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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집단휴진 강행에도 대란 없었다…환자 불만은 '고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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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6월18일 14시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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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3대 요구조건' 걸고 집단휴진…오후엔 여의도서 총궐기대회

동네의원 큰 혼란 없어, 사전신고 4%뿐…대학병원 참여도 '제한적'

교육부 "교수들 집단휴진 안돼" 공문…정부 "일방적 진료취소 고발할 것" 강경

서울대병원 이틀째 집단휴진…세브란스-아산 이어 성모-삼성서울도 '무기한 휴진' 조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8일 집단휴진을 강행했지만 의료 현에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학병원 교수들 역시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대대적인 휴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의료계의 집단휴진에 대해 일방적인 진료취소에 대해 고발조치할 것이라며 강경대응 방침을 보였고, 교육부는 의대가 있는 대학에 집단휴진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서울대의대 관련 병원 4곳에서 전날에 이어 이날도 교수들의 집단휴진이 실시된 가운데 서울의 '빅5' 대형병원의 '무기한 집단휴진'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어 의정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 일부 휴진에도 개원가 평소와 큰 차이 없어…대학병원 참여도 많지 않은 듯

 

의협이 예정했던 집단휴진을 했지만 이날 연합뉴스가 둘러본 개원가나 대학병원들에서 큰 혼란이 목격되지는 않았다.

오전 둘러본 경남 창원시 한 내과 의원에서 만난 문모(40) 씨는 "일부러 오전 9시에 진료 시작 전에 왔는데도 접수할 수 있었다. 휴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했는데 진료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고 안도했다.

이 내과 의원 인근에 있는 안과와 산부인과, 피부과 등 의원급 의료기관 20여곳 모두 휴진에 동참하지 않고 정상 진료를 한다고 안내했다.

휴진 공지를 내걸고 문을 닫은 의원들도 있었지만 환자들이 혼란에 빠질 정도의 상황은 아니었다.

광주의 한 비뇨기과 의원은 대표원만 휴진하고 다른 의사는 정상 진료했고, 한 피부과 의원은 휴진 사유를 "기계 고 탓"이라며 환자 불만을 의식하기도 했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한 어린이병원은 병원 입구와 엘리베이터 등 곳곳에 휴진 안내문을 부착하고 문을 열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진료가 시작되는 오전 8시 전부터 진료를 기다리는 어린이들과 보호자로 북적였지만, 이날은 아예 복도 불이 꺼진 채 깜깜했다.

이날 각 지자체에 휴진을 하겠다고 사전에 신고한 의료기관은 전체 3만6천371곳(의원급 중 치과·한의원 제외, 일부 병원급 포함) 중 4.02%에 그쳤다.

의협 관계자는 "(얼마나 참여했는지) 지켜보는 중"이라며 "오전에 진료개시명령 문자가 발송돼 회원들(의사들)을 자극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병원들의 경우 일부 교수들이 의협의 뜻에 동참해 휴진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체로 평소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전북대병원에서는 250여명의 교수 중 10%가량이 이날 휴가를 냈다. 병원 측은 "휴진을 하는 교수들은 미리 환자들에게 연락해 진료 날짜를 조정했다. 큰 혼선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남 동부권 환자들이 주로 찾는 양산시 물금읍 양산부산대병원은 이날 실제 휴진에 들어간 의사가 10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대학교병원의 경우 의사 휴진으로 예정된 외래진료 스케줄 103개 중 31개(30.1%)가 취소됐지만,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이 환자들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 커지는 환자 한숨, 맘까페 '부글부글'…환자단체 "불법행동 법대로 처리해야"

 

의료대란이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반복되는 휴진에 환자들의 불편과 불만은 커지고 있다.

전북지역의 한 맘카페에는 평소에도 진료가 어려운 소아청소년과의 휴진 소식에 아쉽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아프면 대체 어느 병원에 가야 하느냐"며 "불편함은 모두 환자 몫"이라고 답답해했다.

또 '의사 휴진은 중증 환자들에게 사형선고와 다름없다'는 한 의사의 언론 기고 글을 공유하거나, '휴진하는 병원들을 공유해 앞으로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며 불매운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30대 황모 씨는 "모든 병원이 휴진하지 않아 다행"이라면서도 "평소 다니던 병원이 문을 닫으면 진료를 보는 데 불편하다. 어서 이 긴 갈등이 끝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울산대병원 복도에서 만난 유방암 환자 김모(60)씨는 "다행히 검사는 받을 수 있었지만, 진단 선생님(의사)이 근무해야 검사를 받을 수 있으니 주기적으로 와야 하는 입에서는 휴진 소식이 아무래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혈관 스텐트 시술 관련 검사를 위해 심내과를 방문한 70대 이모씨도 "아픈 사람 입에서는 하루하루가 급하고 중한데 의료 현을 떠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불안함을 넘어서 쏟아지는 휴진 뉴스에 피곤하다"고 했다.

경기 수원시의 경우 환자가 몰리는 한 소아과 병원이 휴진하자 지역 맘카페가 발칵 뒤집혔다. 이에 따라 다른 소아과 의원에서 십수명의 접수 대기가 생기는 등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환자단체와 보건의료 노동자 단체는 이날도 의사들의 복귀를 촉구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성명에서 "의료인이자 교육자들인 이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내팽개쳤다.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불법행동을 하는 의사들을 법대로 처리하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의원 등 3만6천여개 의료기관에 진료명령과 휴진신고명령을 발령한 데 이어 오늘 오전 개원의 등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의료공백이 현실화할 경우 현점검과 채증을 거쳐 의료법에 따른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진행하는 한편, 일방적인 진료 취소에 대해 고발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의대가 있는 40개 대학교에 공문을 보내 "집단 행위의 금지 의무를 위반한 자는 비위의 정도 및 과실 경중에 따라 징계 등 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소속 대학 교원의 복무 관리에 철저를 기해 주기를 바란다"고 알렸다.

 

◇ 서울대병원 이틀째 집단휴진…의대교수 무기한 집단행동 확산세

 

전날 '무기한 집단휴진'을 시작한 서울의대 교수들은 이날도 이틀째 집단휴진을 벌였다.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강남센터 등 서울의대 관련 4개 병원은 이날도 일부 진료과가 '개점휴업' 상태였다. 정부는 전날 서울대병원의 외래 진료 예약자 수가 1주 전에 비해 27%, 수술은 23%가량 감소한 것으로 파악했다.

서울의대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벌이고 있지만, 교수들 사이에서는 기간을 정하는 식으로 집단휴진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날에는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은 "지금은 일단 일주일보다 더 (휴진) 일정을 조절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가 비대위측이 공식 입이 아니라고 부인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런 방식의 '무기한 집단휴진'이 이른바 '빅5'병원으로 확산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울성모병원이 속한 가톨릭의대의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오는 20일 전체 교수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추가 휴진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고,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는 곧 삼성서울병원 교수를 포함한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을 배포해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최용수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원은 "무기한 휴진 등 추가 휴진을 논의 중"이라며 "정부는 2025년도 의대 모집인원 재조정,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와 관련한 의료계와의 진정성 있는 논의 등 대승적·공익적 조치를 빠르게 취해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연세의대 수련병원인 세브란스병원 소속 교수들은 오는 27일부터 정부가 현재 의료대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가시적 조치를 취할 때까지 무기한 휴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내달 4일부터 일주일간 휴진하기로 결의하면서 이후 휴진을 연할지는 정부 정책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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