024년 11월호(제341호)]‘현안분석’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