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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초점] 트럼프, ‘Jan. 6 의사당 폭동’ 연루자들 모두 사면, ‘파란(波瀾)’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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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1월24일 10시03분
  • 최종수정 2025년01월25일 08시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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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하자마자 2021년 1월 6일에 자신의 극렬 지지자들이 의사당을 습격해서 당시 자신이 바이든 대통령에 패배한 대선 결과를 확인하던 공식 절차를 방해한 사건인 이른바 ‘Jan. 6 사태’와 연루된 혐의자들 거의 전원인 1,500여명 피고인들에 대해 사면하는 한편, 이미 법원의 선고를 받은 자들에 대해서는 형을 감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당일 저녁 백악관에서 동 명령에 대한 서명을 마치고 ‘이들이 오늘 밤에 나오길 희망한다’ 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대단히 불공정하게 취급 당했다 . . . 살인자들도 기껏 2년, 1년, 아니면 징역을 살지 않기도 하던데, 그들은 오랜 동안 갇혀 있었다” 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조치는 퇴임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역시 퇴임 직전에 자신의 형제, 가족들을 사면하고 새로 들어서는 정권의 잠재적 타겟이 될 만한 정치권 인사들에 대해 ‘사전적인 면책(免責)’ 조치를 단행한 뒤를 이어 실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지지자들을 향해 자신이 당선되면 취임하는 즉시 이미 법원 및 검찰이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 이라고 규정한 ‘Jan. 6 사건’ 에 연루된 자신의 극렬 지지자들 전원을 사면할 것이라고 거듭해서 약속해 왔다.

 

“트럼프 지지 그룹 ‘Oath Keepers’, ‘Proud Boys’ 지도자 포함, 공화당 일부 반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 조치를 받은 대상자들 중에는 그 동안 트럼프 극렬 지지 그룹으로 잘 알려진 ‘Oath Keepers’, ‘Proud Boys’ 등, 그룹의 지도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이미 Jan. 6 의사당 습격 사건을 포함한 다른 사건에 연루되어 법원에서 선동적 음모 행위를 범했다는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자들이다.

 

이번 사면 조치로, 2023년에 법원으로부터 평화적 정권 교체를 방해한 혐의로 22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Proud Boys’ 리더 태리오(Enrique Tarrio)가 사면 조치되는 한편, 마찬가지 혐의로 18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극우 단체 ‘Oath Keepers’ 창설자 로드(Stwart Rhodes)에 대해서는 대폭 감형 조치됐다.

 

트럼프 대통령 및 그의 참모들은 취임 전까지는 ‘사안에 따라(case-by-case)’ 개별적으로 처리하겠다는 대응 방침을 표명해 왔었으나, 이번 일괄 조치는 이들의 종전 약속과 배치되는 것이다. 특히, Jan. 6 사건 과정에서 경찰을 공격한 혐의자들에게 사면을 베푸는 것에 반대 목소리를 높여오던 공화당 일부 동료들의 견해를 완전히 묵살한 것이어서 앞으로 공화당 내부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당시에,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 것을 확인하는 중이던 의사당을 폭력적 수단으로 습격한 Jan. 6 사태 과정에서는 수백명의 경찰관들이 부상했고, 그 중에는 경찰관을 포함해 적어도 수 명이 이 사건을 원인으로 사망했다고 알려지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로, 이 사건과 연루되어 이미 형기를 마쳤거나 아직 수감되지 않고 있는 피고인들을 포함해서 약 700명 이상이 즉각 혜택을 받을 것으로 알려진다. 동시에,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이거나 이미 재판을 마치고 선고 대기 중인 관련자들도 모두 면소(免訴) 조치될 전망이다.

