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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대표의 자해(自害)(?)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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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3월30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3월30일 17시06분

작성자

  • 이계민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前 한국경제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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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표, 입 다무는 게 상책 아닐까?"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총선을 앞둔 요즈음 하는 말을 듣고 있노라면 “대한민국의 제1야당의 대표가 맞느냐?”는 의문에 더해 국가정책을 총괄했던 국무총리를 지낸 사람인지도 믿기 어렵다는 반응들이 많다. 혹자는 당대표의 자해(自害)소동 아니냐는 비아냥도 한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의 야당 대표 말 한마디 한마디는 표의 지지여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9일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40조원 규모의 긴급구호자금 투입을 위한 채권 발행을 제안한 것과 관련 ‘우리 정부는 야당이라도 좋은 제안을 해 오면 검토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물론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26일에도 황 대표의 채권 발행 제안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면 검토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고 이미 보도된 적이 있다.

 

 그런데 강 대변인은 이날 재탕(再湯) 브리핑을 한 것이다. 강 대변인은 "그동안 문 대통령의 26일 발언의 진의를 두고 다양한 보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지만 수준 높은(?) ‘황 대표 공격 꺼리’라고 판단해 재탕으로 우려낸 것 아닌가 싶다.

 

“세금부담 없는 국민채권 40조원 발행” … 말이 되는 소리인가? 

 

황 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40조원의 긴급구호자금을 투입하자고 제안했다. 황 대표는 이날 “지금 중요한 것은 재난기본소득이 아닌 재난긴급구호 자금”이라며 “이를 위해 ‘코로나 극복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황 대표는 사흘 뒤인 지난 25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통합당은 충분하고 실질적인 재난긴급구호자금을 세금 부담 없는 '국민채권'으로 조달해서 지원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국민긴급구호자금은 국민들이 모은 돈이고, 정부 돈이 아니다"라며 "여유 있는 자금을 모아서 기금화해서 운용하자는 관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럴 듯한 설명이지만 그렇다면 누가 주체가 되어 채권을 발행하고, 갚을 때는 어떤 돈으로 누가 갚아줄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실행방안은 설명이 없다. 관훈토론회 패널들의 질문에도 명확한 답변이 없었다. 취지나 개념만 설명할 뿐이었다. 그런데 함께 생각해 보자. 정부 빼고 누가 그 일을 할 수 있을까? 아무리 궁리 해봐도 답을 찾기가 어렵다. 그냥 갚을 필요가 없는 국민들의 구호성금을 40조원까지 거두자는 얘기는 아닐 테고….

 

“코로나19 교회감염 사례 거의 없다”, 진짜로 그런가?

 

그런데 최근에는 교회와 관련한 페이스북 글로 또 구설에 오르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종교계가 전혀 협조하지 않은 것처럼, 마치 교회에 집단감염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신천지 여론을 악용해 종교를 매도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며 “문제는 신천지다. 신천지와 교회는 다르다. 교회 내에서 감염이 발생된 사실도 거의 없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황 대표는 “박정희 대통령은 매우 혁신적인 의료보험 정책과 고용보험 정책을 통해 위기 국면에서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을 구축했다”고 지적, 코로나19와 관련해 박정희 대통령의 공적을 내세우는 듯한 언급도 있었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자화자찬해서는 안 되는 대목”이라는 점을 지적하기 위한 서론(序論)이라고 보지만 좀 엉뚱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엉뚱한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청소년 문제를 설명하면서 아들 자랑(?)한 것에서부터 느닷없는 삭발투쟁에 명분 없는 단식까지 황 대표의 헛발질은 열 손가락으로 꼽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생뚱맞은 ‘박정희 타령’은 왜 나왔나?

 

그런데 총선을 앞둔 결정적인 순간에 또 헛발질이 계속되고 있다. 점잖은 체면에 욕지꺼리를 할 수도 없고…….

요즈음 활약이 대단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페이스북 비판이 맘에 쏙 들어 소개할까 한다. 황교안 대표 개인이아니라 미래통합당에 대한 논평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당 대표는 전도사가 아니다”

“황교안씨가 메시지를 계속 잘못 낸다. 이게 박정희 덕이라는 얘기도 생뚱맞고, 교회에서 감염사례들이 줄줄이 보도되는 마당에 ‘감염은 별로 없다더라’며 기독교 내의 극성스런 일부의 편을 드는 것도 이상하다”

  "당에 브레인이 없다. 이제부터 그냥 김종인씨 한테 맡겨라. 그나마 이 분은 감각은 있다“

 

 백번 ‘지당한 말씀’이다. 내용도 없이 ‘정권을 심판하자’고만 하면 될 일도 안 된다. 더구나 지금은 정당의 존폐를 가를 총선을 앞두고 있다. 말조심은 물론이고, 내용 있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물론 본인은 각계각층의 표를 얻으려 몸부림하는 과정이라 생각하지만 본인의 판단이 아닌 국민의 눈높이, 그리고 당의 전문가들, 그리고 야당지지자들의 입장에서 지혜를 모아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진보성향 여당지지자들은 “쾌재(快哉)!”를 … 

 

황교안 대표는 더 이상 헛발질하기보다 입 다무는 게 상책일 수 있다. 보수성향의 지지자들은 황 대표의 생뚱맞은 주장에 안타까워하겠지만, 진보성향의 여당지지자들은  “쾌재(快哉)를 부를 것”이다. 

선거는 감성적인 결과를 내놓지 않는다. 항상 냉철하다. 

이제부터는 정말 말 한 마디 한 마디의 싸움이다.  잘못된 말 한마디로 선거에 심각한 타격을 받은 사례는 그동안 너무나 많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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