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분쟁으로 번진 외교갈등…정부, 日수출규제에 '강대강' 응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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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제소 검토·주한 일본대사 초치 등 범정부 차원 '초강수' 맞대응
업계 '좌불안석'…경제단체 "양국 협력 훼손 우려, 우호관계 회복해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둘러싼 한일간 외교갈등이 통상분쟁으로 비화하면서 양국이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라는 일본의 '기습 공격'에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라는 '초강수'로 맞선 가운데 양국의 정치 셈법이 작용하면서 단기간 내에 합의점을 도출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에서다.
국내 관련 업계는 미중 통상전쟁 장기화, 글로벌 IT 시장 수요 정체 등에 따른 불확실성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대형 악재가 추가됐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일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수출상황점검회의에서 일본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플루오린 폴리이미드·리지스트·에칭가스)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와 관련, WTO 제소를 비롯해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성 장관은 특히 일본 정부의 결정에 대해 WTO 협정에서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오사카 G20 정상회의 선언문에서 명시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 원칙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국내 부품·소재·장비 산업의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앞서 이날 오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과 청와대, 외교부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대응 방향에 대해 숙의했다.
또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도렴동 청사로 초치해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해 항의하고 유감을 표시하는 등 범정부 차원에서 맞대응에 나섰다.
정부가 이처럼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에 나선 것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국내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간단치 않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가뜩이나 내수 침체에 수출 부진까지 겹친 가운데 그나마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실제로 일본이 수출 규제 대상에 올린 3개 품목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 등에서 필수 소재로 꼽히는 데다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034220] 등은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전면적인 수출 금지가 아닌 수출 절차 강화 수준이어서 재고 점검과 대체 수입선 확보 등에 나선 상황이지만 최악의 경우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어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다만 이번 조치가 미국과 유럽 등의 기업에도 연쇄적인 타격을 줄 수 있고, '외교 보복' 차원의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일본 정부도 염두에 둘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우리 기업이 이번 수출 규제 품목의 대체 조달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내놨다.
실제로 이날 국내 증시에서는 국내 소재 업체들의 주가가 대체로 강세를 보이면서 이런 전망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양국 외교 문제가 통상 마찰로 번진 데 대해서는 우려를 표시하며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로 양국 간 협력적 경제 관계가 훼손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밝힌 뒤 양국 정부에 대해 "선린우호 관계를 바탕으로 미래 공동번영을 위해 조속히 갈등 봉합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대한상의도 "기업들은 양국관계 악화가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오랫동안 지속된 우호적 경제관계를 회복하고 양국 기업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양국 정부가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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