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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했던 올트먼 방한…'스타게이트 올라탈까' 셈법 분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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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2월05일 10시37분
  • 최종수정 2025년02월05일 10시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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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올트먼·손정의 'AI 회동'에 "좋은 논의였다"…삼성 합류 관심

'HBM 강자' SK와도 포괄적 협력 가능성…다른 기업도 AI 사업 확대 모색

 

중국발 딥시크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짧은 방한이 국내 재계와 테크업계를 뒤흔들었다.

특히 삼성과 SK 등 국내 주요 기업을 상대로 5천억달러(약 720조원) 규모의 AI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의 청사진을 설명하며 전방위적인 투자 유치에 나선 만큼 향후 어떤 기업이 스타게이트 생태계에 올라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셈법도 분주해진 모습이다.

45dff9923e88b0ce6a236de6edc3c6e9_1738719 샘 올트먼-손정의, 삼성 이재용 회장과 'AI 회동'

전세계적으로 AI 관련 개발 및 연구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한·미·일 대표 기업의 AI 회동이 4일 서울에서 열렸다.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AI 인프로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 오픈 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3자 회동을 가졌다

사진은 이날 오전 오픈AI-카카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샘 올트먼(가운데)과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3자 회동에 참석하는 손정의 회장(오른쪽). 2025.2.4 photo@yna.co.kr

 

◇ "좋은 논의였다"…삼성, 스타게이트 합류로 위기 돌파구 찾을까

 

5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올트먼의 방한 일정 중 가장 기대를 모은 것은 단연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전격 합류로 완성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3자 회동이다.

이 회장의 항소심 무죄 선고 이후 첫 대외 행보인 데다, '한미일 AI 동맹' 성사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에 관심이 집중됐다.

손 회장은 2시간에 걸친 회동 후 취재진과 만나 "좋은 논의였다"며 3사간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삼성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합류 여부에 대해서는 "(삼성과) 더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와 소프트뱅크, 오라클이 미국에 최소 5천억달러를 투자해 합작사인 스타게이트를 설립,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튿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스타게이트 계획을 발표할 정도로 이목이 쏠린 사업이다.

특히 최근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비용으로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로 글로벌 테크 업계에 큰 충격을 준 상황에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통한 AI 생태계 구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수인 메모리와 파운드리 제조설비를 확보하고 있는 동시에 턴키(일괄생산) 공급이 가능한 대규모 AI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보한 부분이 스타게이트 전략 파트너로서의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입장에서도 스타게이트 생태계 합류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여전히 메모리 1위 업체인 것은 분명하지만, AI 시대 핵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 밀려 자존심을 구긴 데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은 수조원대의 적자를 내며 1위인 TSMC와 점유율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회동에 맞춤형 AI 칩 설계를 주도하는 반도체 설계자산(IP) 회사 Arm의 르네 하스 CEO가 동석한 것도 파운드리 분야 등에서 삼성과의 협력 기대감을 키우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항소심 무죄 선고로 '경영 족쇄'를 풀어낸 이 회장의 입장에서도 삼성의 전방위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뉴삼성'을 구축할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도 삼성이 HBM과 파운드리 사업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만큼 스타게이트 합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통해 고객사 확보라는 가장 큰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HBM 선두를 탈환해야 하고, 파운드리도 흑자로 돌려야 하는 삼성 입장에서는 반드시 빅테크와의 협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스타게이트를 통해 삼성이 HBM 공급뿐 아니라 설계와 제조까지 할 수 있기 때문에 협력 관계를 맺기를 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는 "업계 1위인 TSMC가 사실상 파운드리를 독점하고 있어 가격을 올리더라도 꼼짝없이 당해야 한다"며 "TSMC에만 의존할 수는 없으니 (오픈AI·소프트뱅크에는) 삼성이 좋은 차선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정의 회장의 방한은 삼성에 투자를 요청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컸을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에서는 메모리·파운드리 고객 확보라는 성과를 낼 수 있어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AI 생태계 확장' 나선 SK…카카오, 오픈AI와 공동 제휴 선언

 

AI 서비스 차원에서 다른 기업들과의 협력도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국내 다른 기업들도 스타게이트 합류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AI 생태계 확장에 주력하고 있는 SK그룹도 주요 잠재적 파트너로 꼽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전날 오전 오픈AI 행사가 열리는 더 플라자호텔을 직접 찾아 올트먼 CEO와 약 40분간 회동했다. 지난해 6월 미국에서 만난 데 이어 약 8개월만이다.

이 자리에서는 SK하이닉스의 HBM 공급과 SK텔레콤의 AI 데이터센터 건설 등을 비롯해 AI 분야의 포괄적인 협력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올트먼 CEO는 회동 후 "원더풀(굉장했다)"이라고 말하며 최 회장에 대해서는 "나이스 가이(좋은 사람)"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올트먼 CEO는 국내 벤처캐피털(VC) SBVA가 마련한 오찬 간담회에 참석, 국내 주요 대기업 오너 3·4세들과 만나 스타게이트 청사진을 설명하고 한국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허윤홍 GS건설 대표,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SBVA 측은 "오픈AI가 한국에서 협력에 관심 있는 산업 분야에서 AI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거나 투자를 하는 또는 할 예정이 있는 기업들 위주로 초대했다"고 설명했다.

SK네트웍스는 현재 AI 중심 사업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진행 중이다.

HS효성의 경우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을 통해 AI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조현상 부회장이 AI 분야에 관심이 많고,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GS그룹은 지난해 사업 현장 문제를 AI 접목 기술로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 데 이어 미국에서 생성형 AI와 디지털 혁신을 의제로 사장단 회의를 여는 등 AI 기반 디지털 전환(DX)에 주력하고 있다.

코오롱 역시 계열사인 코오롱베니트가 50여개 기업이 참여하는 'AI얼라이언스'를 주도하며 AI 비즈니스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김 교수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스타게이트와 같은 AI 인프라 프로젝트에서는 서비스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협력을 한다면 서비스 측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SK텔레콤 등과 협력을 할 수 있고,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다른 기업들과의 협업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올트먼 CEO와 공동 기자간담회를 갖고 "챗GPT 기술들을 '카나나' 서비스를 포함해 다양한 프로젝트에 론칭하게 된다"며 "카카오의 5천만 사용자를 위한 공동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오픈AI의 GPT-4o를 비롯한 AI 기술을 기반으로 초개인화 AI 서비스 카나나를 고도화하고, 오픈AI는 카카오와의 협업을 교두보로 한국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천문학적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 실세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발표 직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그들은 실제로는 (그만큼) 돈이 없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코트라(KOTRA)는 최근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제품과 인프라가 한국 기업에 '삽과 곡괭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핵심이 되는 컴퓨팅 시장은 이미 글로벌 기업의 독점도가 높아 국내 기업이 진입하기 어렵다"며 "골드러시 당시 금광으로 성공한 사람은 소수이고, 삽과 곡괭이를 팔아 성공한 사람이 다수였다는 이야기에서 착안, 데이터센터 구축에 간접적으로 필요한 제품 및 인프라 분야를 공략하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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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5년02월05일 10시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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