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 초점] 바이든, 고독한 사퇴 결심; "불과 하루 전, 측근 두 명과 협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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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오후 벌어진 바이든 미 대통령의 돌연한 후보 사퇴 드라마는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 커다란 충격과 함께 파문을 불러오고 있다. 바이든-트럼프 양자 재대결 구도로 진행되어 오던 미국의 2024 대선판은 선거일을 불과 3개월 여 앞두고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이제 글로벌 사회의 관심은 온통 암살 미수 사건 이후 한창 기세를 올리고 있는 공화당 트럼프 후보와 새로 등장할 민주당 후보가 어떤 양상의 레이스를 펼칠지에 쏠리고 있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와 함께 지지를 선언했고, 이어서 민주당 당내 핵심 인사들의 지지 표명이 잇따르고 있는 Kamala Harris 부통령이 다음 민주당 후보 지명을 획득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아래에 영국 BBC, Nikkei 등 해외 주요 미디어들이 전하는 지난 주말 긴박하게 돌아간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결단 전후의 막후 스토리를 요약한다.
"지난 금요일부터 Delaware 해변 별장에 소수 측근 인사들이 모여 ‘사퇴’ 숙의"
바이든 대통령의 백악관 및 선거본부 참모들은 지난 한 주일을 민주당 안팎에서 사퇴 압력이 맹습하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2024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 계획이라고 해명하느라 분주하게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 참모들은 사퇴 발표 하루 전인 토요일까지도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 양성 판정 이후 정양 중이던 동부 Delaware주 Rehoboth 해변 별장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오면 다음 주 진행할 선거 캠페인 일정을 작성하고 있었다. 이들 역시, 일부 당내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물러나라고 압박하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벌어진 사정을 솔직하게 말하기 위해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바이든 대통령은 일요일 아침이 되어서야 마음을 완전히 바꾼 것으로 알려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인 토요일 저녁부터 자신의 50년 정치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의사결정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는 후보 사퇴 여부를 숙고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에는 소수의 참모들만 자리를 함께 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인 Steve Rochetti, 전략 자문역 Mike Donilon, 백악관 부비서실장 Annie Tomasini, 영부인 Jill 여사의 비서실장 Anthony Bernal 등이다.
이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부터 가장 가까운 측근 Rochetti 씨를 전날인 금요일에 대통령의 Rehoboth 해안 별장으로 불러들였다. 또 한 명의 측근 인사로, 오랜 동안 연설문 작성 임무를 담당해 오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이 중대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핵심 역할을 해 오고 있는 Donilon 씨도 토요일에 급거 이 회동에 합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들과 함께,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현 정치 상황에서 Donald Trump 후보를 꺾을 방안을 숙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여론조사 악화 및 선거자금 중단 위협 속에 결국 당 내 사퇴 압력 증가에 굴복"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금요일만 해도 “다음 주 선거전에 돌아갈 것을 고대하고 있다’고 성명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토요일이 되자 새로운 여론조사 데이터 및 한 주일 내내 민주당 의원들의 공공연한 후보 사퇴 촉구가 쏟아지는 분위기 등을 감안해서 결단을 내려야만 했던 것이다. 금요일 하루 동안에만 12명의 의원들이 새로이 후보 사퇴 촉구 대열에 합류했고 이로써 사퇴를 요구하는 민주당 소속 의원은 모두 37명으로 늘어나 민주당 전체 의원 수의 10%를 넘어섰던 것이다.
여기에, Pelosi 전 하원의장 및 Obama 전 대통령마저 ‘바이든 후보로는 공화당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길 수 없다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보도가 나오자, 바이든 대통령은 마침내 Donilon 씨와 함께 역사에 남을 후보 사퇴 성명문을 기안하기 시작했고, Rochetti 씨는 다른 인사들에게 사퇴 결정을 알리는 것을 포함해서 공식 발표를 위한 절차의 수립에 착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랜 동안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Pelosi 전 하원의장 등이 미디어를 통해 입장을 흘리며 압력을 가한 것에 화가 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2020년에 이어서 트럼프 후보를 다시 한번 물리친다는 생각과는 다르게 실제 선거 정세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었다.
민주당 당 내부에서 사퇴 압력이 분출하기 시작한 배경에는 승산이 멀어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되고, 거액 기부자들의 이반(離反) 급증 현상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오는 11월 선거에서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실시되는 연방 의회 상하 양원 선거에서도 열세가 선명해지고 있어, 자칫, 공화당이 대통령직, 하원 및 상원 모두 장악하는 소위 ‘세 쌍둥이(Triplets)’ 승리를 안겨주어 트럼프 주도로 전횡할 정책 폭주에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점차 현실감을 더해가는 것이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는 현실인 것이다.
한편, 선거 자금 모금이 눈에 띄게 시들어가고 있는 것도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7월 들어 바이든 진영의 거액 기부자들의 선거 자금 모금액은 6월의 절반 정도에 그친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함께, 그간 줄곧 바이든 후보를 지지해 오던 유명 영화배우 George Clooney 등 할리우드 인사들이 잇따라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진 것이다.
BBC "이날 Harris 부통령과 수 차례 전화로 협의했고, Jill 여사도 사퇴를 지지"
지난 일요일 일어났던 사정에 소상한 한 소식통은, 이런 일련의 예비적인 절차에 대한 준비를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일요일 아침에 최종적으로 사퇴할 결심을 굳혔고, 이어서 Jeff Zients 백악관 비서실장, Jen O’Malley Dillon 선거위원장, 그리고 Kamala Harris 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후보 사퇴 결심을 알렸다고 전했다. 이어서 일요일 오후 1시경에 백악관 Anita Dunn 홍보전략 담당 책임자를 비롯한 고위 참모 및 선거 캠프 요원들과 화상으로 통화했다. 그로부터 1분 뒤, 바이든 대통령은 ‘2024 대선’ 형국을 뒤바꾸고 정치 지평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희대의 현직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공식 발표한 것이다.