 

WSJ “지난 4년 간에 걸친 사법부 및 검찰의 수사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 

이에 대해, 많은 언론들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 조치는, 바이든 정권 사법부가 지난 수년 간 ‘미국 역사상 가장 어두운 날’로 불리는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을 단죄하기 위해 노력해온 것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공영 매체 NPR은, 트럼프 1기 중 임명된 워싱턴 D.C. 지방법원 니콜라스(Carl Nicholas) 판사가 “Jan. 6 폭도들에 대한 전면적 사면은 좌절과 실망 이상(beyond frustrating and disappointing)의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돌아오자마자 내린 이번 조치는 지난 4년 간 사법부 및 검사들이 기울여 온 노력을 헛되게 만드는 것’ 이라고 평했다. 이 사건은 연방 정부 사법부가 그간 1,100명에 달하는 인원을 기소했던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수사라고 불러왔던 것이다. 이 사건은 대부분 트럼프 지지자들인 폭도들이 의사당 건물을 폭력으로 습격해서 점거하고 난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경비 경찰 수백명을 포함해서 많은 인력이 부상을 당했던 사상 초유의 사건이었다.

 

한편, 전임 바이든 정권 하에서 ‘Jan. 6 사태’를 수사해 오다 트럼프 정권 발족 직전에 사임한 스미스(Jack Smith) 특별검사는 사임 직전에 공표한 관련 수사보고서에서,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어 취임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과 연관되어 형사 범죄 혐의로 기소되었을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스미스(Smith) 특별검사는, 사법부의 ‘현직 대통령에게는 형사 소추를 하지 않는다는’ 오랜 관행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스스로 사임하고 말았다. 

 

“바이든 vs. 트럼프 간에 큰 ‘불신과 경멸(distrust and disdain)’을 노정하는 사례”

WSJ은 이번 바이든 및 트럼프 두 대통령의 잇따른 사면 조치는 두 사람 사이에 놓여 있는 엄청난 ‘불신과 경멸’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동시에, 현재 극단적 정치적 분단 환경에 있는 미국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폭력 사건에 대한 상충되는 인식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일찍부터 ‘Jan. 6 사태’ 폭도들을 ‘애국자’, ‘인질들’ 이라고 부르며 이들은 사법부에 의해 불공정하게 취급됐다고 주장해 왔다. 심지어, 자신에 대한 두 가지 연방 형사 범죄 혐의도 정치적인 동기에서 기소한 것이라고 반발해 왔다.

 

그러나, 정권을 교대하는 두 대통령이 잇따라 사면권을 행사한 이례적인 사태는 퇴임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시작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퇴임하기 직전에 자신의 형제들을 포함한 가족들에 대해 면소 조치했다. 동시에, 의사당 습격 사건을 조사했던 공화당 소속 체니(Liz Cheney) 의원을 포함한 조사위원회 소속 하원의원들 및 증언한 경찰관들, 트럼프 1기 시절에 트럼프와 대립했던 밀리(Mark Milley) 대장, Covit-19 수습 방책을 둘러싸고 초기부터 트럼프와 극심하게 대립했던 파우치(Anthony Fauci) 박사 등, 일부 고위 관료들에 대해서도 선제적 사면 조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법치주의를 확신하고,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사면 조치를 해야 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의 가족 및 고위 관료들이 트럼프의 귀환과 함께 보복 위협에 직면하게 되어, 양심 상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중 자신이 집권하면 사법부로 하여금 정치적으로 반대 진영에 섰던 일부 인사들을 조사해서 재판에 넘기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거듭해서 발언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임 대통령이 자신의 친족, 동료 관료, 일부 정치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면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맹비난했다. 

 

트럼프 “새로운 국민 통합의 시작” vs. 민주당 “범법자들의 황금 시대를 여는 것”

이런 공격 자세와는 대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단행한 사면 및 감형 조치는 지난 4년 동안 미국 국민들에 저질러 온 불공정을 종식시키고 새로운 국가 통합(national reconciliation)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지지자들은 기록적인 추위 속에 워싱턴 교도소 앞에 모여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 조치로 풀려날 수십명의 지지자들을 맞을 준비를 하며 환호했다’ 고 전했다.

