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의 1년 후

경제민주화 '갑'이 변해야 한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3년05월11일 21시05분
  • 최종수정 2013년05월11일 21시05분

메타정보

  • 37

본문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진보경제학자이자 경제관련 시민단체의 책임자로서 국가미래연구원의 제안을 받고 응한 이유는 우리의 시대적 과제인 경제민주화와 관련하여 전경련 등 재계 단체가 합리적인 모습으로 참여하기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지난 4월 30일 경제민주화 1, 2호법(하도급법,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었고,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하도급법은 부당한 단가 인하, 발주 취소, 반품행위에 대해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것이며,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5억원 이상 연봉의 등기임원 개별연봉을 공개하는 내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를 위한 35개 공약과 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 보고서에 담긴 내용들은 모두 법률개정을 필요로 한다. 나는 여기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하고 있다.
기대는 재벌의 부당한 사익 추구를 근절하고 경제민주화가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다. 우려는 그 내용과 속도가 내 개인적인 기대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하도급법은 기존에 ‘기술탈취’ 부분에만 적용하던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에 ‘부당한 단가 인하, 부당한 발주 취소, 부당한 반품행위’라는 3가지에 확대 적용한 것이라, 그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아직 미흡하다. 기업의 경제 범죄는 전문가 범죄로서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엄중 처벌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원래 취지는 임원들의 연봉 산정 기준과 절차를 공개하는 데 있었다. 총수 일가에 충성하는 사람에게만 많은 보상이 지급되는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는데, 5억 원 이상의 등기임원 연봉의 결과만 공개하는 것은 제한적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시행과정에서 보완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경제민주화의 입법과정에서 나타난 재계 단체의 태도에는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낡은 주장이 보인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마치 재벌 계열사의 모든 내부거래를 제한하는 것으로 왜곡, 과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재계의 논리에 의해 법안이 왜곡될까 우려된다.
재계 단체의 역할은 두 가지다. 하나는 회원사의 경제적 이익을 제고하는 이익단체라는 점, 다른 하나는 회원사의 자율규제 기구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재계 단체는 일부 대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수정해야 할 점이 있고, 불법행위에 대한 자정노력을 얼마나 했는지에 대해서도 반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재계 단체의 낡은 주장과 행위로는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도덕은 상식의 최대치(maximum)이며, 법률은 상식의 최소치(minimum)이다. 법률은 우리 사회가 명시적, 암묵적으로 합의한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며, 우리 모두가 좋지 않은 관행을 바꾸려 노력해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변화할 수 있다.
시민단체에서도 과잉규제가 되지 않으면서도 경제적 성과를 이룰 수 있는 방안들을 추구하고 있다. 재계 단체에서도 변화된 사회 현실과 국민 요구에 부응해 과거의 잘못된 행위를 반성하고 진정성 있는 변화를 보일 필요가 있다.​
37
  • 기사입력 2013년05월11일 21시05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19일 18시14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