백악관의 한 고위 인사는 “그것은 최근 며칠 간 일어난 사안들을 반영한 것이고, 그런 결정은 면밀하게 숙고한 결과라고 말했다” 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첫 성명서에서는 Harris 부통령에 대한 언급이 없었으나, 30분쯤 뒤에 올린 트위터 메시지에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일련의 진행된 사정에 밝은 두 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Harris 부통령은 이날 하루 동안 수 차례 통화를 가졌고, 이런 사전 예비 접촉 과정을 거쳐 놀라운 발표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자문역이기도 하고 실제로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결정적 요인의 하나로 알려지고 있는 Jill 여사는 별도의 성명을 내고 남편인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Elizabeth Alexander 대통령 부인 홍보 담당 책임자는 “마지막 몇 시간 동안의 의사결정 과정은 오직 바이든 대통령이 내린 것이고, Jill 여사는 그가 어떤 길을 택하던 지지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녀는 바이든 대통령에 가장 큰 신뢰를 가지고 있고, 언제나 그의 편에 서 있었다. 그런 신뢰 속에서 지난 50년 동안을 함께해 온 배우자인 것” 이라고 밝혔다.
"사정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었음에도 바이든 사퇴 결정은 왜 이처럼 늦어졌나?"
한편, 지난 6월 27일 토론회 참패 이후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결단이 이처럼 늦어지고 있었던 것인가? 사퇴 발표 이후레도 이에 대한 의문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한 민주당 정권의 전직 고위 관리는 바이든 대통령은 완고하고, 측근 인사들은 ‘Yes Man’ 뿐인 점을 지적한다. 이에 더해, 바이든 대통령의 진퇴 결정에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Jill 부인 등 가족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전을 계속할 것을 원했다고 전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연소 상원의원 당선 이후 36년 동안, 그리고 부통령 재임 시절 8년 동안을 포함해서 전 정치 경력을 통해 같은 참모들을 고집해 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이는 당초에 바이든 대통령에게 ‘귀에 거슬리는’ 정보를 올릴 수 있는 체제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토론회 이후 인지능력 의문을 불식할 대책을 마련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0 대선에서 당시 재선을 노리던 트럼프 전임자를 꺾었던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이라며 비난을 강화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언동이 최근 일어난 트럼프 후보에 대한 총격 사건으로 직결됐다는 비난을 사게 되어 대립을 부추기는 수법을 억제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암살 미수 총격 사건 이후 공화당 진영은 엄청나게 결속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이와 대조적으로 민주당은 토론회 참패 이후 3주일 동안을 당 내 분쟁으로 허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응어리가 남아 있는 민주당을 최우선적으로 결속시키는 것이 바로, 바이든 대통령의 비원이기도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권력 탈환을 저지하는 데 최소한의 조건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향후 민주당은 Harris 부통령을 선두로 세워 ‘완전 충전(充塡)’ 상태가 갖춰질 것"
한편, 백악관 및 민주당 선거 캠프 인사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사실을 사전에 통보를 받지 못했고, SNS 매체들에 올린 글이나 뉴스 보도를 보고 알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Zients 백악관 비서실장은 백악관 관리들에게 전화로 알리고, 이메일을 통해 백악관 West Wing 관리들에게 발표 내용을 알려 주면서 이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동시에 내각의 각 장관들에게도 전화로 알려줬다.
한편,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 민주당 인사들, 주지사들 그리고 주요 지지자들에게도 전화를 걸어 사퇴 사실을 알렸다. 이어서 일요일 밤, 월요일에도 전화로 접촉을 계속했다. 이와 동시에, Harris 부통령도 Hakeem Jeffries 하원 원내총무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 당 내 핵심 인사들 및 주지사들과 전화로 접촉하면서 자신의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Harris 부통령은 이미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얻었고, 다른 민주당 지도자들의 지지도 얻고 있으나, 대통령 후보를 확정하려면 8월 Chicago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의 투표로 승인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Barack Obama 전 대통령이 아직 명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반면, Bill & Hillary Clinton 부부는 이미 Harris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렇게, 아직도 많은 당 내 인사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뉴스를 삭이는 중이기는 해도, 앞으로 민주당은 Harris 부통령을 앞세우고 ‘완전 충전(full-steam ahead)된 원 팀’ 상태로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당내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Jen O’Malley Dillon 민주당 선거위원장이 “우리는 개개인의 출신 여하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Joe Biden-Kamala Harris를 위해 모였고, 트럼프를 물리치기 위해 모인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 날이기는 해도, 우리가 여기에 모여 있는 이유, 그리고 여기 모인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고 역설했다고 전했다. Dillon 위원장은 우리 앞에 놓인 길은 우리 모두가 함께 이루어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근대 미국 대통령 선거 역사상 처음으로 재선 후보로 확정된 뒤 후보를 사퇴하는 드문 기록을 남기게 됐다. 그리고, 어쨌든, 민주당 당내 인사들은 물론, 많은 외부 인사들이 사상 최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을 ‘애국심 충만한 용단’ 이라고 입을 모아 칭송하고 있다. 마침, 우리나라 집권 여당이 신예 정치인을 대표를 선출하는 등, 커다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득, 이를 계기로 우리네 기성 정치 지도자들은 과연 머릿속에 무슨 고뇌를 담고 나라를 위한 용단을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 무척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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