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 초점] 트럼프의 위험한 공약; “연준의 금융 정책에 적극 개입할 것”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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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 vs. 공화 양당 후보들의 정책 공약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그 가운데, 경제 부문 정책에 대해서는, 아직 Harris 후보의 공약의 전모가 공표되지 않고 있으나, 트럼프 후보는 그간 자신의 특색이 짙게 드러나는 각종 정책들을 선보여 왔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이 바로 연준의 금융(금리) 정책 결정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확고한 자세를 보여주는 점이다.
이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직접 해치는 것이고, 이에 따라, 미 금리 및 달러화 가치가 정치적 동기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와 함께 지대한 관심을 불러오고 있다. 특히, 비록 트럼프 후보는 관련성을 극구 부인하고 있으나, 트럼프의 집권 2기 정책 플랜과 관련해 최근 논란이 거세지는 극우 보수 진영의 차기 집권 플랜으로 알려지는 「Project 2025」에서는 심지어 연준(FRB)을 아예 폐지하고 금본위(gold-backed currency)제도로 돌아가자는 주장도 담겨있다.
“이미 연준에 적극 개입할 시나리오 마련, 금융정책 결정에 대통령 승인 요구도”
트럼프 후보는 지난 8일 Mar-a-Lago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 결정에 일정한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I feel the president should have at least (a) say in there’). 그는 이전부터 간간이 그런 주장을 해 왔으나, 이번 발언은 그가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소신을 가장 강력한 톤으로 표명한 것이다. 그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 혹은 인하하는 시기를 선택함에 있어서 너무 뒤지거나 너무 성급하게 대응하는 것에 비판적 자세를 가지고 있다.
한편, 트럼프 후보는 수시로, 참모들에게 자신은 낮은 금리를 선호한다며 대통령이 연준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에는 자신은 종전에 기업 경영에 큰 성공을 거둬 많은 돈을 벌었던 경험을 가졌다고 주장하며 스스로 Powell 의장보다 훨씬 탁월한 직관을 가졌다고 호언장담하며 자신은 연준의 금리 결정에 적극 개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후보의 이런 일련의 언행을 감안하면 만일,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면 연준의 독립성을 철저히 무너뜨리려고 시도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다만, 아직은 그의 참모들 간에도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개입할 것인가에 대한 일치된 견해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일부 참모들은 최근 들어, 대통령 자신이 금리 책정에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장기적 목표를 향해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WSJ은 지난 4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의 잘 알려진 경제 참모들도 모르는 동안에 지극히 제한된 소수 인사들이 비밀리에 작업을 해서 중앙은행 제도에 관한 정책 비전을 담은 10쪽짜리 문서를 작성했다고 보도했었다. 이 자문 그룹은 트럼프가 금리 결정과 관련해서 협의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시에, 연준의 규정들은 백악관의 검토를 받아야 하고, 중앙은행을 견제하기 위해 재무부의 역할을 보다 강력하게 활용하는 방안도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비밀 참도 그룹의 보고서는 심지어,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하는 경우, 오는 2026년 5월 임기가 종료되는 현 Jerome Powell 연준 의장을 ‘의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 일개 이사로 강등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중앙은행 장악’ 시나리오에 대해 트럼프가 그런 내용을 인지하고 있는지, 혹은 승인을 했는지 등은 아직 명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통한 측근 인사들은 트럼프가 이런 작업을 수긍한 것으로 믿고 있는 것이다.
“Powell 의장에 끊임없는 불만, 대통령을 직권상 FOMC 멤버로 삼을 인물 선호”
앞서 소개한 WSJ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몇 해 동안 자신이 선임한 현 Powell 의장에 대해 끊임없이 불만을 토로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심지어, 대선 출마 선언 이후, 각종 사법 리스크 및 러닝메이트 선정 등으로 분주한 가운데서도 그는 주변 인사들에 의향을 타진하기도 하고 마땅한 후보를 협의하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연준 의장 후보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준 문제를 두고 트럼프와 협의한 적이 있는 인사들은 그가 연준이 대통령을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 위원회(FOMC?)의 직권상(ex officio) 멤버로 삼을 인물을 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구도 하에서는 연준 의장은 정책 집행에 있어서 정기적으로 트럼프의 견해를 묻고 대통령을 대신해서 이를 위원회와 조정해야 하는 것이 된다. 일부 참모들은 ‘연준 의장 후보들에게 미리 비공식적으로 트럼프와 협의할 것을 약속할 것을 사적으로 요구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일부 트럼프 참모들이나 연준 역할에 대해 보다 전통적인 정견을 가진 공화당 의원들은 경계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비공식적인 접근법으로 연준의 정책 결정을 정치적 영향권 내에 두려는 시도는 역풍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이다. 특히, 시장 투자자들이 연준이 정치적 영향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결론을 갖게 되는 경우에는 높은 금리로 인해 부담이 커지는 일반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원성이 높아질 것을 우려한다.
