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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권 재등장으로 글로벌 경제에 2차 대전 이후 꾸준히 진전돼 온 개방 및 자유 무역 노선을 일탈해 새로운 ‘보호주의’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 국제 분업의 이익을 향유해 온 국제 무역 질서도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다. 물론, 미국도 스스로 자국의 단기 이익 추구를 우선하며 고립주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양상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 정권이 제조업 고용을 늘리고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강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고율 ‘관세’ 정책이다.
이에 대해, 미국 국내는 물론 글로벌 사회가 이구동성으로 이론적, 경험적으로 관세 수단으로는 트럼프 정권이 추구하는 목표를 이룰 수 없고, 치러야 할 비용이 훨씬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래에, 저명한 경제학자인 Raghuram Rajan(Univ. of Chicago, 전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및 인도중앙은행(RBI) 총재) 교수가 최근 Nikkei와 가진 인터뷰 내용을 중심으로, 이와 관련한 몇 가지 견해를 살펴본다.
“관세 부과로 제조업 고용을 미국으로 되돌려보겠다는 시도는 전혀 효과 없어”
라잔(Rajan) 교수는, 우선, 트럼프의 경제 정책에 대해 ‘새로운 정책을 시도하는 것이나, 근본적으로 보호주의란 이미 낡은 정책 노선으로, 당사자 모두에 해(害)가 된다는 것은 이미 모든 연구 결과가 증명한 것’ 이라고 지적한다. 오늘 날, 제조업 분야에 고용이 상실되는 가장 큰 요인은 생산의 기계화(automation)라고 진단한다. 이런 상황에서, 설령, 관세 수단을 동원해서 미국의 제조업 고용을 보호한다고 해도 궁극적으로는 ‘기계’가 미국 국내 생산을 대체하게 될 것으로 본다.
트럼프 2기 정권은 철강 등에 대한 관세 부과를 서두르고 있으나, 1기 정권 때 실행했던 관세 정책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1명의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 50만~100만달러 정도가 소요된 것으로 판명됐다. 이를 감안하면, 설령 단기적으로 고용이 증가할 수 있다 해도 이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안하면 고용 창출 효과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관세는 주요 세입(歲入) 원천이 될 수도 없다. 역사적 경험처럼, 상대국 기업들이 관세를 회피해서 제 3 국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면 더욱 그렇다.
또한, 상대국의 ‘불공평’ 문제를 제기하긴 쉬우나, 그에 앞서, 미국의 보조금 지급 등도 함께 비교해가면서 분명한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전기자동차(EV), 배터리 등 분야에서 중국 기술이 미국을 추격하고 있는 것은 중국 내에서 격렬한 경쟁을 벌인 결과이다. 미국은 이를 배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트럼프 관세 정책이 국내 생산력에 미칠 영향은, 이미 인도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생산 효율이 떨어지고, 여차하면 관세 부과를 계속하거나 더욱 강화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이다. 굳이, 관세를 부과하고자 하면, 특정 산업이 시간을 벌 여유를 찾는 일시적 방편으로 삼을 것이지, 항구적 보조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방해할 우려 커, 보호주의 환상 탈피, 기술혁신에 매진해야”
관세 부과는 이론 상 생산 비용을 상승시켜 인플레이션 요인이 되나, 그 자체로는 영향이 제한적이므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개별 요인들을 상세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과거 경험으로는, 강(强)달러 요인이 가격 상승의 상당 부분을 상쇄하기도 했다. 만일, 관세 인상에 따른 가격 상승이 일회성에 그친다면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이라고 할 수는 없고, 연준(FRB)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관세 인상이 거듭되어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임금 인상 요구가 강력해지면, 이야기는 다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으로 생산 시설을 옮겨오는 비용 증가 및 외국 제품과 경쟁이 완화된 기업들의 임금 인상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 미국이 자유 무역에 등을 돌리게 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 한 사람 때문만이 아니라, 미국 국민들이 ‘다른 나라에 속아 경쟁력을 잃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에 이런 현상은 수시로 있었다. 1980년대 일본이 글로벌 제조업을 휩쓸자, 이 때문에 미국이 매력 있는 제품을 만들지 못하게 됐다고 생각했던 사례도 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애플 iPhone, Tesla 전기자동차를 개발했고, 인공지능(AI)도 세계의 선두에 서있다. 서비스 분야에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를 들어, AI 분야 선두를 계속 유지한다면 충분한 비즈니스를 확보할 수가 있다. 따라서, 보호주의 환상(幻想)을 버리면 저절로 향후 무엇을 할지가 보일 것이다. 그 후, 스스로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전진해야만 한다. 문제의 본질은 스스로 기술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
“제 2의 프라자 합의’ 가능성은 낮아; 단, 가상화폐에는 위기의 싹이 트고 있어”
라잔(Rajan) 교수는, 미국이 무역 적자 감축을 위해 관련국들과 합의해서 달러화를 대폭 절하하는, 소위 ‘제 2의 프라자 합의(Plaza Agreement)’ 관측이 나오는 것에 대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 금융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이런 합의가 효과를 보일 것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설령, 합의를 통해 통화 가치를 좌우할 수 있다 해도, 단기적, 소폭에 불과할 것이다. 1985년 프라자 합의 당시에는, 실은 이미 미달러화 약세가 진행되고 있었고, 프라자 합의는 이를 뒷받침한 것에 불과하다. 강달러에 대한 과도한 시정이었다는 지적마저 있었다” 고 강조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라잔(Rajan) 교수는 2007/8년 글로벌 금융위기(‘서브프라임 금융위기’)를 예상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현재 일각에서 제기하는 금융 위기 재발 가능성에 대해 “경제에는 항상 취약 부문이 있기 마련이며, 문제는 이런 요인들이 얼마나 중대한 파탄을 가져올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는 예상하기가 어렵다. 지난 위기 때도, 아무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에 주목하지 않았다” 고 경고했다.
