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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발언에 폭락한 뉴욕증시…털고가기? 경기침체 진입 신호?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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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3월11일 09시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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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관세=협상용" 인식…'일시적 경제충격 수용' 시사에 투자심리 급랭

비싼 주가·오락가락 관세정책에 加 차기총리 강경발언도 불확실성 키워

전문가들 "위험 커졌으나 당장 경기침체 진입 걱정할 상황은 아냐"

 

10일(현지시간) 나스닥 지수가 2년 반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뉴욕증시가 급락세를 나타낸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정책목표 달성 과정에 경제 충격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투자자들에 우려를 안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오락가락한 관세 정책으로 시장의 불안감이 매우 커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이 증시 급락을 유발한 유일한 요인은 아니라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대부분 시장 전문가는 트럼프 정책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승 및 성장세 둔화 위험이 커졌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미 경제가 경기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여전히 낮다고 보고 있다.

 

◇ 침체 질문에 "과도기" 응수한 트럼프…관세에 진정성 vs 빅배스

 

이날 뉴욕증시 급락장을 초래한 직접적인 방아쇠는 전날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의 폭스뉴스 인터뷰 발언이었다.

월가에서는 그동안 관세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단순한 협상 전략에 불과하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이는 관세 정책 추진 과정에 시장 충격이나 경기 악영향이 가시화될 경우 관세 위협을 물릴 것이란 기대로 이어져 왔다.

그러나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침체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부인하지 않은 채 "과도기(transition)가 있다"며 "우리가 하는 일이 매우 큰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침체 가능성 질문에 '과도기'로 응답한 미 대통령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의' 실현을 위해서라면 단기적인 경기침체나 주가 급락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베어드 프라이빗웰스매니지먼트의 로스 메이필드 투자전략 분석가는 "트럼프 행정부는 주가가 하락하는 것에 좀 더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경기침체도 감수할 용의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했다.

르네상스 매크로리서치의 닐 투타 경제리서치 수석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트럼프 풋'(Trump Put)의 행사가격이 생각했던 것보다 낮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증시 낙폭이 더 크거나 경제 충격이 더 커야 트럼프 행정부가 비로소 대응에 나설 것이란 의미다.

한편 월가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정권 초반 의도적으로 증시를 흔든 뒤 책임을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탓으로 전가할 유인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도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면 단기 실적 악화를 감수하고 '빅배스'(부실을 한 번에 반영해 털고 가는 것)를 하듯 '이참에 한 번 털고 가자'는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은행 스티펄의 브라이언 가드너 수석 정책 담당 전략가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침체가 늦게 발생할수록 현행 정부가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며 "반면 침체가 일찍 발생할수록 유권자들은 전임 행정부를 비난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진단했다.

 

◇ "인터뷰 발언 하나 때문만은 아냐"…이미 약해진 투자심리

 

월가 한편에서는 이날 뉴욕증시 급락이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 하나에서 촉발된 것으로 봐선 안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키웰스의 조지 마테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이 시장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에 불안감을 야기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그간 보인 행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세 그 자체보다 오락가락하는 정책 성격이 시장에 많은 불안감을 야기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뉴욕증시는 갈피를 잡기 어려운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피로감을 호소하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기준으로 지난주 들어서만 3% 넘게 하락한 바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출신의 '경제통' 마크 카니가 차기 캐나다 총리로 선출돼 "미국이 우리를 존중할 때까지 보복 관세를 유지하겠다"라며 강경한 자세를 내비친 것도 주말 새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운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관세 부과의 '부메랑 효과'로 미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위험을 키울 것이란 우려가 지속되는 것도 투자심리 약화를 가져온 기본 배경이 되고 있다.

1월 들어 소비지표가 하락한 가운데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한 것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공해왔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추산해 공개하는 성장률 전망모델 'GDP 나우'는 지난 6일 기준 올해 1분기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제시해 1분기 중 역성장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나아가 인공지능(AI) 업종을 중심으로 주가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는 것도 부정적인 뉴스 하나에 증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월가 "침체 위험 있지만 현재로선 가능성 낮아"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 반등 위험과 경기침체 위험이 이전보다 커졌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이 당장 경기침체 진입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를 대체로 내놓는다.

'미국 경제는 괜찮다'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은 다름 아닌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7일 공개 연설에서 "미 경제는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해왔다"며 아직은 소비둔화나 물가 반등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인식을 강하게 시사했다.

시장의 경기둔화 우려를 불식하려 한 듯 최근 발표된 일부 부정적 지표에 크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조목조목 해명하기도 했다.

월가 전문가들도 미 경제가 1분기엔 성장세가 약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2분기 이후로는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상 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낼 경우 기술적으로 경기침체 상황에 놓였다고 판단하는 데 그럴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올해 1분기 미 경제가 역성장(-1.9%)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2분기 들어서는 경기가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부과 전 일시적인 수입 급증 현상과 지난 겨울 악천후 영향이 해소되면서 2분기 들어 미 경제 성장세가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가 대형 금융회사들도 경기침체 위험을 배제하지는 않으면서도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지기보다는 성장률이 둔화하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1.7%로 하향 조정했으며, 모건스탠리는 지난주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훨씬 더 나쁜 지표에 직면하더라도 기존 정책에 계속 집착할 경우 침체 확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미 경제가 향후 12개월 내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20%로 종전 대비 5%포인트 소폭 상향 조정하는 데 그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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