공화당 소속인 Kevin Cramer 상원의원은 이러 상황을 상정해서, 연준의 독립적인 업무 집행을 위해 불편향적(unbiased)이고, 비정치적(non-political)일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어떤 대통령이라도 연준의 독립성을 침해하려고 시도하면 이를 반대할 것이라고 말한다. 한 트럼프 참모는 대통령이 연준의 금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는 ‘끔찍한 발상(horrifying thought)’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더해, 트럼프가 연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어떤 노력도 실제로는 넘어야 할 제도적 장애물이 산적해 있다. 설령, 법원이 Powell 의장의 ‘의장’ 직위 강등 조치를 용인한다고 해도, 트럼프는 어쩔 수 없이 나머지 이사들 중 한 명을 의장으로 임명해야 한다. 현재 연준 이사회에는 공석이 없기 때문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대통령은 정책 상 견해 차이로 연준 이사를 해임할 수 없고, 마찬가지로, 의장을 이사로 강등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다고 해석한다. 이런 법률적 제한에서, 트럼프는 이전에 Powell 의장 해임을 숙고했으나,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연준 의장을 해임할 권한이 없다고 진언해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나라 중앙은행의 ‘독립성(autonomy)’ 유지는 인류가 만들어낸 환상의 구조”
한편, 교과서적 의미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란 통화정책의 결정, 집행 및 금융 시스템 관리에 있어서 자율성(autonomy) 및 자유(freedom)를 보장하는 정도를 기준으로 말할 수 있다. 이는 현대 중앙은행 제도의 핵심 가치이고, 이는 통화정책 결정은 경제 전반의 장기적인 이익에 기반해야 하고 단기적인 정치적 고려에 의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에 기반하는 것이다. 당연히,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목적은 통화정책의 효율성 및 금융 시스템의 안정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중앙은행이 국가 권력 체계에서 어떤 형태로 정립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각국 고유의 형편에 따라 결정될 문제다. 아직도 지구 상에는 중앙은행이 절대 권위주의 정권의 하부 조직으로 정립된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이다. 중국은 1949년 공산당 정권 수립 이후 줄곧 중앙은행 기능과 상업은행 기능이 일개 정부 조직으로 운용되다가 1970년대 말 개혁/개방 이후에 비로소 부문별 상업은행들을 독립시킴과 동시에 중국인민은행(PBoC)이 별개 중앙은행 조직으로 탄생됐다. 그런 연유로 PBoC는 아직도 공산당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형태이다.
당연히, 집권 중국공산당 및 정부의 사업 자금 조달의 일부를 담당하는 ‘자동 개폐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체제가 결국 중국 경제가 ‘과잉부채, 과잉투자, 과잉생산’이라는 고질병에 빠지게 만들었다. 더욱이, 이제는 일반 국민들의 경제 활동 의욕이 극도로 위축되어 아무리 금리를 내려도 개인소비가 꿈쩍하지도 않는 덫에 걸려 있고, 물가도 하락 일변도의 심각한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는 것이다.
현행 제도 상, 미국의 금융(금리)정책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결정한다. 이 위원회는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이 승인하는 워싱턴 DC에 상주하는 이사들 7명과, 12개 지역 연방은행(Federal Reserve Bank) 총재들로 구성된다. 이들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은 개별 이사회가 선출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이사들 7명과 뉴욕 연은(FRB of NY) 총재는 FOMC에서 영구한 투표권을 가지며, 각 연은 총재들은 1년 기간으로 돌아가며 행사한다. 이런 제도 하에서는 대통령이 연준 FOMC의 금융(금리)정책 결정 과정에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는 없는 것이다.
