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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초점]中 경제, 디플레이션 악순환이 ‘위험’ 단계로 진입하는 중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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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9월24일 16시12분
  • 최종수정 2024년09월26일 04시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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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의 침체와 혼란이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최근 들어 ‘디플레이션 악순환(deflationary spiral) 현상이 ‘위험’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주된 원인으로는 중국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경기 침체의 장기화에 더해, 그간 중국 경제 성장을 견인해 온 반도체 관련 산업 부문이 외부 제재 강화로 결정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도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근년 들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개인 소비 침체도 경제 부진의 큰 요인으로 대두되어 있다. 이에 대해, 정부 주도의 경기 대책도 이미 지방 정부를 중심으로 과잉 부채로 인해 재정 사정이 악화되어 더 이상 적극 대응이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고, 금리 부문의 대응도 그 간 누적돼 온 시스템 상의 취약성으로 어려운 형국이다. 

 

블룸버그통신 "中 디플레이션은 1999년 이후 최장, 새로운 ‘위험’ 단계로 진입 중"

 

얼마 전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경제는 지금 디플레이션이 만연해 있고 자칫 악순환의 소용돌이에 빠질 ‘위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즉각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2025년 중에도 임금 상승 정체 및 수요 부진으로 물가 하락 현상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서, 이런 디플레이션의 장기 지속은 결국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중국국가통계국(NBS)이 최근 공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관련 지표들을 분석한 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특히,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및 BNP파리바(BNP Paribas) 경제 전문가들의 추산을 인용해서, 보다 광범한 물가 동향 지표인 GDP Deflator가 지금까지 5 사분기 연속 하락하고 있는 추세가 2025년 중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1993년 동 지표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장 기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Morgan Staley 중국 담당 주임 이코노미스트 Robin Xing의 견해를 인용해 “최근 임금 하락세를 감안하면 중국 경제는 분명히 디플레이션에 있고, 아마 다른 단계로 들어설 것” 이라고 전했다. Xing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일본의 경험에서 보면, 디플레이션이 장기화할수록 중국은 결국 부채 관련 디플레이션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더욱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게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 참고; 중국의 GDP Deflator 추이 (1998-2024년, 출처;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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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GDP 수치에 숨어있는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디플레이션’ 및 ‘소비 부족’"

 

지금까지 중국 관리들은 디플레이션 논의 자체를 꺼려 왔고, 시장 애널리스트들에게도 그런 용어를 피하도록 경고해 왔으나 이제 이 문제는 공개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강(易剛) 전 중국인민은행(PBoC) 총재는 최근 한 토론 기회에서 정책 담당자들에게 선제적 금융 정책 및 경기 수용적 통화 정책으로 향후 GDP Deflator를 플러스로 전환시키고 물가 하락 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할 것을 권고했다. 중국 고위 관리로서는 이례적으로 물가 하락 위협 전망을 인정한 것이다.

 

이처럼, 지금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과제는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기 둔화 및 이와 함께 진행되는 디플레이션 장기화 문제다. 배경에는 광범한 임금 하락으로 인한 가계의 소비 위축 현상이 있다. 여기에, 대부분 가계가 물가 하락 기대 심리에서 소비 결정을 뒤로 미루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 수익도 감소하고, 설비투자도 부진하게 되고, 결국, 기업 및 가계의 도산이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사회는 1990년대 일본이 부동산 및 금융 버블 붕괴로 ‘잃어버린 수십년’ 동안 겪었던 경험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차이신(財新) Group 및 Business Big Data Co. 등 민간 기관들의 조사 결과에서도, 일부 부문에서 이런 현상이 이미 현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정부가 집중 지원하는 전기자동차 및 재생 산업 부문에서 지난 8월 현재 초임 급여가 2022년의 최고 수준 대비 약 1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마찬가지로, 長江경영대학원이 300개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지난 8월 인건비 증가율이 Covid-19 봉쇄가 해제된 2020년 4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다른 조사에선 38개 주요 도시지역 2Q 평균 임금이 거의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Covid-19 팬데믹 2년 전 5% 상승한 것에 비하면 현격한 대조를 보인다.

