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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EU에 보복 관세 위협; 또 다른 ‘무역전쟁’ 개시 예고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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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4월10일 16시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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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英 FT “Airbus社 보조금에 대한 보복으로 광범한 EU産 제품 수입에 관세 위협”

- 블룸버그 “IMF 등 세계경제 둔화 경고 속에 보내는 분명한 새로운 ‘무역전쟁’ 메시지” 

- Nikkei “EU도 대항 보복 조치 강구 중; 새로운 美 · 유럽 간 무역 분쟁의 불씨” 

 

Ifs POST 대기자 박 상 기

 

美 트럼프 정부가 최근 EU産 수입 제품 110억 달러 상당에 대해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방침을 시사하고 있어, 대서양 사이의 양 대륙 간에 긴장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지금 미국과 중국이 진행 중인 무역전쟁 종료를 위한 무역 협상이 머지않아 타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美 · 中 간 무역 분쟁이 종료된 다음에는, 유럽과 새로운 무역 분쟁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가뜩이나, IMF를 위시한 국제 기구들이 심각한 글로벌 경제 감속을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연달아 제기하는 무역 분쟁이 자칫 글로벌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높아가고 있다. 아래에, 이러한 새로운 움직임을 전하는 해외 미디어들의 보도 내용을 종합하여 살펴본다.     

 

英 FT “항공기에서 와인에 이르기가지 광범위한 EU産 제품이 대상”   

美 백악관은 9일, 이미 세계무역기구(WTO)에 의해 불법으로 판정이 내려진, 유럽의 항공 우주 및 방위산업 그룹인 에어버스(Airbus)社를 위한 보조금에 대한 보복으로 EU産 제품 수입에 대해 전면적인 관세 부과를 고려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미국이 관세 부과 고려 대상으로 제시한 목록은 항공기 및 헬리콥터로부터 민감한 품목인 치즈 · 와인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한 제품들을 망라하고 있다. 美 통상대표부(USTR)도 8일, EU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화요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WTO는 EU가 에어버스(Airbus)社에 지급하는 보조금은 미국에 대해 불리한 방향으로 영향을 주어 왔다고 판정했다. 이제 110억 달러 상당의 EU産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고 썼다. 트럼프는 “EU는 지난 수 년 동안, 미국과 교역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빼앗아 갔고 이제 그것을 끝내야 한다(It will soon stop!)” 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EU의 집행부 EC(European Commission)의 고위 관리는 “110억 달러라는 수치는 미국 정부의 대단히 과장된 내부 집계에서 나온 수치이고, WTO가 확인한 것도 아니다” 고 반론했다. 그는 “WTO의 판정에 따라 보복을 가할 수 있는 대상 및 수치는 오직 WTO가 지명한 조정자들이 결정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 “美 中 무역 협상 타결된 뒤, 분쟁이 유럽으로 비화(飛火)할 조짐”   

지금 미국과 중국은 지난 수 개월 동안에 걸쳐 진행해 오고 있는 무역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고위 협상이 거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 따라서, 머지않아 미국과 중국이 현재 진행 중인 협상에 타결을 보고 나면, 다음 순서로 일본이나 유럽 등과 차례로 새로운 무역 협상 라운드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일본 등과는 이미 무역 협상을 재개할 것에 합의하고 있으나, 유럽과는 농산품 시장 개방을 둘러싼 사전 협상이 난항을 거듭해 오고 있어,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일정도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관세 수단을 앞세워 EU 측에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로 보여, 자칫,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할 경우에는 무역전쟁이 유럽 지역으로 비화(飛火)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과 EU 양측은 종전에 EU의 항공기 제조사(Airbus社)에 대한 보조금 지불을 둘러싸고 대립을 계속해 오고 있다. EU 측도 미국 보잉(Boeing)社에 대한 美 정부의 보조금(세금 감면)이 부당하다며 WTO에 제소해 놓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에는 WTO에 의해 EU 측의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IMF 및 World Bank 연차 총회를 위해 워싱턴에 집결하는 각국 정책 담당자들에게 자신이 중국과의 협상 타결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무역 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곳이 또 있다는 생생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평했다. 동 통신은 IMF 등은 글로벌 무역 시스템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이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저하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 “EU도 대항 조치 검토 중; 그러나 ‘우리는 무역전쟁을 벌일 여유가 없어’”   

미국이 보복 관세 부과를 위협하고 나서자, EU 측도 대항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대응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는 오랜 동안 미국 이익을 탈취해 갔다며 강한 불만을 표명했다. 이와 관련하여 美 통상대표부(USTR)도 에어버스(Airbus)社에 대한 보조금 지급으로 미국 기업들이 110억 달러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산정하고 보복 관세 부과 대상이 되는 품목 원안을 공표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에 대해 EU 대변인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칙에 근거하여 보복 권한을 행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고 표명했다. 한편, 동 대변인은 “EU는 미국과의 협상에 대해 열려 있는 상황이다” 고 강조했다. 르메르(Bruno Le Maire) 프랑스 경제 및 재무장관도 “세계 경제 현황을 감안하면 우리는 무역 분쟁을 할 여유가 없다” 고 우려하며 협상에 의한 문제의 해결에 치중해야 할 것이라는 인식을 시사했다. 