그는, 규제 완화(느슨한)에 유의할 것을 경고했다. “초점은 이런 움직임이 자산 가격을 더욱 끌어올려 레버리지를 높이지 않는지, 하는 것이고, 이들 양자 관계가 항상 위기의 근원” 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직전 금융 위기 이후 17년이 지난 지금, 경각심도 많이 느슨해 있다.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는 세대들이 투자은행 등에서 일하고 있어, 기억의 망각이라는 문제도 있다. 위기의 기억이 다음 세대에 계승되지 않을 경우, 자칫 잘못하면 같은 과오가 반복될 위험이 있다” 고 경고했다.
특히, 가상화폐(암호자산)를 주시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가상화폐가 새로운 금(金)으로 불리기도 하나, 경제가 본격 하강 국면으로 들어가면 가치가 유지될 수 있을지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상화폐의 선구자 격인 Bitcoin이 보급되기 시작한 것이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이나, 아직도 심각한 시련에 직면한 적이 없는 점도 지적했다. 아울러, 가상화폐 거래가 리스크 부담 성향이 높은 투자자에서 이제 일반 투자자들로 널리 확산된 점도 우려했다. 만일, 가상자산을 연금에 편입하려고 하면, 적어도 향후 20년 동안은 가치를 유지해야 할 것이나, 과연 투기적 자산인 가상화폐 가치가 그렇게 유지될 수 있을 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자유주의 경제학자 Bastiat가 주는 교훈; 관세 부과에 숨겨진 비용(hidden cost)”
한편, 자유주의 경제학자들 논단 Mises Wire는 최근 ‘트럼프 관세’의 거시적 이득과 비용을 분석하는 논설에서, 트럼프 같은 정치가들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고용 창출을 위한 단순 해법으로 관세를 쉽게 생각하고, 해외 경쟁을 줄여 국내 생산을 늘린다고 약속하는 정치 수단으로 삼는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기본적인 경제적 교훈을 간과하는 것이다. Frederic Bastiat 원리에 따르면, 모든 경제 정책은 ‘드러나는(seen)’ 효과와 ‘숨겨진(unseen)’ 충격을 같이 가진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흔히 관세를 부과하면서, 단기적 효과를 강조하나 숨겨진 부정적 효과는 너무 늦어서 손을 쓸 수 없게 될 때까지 감안하지 않기가 쉽다는 것이다. 수입 재화 가격이 상승하면 국내 제품을 선호하게 되고 이를 통해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고용을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나, 여기에 숨겨진 부정적 효과는 장기적으로 생산성 저하, 생산 구조, 교역 관계, 경제 성장에 타격을 준다는 지적이다.
즉, 정치인들은 관세 부과로 국내 생산자들에 단기적 경쟁 우위를 주고, 이 점을 들어 생산이 늘고 고용을 창출한다고 강조하며 관세 정책이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단기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소비자물가가 상승하고, 기업 생산 비용이 증가하는 중대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에 더해, 장기적으로, 공급 망이 왜곡되고 상대국들의 보복으로 무역 전쟁 발발 위험이 커지고, 기업의 생산성 하락 및 혁신 지연 등, 장기적인 생산 구조에 타격을 주게 되는 것이다.
이 논설은, 트럼프 정권이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위협)하는 것은 경제적 국가주의에 입각한 전략의 일환이나, 그럼에도, 캐나다가 보복 관세로 응수하는 것은, 보호주의 정책으로 경제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숨겨진’ 비용을 악화시킬 따름이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이런 기회를 구조조정의 계기로 삼아 몇 가지 조치를 취하는 것이 득책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① 모든 관세를 낮추고 글로벌 무역 장벽을 해소, ② 국내 지역 간 교역 장벽 해소, ③ 자본소득세를 폐지, 국내 투자를 촉진, ④ 자원 개발 관련 규제를 철폐, ⑤ 무역 관계 다양화, 등을 권고하고 있다.
