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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4월17일 17시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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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대란과 천민자본주의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서 불거진 ‘택배 대란’은 입주자대표회의가 택배 차량의 지상도로 이용을 막으며 시작됐다. 그 이유는 아파트 시설물을 파손하거나 아이들이 다칠 우려가 있다는 것인데, 문제는 지하주차장은 높이가 2.3m여서 택배 차량(2.5m)이 지하로 다니질 못한다는 것이다. 아파트 측의 주장도 충분히 이해는 된다. 지상에서 차량이 다니면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인천, 세종, 남양주 등 여러 지역의 유사한 여건의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했으나, 별도의 택배보관소 설치, 실버택배원 활용, 전동카트 설치 등으로 슬기롭게 해법을 찾은 사례가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번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택배대란 갈등이 야기된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혹시, 우리사회에 언제부터인가 아파트라고 하는 집단 주거형태에 사람들의 가치관이 매몰되어 보이지 않는 계급의식이 형성된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져 본다. 

 

택배서비스는 노동의 강도가 높아 최근 택배기사가 사망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여 사회문제로도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단지의 아파트 주민들은 택배기사들에게 수준 이하의 막말도 서슴치 않고 있다고 한다. 아파트 입구에 택배차량을 주차하고 5천세대가 넘는 아파트 단지를 도보로 배송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화를 거부하고 택배는 알아서 배송하라고 대책 없이 주장하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이고, 그 이면에는 인간성 말살을 동반하는 천민자본주의가 자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화의 자리를 통해서 좋은 환경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이, 5천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를 배송해야 하는 택배기사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헤아려 대책을 마련하면 좋을 듯하다. 죽어도 택배차량의 지상진입을 막고 싶다면 적당한 장소에 택배 취급소를 단지 안에 만들어 아파트에서 관리하면 될 것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은 교육을 받아 말과 글을 사용할 수 있고, 이성과 감성에 기반한 이타심을 가지고 있는 점일 것이다. 물질만능의 시대에 부동산제일주의까지 겹쳐진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병폐를 목도하는 것 같아 씁쓸함이 더해진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이 사회의 가치관은 ‘물건이 사람의 가치를 매기는 것이 아닌, 사람이 물건의 가치를 매기는 사회’ 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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