이미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극우 ‘Proud Boys’ 그룹 리더 태리오(Tarrio)의 변호인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 조치는 태리오(Tarrio) 피고인의 인생 뿐만 아니라 미국을 위해 전환점이 되는 상징적인 계기” 라고 말했다. 이 변호인은 “우리는 이 나라의 장래에 대해 낙관적이고, 우리는 지금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쓰고 있는 것” 이라고 환영하는 말을 했다.

 

반면, 민주당 인사들은 대부분의 형사 범죄자들의 행동이 TV 카메라에 잡혀서 생중계된 사건에 연루된 폭도들에 사면을 베푼 것을 두고 맹렬히 비난했다. 펠로시(Nancy Pelosi) 전 하원의장은 “(트럼프의 사면은) 미국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분노에 찬 모욕(outrageous insult)이고, 의사당, 의회, 헌법을 지키기 위해 부상 당하고,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은 영웅들을 모욕하는 것” 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 슈머(Chuck Schumer) 의원은 “트럼프는, 법을 어기고 정부를 전복하려고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황금 시대(golden age)’를 열어준 것” 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내는 ‘대통령령(令)’에는 효력 정지 처분이라는 법적 한계”

한편, 사면권 행사와는 좀 다른 측면의 이야기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쏟아내는 각종 행정명령들이 일찌감치 소송에 직면하게 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예를 들어, 취임 첫날 서명한 기후변동 대응 국제 협약 ‘파리(Paris) 협정’ 탈퇴 및 불법 이민자 대거 추방 등을 내용으로 하는 엄격한 이민 정책 등, 중요 정책들을 실행하기 위한 대통령령은, 대통령이 가진 절대적 권한을 상징하는 것이긴 하나,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하는 경우에는 효력을 정지 당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 행사 방법이나 범위가 헌법이나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나, 미국 헌법 2조는 광범한 행정 권한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초대 워싱턴(George Washington; 1789~1797년)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된 것으로, 이를 통해 새로운 정책 방침을 간단히 공표할 수가 있다. 사실,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 후 정권 교체 효과를 극적으로 알리는 수단으로 활용해 왔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취임식 직후에 워싱턴 스포츠센터에 운집한 많은 지지자들 앞에서 대통령령에 서명하고 나서 서명 펜을 관중들을 향해 던지는 퍼포먼스도 연출했다.

 

지극히 당연하나, 3권분립 원칙에 기반한 미국에서 대통령 서명만으로 헌법을 바꿀 수는 없다. 이런 판단에서, 트럼프가 각종 대통령령에 서명한 다음 날 뉴저지(New Jersey)를 포함한 18개 주 사법장관들은 이민 정책 관련 대통령령을 저지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에 트럼프가 서명한 이민 정책 관련 명령은 미국에서 출생한 자녀들에 자동적으로 미국 국적을 부여하는 ‘출생지주의’를 수정한다고 표명했다. 즉, 모친이 불법 혹은 일시 체류자이고 부친이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경우 미국에서 태어나도 국적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수정 헌법 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자, 그리고 해당 사법권에 속하는 자는 미국 시민이다” 라고 명기되어 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 당시인 2018년에도 대통령령으로 이 제도를 철폐하려고 시도했으나 헌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일어나 실현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또 다시 이 헌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모두 26건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1기 당시엔 단 1건에 불과했었다. 1기 정권 임기 동안에는 모두 220건의 대통령령에 서명했었다. 그리고, 트럼프 2기 정권 첫날에 서명한 대통령령 중에는 전임 바이든 정권이 실행한 대통령령을 철회하는 행정명령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만큼,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낼 각종 행정명령을 둘러싸고 무수한 논란과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를 감안하면, 앞으로 미국 사회는, 이번 연쇄 사면 조치를 포함해서, 민감한 정책들을 둘러싸고 혼란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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