 

트럼프 정권은 2018년 중 미국이 EU와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여 압력을 가하고 있다. 작년 7월 美 EU 정상회담에서는 자동차를 제외한 제조품의 관세 철폐를 위한 협상을 시작했고 협상 동안에는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유보할 것에 합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농산품을 협상 대상에 포함하려는 미국과 협상 대상을 공산품에 한정하려는 EU 측과 의견이 합치되지 못해 협상 개시 자체가 늦어지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날 미국의 공격적인 조치는 양 측이 상호 불만을 품어 오던 끝에 나온 것이고, 자칫하면 작년 7월 합의한 휴전 상태가 깨질 우려도 높아지는 것이다.     

 

■ “트럼프의 공격 리스트에 일본, 南아시아 국가 등, 줄이어 대기 중”   

지난 수 개월 간 진행해 온 美 中 무역 협상은 멀지 않아, 이르면 다음 달 내에,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는 시점에서, 트럼프 정권이 EU에 대해 공격을 시작한 것은 분명히 EU를 다음 협상 대상으로 가둬 두려는 속셈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에어버스(Airbus)社 보조금 논란은 경쟁사인 미국의 보잉(Boeing)社에 대한 보조금 문제와 맞물려 WTO 무대에서 이미 십 수 년 간을 끌어오고 있는 문제다. 따라서, 미국이 이번에 보복 허용 범위를 포함한 WTO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WTO의 룰(rules) 범위 내에서 무역 분쟁을 벌이겠다는 의향을 내비친 것이어서 중요한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워싱턴 소재 Cato 연구소 레스터(Simon Lester)씨는 “좋은 시그널이며, 트럼프 정권이 WTO 룰 내에서 논의할 가치를 느끼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한편, 다음 주가 되면 미국은 일본과 쌍무적 협정을 위한 무역 협상을 시작할 예정으로 있다. 미국 기업들이나 농민들은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TPP 철회를 결정했던 것에 대한 보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트럼프는 일본에 대해서도 자동차 관세 부과를 위협하는 상황이고, 일본 입장에서도 일본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자동차 관세 위협을 무시할 수 없어 협상에 응하게 된 것이다. 

 

일본 측의 협상 책임자인 모테기(茂木敏充) 경제담당장관은 일단 협상은 양측에 모두 이득이 있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있어 쉽사리 미국 측의 요구에 굽히고 들어올 입장은 아니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美 日 간에 제 3의 새로운 무역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잠재해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작년 9월 협상 개시 합의 이후, 협상 범위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더해, 캐나다 및 멕시코는, 북미 3국이 합의했던 종전의 ‘NAFTA’ 협정을 대체할 새로운 협약을 비준하기 위해 미국이 이미 부과하고 있는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할 것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인도도 트럼프가 南아시아 국가들을 개도국에 대한 차별 무역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트럼프의 위협에 반발하여 미국産 사과 등 농산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것을 위협하고 있다. 

 

■ “트럼프 주도의 전방위 무역 분쟁, 암울한 경제 전망에 우려를 가중”   

英 Financial Times는 지금 EU 측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협상을 마무리하고 나면, 자신은 무역에 관한 강력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EU에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 美 통상대표부(USTR) 라이트하이저(Robert Lightheizer) 장관은 “이 문제는 14년이나 끌어오던 것이고, 이제 행동을 취할 시점이 되었다” 고 말했다. 그는 “WTO가 보복을 허용할 금액을 산정하면 즉각 조치에 나설 준비에 들어갔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EU도 美 정부의 보잉(Boeing)社에 대한 세금 감면 보조 조치로 인해 EU의 에어버스(Airbus)社가 피해를 입었다는 논리로 보복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 EU 관리는 “WTO가 선임하는 조정관으로 하여금 EU의 보복 허용 범위를 산정하도록 요구할 것” 이라고 말하며, “EC는 이 WTO 조정관의 판정이 나오는 대로 즉각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준비 중” 이라고 밝혔다. 어쩌면, 양 측은 서로 ‘이[齒]에는 이[齒]’ 라는 강경 대치를 예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제반 상황을 감안하면 글로벌 무역 관계에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줄어들기 보다는, 날이 갈수록 오히려 가중된다는 느낌이다. 前 美 통상대표부 고위 관리를 지낸 커틀러(Wendy Cutler)씨는 “트럼프가 제재 관세를 무기로 삼아 EU, 일본 등 무역 상대국들을 협상으로 끌어들일 수는 있으나, 문제는 언젠가는 逆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점” 이라고 우려한다. 트럼프 주도로 벌어지는 끝이 보이지 않는 무역 분쟁은, 점차 현실감을 더해가는 세계 경제의 암울한 전망과 겹쳐져서, 세계인의 근심과 걱정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이 분명하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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