 

중국의 물가 압력이 둔화되고 있는 증거는 최근 발표된 8월 근원 CPI가 최근 3년래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점을 보아도 여실히 증명된다. 디플레이션 기대도 광범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공표된 2Q 명목 GDP 성장률은 4%에 불과해 실질 성장률 목표치 5%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그럼에도, 중국 정책 담당자들은 아직 공공 서비스 부문에 재정 지출 확대나 소비자 보조 등, 취약해진 수요 촉진을 위한 대책을 서두르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 정권의 규제 강화로 부동산 부문 붕괴 및 기업들 활동 위축을 촉발한 결과"

 

결국, 블룸버그통신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의 실질 GDP 성장률이 명목 GDP 성장률을 상회하고 있는 것은 부(負)의 인플레이션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런 현상을 가져온 가장 큰 요인은 부동산 부문 침체에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부동산 부문은 GDP의 약 25%를 차지하고, 1994-2014년 기간 동안에 연 30% 전후의 투자 증가율을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 8년여 동안 중국 부동산 투자 증가율은 평균 4.2%에 그쳤고, 특히 2021-2022년 기간 중에는 오히려 10% 정도 위축됐다.

 

이렇게 중국 부동산 부문이 급격하게 붕괴된 이면에는, 시 주석 하의 중앙 정권이 부동산 부문에 몰려 있는 투기적 자본을 보다 생산적인 부문으로 재배치하기(reallocate and redirect) 위해, 의도적인 결정으로 당시로는 지속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부동산 부문 버블 붕괴를 촉발한 측면이 크다. 이런 결정의 GDP 성장에 대한 감속 효과는 지도부의 강경 자세를 다소 전환하도록 만들기도 했으나, 이제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되돌리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시 정권이 경제에 우선해 국가 안보를 중시하며 단행한 국내외 기업들에 대한 규제 강화 및 대대적인 단속으로 민간기업의 투자가 위축되고 외국기업들의 탈(脫)중국 행렬이 이어진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정부 투자를 증대해 왔으나, 이에 따른 부채 증가로 구축효과(crowding out)를 가져왔고 결국 기업들의 자본 풀(pool)의 위축을 불러왔다. 한편, 2000년대 초반부터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했던 순수출(net export)도 이제 더 이상 옛날의 영광을 되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수출 관련 기업들의 투자도 위축되고 있어 기업들의 투자 위축을 더욱 가속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설상가상, Covid-19 사태를 계기로 장래 전망이 불안정해지자 중국 가계 부문의 소비지출도 급격히 냉각되어 더 이상 성장 동력 역할을 담당할 것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응해서 중국 정부는 그간 각종 소비 촉진 전략을 펴왔으나 실업률이 급등하고, 소비자 신뢰가 가라앉아 있고,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디플레이션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실효를 거두기는 지극히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유일한 정책 대안은 금융 완화이나, 은행들의 수익성 저하 우려로 여의치 않아"

 

이상, 지금 중국이 처한 제반 대내외 상황을 감안해 보면, 현 시점에서 시 주석이 꿈꾸는 ‘고소득 국가로 도약하고 중국을 선진 사회주의 국가로 전환’ 하고자 하는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는 전도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것이 분명하다. 대신, 중국은 지금 ‘중진국 트랩(middle-income trap)’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 시 정권이 당면한 최대의 과제는 가계 소비, 기업 투자를 포함한 수요 위축을 어떻게 일깨울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앞서 소개한 이강(易剛) 전 인민은행 총재는 개인 및 기업 등 민간 부문의 수요 촉진을 위한 선제적 재정 및 금융 정책 수단을 동원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 안팎의 많은 전문가들도 디플레이션 탈각 등 현 경제 난국을 벗어나려면 민간 부문의 장래에 대한 신뢰 회복을 최우선 할 것을 권고한다. (Goldman Sachs 중국 이코노미스트 Hui Shan). 그럼에도, 시 정권이 선택할 대안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고민이다. 

 

이미 임계선을 넘었다고 알려지는 지방 정부 부채 수준을 감안하면, 재정 수단 외에 거의 유일하게 남아 있는 동원 가능한 수단은 ‘금융 완화’ 뿐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것도 일정한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통상 중국인민은행(PBoC)이 매월 은행 대출에 적용할 기준금리인 ‘LPR(Loan Prime Rate)’을 공표하고 있고 이는 사실상 정책금리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인민은행은 지난 20일, 지금 극심한 곤경에 처해 있는 투자 및 소비 부진 및 글로벌 금리 인하 추세에도 불구하고, 9월 LPR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공표했다.