여기에, 일부 트럼프 참모들은 연준 이사회와 행정부 간에 ‘긴밀한’ 연계를 만들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측근 인사들이 작성한 소위 연준 개혁 초안에는 대통령에게 연준 의장 해임권을 부여하는 것과 금융(금리)정책 결정에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려는 두 가지 요점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연준도 다른 행정부 산하 기구들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규제 정책 도입과 관련해서는 백악관 예산관리처(OMB)의 검토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연준과 재무부가 합동으로 시행하는 긴급 자금 대출 프로그램 집행 등 과정에서 재무부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 역사 상 대통령들이 연준의 금리 결정에 개입하려고 시도한 사례는 많아”
이런 저간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연준에 강력 개입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금리를 인하하면 물가상승률을 떨어뜨린다는 상식적 이론에 맞지 않는 기괴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록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해도, 의회 다수당을 민주당이 장악하는 경우에는 법 개정이 필수적인 연준 개혁이 쉽게 이루어질 수는 없다. 따라서, 트럼프 후보도 아직 연준 정책에 관여할 구체 방안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트럼프 후보는, 법 개정 없이도 연준에 개입하려는 강력한 의향을 밝히고 있어, 그 자체로, 자국 통화의 신인도를 떨어뜨리고,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미국 역사 상 연준의 금리 결정에 관여하려고 시도했던 사례는 적지 않다. 근래에 들어와서도 Richard Nixon 대통령이 당시 Arthur Burns 연준 의장과 금리 인하를 두고 힘겨루기를 펼쳤던 것은 유명한 일화이고, 이후로도, Ronald Reagan 대통령도 집권 당시에 대통령 재선을 노리며 당시 Paul Volker 의장과 금리 인상을 만류하며 대결했다. Volker 의장은 Reagan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청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을 계속했고, 마침내 당시 치솟던 인플레이션을 수속하는데 성공했다.
그 이후로, 연준을 이끌어 온 많은 후임 의장들은 독립성을 지켜왔고, 지금에 와서 트럼프 후보는 최소한 ‘직권상의’ 연준 멤버라는 구도를 만들어 연준의 금리 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자세를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Heritage 연구 재단이 마련한 「Project 2025」는 연준의 ‘최후의 대출자(Lender of Last Resort)’ 로서의 역할을 종식시키거나 아예 연준을 해체하는 방안마저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공영방송 PBS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초부터 연준의 금리 결정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를 원하고 있고, 정통 금융정책의 타파를 주장하며 현 Powell 의장의 금리 정책 자세에 불만을 가져왔다고 전했다. 그리고, 만일, 이번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Powell 의장을 즉시 ‘바꾸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Harris 후보는 즉각 반론, ‘대통령에 당선되면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할 것’ 천명”
한편, 민주당 Harris 후보는 지난 10일 유세에서 트럼프 후보의 이러한 적극 개입 자세와 극명한 대조를 보이며, 자신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는 경우에는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Harris 후보는 “연준(FRB)은 독립적인 조직이고, 내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연준의 결정에 결코 개입하지 않을 것(The Fed is an independent entity, and as president, I would never interfere in the decisions that the Fed makes)” 이라고 천명했다. 그리고, 극우 보수 진영 밖에서는 아직 대통령이 연준의 금리 결정에 관여한다는 발상에 호응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한편, Powell 연준 의장의 임기는 2026년 5월까지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만일, 트럼프 후보가 백악관에 다시 입성하는 경우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연준의 독립성을 해치는 개입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Kristina Guha 전 FRB of NY 집행부총재는 “우선, 트럼프가 집권하면 온갖 소셜 매체나 수단을 총동원해서 자신의 소견을 설득하려고 나설 것이나, Federal Reserve Act에 정해진 독립성을 침해하고 의장 임기를 자신 임의로 건드릴 수는 없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설령, 연준이 정책 결정에 따른 사후책임(accountability)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해도, 이 경우에도, 현행 법령 상 연준은 행정부 산하 기구가 아니고, 엄연히 의회가 설정한 입법기관이라는 점에서, 연준 의장에 대해서는 의회가 책임을 따져야 하고, 의회 결의에 의하지 않고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대통령 및 행정부에 책임을 지는 구조가 아니다.
이상 살펴본 것처럼, 지금 미국에서 진행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의 독립성 문제는 단지 일개 정당의 정강에 관련된 문제이기보다는 연준의 역할 및 기능을 얼마나 존중하는 자세를 가진 후보가 당선될 것인지, 그리고, 실제로, 연준을 이끌고 가는 의장의 독립성을 유지하려는 의지 여하에 달린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금 글로벌 사회는 일국의 대통령이 중앙은행 최고 책임자에게 직접 명령하고 지시를 내리는 상황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예비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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