결국, 관세 부과에 응수해 관세 전쟁으로 들어가기 보다, 경제적 자유를 확장해 장기적 번영과 회복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Bastiat의 ‘드러난(seen)’ vs. ‘숨겨진(unseen)’ 정책 효과 논리로, 보호주의의 진정한 비용은 즉각 가시적인 것 뒤에 숨어 있다는 점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단기 이익에만 초점을 맞춰 정책을 실행하는 나라는 장기적 경기 침체(stagnation) 및 구조적 타격을 입을 뿐이다.
“트럼프의 정치적 우상 McKinley 대통령의 사상 최고율 관세 정책의 실패 사례”
트럼프 대통령 등장으로 그의 정치적 우상(idol) 맥킨리 대통령(William McKinley, 25대, 1897~1901년)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그는 19세기 말에 사상 최고 관세율을 동원해 경기 침체를 탈피하려고 시도했다. 관세법(‘The Tariffs Act, 1890)은 그가 하원의원 시절에 주도해 제정된 것으로 ‘맥킨리법(McKinley Act)’ 으로도 불린다.
CNN은 최근, 맥킨리 대통령 관세 정책을 연구한 Dartmouth 대학 Douglas Irwin 교수의 분석을 인용해 그의 과거 관세 대폭 인상 정책의 실패 사례를 소개했다. Irwin 교수는, McKinley 관세법 제정 당시 약속했던 ‘외국 제품 수입으로부터 국내 기업들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보호하겠다’ 던 목표는 사후 검증에서 정반대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했다. 관세율 50% 인상 후 관세 수입은 4% 감소했고, 관심 품목이던 주석판(朱錫板; tinplate) 국내 생산은 5년 간 증가했으나, 이에 따른 소비자들 손실에는 크게 못 미쳤다고 지적했다. 당시 경제 상황은 전반적으로 확장기에 있었고, 관세 인상의 성장 기여도는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Irwin 교수는, 당시 산업화 및 경제 성장을 이룬 배경에는 전기 공급 증가, 전기 통신 확장, 철도 망 확충 등, 기술 발전이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아울러, 트럼프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나, 자유로운 이민 수용도 값싼 노동력 제공으로 국가 부(富)의 신장에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관세 수입으로 정부 세입을 충당하겠다는 발상도 현 상황이 당시와 큰 차이가 있음을 지적한다. 당시는 정부 재정 규모도 작아 관세 수입이 재정 수입의 절반을 충당했으나, 지금은 정부 재정이 GDP의 3%에 불과하고, 관세 수입이 정부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겨우 1.6%에 불과하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과거 잘못을 거듭하며 새로운 잘못을 저질러”
미국에 보호주의 관세법이 다시 성립된 것은 1930년대 무렵이다. 이 때도, 많은 경제학자들이 우려를 표명하며 당시 후버(Herbert Hoover) 대통령에게 서명하지 말도록 요청했으나, 이를 무시하고 법률로 성립시켰다. 결국, 이로 인해, 이어서 발생한 대공황의 타격은 더욱 증폭됐다. 지금, 앞에 소개한 라잔(Rajan) 교수를 포함한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95년 전의 선례를 뛰어넘는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정권은 6~7년 전에 시행했던 對 중국 관세 부과 경험에서 교훈을 배우려 하지 않는다. 이런 과오가 거듭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자국 제조업 보호를 위해 관세를 도입한다는 주장은 직관적으로 대중들에 큰 호소력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기에 숨어있는 비용이나 리스크에 대해서는 뼈아픈 경험을 하고 난 뒤 후회해도 이미 늦다. 그래도 교훈은 좀처럼 되살려지기 어려운 법이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한탄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명확하게 아니라고 밝혀진 방책에 매료될 정도로 미국 국민들이 정당한 정책에 의심을 품어온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생활고에 제동을 걸고 앞날에 희망을 줄 견실한 정치, 경제 정책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미루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정책을 머리 속에서 상상만으로 부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그러나, 경제학 상식을 충분히 되살려 음미하고 또 음미해야 할 일이다. 라잔(Rajan) 교수는 ’우리는 똑 같은 잘못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과오를 범하고 있다’ 고 경고하는 것이다.
Washington Post는 최근 게재한 칼럼(David Lynch)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미국 경제를 재구축하려는 구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그런 플랜에 대해 잘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황금 시대(Golden Age)’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시적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작 트럼프 정권 관리들은 그런 목표가 무엇인 지에 대해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 경영자 및 투자자들은 트럼프가 캐나다 및 멕시코 등 우방국들을 향한 광범한 공격을 벌이기 보다는 범위를 좁혀서 중국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보다 현실적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성격과 제한된 임기도 기업 경영자들에게는 극적인 변화를 꺼리게 만드는 이유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단임 4년 임기만 재임하는 점을 감안해서, 트럼프 ‘경제 혁명(economic revolution)’ 시계가 어서 빨리 돌아가기 만을 희망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 칼럼의 필자는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은 영원히 자리에 있을 것이 아니고, 앞으로 4년만 지나면 또 다른 정권이 들어설 것이기 때문” 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ifsPOST>
- 기사입력 2025년03월18일 18시50분
- 최종수정 2025년03월18일 19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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