 

이는 추가 금리 인하로 인해 상업은행들이 감내해야 할 수익 저하 등을 고려한 것이라는 평가다. 진퇴양난의 형국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현재 우량기업들에 적용하는 대출 금리 기준인 1년 대출 금리는 연 3.35%, 주택대출 금리의 기준인 5년 이상 금리는 연 3.85%이다. 지난 7월에는 동 금리를 각각 0.1%씩 인하했으나, 금리 인하의 효과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게 현실이다. 지난 8월 중 실행된 위안화 표시 대출 가운데 대출 기간이 1년을 초과하는 자금은 전년동기 실적을 24%나 하회했다.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인하해도 융자를 받은 소비자들이 신규 주택 구입이나 내구 소비재 소비 지출로 돌리지 않고 있음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판(潘功勝) 중국인민은행 총재는 24일 기자회견을 갖고 상업은행들이 고객으로부터 수취하는 예금 가운데 지불 준비를 위해 중앙은행에 강제적으로 예치하는 의무 예치 비율인 '예금준비율'을 0.50% 인하할 방침을 표명했다. 실시 시기는 명언하지 않았으나, 예금준비율을 인하하면 은행들이 고객들에 대출할 수 있는 여력이 늘어나 장기 자금을 시중에 방출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판 총재는 이번 조치로 약 1조위안 규모의 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동 총재는 이번 조치는 주택을 구입하려는 가계의 부담을 경감할 목적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은행들에게 기존 주택대출에 대해서도 신규 대출에 적용되는 금리를 적용할 것을 촉구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 시 정권이 지금 황급히 무언가 경제 회생 대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상황임엔 틀림이 없다. 지난 8월 지표 상으론 중국 경제가 더 이상 대책이 없으면 연간 성장 목표 5%를 달성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Bloomberg, '현 상황에서 대량의 '흥분제 주사(adrenaline shot)'로는 약간의 시간을 벌 수 있을 뿐' 지적"

 

Bloomberg 통신은 이날 판 인민은행 총재가 발표한 과감한 금융 완화 정책에 대해, ​황급히 마련된 것으로 보이는 ​이런 정책은 종전에 중국 정권이 취해온 경제 회생 대책으로는 '가장 획기적인(most daring)' 것이기는 하나, 지금​ 디플레이션 악순환 소용돌이의 직전에 처한 긴박한 현실에서는 이런 대량의 '흥분제 주사(adrenaline shot)' 같은 대책으로는 단지 시간을 벌 수 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Pantheon Economics의 중국 경제 담당 Duncan Wrigley 이코노미스트의 논평을 인용해 "(이번 조치는)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원초적인 이슈들에 대응하기에는 훨씬 모자라는 것" 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금 중국이 필요한 것은 경제 전반을 재편할 만큼의 구조적인 개혁을 이루는 것이고 그런 시도를 통해 일반 국민들의 소비를 진작시키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동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서, 이번에 황급히 마련된 인민은행 총재의 정책 발표는 시 정권 내부의 일부 고위 지도자들이 대책 마련을 촉구한 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최근 중국 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부 해안 지역 성의 행정 책임자들이 금년도 경제 성장 목표 달성에 상당한 어려움을 토로했고, 이에 따라, 중국공산당 최고 지도부는 종전의 자세를 급전환해서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 등으로 당면한 연말 성장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번에 인민은행이 금융 방면의 대책을 내놓은 것에 이어서 재정 확대를 포함한 재무부의 대책이 뒤이어 공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지금 중국 소비자들의 심리는, 자금 비용 등 단편적인 요인보다 현 정권의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중국이 일본형 장기 침체를 피하기 위해서는 더욱 과감하고 광범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지금 시진핑 주석은 1970년대말 개혁/개방에 버금가는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 깊숙이 침잠해 있는 경제를 회생시킬 묘책을 찾으며 더할 수 없는 고심에 빠져 있을 시 주석의 다음 한 수(手)가 여전히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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