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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파 맹주' 이란 대통령 헬기사고에 중동정세 요동치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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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5월20일 10시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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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등 파장 주시…WSJ "핵·가자전쟁 등서 이란 입장 변화 없을 것"

초강경 이인자 공백시 이란 내부 혼란 가중 가능성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헬기 추락 사고로 실종되면서 살얼음판 같은 중동 정세에 또 한 번 시계제로의 격랑이 휘몰아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의 차기 최고지도자 1순위 후보로 거론돼온 강경 보수 성향의 인물이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 이은 사실상 이인자로 꼽힌다.

지난 2021년 8월 취임 이후 근 3년간 시아파 맹주 이란의 초강경 이슬람 원리주의 노선을 이끌어왔다.

내부적으로는 지난 2022년 시작된 이른바 '히잡 시위'가 전국적인 반정부시위로 확산하는 가운데 이란 당국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무릅쓰고 시위대를 유혈 진압했다.

이와 함께 라이시 재임 하의 이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가자전쟁 국면에서 이른바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하마스,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시리아와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등을 지원하면서 이스라엘과 미국에 군사적으로 맞서왔다.

특히 지난달 이스라엘의 주시리아 영사관 피폭 이후 이스라엘 본토를 사상 처음으로 보복 공격하는 등 대외적으로도 초강경 이미지를 굳혀왔다.

이런 강경 노선을 진두지휘해온 라이시 대통령의 부재는 7개월 넘게 이어져 온 가자전쟁 등 요동치는 중동 정세를 둘러싸고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물론 이란과 관계를 정상화한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도 사고 보도를 예의주시하면서 주요 파트너들과 향후 전개될 상황을 조심스레 예측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이란과 대척점에 서며 각종 제재 등을 주도해온 미국으로서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불거진 돌발 상황이 향후 미칠 여파에 셈법이 복잡해 보인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고가 이란 내부에 불러올 영향도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히잡 시위 등 반정부 봉기 및 수백만명의 지난 3월 총선 투표 보이콧이 보여준 집권 세력에 대한 불만 고조, 사상 최저치로 추락한 통화 가치나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통 등 미국의 제재로 인한 경제 악화 등을 불안 요소로 꼽았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국장은 NYT에 "라이시 대통령 사망 시 이란은 부통령이 정권을 넘겨받아 5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면서 "이 상황은 내부적으로 심각한 정통성 위기에 처해있고 역내에서 이스라엘 및 미국과 맞서고 있는 이란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란 국영 TV 등이 일단 이번 헬기 사고의 원인을 '악천후'로 규정하고 있어, 사고의 원인을 둘러싸고 국가 간 갈등이 불거질 여지가 당장 높지는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최고지도자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이란에서 대통령의 부재로 정책의 주요 방향이 틀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야톨리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TV 연설을 통해 "이번 사고가 국정 운영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서방 언론 역시 이번 사고로 인해 이란이 대외 정책이나 태도를 갑작스레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라이시 대통령이나 (헬기에 동승한)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이 사망하거나 무력화되더라도 핵 프로그램이나 가자전쟁에 대한 우려 등 뜨거운 지정학적 이슈와 관련한 이란의 입장을 변화시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란이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역내 긴장을 임계점까지 몰고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란은 최근 미국과 오만에서 고위급 간접 회담을 열어 역내 긴장 완화와 핵 프로그램 문제 등을 논의한 바 있다.

NYT는 지난달 미사일과 드론을 활용한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이 대부분 실패한 것이 사실상 의도된 것일 수 있으며, 이란이 전면전으로 끌려가는 것을 피하고 싶어 한다는 전문가의 분석을 보도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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